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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그러나 이것은 절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낙청연은 방 안에 앉아 있었는데 눈꺼풀이 심하게 떨렸다. 초상화를 그리고 싶었는데 도저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아예 그만뒀다.

“왕비 마마, 왜 이렇게 불안해하십니까?”

등 어멈이 걱정스레 물었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니 별 하나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밤하늘이 보였다. 낙청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밤, 낙월영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네가 보기에 왕야께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으냐?”

등 어멈은 그 말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면 왕비 마마께서는 왜 가짜를 주신 것입니까?”

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자신의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마치 억울함과 숨이 막힐 듯 답답한 감정을 해소하려는 듯이 말이다.

“분이 풀리지 않아 화풀이를 하고 싶었다.”

또 원래 낙청연의 화풀이도 해주고 싶었다.

부진환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신이 연모하는 이를 구하려고 했다. 심지어 낙청연에게 상처를 주고 그녀를 해치면서까지 말이다.

그게 너무도 억울했다.

그가 그럴수록 낙청연은 낙월영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낙월영과 부진환 두 사람 모두 자신을 괴롭혔으니 말이다.

자신도 편히 지내지 못하는데 두 사람이 편히 지내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처소 밖에서 통곡하는 소리와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등 어멈은 그 소리에 순간 안색이 돌변하더니 얼른 자리를 옮겨 상황을 살펴보려 했는데 누군가 거세게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온몸에서 분노와 살기를 내뿜고 있는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온몸을 휘감은 난폭한 기운은 그를 지옥에서 온 수라처럼 보이게 했고 사람들은 그의 모습에 겁을 먹어 감히 그의 얼굴을 직시할 수가 없었다.

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방문 쪽으로 향했고 경악한 얼굴로 부진환의 안색을 살폈다. 그는 흉포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는데 눈에는 핏발이 섰고 이마에는 파란 핏줄이 돋아있었으며 미간 사이에는 은은하게 혈선(血線)이 보였다.

부진환은 아예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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