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서 나는 소리를 들은 부진환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왕야, 앉으십시오.” 낙청연은 이미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녀는 옷깃을 가볍게 더듬더니 탁자 앞에 정좌하고 앉았다. 그리고 부진환을 향해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부진환도 옷깃을 정리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앉았다.방금 막 앉았는데, 낙청연은 어디선가 침을 꺼내 들고 있었다. 그리고는 음산한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왕야, 안색이 너무 안 좋으니 어서 침을 놓아 증상을 좀 완화시켜야 합니다.”부진환의 두 눈은 차가워졌다. 비록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손을 내밀었다.낙청연은 부진환의 손목에 있는 혈 자리 몇 곳에 침을 놓더니 부진환의 약기운은 조금 완화되었다.그의 눈빛에 담긴 살육의 기운은 빠르게 흩어졌다. 하지만 시퍼런 핏줄은 여전히 돋아나 있었다.생각해보니 아마도 그녀에게 맞은 그곳이 아직도 아픈 모양이었다……하지만, 마침내 분풀이를 하게 된 그녀의 마음은 한층 상쾌해졌다.낙용은 급히 서상방으로 가는 도중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고함소리를 들었고 섭정왕이 미친듯이 서상방으로 뛰어들어갔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은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서둘렀으나 그래도 한발 늦었다. 서상방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빈객들이 먼저 와 있었다.“낙부인, 오늘 대체 무슨 일입니까? 따님은 정말 서상방에 계십니까?”“듣건대 섭정왕이 미친 듯이 뛰어 들어갔다고 하던데 방금 그 도움을 청한 소리는 혹 따님이 아니겠지요?”낙용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이미 뜨거운 가마속의 개미같이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이런 말을 듣고 나니 당연히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낙청연이 낙랑랑을 구했기를 바랄 뿐이었다.낙운희도 급히 달려왔다. 그녀는 분노하여 질책했다: “아직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당신들은 벌써 언니를 저주하고 있는 겁니까?!”낙운희는 애가 탄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제일 먼저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혹여라도 무슨 일을 당
”그럼 섭정왕이 미친 듯이 서상방으로 뛰어 들어갔다는 건 또 뭔 말입니까?” 또 어떤 사람이 의문을 제기했다.부진환은 한층 더 어두워진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여러분은 함께 식사하고 싶은 게죠?”부진환의 이 말의 뜻은 그들이 말이 많아서 싫다는 것을 암시했다.뭇사람은 부진환의 모습에서 미친 듯한 모습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의 표정은 사람마저 먹어 치울 것 같았다.“오해였군요! 다행이군요! 다행입니다! 그럼 섭정왕과 왕비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일부 사람들은 방에서 나갔다.“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건만 결국 오해였군요.”사람들은 줄줄이 모두 나갔다.낙용은 낙랑랑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녀는 급히 빈객들을 불러 전원의 연회석으로 돌려보냈다.사람들을 다 돌려보낸 후 낙용은 다시 돌아왔다: “청연아, 랑랑은……”낙청연은 급히 침상 뒤에 있는 낙랑랑을 안아서 침상 위에 눕혔다.새빨간 낙랑랑의 얼굴을 본 낙운희는 순간 너무 안타까웠다. 그녀는 낙청연을 노려보더니 말했다: “언니가 이 모양이 됐는데도 어찌 언니를 침상 뒤에 숨겨둔단 말이야! 그러고 너는 어찌 그토록 차분하고 느긋하게 앉아있을 수가 있냐고 말이다!’낙용은 엄격하게 질책했다: “운희, 언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언니는 무슨! 저에게 언니는 오직 낙랑랑뿐입니다, 저는 낙청연을 언니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습니다!” 낙운희는 흥분하여 반박했다.낙청연은 낙운희를 외면하고 낙랑랑의 맥을 짚더니 낙용을 보면서 말했다: “고모, 염려 마십시오. 낭언니는 괜찮습니다. 상대방의 목적은 그저 언니를 깊이 잠들게 하는 것인 것 같습니다. 하여 약을 그리 독하게 쓰지 않았습니다.”“제가 처방전을 드릴 테니, 되도록 빨리 약을 지어 언니에게 복용하면 몸은 그리 상하진 않을 겁니다.” 낙청연은 말했다.낙용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그래, 오늘 수고가 많았다! 네가 아니었다면 낭낭은 오늘……”낙용은 다시
”태부부의 어느 곳이 항상 축축합니까?” 낙청연은 급히 물었다.낙용은 이유를 몰랐지만, 그래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북쪽에 있는 청죽림(聽竹林)일 게다. 그곳 정원에는 작은 폭포가 계류를 끼고 있어서 바닥은 항상 축축하지, 예전에 운희가 그곳에 거주하다가 후에 옮긴 뒤로 그 정원은 여태껏 비어 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낙청연은 임옥미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눈치챘다.낙청연의 두 눈은 반짝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바로 그곳입니다!’낙용은 그녀가 갑자기 무엇 때문에 그 정원을 찾는지 어리둥절해졌다. 그래도 자신이 직접 낙청연과 부진환을 데리고 청죽림으로 향했다.청죽림은 태부부의 가장 모서리에 위치하였다. 거의 다니는 사람도 없고 아주 조용한 곳이었다.정원의 문을 열자, 바닥에 온통 축축한 발자국이 눈에 들어왔다.낙용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이곳은 비워 둔지 오래됐는데 누가 여기를 다녀온 것이야?”“임옥미입니다.” 낙청연은 바닥의 발자국이 임옥미의 발자국과 거의 비슷하다는 걸 보고 그녀임을 확신했다.“네가 어찌 그녀인 줄 아느냐?” 낙용은 깜짝 놀랐다. 낙청연이 아무리 귀신같이 잘 알아맞힌다고 한들 이 정도까지 가능하단 말인가?낙청연이 마침 입을 열려고 할 때 다락방에서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미간은 흔들리더니 말했다. “사람이 있습니다!”부진환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발견했다. 낙청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녀의 옆에 서 있던 그는 소탈하게 날아갔다.그녀와 낙용도 빠른 걸음으로 뒤쫓아갔다. 쫓아갔을 땐 부진환은 이미 그 사람을 붙잡고 있었다.그는 그 사람을 호되게 한 발로 차서 땅에 쓰러뜨리고 있었다.눈앞의 낯선 남자를 보고 낙용은 깜짝 놀랐다: “너는 누구냐?!”어떻게 태부부에 있는 것이냐!그러나 이때 부진환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사람은 제 왕부의 창고 관사, 유경입니다!”부진환의 차가운 목소리에는 살기가 숨겨져 있었다.낙용은 온통 놀란 표정이었다.부진환은 해명했다: “일전에 왕부에
유경의 겁에 질린 모습을 본 낙청연은 그를 마음속으로부터 경멸했다.방금 임옥미는 아무 말도 하려고 하지 않았고 심지어 위험을 무릅쓰고 유경을 태부부에 숨겨줬다. 하지만 이 남자는 제일 먼저 임옥미부터 배신하고 팔아넘겼다.임옥미의 옳고 그름을 떠나 유경의 이런 모습만 봐도 임옥미는 너무 불쌍했다.“무엇을 묻었느냐? 어느 곳에 묻었느냐?” 낙청연은 즉시 물어보았다.유경은 일어서더니 폭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입니다!”몇몇 사람들이 앞으로 다가갔다.낙청연은 폭포 밑에 숨겨둔 물건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녀의 두 눈은 갑자기 휘둥그레졌다.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폭포에서 물건을 꺼냈다.“이것은……” 낙용은 이 물건이 유난히 눈에 익었다.“인사번(引屍幡).” 낙용은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그래서 오늘 태부부에 시체가 나타난 거였구나! 보아하니 태부부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 사람들은 이미 시체 였던게야.”“태부부에 인사번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정상적인 사람들처럼 행동할 수 있었던 게야, 이 모든 것은 매우 거대한 음모가 분명하구나!”오늘 제때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이 시체들은 누군가의 조종하에 미쳐버릴 것이다. 그럼 오늘 태부부의 빈객들은 봉변을 당했을 것이고 만일 한두 명만 죽었어도 이는 경도 전체를 뒤흔드는 아주 큰 중안(重案)이 되었을 것이다!필경 오늘 축수(祝壽)하러 온 분 중에는 단 한 명도 보통 분이 없었다.전부 다 조정 대신들이었다!만일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태부부는 큰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낙용도 당연히 이 모든 것을 의식했기 때문에 등골이 오싹했다. 더 깊게 생각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이 배후에 있는 사람은, 보아하니 저와 태부부를 일망타진(一網打盡)할 생각이군요! 수단이 참으로 악랄합니다!” 부진환은 눈을 찡그리더니 서늘한 한기가 일어났다.낙용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렇게 큰 그림은 절대로 임옥미가 혼자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로군요! 이 배후에는 다른 주모자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반드시 심
낙청연은 미간을 찡그리더니 말했다: “지금 제가 죽였다고 의심하시는 건가요?”부진환은 시선을 돌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미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낙청연은 해명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무력 해졌다. 해명하면 할수록 뭔가 있는 듯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지금 이 시각, 부진환은 확실히 의심하고 있다. 필경 이 인사번은 낙청연이 들고 있었고 게다가 그녀가 주동적으로 다가가 유경을 만졌기 때문이다.가장 중요한 건, 그는 이 모든 짓이 엄가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낙청연과 엄가의 관계는 서로 뗄 수 없는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낙용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임옥미를 심문할 수밖에 없군요.”낙용은 유경의 시신을 잘 지키라고 당부하고 세 사람은 청죽림에서 나왔다.한편 서상방에서는 낙운희가 임옥미에게 형을 가해 자백을 강요했다. 채찍으로 임옥미를 죽도록 갈겼지만, 그녀는 단 한 글자도 말하지 않았다.“천박한 계집! 우리 가족 모두 너를 그렇게 잘 대해줬는데 어찌 그리 음독한 수로 언니를 해하려고 했단 말이냐? 언니가 너한테 얼마나 많은 정을 베풀었는데 감히 언니의 순결을 짓밟아 언니의 목숨을 앗아가려고 했단 말이냐?”낙운희는 매우 화가 났다. 언니는 항상 사람을 상냥하게 대했고, 하인들에게도 항상 너그러웠으며, 임옥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친절했다!그런 언니에게 그녀는 감사는커녕 오히려 언니를 해하려고 했다! 언니는 얼마나 선량한 사람인가! 오늘 하마터면 이 천박한 계집종에게 화를 당할뻔했다!임옥미는 죽을힘을 다해서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다. 그녀는 한 글자도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이때, 낙청연이 방에 들어왔다.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지키고자 하는 정랑(情郎)은 네가 모를 뿐, 잡히더니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너를 팔아넘기는 것이 더구나.”“인사번도 그 사람이 자백한걸, 말하기를 네가 묻었다고 하더구나.”이 말을 듣던, 임옥미는 흠칫 놀라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낙청
하지만 두 눈은 아직도 크게 뜨고 있었고, 목구멍 쪽에는 빨갛게 부어 있었다. 목을 긁으려고 했던 게 분명했다. 하지만 묶여 있었기 때문에 긁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진 것이었다.“유경과 똑 같은 방식으로 죽었습니다.” 낙청연은 미간을 찡그렸다.부진환은 지복(喉嚨)으로 임옥미의 목구멍을 가볍게 눌렀더니, 새까만 벌레가 임옥미의 입에서 기어 나왔다.부진환은 깔끔하게 비수로 찔러서 없애 버렸다.또 똑같은 고충이었다.그리하여, 낙청연은 또 한 번 부진환의 그 차갑고 의심스러워하는 눈빛을 받아야 했다.낙청연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어찌 자꾸 저만 쳐다보십니까? 혹 의심하시면 증거를 내놓으세요!”부진환은 다시 한번 임옥미를 쳐다보더니 쪼그라든 미간은 약간 짜증이 섞였다. “내게 증거가 있었다면, 너의 목숨은 벌써 날아갔을 것이다.”낙청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날카롭고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좋아요, 그럼 저는 왕야께서 제가 했다는 증거를 찾기 바랄게요!”듣고 있던 낙용은 그저 부부 사이의 말장난으로만 생각했다.하지만 옆에 있던 낙운희는 진담으로 들었다. 그녀는 갑자기 앞으로 다가와 낙청연의 옷깃을 잡더니, 화나서 캐물었다: “낙청연! 너 맞지?!”“네가 감히 언니를 해치려 한다면, 나는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낙용은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낙운희를 잡아당겼다. “운희야! 어서 놓거라!”“오늘 만약 청연이 아니었다면, 랑랑은 어찌 됐을지 아직도 모르겠느냐?”자신의 어머니가 이토록 낙청연의 편을 들고, 온통 낙청연에 대한 고마움과 신뢰로 가득한 걸 보고 낙운희는 몹시 화가 났다.“어머니! 낙청연은 바로 어머니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녀의 목적은 순수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쉽게 그녀를 믿어서는 안 됩니다! 임옥미도 그녀가 증거를 소멸하기 위해서 죽였을지도 모릅니다!”낙용은 듣더니 몹시 화가 났다. 이 딸은 언제나 이토록 반항적이다. 무슨 말을 하든 꼭 그녀와 맞서길 좋아한다. 지금은 낙청연이 보는 앞에서까지 이토록
”노향환(露香丸)입니다!”말이 떨어지자, 부진환과 낙용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들어본 적이 없다.낙청연은 의심스러워하는 그들을 보더니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해석했다:“노향환은 고충을 먹이는 환약입니다. 만약 이 환약을 사람이 복용한 후 고충을 풀어주면 고충은 이 환약을 먹기 위해서 사람의 체내에 파고들어 살갗을 파헤치고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부진환의 미간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네가 어찌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느냐?”고충을 이용한 술법은 그가 들은 바 있지만 이런 금시초문이다. 낙청연은 어떻게 이토록 자세히 알고 있다는 말인가?낙청연은 부진환이 의심할 줄 알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서책에서 읽었습니다. 이 향기와 독소는 서책에 있는 내용과 똑같습니다. 그리고 고충은 당신도 보셨고요.”낙용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는 듣고 나서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 배후에 있는 주모자는 이렇게 커다란 음모와 함정을 가지고 있다니! 그는 계획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서 먼저 그들에게 노향환을 먹인 게야! 만약 계획이 실패하면 고충만 풀면 그들을 죽음으로 몰수 있을 테니까! 죽은 사람은 아무 말도 없으니까!”부진환의 두 눈에는 차가운 한기가 서렸다. “이로부터 미루어보면 이 배후의 주모자는 오늘 태부부에서 시시각각 지켜보고 있었다는 얘기군요, 때문에 딱 맞게 고충을 풀었겠지요!”낙용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러네요! 랑랑을 해하려던 계획이 실패하자 고충을 푼 게로군요.”그들의 분석은 확실히 그럴싸했다. 낙청연의 마음속에도 생각이 있었지만, 증거가 없었기에 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반면, 부진환은 낙청연에 대한 의심은 한층 더 깊어졌다.낙랑랑을 구하고, 또 증거 소멸을 위해 사람을 죽인 것, 이 두 가지는 결코 충돌하지 않는다.“왕야, 이건 중요한 일입니다. 제 마음속에도 약간 고려되는 부분이 있으니 저의 아버지와 함께 상의해보는 건 어떠실까요?” 낙용은 머리를 돌려 부진환을 쳐다보았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제 뜻
낙청연은 매우 곤혹스러웠다. 이궁의난은 대체 무엇을 말하는가?그녀는 일전에 병을 앓아 기억을 잃은 적이 있기 때문에 예전의 일들은 모두 잊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 네 글자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이 시각, 당연히 어리둥절했다.멍하니 서 있는데, 부진환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은 매우 은밀하니, 알고 있는 사람이 적을수록 안전합니다. 그러니 왕비는 일단 먼저 나가주십시오.”낙청연은 놀란 표정으로 부진환을 쳐다보았다. 생각하는 척하는 그의 가식적인 얼굴과 달리 눈에는 분명히 경계와 의심으로 가득차 있었다!하지만 낙태부도 그녀를 보더니 말했다: “왕야의 말씀이 지당하다. 오래된 일이니 모르는 편이 낫다. 청연아, 일단 나가서 랑랑을 돌보거라.”낙태부의 근심 어린 표정은 진정으로 낙청연이 이 일에 연루될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그녀를 위해서 듣지 말라고 하는 게 분명했다.하지만 부진환은 이 점을 이용하여 그녀를 따돌리고 있었다!낙청연의 마음은 억울하고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예.”이어 방을 나갔다.하지만 서상방에는 낙운희가 낙랑랑을 돌보고 있을 텐데 그녀가 간다면 또 낙운희와 충돌이 일어날 게 뻔했다.그녀는 낙운희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낙랑랑의 휴식에 방해할까 봐 걱정됐다.한참 밖에서 걷고 있는데, 계집종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도움을 청했다: “왕비, 승상 대인과 낙가의 둘째 소저가 관저에서 태부를 만나뵙겠다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지만 감히 태부에게 전해드리지 못하겠습니다. 혹 왕비께서 무슨 좋은 방도라도 있으실까요?”낙태부는 승상 대인을 제일 미워한다. 그러니 감히 통보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승상 대인에게도 밉보여선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우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낙청연은 눈을 찡그리더니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괜찮다. 내가 보낼 테니 걱정하지 마라.”“그럼 왕비께 감사드립니다!” 계집종은 무척 기뻐했다.이 시각 편청 내, 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