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부는 그 말에 미간을 구겼다.“너희 어머니는… 몇 번 만난 적 없어서 인상이 없구나. 하지만 아주 훌륭한 여인이었다. 그때 난 낙해평이 무슨 덕을 쌓았길래 너의 어머니처럼 대단한 인물과 혼인을 올린 건지 감탄했었지. 하지만 난 너희 어머니와 별로 교류한 적이 없었기에 다른 인상은 없구나.”그 말에 낙청연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드러났다.“솔직히 얘기하면 이것들은 제 어머니가 남기신 책에서 배운 것입니다. 피상적으로만 조금 배웠지요.”그 말에 낙태부는 더욱 놀라며 말했다.“너희 어머니가 할 줄 알았던 것이구나. 어쩐지. 승상부에서 대단한 스승을 모셨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네가 어찌 이런 것들을 할 줄 아는 것인가 의아했다.”낙태부는 낙청연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말했다.“지난 몇 년 동안 억울한 게 많았을 텐데 앞으로 낙해평이 또 못살게 굴면 날 찾아오거라. 이 할아버지가 네 편을 들어주마.”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감사합니다, 할아버지.”그리고 그는 밖에 대고 소리쳤다.“여봐라, 가서 낙해평을 불러오너라.”낙청연은 잠깐 멈칫하더니 낙태부를 따라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낙태부는 여유로운 얼굴로 의자 위에 앉았고 낙청연을 부르며 말했다.“앉거라.”낙해평은 낙태부가 자신을 만나려 하자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들뜬 얼굴로 내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그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면서 긴장했다.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방 안으로 들어서면서 그는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둘째 삼촌!”낙태부는 무덤덤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너에게 물으마. 낙청연은 네 친딸이 맞느냐?”낙해평은 영문을 몰랐고, 그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낙청연을 보니 괜히 마음이 복잡했다. 아버지는 서 있는데 딸은 앉아있다니.“네.”“그래? 내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은데. 주워온 게 아니더냐? 네가 싫다고 한다면 나는 청연이더러 낙용과 흥원(興元)이를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게 할 생각이다. 앞으로 이 아이는 너와는 상관없으니 청연
낙해평은 비명을 지르더니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얼굴이 잿빛인 종복은 눈가가 시퍼랬고 두 눈은 동태눈 같은 것이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았다.“왜 소리도 없이 걸어 다니는 것이냐! 건방진 것!”낙해평은 자신을 진정시켰다. 승상으로서 종복에게 겁을 먹어 놀랐다는 소문이 밖으로 새어 나간다면 체면이 서지 않았다.낙해평은 화를 내면서 옷소매를 휘날리며 자리를 뜨려 했다.그런데 낙해평이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그 종복은 뻣뻣한 목을 돌리더니 동태눈으로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뭘 쳐다보는 것이냐!”낙해평은 버럭 성을 냈다.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창백하다 못해 잿빛을 띠는 손이 그를 덮쳐왔고 낙해평은 바닥에 쓰러졌다.낙해평은 정원에서 나온 지 몇 걸음 되지 않았기에 낙청연은 그 비명을 들었고 미간이 떨렸다.“할아버지, 제가 밖에 한번 나가 보겠습니다.”낙태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얼굴이 그려져 있지 않은 초상화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낙청연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는데 비명은 없었지만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황폐한 낡은 정원으로 들어서자 낙청연은 소름 돋는 살기를 느꼈다. 태부부에 있는 더러운 것들은 이미 다 치웠을 텐데 여기에 왜…문을 여는 순간 한데 뭉쳐서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그것은 낙해평이었다.“아… 윽…”낙해평은 온 힘을 다해 저항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낙청연은 불길한 기분에 얼른 앞으로 나서면서 종복의 어깨를 잡았다.“넌 누구냐? 감히 태부부 안에서 암살하려 하다니!”그녀는 누군가 기회를 노려 낙해평을 죽이려는 줄 알았다.그런데 낙청연이 그 종복을 일으켜 세우는 순간, 그녀는 심장이 철렁했다.저건 분명…시체였다.그 종복은 고개를 돌리더니 돌연 낙청연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낙청연은 잽싸게 그를 걷어찼다. 체중의 우세를 이용해 낙청연은 그 종복을 바닥에 쓰러뜨렸고 그를 바닥에 누른 채로 부적 하나를 그 종복의 입안에 쑤셔 넣었다.그제야 날뛰던 종복이 비로
낙용은 허리를 숙여서 바닥에 누워있는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며 말했다.“이것은 우리 저택의 하인이 아니다. 아버지의 생신 연회를 준비하기 위해 임시로 불러온 사람인데 저택에 온 지는 5일 정도 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얼굴이… 이렇게 무섭지는 않았는데…”낙용은 소름이 돋았다. 이 사람이 언제 저택에서 죽었는지…아니면 저택에 왔을 때부터 이미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또 어떤 이들이 임시로 불러온 이들입니까? 전부 한곳에 모이게 한 다음 즉시 통제해야 합니다.”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어쩌면 저번 초혼번 일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걸 수도 있었다.그들은 곧 사람들을 통제했다. 비록 다들 눈을 뜨고 있었지만 하나같이 얼굴이 창백하고 눈알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죽음의 기운이 드리워져 있었고 적지 않은 계집종들이 겁에 질렸다.낙청연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 밧줄로 그들을 전부 묶어두었고 그들의 입안에 부적을 집어넣었다. 다들 진짜 산송장인지 발버둥 치지 않았다.아까 낙해평을 공격한 그 종복은 예정보다 빨리 발작을 일으킨 것 같았다.그런데 사람 수를 확인한 관사가 말했다.“아계(阿桂)가 없습니다!”“아계는 어디 있느냐? 누구 본 사람 없느냐?”낙용이 다급한 어조로 묻자 한 계종이 앞에 나서면서 말했다.“조금 전 북상방(北廂房)으로 가는 걸 보았습니다. 큰아씨의 정원으로 향하는 것 같았습니다.”낙용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랑랑…”“내 지금 당장 가봐야겠다!”낙용이 바짝 긴장한 얼굴로 말하자 낙청연이 그녀를 덥석 잡았다.“제가 가겠습니다, 고고.”“그래, 부탁하마. 랑랑은 절대 무사해야 한다.”낙용은 조바심이 나는지 걱정스레 말했고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다그치며 북상방으로 향했다.—북상방.낙랑랑은 탁자 위에 놓인 음식을 봐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간단히 국만 마시고 고개를 들어 계집종을 바라보며 말했다.“먹을 것은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 별로 배고프지 않구나.”아계는 고개를 숙인 채로
부진환은 서상방(西廂房)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한참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에 사람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것만 같았다.미간을 찌푸리고 손을 휘휘 저으니 그림자는 사라졌다.그러나 길을 걷다 보니, 그림자는 또다시 나타났다.세, 네 개의 그림자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부진환의 시선은 희미해지기 시작했지만, 그림자들은 더욱 선명 해졌다. 낙태부……인 것 같았다.재빨리 쫓아갔지만 어째서인지 눈앞의 시선은 한층 더 희미해졌다.부진환은 발걸음을 멈췄다.하지만 귓가에 낙태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눈앞의 희미한 그림자가 그를 향해 돌아보고 있었다.“진환, 어서 오거라, 멍하니 서서 뭐하는 게야?”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했다: “예.”그는 힘껏 머리를 흔들더니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다가갔다.하지만 부진환은 자신이 지금 서상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낙청연은 거의 제일 빨리 서상방에 도착했다. 그녀는 문도 두드리지 않은 채 바로 뛰어 들어갔다. “랑언니!”문을 밀고 들어가니, 낙랑랑은 침상에 누워있었다!그녀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설마 늦게 온 건 아니겠지?심장은 마치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서 낙랑랑을 끌어안았다.낙랑랑의 몸을 만져보더니 너무 뜨거워서 낙청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낙랑랑의 두 뺨은 열로 인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호흡도 몹시 가빠졌다. 이건 분명히 미독(媚毒) 증상이었다.그녀는 급히 낙랑랑의 옷을 검사하였다. 심지어 그녀의 옷을 찢어서 한 번 더 보았다.보고 난 낙청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다행이다, 다행이다!다행히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했다!그녀는 급히 물을 떠오더니 젖은 수건으로 낙랑랑의 이마와 목을 닦아주었다.다행히 미독 증상은 심한 편이 아니었고 살짝 가벼운 정도였다. 그래서 지금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이었다.그녀는 낙랑랑을 안고 방을 나가려고 했다.때마침 밖에서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남자의 발걸음
부진환은 극심한 아픔 때문에 반격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가 때리는 대로 맞고 있을 뿐이었다.사실 낙청연은 부진환이 절대 주동적으로 낙랑랑의 방으로 갈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물며 지금 그의 표정만 봐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건 누군가에게 당한 것이 틀림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녀가 화풀이하는 데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으니까!평소에 이런 좋은 기회는 절대 없으니까!부진환은 화가 극도로 치밀어 올라 끝내 참지 못하고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몸을 돌려 그녀를 침상에 깔아 눕혔다.“낙청연! 그만하거라!”낙청연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가까이 있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파란 핏줄이 튀어나왔고 음흉한 눈빛은 참으로 섬뜩했다.“놔주세요!’ 낙청연은 분노하여 발버둥 쳤다. 심지어 부진환의 그곳에 다리를 닿고는 협박이 섞인 어투로 말했다: “왕야, 그래도 놓지 않는다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한 번만 더 차이면 그는 사내 구실을 못 하게 될 판이었다.부진환은 듣더니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극심한 통증으로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낙청연, 살고 싶지 않다면 어디 한 번 해보거라!”두 사람이 한창 대치하고 있을 때였다.한편 정원 밖에 있던 임옥미는 방안의 움직임을 듣고 있었다. 방에서 나는 소리는 꽤 컸고 심지어 침상 판자마저 쿵 궁 울렸다. 그녀는 일이 이미 성사됐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목을 가다듬더니 찢어 질듯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그 처량하고 당황한 비명은 거의 전원의 연석(宴席)까지 울려 퍼졌다.한참 술을 마시며 잡담하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 소리를 듣더니 모두 얼굴이 어두워졌다.“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어디서 살려 달라고 하는 것 같은데 어서 가봅시다!”낙용도 고함을 들었다. 바로 서상방쪽에서 들려왔다. 그녀의 마음은 갑자기 무거워졌다.큰일 났다!그녀의 심장은 튀어나올 것
바깥에서 나는 소리를 들은 부진환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왕야, 앉으십시오.” 낙청연은 이미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녀는 옷깃을 가볍게 더듬더니 탁자 앞에 정좌하고 앉았다. 그리고 부진환을 향해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부진환도 옷깃을 정리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앉았다.방금 막 앉았는데, 낙청연은 어디선가 침을 꺼내 들고 있었다. 그리고는 음산한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왕야, 안색이 너무 안 좋으니 어서 침을 놓아 증상을 좀 완화시켜야 합니다.”부진환의 두 눈은 차가워졌다. 비록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손을 내밀었다.낙청연은 부진환의 손목에 있는 혈 자리 몇 곳에 침을 놓더니 부진환의 약기운은 조금 완화되었다.그의 눈빛에 담긴 살육의 기운은 빠르게 흩어졌다. 하지만 시퍼런 핏줄은 여전히 돋아나 있었다.생각해보니 아마도 그녀에게 맞은 그곳이 아직도 아픈 모양이었다……하지만, 마침내 분풀이를 하게 된 그녀의 마음은 한층 상쾌해졌다.낙용은 급히 서상방으로 가는 도중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고함소리를 들었고 섭정왕이 미친듯이 서상방으로 뛰어들어갔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은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서둘렀으나 그래도 한발 늦었다. 서상방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빈객들이 먼저 와 있었다.“낙부인, 오늘 대체 무슨 일입니까? 따님은 정말 서상방에 계십니까?”“듣건대 섭정왕이 미친 듯이 뛰어 들어갔다고 하던데 방금 그 도움을 청한 소리는 혹 따님이 아니겠지요?”낙용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이미 뜨거운 가마속의 개미같이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이런 말을 듣고 나니 당연히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낙청연이 낙랑랑을 구했기를 바랄 뿐이었다.낙운희도 급히 달려왔다. 그녀는 분노하여 질책했다: “아직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당신들은 벌써 언니를 저주하고 있는 겁니까?!”낙운희는 애가 탄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제일 먼저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혹여라도 무슨 일을 당
”그럼 섭정왕이 미친 듯이 서상방으로 뛰어 들어갔다는 건 또 뭔 말입니까?” 또 어떤 사람이 의문을 제기했다.부진환은 한층 더 어두워진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여러분은 함께 식사하고 싶은 게죠?”부진환의 이 말의 뜻은 그들이 말이 많아서 싫다는 것을 암시했다.뭇사람은 부진환의 모습에서 미친 듯한 모습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의 표정은 사람마저 먹어 치울 것 같았다.“오해였군요! 다행이군요! 다행입니다! 그럼 섭정왕과 왕비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일부 사람들은 방에서 나갔다.“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건만 결국 오해였군요.”사람들은 줄줄이 모두 나갔다.낙용은 낙랑랑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녀는 급히 빈객들을 불러 전원의 연회석으로 돌려보냈다.사람들을 다 돌려보낸 후 낙용은 다시 돌아왔다: “청연아, 랑랑은……”낙청연은 급히 침상 뒤에 있는 낙랑랑을 안아서 침상 위에 눕혔다.새빨간 낙랑랑의 얼굴을 본 낙운희는 순간 너무 안타까웠다. 그녀는 낙청연을 노려보더니 말했다: “언니가 이 모양이 됐는데도 어찌 언니를 침상 뒤에 숨겨둔단 말이야! 그러고 너는 어찌 그토록 차분하고 느긋하게 앉아있을 수가 있냐고 말이다!’낙용은 엄격하게 질책했다: “운희, 언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언니는 무슨! 저에게 언니는 오직 낙랑랑뿐입니다, 저는 낙청연을 언니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습니다!” 낙운희는 흥분하여 반박했다.낙청연은 낙운희를 외면하고 낙랑랑의 맥을 짚더니 낙용을 보면서 말했다: “고모, 염려 마십시오. 낭언니는 괜찮습니다. 상대방의 목적은 그저 언니를 깊이 잠들게 하는 것인 것 같습니다. 하여 약을 그리 독하게 쓰지 않았습니다.”“제가 처방전을 드릴 테니, 되도록 빨리 약을 지어 언니에게 복용하면 몸은 그리 상하진 않을 겁니다.” 낙청연은 말했다.낙용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그래, 오늘 수고가 많았다! 네가 아니었다면 낭낭은 오늘……”낙용은 다시
”태부부의 어느 곳이 항상 축축합니까?” 낙청연은 급히 물었다.낙용은 이유를 몰랐지만, 그래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북쪽에 있는 청죽림(聽竹林)일 게다. 그곳 정원에는 작은 폭포가 계류를 끼고 있어서 바닥은 항상 축축하지, 예전에 운희가 그곳에 거주하다가 후에 옮긴 뒤로 그 정원은 여태껏 비어 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낙청연은 임옥미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눈치챘다.낙청연의 두 눈은 반짝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바로 그곳입니다!’낙용은 그녀가 갑자기 무엇 때문에 그 정원을 찾는지 어리둥절해졌다. 그래도 자신이 직접 낙청연과 부진환을 데리고 청죽림으로 향했다.청죽림은 태부부의 가장 모서리에 위치하였다. 거의 다니는 사람도 없고 아주 조용한 곳이었다.정원의 문을 열자, 바닥에 온통 축축한 발자국이 눈에 들어왔다.낙용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이곳은 비워 둔지 오래됐는데 누가 여기를 다녀온 것이야?”“임옥미입니다.” 낙청연은 바닥의 발자국이 임옥미의 발자국과 거의 비슷하다는 걸 보고 그녀임을 확신했다.“네가 어찌 그녀인 줄 아느냐?” 낙용은 깜짝 놀랐다. 낙청연이 아무리 귀신같이 잘 알아맞힌다고 한들 이 정도까지 가능하단 말인가?낙청연이 마침 입을 열려고 할 때 다락방에서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미간은 흔들리더니 말했다. “사람이 있습니다!”부진환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발견했다. 낙청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녀의 옆에 서 있던 그는 소탈하게 날아갔다.그녀와 낙용도 빠른 걸음으로 뒤쫓아갔다. 쫓아갔을 땐 부진환은 이미 그 사람을 붙잡고 있었다.그는 그 사람을 호되게 한 발로 차서 땅에 쓰러뜨리고 있었다.눈앞의 낯선 남자를 보고 낙용은 깜짝 놀랐다: “너는 누구냐?!”어떻게 태부부에 있는 것이냐!그러나 이때 부진환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사람은 제 왕부의 창고 관사, 유경입니다!”부진환의 차가운 목소리에는 살기가 숨겨져 있었다.낙용은 온통 놀란 표정이었다.부진환은 해명했다: “일전에 왕부에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송천초의 모습을 보며 초경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못내 기뻤다.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치가 있다고 하면 가치가 있는 것이오!”초경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확고한 눈빛에 송천초는 저도 몰래 팔을 들어 그의 목을 휘감고 더욱 적극적인 대답을 했다....송천초는 날이 밝자마자 깨어났다.그녀는 옆에 누워 있는 초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뭘 그렇게 보는 것이오? 그렇게 좋소?”갑자기 눈을 뜬 초경이 입꼬리를 올렸다.“깨어나셨습니까?”“본디 잠이 많지 않소.”초경은 말하면서 얼굴을 쓰다듬고 있던 송천초의 손을 잡고 잡아당겼다.“왜 그러시오? 아침부터 왜 그리 걱정이 많은 것이오?”“다음 생에 당신처럼 잘해 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송천초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다음 생에 꼭 일찍 저를 찾아오십시오.”“다음 생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초경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다음 생에도 앞으로도 꼭 일찍 찾아 지켜줄 것이오.”“평생 지켜줄 것이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수명도 아껴야지 않겠습니까? 수명이 줄면 어찌 저를 평생 지켜줄 수 있습니까?”초경은 멈칫하다 마음이 따뜻해져 그녀를 꼭 안았다.“좋소. 자네의 말을 듣고 소중히 아끼겠소.”“하지만 동하국을 없애는 일은 이미 부진환에게 승낙했으니, 약속을 어길 순 없지 않소?”“걱정하지 마시오. 이 일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오.”“앞으로 뭐든 자네의 말을 듣고 수명을 소중히 여기며 평생 당신을 지켜줄 것이오.”송천초도 그를 꼭 껴안았다.“좋습니다.”-며칠 후, 이한도 쪽에서 고강해를 미끼로 삼아 그를 구하려는 사람을 몇 명 잡았다.심문하자, 그들은 모두 왕자를 구하러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
고강해는 절망에 휩싸여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이했다.하지만 이때, 옆에서 화살이 날아가 정확히 고옥서가 쏜 화살을 떨구었다.고옥서는 그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며 활을 내던지고 재빨리 마차를 이끌고 그곳을 떠났다.이내 그 마차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병사들도 신속히 그들의 뒤를 쫓았고 성문에 걸린 고강해도 내려져 감옥으로 데려갔다.고옥서와 고옥언은 바닷가로 도망쳐 작은 배를 찾아 먼저 숨을 곳을 찾기로 했다.하지만 너무 빨리 쫓아온 병사들 때문에 두 사람은 숨을 곳 없이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힘껏 노를 저어 떠나려 했다.바다에서 힘에 부쳐 곧 쫓기려는 그때, 눈앞에 동하국의 배 한 척이 나타났다.그리고 배 위에는 동하국 깃발이 달려 있었다. 고옥서는 미리 계획한 배가 마침 인근에 왔다고 추측했다.두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본 듯이 배 위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했고 곧 배에 올랐다.“어서 돌아가거라! 병사가 쫓아왔다!”고옥서가 다급히 명을 내렸다.하지만 배는 바다에 멈춰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옥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배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무엇들 하는 게냐? 귀가 먹은 것이냐?”비록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하국 병사였지만 이상하게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의 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옥서는 병사들이 곧 쫓아올 것 같아 조바심을 내며 그들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배도 움직이지 않았다.고옥서는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고옥언을 끌고 배에서 뛰어내리려 했다.하지만 그때, 선실에서 청주군 병사들이 뛰어나와 단번에 그들을 포위했다.배에서 뛰어 내리려 해도 이젠 뛸 수 없었다.그리고 추격하던 병사들도 가까이 도착해 그들의 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배 위에는 부소가 서 있었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절망스러웠다. 고옥서는 화를 내며 동하국 사람을 붙잡았다.“적들을 도와 우리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냐?”상대는 울먹이는 말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정말인 것이냐? 동하국에는 나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없다.”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동하국 사람들이 워낙 적으니, 그럴만하다.”고옥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정말 단호하구나.”말을 마치고 고옥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옷을 입었다.부 태사에게 미인계가 통하지 않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인내심이 없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거라.”부진환이 천천히 몸을 돌려 불쾌한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고옥서는 어쩔 수 없이 답했다.“내 동생을 구하러 왔다.”“동하국 왕자, 고강해.”“너에게 잡힌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 것이냐?”부진환은 놀라지 않았다.“얼마 전에 그를 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다들 실패했는데, 너라고 성공할 거라 생각한 것이냐?”고옥서가 가볍게 웃었다.“확신이 없다면 어찌 왔겠느냐? 청주성에서 순찰하는 청주군도 많지 않은 듯한데, 다들 바닷가로 갔나 보구나.”“동하국의 배가 부담을 준 것이냐?”부진환이 담담하게 그녀를 힐긋 보고 답했다.“쓸데없는 걱정이구나.”말을 마치고 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났다.부진환의 반응을 본 고옥서는 전쟁의 상황이 부 태사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막사마저 사라졌을 것이라 추측했다.그렇지 않으면 부 태사가 어찌 안색을 바꾸었겠는가?그렇게 생각한 고옥서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철문을 바라보았다.감옥에서 나간 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부소가 와서 그를 부른 것도 듣지 못할 정도였다.부소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왜 그리 넋을 놓고 있소? 여러 번 불러도 도통 반응이 없었소.”“심문하러 간 동하국 여인은 어떻게 되었소? 안색이 좋지 않소.”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청주성에 들어와 동하국 왕자이자 그녀의 동생 고강해를 구하러 왔다고 순순히 말했소.”부소가 깜짝 놀랐다.“고강해 말이오?”“그런 뜻으로 말했소. 하지만 고옥서라는 이름을 들으니, 고옥언과의 관계가 궁금해졌소.”“나이를 보니
“모든 것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차강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황량한 이한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다 잘될 것이다.”그는 이한도를 예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라 믿는다.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저녁이 되자 바닷가의 막사는 고요함을 되찾았다. 전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깨끗이 청소되었다.옥에 갇힌 고옥서는 아직도 동하국의 병사들이 매복을 당해 전쟁에서 지고 도망친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옥에 끌려간 후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계속 그를 찾지 못했다.지하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죄수를 수감하는 곳 같았다.그녀는 철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옥에 갇혀 있었다.위치가 적합하니, 기회만 생기면 동생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늦게까지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감옥에 온 사람은 부진환이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다.“부 태사?”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동하국의 공주구나.”“몇 번 교전할 때, 네가 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기에 비해 계략이 부족하더구나.”“홀로 청주성에 들어오다니. 정말 청주군의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옥서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문 앞까지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는 역시 대단하구먼.”“중독된 사람들과 달리 아직도 멀쩡하게 기운이 남아도는구먼.”“바깥 상황은 어떠하냐? 부 태사의 막사는 지켜낸 것이냐?”고옥서는 일부러 그를 비웃으려 득의양양하게 비꼬았다.하지만 부진환은 표정 변화 없이 그냥 싸늘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고옥서는 그의 뜻을 지키지 못했다고 이해했다.하지만 청주성은 아직 뚫리지 않은듯하다.“이름이 무엇이냐? 동하국에 내세울 사람이 없는 것이냐? 어찌 여인을 보내 전쟁을 지휘하게 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