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향환(露香丸)입니다!”말이 떨어지자, 부진환과 낙용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들어본 적이 없다.낙청연은 의심스러워하는 그들을 보더니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해석했다:“노향환은 고충을 먹이는 환약입니다. 만약 이 환약을 사람이 복용한 후 고충을 풀어주면 고충은 이 환약을 먹기 위해서 사람의 체내에 파고들어 살갗을 파헤치고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부진환의 미간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네가 어찌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느냐?”고충을 이용한 술법은 그가 들은 바 있지만 이런 금시초문이다. 낙청연은 어떻게 이토록 자세히 알고 있다는 말인가?낙청연은 부진환이 의심할 줄 알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서책에서 읽었습니다. 이 향기와 독소는 서책에 있는 내용과 똑같습니다. 그리고 고충은 당신도 보셨고요.”낙용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는 듣고 나서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 배후에 있는 주모자는 이렇게 커다란 음모와 함정을 가지고 있다니! 그는 계획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서 먼저 그들에게 노향환을 먹인 게야! 만약 계획이 실패하면 고충만 풀면 그들을 죽음으로 몰수 있을 테니까! 죽은 사람은 아무 말도 없으니까!”부진환의 두 눈에는 차가운 한기가 서렸다. “이로부터 미루어보면 이 배후의 주모자는 오늘 태부부에서 시시각각 지켜보고 있었다는 얘기군요, 때문에 딱 맞게 고충을 풀었겠지요!”낙용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러네요! 랑랑을 해하려던 계획이 실패하자 고충을 푼 게로군요.”그들의 분석은 확실히 그럴싸했다. 낙청연의 마음속에도 생각이 있었지만, 증거가 없었기에 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반면, 부진환은 낙청연에 대한 의심은 한층 더 깊어졌다.낙랑랑을 구하고, 또 증거 소멸을 위해 사람을 죽인 것, 이 두 가지는 결코 충돌하지 않는다.“왕야, 이건 중요한 일입니다. 제 마음속에도 약간 고려되는 부분이 있으니 저의 아버지와 함께 상의해보는 건 어떠실까요?” 낙용은 머리를 돌려 부진환을 쳐다보았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제 뜻
낙청연은 매우 곤혹스러웠다. 이궁의난은 대체 무엇을 말하는가?그녀는 일전에 병을 앓아 기억을 잃은 적이 있기 때문에 예전의 일들은 모두 잊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 네 글자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이 시각, 당연히 어리둥절했다.멍하니 서 있는데, 부진환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은 매우 은밀하니, 알고 있는 사람이 적을수록 안전합니다. 그러니 왕비는 일단 먼저 나가주십시오.”낙청연은 놀란 표정으로 부진환을 쳐다보았다. 생각하는 척하는 그의 가식적인 얼굴과 달리 눈에는 분명히 경계와 의심으로 가득차 있었다!하지만 낙태부도 그녀를 보더니 말했다: “왕야의 말씀이 지당하다. 오래된 일이니 모르는 편이 낫다. 청연아, 일단 나가서 랑랑을 돌보거라.”낙태부의 근심 어린 표정은 진정으로 낙청연이 이 일에 연루될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그녀를 위해서 듣지 말라고 하는 게 분명했다.하지만 부진환은 이 점을 이용하여 그녀를 따돌리고 있었다!낙청연의 마음은 억울하고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예.”이어 방을 나갔다.하지만 서상방에는 낙운희가 낙랑랑을 돌보고 있을 텐데 그녀가 간다면 또 낙운희와 충돌이 일어날 게 뻔했다.그녀는 낙운희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낙랑랑의 휴식에 방해할까 봐 걱정됐다.한참 밖에서 걷고 있는데, 계집종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도움을 청했다: “왕비, 승상 대인과 낙가의 둘째 소저가 관저에서 태부를 만나뵙겠다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지만 감히 태부에게 전해드리지 못하겠습니다. 혹 왕비께서 무슨 좋은 방도라도 있으실까요?”낙태부는 승상 대인을 제일 미워한다. 그러니 감히 통보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승상 대인에게도 밉보여선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우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낙청연은 눈을 찡그리더니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괜찮다. 내가 보낼 테니 걱정하지 마라.”“그럼 왕비께 감사드립니다!” 계집종은 무척 기뻐했다.이 시각 편청 내, 낙
그러나 낙청연은 더 이상 그에게 자신을 때릴 기회를 주지 않았다.갑자기 손을 들더니 낙해평의 손목을 잡았다.매서운 눈빛으로 낙해평을 쳐다보면서, 일자일구(一字一句)협박 섞인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아버지, 낙태부가 아버지께 하신 말씀을 부디 기억하시길 바랍니다!”“제가 비록 당신의 딸은 맞지만, 지금은 시집가서 다른 이의 부인이 되었으니, 아버지가 저를 훈육할 차례는 아닌 것 같군요! 아버지의 차례가 되었다! 그때는 아버지께서 매를 들기전에 딸을 때리시는 건지? 아니면 섭정왕비를 때리시는 건지 또 다시 한번 생각하시기 바랍니다!”그녀의 어투는 몹씨 날카로웠다. 그러더니 잡고 있던 낙해평의 손을 호되게 뿌리쳤다.둘째 숙부가 경고했던 말을 떠올리더니, 낙해평은 들끓는 분노를 억지로 눌렀고, 등 뒤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고는 다시 손을 대지 않았다.낙월영은 화가 난 나머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낙청연, 이 천박한 계집, 지금은 낙태부라는 믿는 구석이 생겨서 아버지마저 그녀를 어쩌지 못하고 있다!천박한 계집, 잔꾀가 어쩜 저리도 많을까! 그녀는 대체 어떻게 낙부인과 낙태부를 달래고 속였을까?낙월영은 낙해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아버지, 상대하지 마세요, 둘째 할아버지만 만나 뵈면 됩니다!”낙월영이 바로 할아버지라고 부르자, 낙청연은 자기도 모르게 비웃었다.“시간을 낭비하지 말거라, 할아버지는 너희를 만나주지 않을 것이다.”“나 더러 너희들을 내쫓으라고 하셨는데, 아! 아니다. 배웅해 드리라고 했지!” 낙청연의 입가에는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이 말은 낙해평과 낙월영의 표정을 순간 굳어버리게 했으며 또한 새파랗게 질리게 했다.“낙청연, 네가 지금 일부로 낙태부를 못 만나게 하는 거지! 어떻게 그리 악독할 수가 있는 거야!”낙월영은 속에 불이 났다. 낙청연이 그녀보다 먼저 낙태부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낙청연은 담담하게 웃더니 말했다: “지금은 내가 당신들을 보내드리는 거지만 좀 이따 사
낙용은 방에서 나오더니, 낙청연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얼굴은 한층 더 어두웠고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방으로 가서 얘기하자.”--방에 들어가서 방문을 닫고 그녀들은 앉았다. 낙용은 그제야 말했다: “네가 많은 의혹들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왕야께서 말씀하신 이궁의난은 너에게 말해줄 수 없다.”“그 일은 전체 황궁에 이어 전체 경도의 금기 사항이다. 절대로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 너도 바깥에서는 절대로 이궁이란 두 글자를 입에 올리지 말거라.”비록 고모는 그녀를 위해서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낙청연은 알고 있었지만 여기까지 듣고 나니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아마도 부진환이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에 그녀는 더 말해주지 않는 것 같다. 그녀를 위한다는 핑계로 경계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낙청연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예! 그럼 더 이상 여쭤보지 않겠습니다.”“그런데, 배후의 주모자가 누구인지 상의해 보셨습니까? 이번에 이 큰 계획이 실패했으니,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낙용은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보다시피 네 할아버지의 위망(威望)은 아주 높아. 우리 가족은 누구한테 미움을 산적이 없다. 비록 네 아버지와 사이가 별로 안 좋지만 그래도 그건 그저 집안일일 뿐이다.”말하더니, 또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목적은 섭정왕부인 것 같구나! 이 일이 지나고 나면, 집안이 다시 평안해지기를 바라야지!”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목적이 부진환이라고? 그럼 여러 해 동안이나 계획을 준비할 것까지 없는데!필경 화상 사건은 이미 몇 년 전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다.그녀는 낙용이 자신에게 감추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다만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아마 이는 매우 큰 사건과 연관되어있기에 그녀에게 말하지 않는 것 같았다.물론, 부진환이 말하지 못하게 했을 수도 있다.“좀 이따 제가 태부부 전체를 샅샅이 검사해보겠습니다.태부부에
등 어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긴장하고 당황한 표정을 보고 낙청연은 이미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녀는 쏜살같이 방에서 뛰쳐나갔다.부진환의 정원은 경계가 삼엄하였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연이어 발에 차여서 쫓겨나왔다. 싸우는 소리와 방안에서 여인의 울음소리가 섞여서 들렸왔다.낙청연이 도착했을 때, 소소가 마침 부진환의 발에 차여서 쫓겨났다.그는 아주 세게 바닥에 넘어졌다.“왕비 마마 지금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소유는 즉시 낙청연을 가로막았다. 지금 왕야는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감히 낙청연을 접근하게 놔둘 수 없었다.“어서 비키거라!” 낙청연은 미간을 찡그리더니 바로 소유를 밀치고 방안으로 뛰쳐들어갔다.“왕비!” 소유는 쫓아갔지만 낙청연은 이미 문을 닫아버렸고 문 고리까지 걸어버렸다.지금 부진환의 눈에는 짙은 살기가 들끓었고 미간에는 한 줄기의 새빨간 살기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거의 미쳐 있었고 혼탁한 눈빛에서는 거의 맑은 빛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강렬하고 위험한 숨결을 내뿜고 있었다.부진환은 그녀를 보는 순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미친 듯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낙청연은 경각심을 높여 재빨리 피했다. 그녀는 손에 은 침을 쥐고 부진환이 어쩔 새 없이 그의 뒷목에 바로 침 한 방을 놓았다. 침을 맞은 부진환은 비틀거리더니 바닥에 쓰러졌다.그제야 떨렸던 낙청연은 한시름 놓았다. 그녀는 무력으로 부진환을 이길 수 없었다. 게다가 이성까지 잃은 부진환은 더욱 상대하기 어려웠다.그녀는 그제야 벽 모퉁이에 웅크리고 앉아서 울고 있는 낙월영을 보았다. 그녀의 첩지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소매가 찢어진 흔적은 아주 자세하게 방금 일어난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었다.낙월영은 아주 슬프게 울고 있었다. 정말로 억울해서 속상해하고 있었다.낙청연은 담담하게 그녀를 슬쩍 쳐다보았다. 원래는 소유더러 왕야를 침상으로 옮기라고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갑자기 그녀의 눈에 청색의 빛이 들어왔다.그녀의 눈은 휘둥그레졌다!그 땅 위에 있는 건,
그녀는 곧 죽게 되었다!낙월영의 눈빛은 점점 불타올랐고 심지어 약간의 광기까지 띄고 있었다.그러나 낙월영이 한창 기대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절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왕야! 멈추십시오!”소유와 소소 그리고 고 신의가 뛰쳐들어왔다. 두 사람은 급히 부진환의 팔을 잡았고 고 신의는 부진환의 몇 곳 혈 자리에 침을 놔 부진환을 온전히 기절시켰다.부진환의 몸이 나른해지는 그 순간,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그 강력한 힘은 끝내 사라졌다. 낙청연은 드디어 풀려났고 마치 다시 생명을 얻은 사람처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녀는 크게 숨을 내쉬면서 아픈 자신의 목을 만져 보았다. 그리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침상에 옮겨지는 부진환을 쳐다보았다.부진환은 한 달 동안 왕부를 떠나 요양하러 갔었다. 그는 태부의 생신인 전날에야 돌아왔다. 하지만 한 달 동안 그의 병은 아무런 호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심해져 돌아왔다.부진환의 병증은 이대로 나아간다면 그는 다른 사람의 조종을 받고 걸어 다니는 송장이 될 것이고 최후는 스스로 죽음을 자초할 것이다.배후의 주모자는 부진환이 태부부에서 이처럼 발광할 것을 바랐지만 낙청연에 의해 그 계획이 실패한 것이다.또한 낙청연도 부진환이 오늘 저녁에 다시 재발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신의는 부진환의 증상을 관찰한 후 급히 말했다: “어서 빨리 약을 달이고, 목욕물을 받아주세요! 왕야를 얼른 목욕시켜야 합니다!”소유는 즉시 사람을 불러 준비시켰다.당분간은 왕야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소유는 앞으로 다가와서 낙청연을 부축했다. “왕비, 괜찮으십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두려움이 남아있었다.고 신의가 다가와서 낙청연의 목에 난 상처를 보더니 말했다: “좀 이따 제가 고약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매일 발라주십시오.”“왕비, 비록 의술을 조금 아신다고는 하시지만, 다음에는 절대 이렇게 무모하게 뛰어들면 안 됩니다. 너무 위험했습니다.” 고 신의는 신신당부했다.전혀 두려움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고 신의는 언제부터 그곳에 서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던 거지?방금 그녀가 소유와 한 말들을 그가 다 들었을까?낙청연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네가 봤느냐? 왕야의 증세가 그전에 왕부의 하인들이 발광하던 모습과 흡사하지 않느냐?”“지금 왕야는 곳곳마다 나를 경계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왕야의 일은 내가 끼어들지 않는 편이 좋겠구나, 그저 좋은 마음으로 귀띔해주는 게다.”듣더니, 소유는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고 마음속으로부터 한기가 올라왔다.그래 맞다. 왕비는 그날 밤 일을 말씀하신다. 오늘 밤 증상은 참으로 그날 밤과 비슷했다. 혹시 정말 어떤 사악한 기운이 들린 건가?“예, 왕비의 말씀, 감사드립니다.’낙청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신의 정원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소유가 떠나는 발걸음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그 음산한 시선은 아직도 느낄 수 있었다.고 신의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섭정왕부와 태부부가 뜻밖에도 엮여서 관련이 있게 되었으니, 이 일의 배후에 있는 주모자는 수완이 뛰어날 것이다. 이 고 신의도 분명 그들의 사람일 것이다.하지만 그녀의 지금 실력으로는 그 배후의 세력들과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다. 보아하니 요즘은 조심하는 편이 좋겠다.그녀는 생각하면서, 정원으로 돌아왔다.“왕비, 왕야의 그곳……” 등 어멈은 걱정스럽게 물었다.낙청연은 머리를 흔들더니 말했다: “괜찮다, 걱정 안 해도 된다.”하지만 등 어멈은 그녀의 목에 난 상처를 보았다. “하지만 왕비 마마의 목이……”낙청연은 아직도 아파오는 목을 만지면서 방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괜찮다.”등 어멈은 그녀를 부축해서 방으로 들어가서 그녀의 시중을 들면서 말했다: “제가 알아보았는데, 낙가의 둘째 소저가 상처 때문에 불만이 대단하답니다. 왕야에게 약을 구해 달라고 계속 조르고 있답니다.”“왕야는 낙가의 둘째 소저를 한 달 동안이나 피해있었는데 지금 기회를 다시 찾았으니, 왕야를 들볶지 않겠습니까? 오늘 밤도 왕야의 방에서 울음
“그렇다면 오황자의 치수도 재어 옷을 두어 벌 만들지요.”부진환의 차가워진 눈빛에 낙청연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왕야께서는 그리 옹졸한 분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이 저택의 모든 이와 이 저택의 사람이 아닌 낙월영도 새 옷이 있는데 왕야의 친동생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낙청연은 드물게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으나 그 내용은 그리 듣기 좋은 것이 아니었다.부진환은 낙청연의 말에 표정이 어두워졌고 말투도 싸늘해졌다.“내 다섯째 동생에게 관심이 참 많구나.”낙청연은 눈썹을 까딱이면서 비아냥댔다.“왕야를 보고 배워서 그렇지요.”부진환의 안색은 무척 어두웠고 낙청연은 냉담하게 몸을 돌려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소유는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는 얼른 왕야를 부축하며 말했다.“왕야,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고 신의 말씀을 잊으셨습니까? 화를 참으셔야 합니다.”부진환은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는 차가운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고 신의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낙청연을 내쫓으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지도 모르지.”낙청연이 시집온 뒤로 왕부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가 쉬이 성을 내게 된 것도 낙청연 때문이었다.그러나 소유는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그러나 어젯밤은 둘째 아씨 때문에 왕야께서…”그 말에 부진환은 고개를 들어 날 선 눈빛으로 소유를 쏘아봤다.“지금 낙청연의 편을 드는 것이냐?”소유는 고개를 숙였다.“그럴 리가요. 전 다만 사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소인은 왕비 마마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둘째 아씨는 좋은 점이라고는 없죠. 왕야께서 이렇게까지 둘째 아씨를 감싸고 돌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둘째 아씨가 진정 이해심이 깊고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자였다면 계속 왕야를 귀찮게 해서는 안 되지요.”소유는 누구의 편을 들어주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는 오로지 왕야만을 생각했다.—부진환의 정원에서 나온 뒤 낙청연은 남각으로 향했다.마르고 병약한 몸이 뒷짐을 진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