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부는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었지만 그래도 참을성 있게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비록 겉으로는 아주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다들 낙태부가 선물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게다가 선물은 대부분 초상화였다. 열어보면 그 내용이 다양했으나 대부분은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아이를 데리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네를 타는 것도 있었고 장난을 치는 것도 있었으며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쉬는 것도 있었다. 초상화들은 전부 훌륭했으나 오래 보고 있으면 평범해 보였다.게다가 낙태부의 방 안에는 이미 백여 개가 넘는 초상화들이 걸려있었다.낙청연도 그 기회를 틈타 누가 준 초상화에 문제가 있는지를 관찰했다.몰랐다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제대로 살펴보니 엉망진창이었다.거의 모든 초상화들에 문제가 있었다.화폭을 여는 순간 두 모자가 불길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비록 작은 소리였지만 귀가 따가웠다.옆에 있던 낙용은 낙청연의 안색이 좋지 않자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엇을 보아냈느냐?”낙청연은 목소리를 낮춘 채로 낙용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이 초상화를 준 사람들을 전부 기록해두세요. 그리고 조금 이따 어떤 화가가 그렸는지 사람을 시켜 알아보십시오.”낙용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 기록하기 시작했다.낙청연의 주의력은 줄곧 초상화와 낙태부에게 올려지는 선물들에 있었고 누가 그 선물을 건네는지는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또 하나의 초상화가 펼쳐지는 순간,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초상화에는 그 어떤 사악한 기운도 없었고 그저 평범한 초상화 같아 보였다. 한 사람의 얼굴이 그려진 그 초상화는, 지금껏 모자 둘이 유희하는 초상화들보다는 다소 초라해 보여도 그것들 중 가장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낙청연은 잠깐 놀랐다가 그 초상화를 바친 이가 부진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제가 재능이 없어 간단히 아이의 얼굴만 그렸고 사모(師母)님의 얼굴은 그리지 못했습니다.”부진환은 정중
그 뒤로 이어진 것은 폭소였다.“하하하, 반만 만들어진 것을 들고 온 것인가?”“참 어이가 없구먼. 이렇게 어이없는 선물은 또 처음일세.”포복절도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몸이 떨릴 정도로 격렬히 웃으며 낙해평에게 말했다.“낙 승상, 자네 딸 참으로 재미있구먼. 자네가 왜 딸을 태부의 생신 연회에 부르지 않았는지 알겠소. 정말 큰 망신을 당했구먼 그려.”낙해평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주먹을 꽉 쥐었다.낙청연이 오늘 여기까지 온 이유는 어쩌면 그에게 큰 망신을 주기 위한 걸지도 몰랐다.망할 자식!낙월영은 낙청연의 모습에 속으로 의기양양했다. 초상화를 선물로 드릴 것이면 그저 평범한 초상화나 준비할 것이지 완성도 되지 않은 물건을 선물이라고 드린다니, 생각이 없는 멍청한 인간이라 생각됐다.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구나!“아버지,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때 언니를 그리 왕부에 보내서는 안 된다고요. 저것 좀 보세요. 저희 가문의 명성에 먹칠을 하지 않았습니까?”낙월영은 억울한 듯이 원망하는 어조로 말했다.낙해평도 후회가 됐다. 애당초 낙청연을 왕부로 돌려보내서는 안 됐다. 이런 불효녀 같으니라고! 내 말을 전부 흘려듣기나 하고!오늘이 지나면 왕야와 상의해 낙청연을 휴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낙청연이 내쫓기는 것도 그로서는 창피한 일이었지만 낙청연이 계속 이렇게 자신의 얼굴에 먹칠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부진환은 낙청연이 펼친 초상화를 보자 더욱더 미간을 구겼다.“잘못 가져온 것이 아니더냐?”그는 그녀의 손에 들린 얼굴이 그려지지 않은 초상화를 보며 말했다.간단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그림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낙청연의 손재주가 좋지 않다는 게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눈, 코, 입은 그려야지.이렇게 얼굴이 그려져 있지 않은 초상화가 세상에 어디 있다는 말인가?게다가 하필 오늘 낙태부에게 이것을 드리다니.사람들의 웃음소리에도 낙청연은 꿋꿋했다. 그녀는 오히려 그 초상화를 들고 낙태부에게로 걸어갔다.“낙태부 할아버
하지만 이어진 말은 더욱더 놀라웠다.낙태부는 떨리는 목소리로 낙청연에게 말했다.“이걸 나한테 줄 수 있겠느냐?”다들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것은 원래 낙청연이 낙태부에게 주려던 선물이었고 겨우 그림 한 폭이었다.하지만 낙청연은 낙태부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가지고 싶은 것은 그 초상화를 통해 본 것들이었다.낙청연은 싱긋 웃으면서 답했다.“당연합니다. 이것은 원래 태부 할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습니다. 태부 할아버지께서 보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이 초상화를 볼 수 있지요.”그 말에 낙태부는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낙청연을 보는 눈빛마저 자애로워졌다.“그래. 이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주다니, 참으로 고맙구나. 아주 마음에 든다.”그 말에 주위는 소란스러워졌다.낙태부가 겨우 이런 일로 낙청연을 손녀로 인정하다니?낙해평은 경악한 얼굴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낙청연을 바라봤고 자리에 앉아있던 낙월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옷소매를 꽉 잡았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낙태부가 갑자기 낙청연을 자신의 손녀딸로 인정하다니?지금껏 낙월영은 낙해평과 함께 태부부를 여러 차례 방문했었지만 낙태부와 만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낙태부도 종래로 그녀에게 신경을 쓴 적이 없었다. 손녀로 인정할 리는 더더욱 없었고.낙청연이 뭐가 그리 잘났길래? 겨우 그림 한 폭으로 낙태부의 손녀딸로 인정받는 것인가?낙월영은 증오심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낙월영뿐만 아니라 정원에 있던 사람들 모두 믿지 못했다.부진환은 그 초상화를 오래도록 쳐다보고 있었다. 대체 그 초상화에 무슨 특별한 점이 있길래 낙태부가 이렇게나 기뻐하고 심지어 낙청연을 손녀로 인정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게다가 낙태부는 낙청연의 아버지도 인정한 적이 없었다.낙해평은 곧바로 앞에 나서면서 말했다.“둘째 삼촌.”낙태부는 낙해평을 보자 미소를 거두어들이며 화제를 돌렸다.“오늘 다들 이 늙은이의 70세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와줘서 고맙네. 더는
“태부 할아버지께서는 무엇 때문에 자신이 과거의 악몽에 얽매이게 된 것인지 아십니까?”’낙태부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초상화를 보면서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넌 그 이유를 알고 있느냐?”낙청연은 화폭을 탁자 위에 내려놓더니 부적 하나를 꺼내 화폭의 끄트머리에 붙였다.아—처참한 비명이 낙태부의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 두 모자가 나무 아래서 놀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던 초상화는 순식간에 두 사람이 불길 속에서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모습으로 돌변했다.그에 겁을 먹은 낙태부는 순간 몸을 움찔 떨면서 그 초상화를 저 멀리 던져버렸다. 그는 긴장으로 인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저건 무엇이냐?”낙청연은 느긋하게 초상화를 주워 들더니 그것을 접어 옆에 놓으며 말했다.“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이 방 안에 있는 모든 그림들이 다 이러하지요. 이것이 바로 태부 할아버지께서 매일 밤 악몽을 꾸는 이유입니다.”그 말에 낙태부의 안색이 달라졌다. 그는 낙청연의 말뜻을 곧바로 이해했다.“누군가 일부러 그런 것이란 말이냐?”낙태부는 깜짝 놀라면서 말했는데 안색이 좋지 않았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저번에 왔을 때 전 이미 보아냈습니다. 하지만 그때 태부 할아버지께서는 저에게 크게 관심이 없으셨지요. 그래서 얘기를 꺼내지 않은 것입니다. 이 초상화들은 전부 태워버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그 초상화들은 다른 사람이 손 써놓은 것이었다. 배후에 있는 자는 아마도 진짜 두 모자를 가두어놓은 초상화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이 그림들은 그 초상화의 살기가 물든 것일 터였다.낙태부는 진정되지 않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말한 대로 해야겠다.”평정을 되찾은 낙태부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대체 누가 그를 해치려는 것일까?“아이야, 이 그림들을 통해 누가 날 해치려는 것인지 알 수 있느냐? 이렇게 많은 그림들이 전부 다른 사람이 그린 것은 아니겠지.”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해치려 할 리가 없었다.낙청연은 잠시
낙청연은 잠시 놀랐다.낙운희가 경솔하게 안으로 뛰어 들어오자 낙태부는 표정을 굳히면서 어두운 안색으로 호통을 쳤다.“운희야. 네 모습을 보거라. 어딜 봐서 대갓집 규수 같아 보이느냐?”“할아버지. 낙청연은 저희 집안에 잘 보이려고 온 것입니다. 절대 저 헛소리를 믿어서는 아니 됩니다!”낙운희는 흥분하며 말했다.낙청연이 어머니의 믿음을 얻었다는 것을 알고 난 뒤로 낙운희는 화병으로 며칠을 앓았었다. 그런데 낙청연이 이제는 자신의 할아버지까지 속이려 하고 있었다.낙태부의 안색은 더욱더 안 좋아졌다. 그는 엄숙한 얼굴로 그녀를 호되게 꾸짖었다.“네 방으로 돌아가거라.”“할아버지!”낙운희는 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돌아가라는 데도!”낙태부는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낙운희는 발을 구르다가 몸을 돌려 떠났다.그녀는 감히 할아버지한테 대들지 못했다.낙운희가 도망가자 낙태부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쟤가 제일 문제란다. 쟤 어머니가 너무 엄하게 가르쳐서 그런지 성격이 참 반항적이야. 하지 말라고 할수록 더 기를 쓰고 하려고 하지. 낙월영과 가까이 지내지 말라는 데도 낙월영과 계속 왕래하더구나.”그 말에 낙청연은 그제야 깨달았다. 태부 할아버지는 밖의 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어떤 일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예를 들면 낙운희가 낙월영과 가까이 지내면서 낙월영의 부추김에 따라 낙청연을 비웃고 괴롭히는 일 같은 것을 말이다.낙운희는 성격이 워낙 제멋대로였기에 생각나는 대로 말을 내뱉는 사람이었고 그녀의 가시 돋친 말에 원래도 자신감이 없던 낙청연은 그녀를 아주 두려워하게 됐다.“할아버지, 이제 이것들을 태울 준비를 하세요.”낙청연은 말머리를 돌렸다.“그래.”낙태부는 낙청연이 총명하다고 생각했고 보면 볼수록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일부러 그녀에게 고자질할 기회를 줘서 낙운희를 단단히 혼내 그녀의 분풀이를 해줄 생각이었는데 낙청연은 그 점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면서 화두를 돌린 것이다.잠시 뒤 낙태부는 하인을
낙청연은 웃는 얼굴로 초상화를 낙태부에게 건네며 말했다.“할아버지, 오늘 받은 그림 중에서 왕야의 그림만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것은 남겨두시지요.”그 초상화를 바라보면서 낙태부는 감개하는 얼굴로 중얼거렸다.“그 많은 사람들이 초상화를 선물로 줬는데 그중에 왕야의 그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니.”문밖에 서 있던 사람은 그 의미심장한 말이 다르게 들렸다.부진환의 눈빛이 싸늘해졌고 그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히며 낙청연이 일부러 그러는 것으로 생각했다.그는 주먹을 꽉 쥐더니 몸을 돌려 떠났다.낙태부의 말을 들은 낙청연은 급히 설명했다.“할아버지, 이 그림은 왕야께서 직접 그리신 뒤 줄곧 곁에 보관해 두고 있었으니 다른 사람들이 손을 못 썼을 것입니다.”그 말에 낙태부는 뒷짐을 지면서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왕야를 왜 그렇게 감싸고 도는 것이냐? 내가 너한테 왕야가 의심스럽다고 한 적 있느냐? 부진환은 지금 섭정왕으로 권세가 대단하고 수완도 인정사정없지만 내가 가르쳤던 아이다. 나에게 불만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잔인한 수단으로 날 상대하지는 않겠지.”그 말과 함께 낙태부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까지 나와 우리 가문을 상대하려는 걸 보면 아마 우리에게 큰 원한이 있는 모양이구나.”낙청연 또한 그 문제를 생각해 보았으나 감히 물어보지는 못했다.예사롭지 않은 일이었다. 낙씨 가문을 겨냥한 사람에게는 분명 큰 원인이 있을 것이고 어쩌면 집안 비밀과도 연관 있을지 몰랐기에 쉽게 물어볼 수 없었다.“할아버지, 사람을 보내 오늘 수도의 어딘가에 불이 붙지 않았는지 알아보게 하세요. 불길이 센 곳일수록 이 배후가 몸을 숨기고 있는 곳일 가능성이 큽니다.”그 말에 낙태부는 깜짝 놀랐다.“그럼…”그의 시선은 거센 기세로 타오르는 화로에 멈췄고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꼭 잡을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자를 고생스럽게 만들 수는 있지요.”수도는 아주 컸고 어디에 불이
낙태부는 그 말에 미간을 구겼다.“너희 어머니는… 몇 번 만난 적 없어서 인상이 없구나. 하지만 아주 훌륭한 여인이었다. 그때 난 낙해평이 무슨 덕을 쌓았길래 너의 어머니처럼 대단한 인물과 혼인을 올린 건지 감탄했었지. 하지만 난 너희 어머니와 별로 교류한 적이 없었기에 다른 인상은 없구나.”그 말에 낙청연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드러났다.“솔직히 얘기하면 이것들은 제 어머니가 남기신 책에서 배운 것입니다. 피상적으로만 조금 배웠지요.”그 말에 낙태부는 더욱 놀라며 말했다.“너희 어머니가 할 줄 알았던 것이구나. 어쩐지. 승상부에서 대단한 스승을 모셨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네가 어찌 이런 것들을 할 줄 아는 것인가 의아했다.”낙태부는 낙청연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말했다.“지난 몇 년 동안 억울한 게 많았을 텐데 앞으로 낙해평이 또 못살게 굴면 날 찾아오거라. 이 할아버지가 네 편을 들어주마.”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감사합니다, 할아버지.”그리고 그는 밖에 대고 소리쳤다.“여봐라, 가서 낙해평을 불러오너라.”낙청연은 잠깐 멈칫하더니 낙태부를 따라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낙태부는 여유로운 얼굴로 의자 위에 앉았고 낙청연을 부르며 말했다.“앉거라.”낙해평은 낙태부가 자신을 만나려 하자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들뜬 얼굴로 내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그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면서 긴장했다.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방 안으로 들어서면서 그는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둘째 삼촌!”낙태부는 무덤덤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너에게 물으마. 낙청연은 네 친딸이 맞느냐?”낙해평은 영문을 몰랐고, 그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낙청연을 보니 괜히 마음이 복잡했다. 아버지는 서 있는데 딸은 앉아있다니.“네.”“그래? 내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은데. 주워온 게 아니더냐? 네가 싫다고 한다면 나는 청연이더러 낙용과 흥원(興元)이를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게 할 생각이다. 앞으로 이 아이는 너와는 상관없으니 청연
낙해평은 비명을 지르더니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얼굴이 잿빛인 종복은 눈가가 시퍼랬고 두 눈은 동태눈 같은 것이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았다.“왜 소리도 없이 걸어 다니는 것이냐! 건방진 것!”낙해평은 자신을 진정시켰다. 승상으로서 종복에게 겁을 먹어 놀랐다는 소문이 밖으로 새어 나간다면 체면이 서지 않았다.낙해평은 화를 내면서 옷소매를 휘날리며 자리를 뜨려 했다.그런데 낙해평이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그 종복은 뻣뻣한 목을 돌리더니 동태눈으로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뭘 쳐다보는 것이냐!”낙해평은 버럭 성을 냈다.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창백하다 못해 잿빛을 띠는 손이 그를 덮쳐왔고 낙해평은 바닥에 쓰러졌다.낙해평은 정원에서 나온 지 몇 걸음 되지 않았기에 낙청연은 그 비명을 들었고 미간이 떨렸다.“할아버지, 제가 밖에 한번 나가 보겠습니다.”낙태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얼굴이 그려져 있지 않은 초상화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낙청연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는데 비명은 없었지만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황폐한 낡은 정원으로 들어서자 낙청연은 소름 돋는 살기를 느꼈다. 태부부에 있는 더러운 것들은 이미 다 치웠을 텐데 여기에 왜…문을 여는 순간 한데 뭉쳐서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그것은 낙해평이었다.“아… 윽…”낙해평은 온 힘을 다해 저항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낙청연은 불길한 기분에 얼른 앞으로 나서면서 종복의 어깨를 잡았다.“넌 누구냐? 감히 태부부 안에서 암살하려 하다니!”그녀는 누군가 기회를 노려 낙해평을 죽이려는 줄 알았다.그런데 낙청연이 그 종복을 일으켜 세우는 순간, 그녀는 심장이 철렁했다.저건 분명…시체였다.그 종복은 고개를 돌리더니 돌연 낙청연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낙청연은 잽싸게 그를 걷어찼다. 체중의 우세를 이용해 낙청연은 그 종복을 바닥에 쓰러뜨렸고 그를 바닥에 누른 채로 부적 하나를 그 종복의 입안에 쑤셔 넣었다.그제야 날뛰던 종복이 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