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어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긴장하고 당황한 표정을 보고 낙청연은 이미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녀는 쏜살같이 방에서 뛰쳐나갔다.부진환의 정원은 경계가 삼엄하였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연이어 발에 차여서 쫓겨나왔다. 싸우는 소리와 방안에서 여인의 울음소리가 섞여서 들렸왔다.낙청연이 도착했을 때, 소소가 마침 부진환의 발에 차여서 쫓겨났다.그는 아주 세게 바닥에 넘어졌다.“왕비 마마 지금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소유는 즉시 낙청연을 가로막았다. 지금 왕야는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감히 낙청연을 접근하게 놔둘 수 없었다.“어서 비키거라!” 낙청연은 미간을 찡그리더니 바로 소유를 밀치고 방안으로 뛰쳐들어갔다.“왕비!” 소유는 쫓아갔지만 낙청연은 이미 문을 닫아버렸고 문 고리까지 걸어버렸다.지금 부진환의 눈에는 짙은 살기가 들끓었고 미간에는 한 줄기의 새빨간 살기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거의 미쳐 있었고 혼탁한 눈빛에서는 거의 맑은 빛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강렬하고 위험한 숨결을 내뿜고 있었다.부진환은 그녀를 보는 순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미친 듯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낙청연은 경각심을 높여 재빨리 피했다. 그녀는 손에 은 침을 쥐고 부진환이 어쩔 새 없이 그의 뒷목에 바로 침 한 방을 놓았다. 침을 맞은 부진환은 비틀거리더니 바닥에 쓰러졌다.그제야 떨렸던 낙청연은 한시름 놓았다. 그녀는 무력으로 부진환을 이길 수 없었다. 게다가 이성까지 잃은 부진환은 더욱 상대하기 어려웠다.그녀는 그제야 벽 모퉁이에 웅크리고 앉아서 울고 있는 낙월영을 보았다. 그녀의 첩지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소매가 찢어진 흔적은 아주 자세하게 방금 일어난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었다.낙월영은 아주 슬프게 울고 있었다. 정말로 억울해서 속상해하고 있었다.낙청연은 담담하게 그녀를 슬쩍 쳐다보았다. 원래는 소유더러 왕야를 침상으로 옮기라고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갑자기 그녀의 눈에 청색의 빛이 들어왔다.그녀의 눈은 휘둥그레졌다!그 땅 위에 있는 건,
그녀는 곧 죽게 되었다!낙월영의 눈빛은 점점 불타올랐고 심지어 약간의 광기까지 띄고 있었다.그러나 낙월영이 한창 기대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절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왕야! 멈추십시오!”소유와 소소 그리고 고 신의가 뛰쳐들어왔다. 두 사람은 급히 부진환의 팔을 잡았고 고 신의는 부진환의 몇 곳 혈 자리에 침을 놔 부진환을 온전히 기절시켰다.부진환의 몸이 나른해지는 그 순간,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그 강력한 힘은 끝내 사라졌다. 낙청연은 드디어 풀려났고 마치 다시 생명을 얻은 사람처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녀는 크게 숨을 내쉬면서 아픈 자신의 목을 만져 보았다. 그리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침상에 옮겨지는 부진환을 쳐다보았다.부진환은 한 달 동안 왕부를 떠나 요양하러 갔었다. 그는 태부의 생신인 전날에야 돌아왔다. 하지만 한 달 동안 그의 병은 아무런 호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심해져 돌아왔다.부진환의 병증은 이대로 나아간다면 그는 다른 사람의 조종을 받고 걸어 다니는 송장이 될 것이고 최후는 스스로 죽음을 자초할 것이다.배후의 주모자는 부진환이 태부부에서 이처럼 발광할 것을 바랐지만 낙청연에 의해 그 계획이 실패한 것이다.또한 낙청연도 부진환이 오늘 저녁에 다시 재발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신의는 부진환의 증상을 관찰한 후 급히 말했다: “어서 빨리 약을 달이고, 목욕물을 받아주세요! 왕야를 얼른 목욕시켜야 합니다!”소유는 즉시 사람을 불러 준비시켰다.당분간은 왕야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소유는 앞으로 다가와서 낙청연을 부축했다. “왕비, 괜찮으십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두려움이 남아있었다.고 신의가 다가와서 낙청연의 목에 난 상처를 보더니 말했다: “좀 이따 제가 고약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매일 발라주십시오.”“왕비, 비록 의술을 조금 아신다고는 하시지만, 다음에는 절대 이렇게 무모하게 뛰어들면 안 됩니다. 너무 위험했습니다.” 고 신의는 신신당부했다.전혀 두려움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고 신의는 언제부터 그곳에 서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던 거지?방금 그녀가 소유와 한 말들을 그가 다 들었을까?낙청연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네가 봤느냐? 왕야의 증세가 그전에 왕부의 하인들이 발광하던 모습과 흡사하지 않느냐?”“지금 왕야는 곳곳마다 나를 경계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왕야의 일은 내가 끼어들지 않는 편이 좋겠구나, 그저 좋은 마음으로 귀띔해주는 게다.”듣더니, 소유는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고 마음속으로부터 한기가 올라왔다.그래 맞다. 왕비는 그날 밤 일을 말씀하신다. 오늘 밤 증상은 참으로 그날 밤과 비슷했다. 혹시 정말 어떤 사악한 기운이 들린 건가?“예, 왕비의 말씀, 감사드립니다.’낙청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신의 정원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소유가 떠나는 발걸음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그 음산한 시선은 아직도 느낄 수 있었다.고 신의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섭정왕부와 태부부가 뜻밖에도 엮여서 관련이 있게 되었으니, 이 일의 배후에 있는 주모자는 수완이 뛰어날 것이다. 이 고 신의도 분명 그들의 사람일 것이다.하지만 그녀의 지금 실력으로는 그 배후의 세력들과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다. 보아하니 요즘은 조심하는 편이 좋겠다.그녀는 생각하면서, 정원으로 돌아왔다.“왕비, 왕야의 그곳……” 등 어멈은 걱정스럽게 물었다.낙청연은 머리를 흔들더니 말했다: “괜찮다, 걱정 안 해도 된다.”하지만 등 어멈은 그녀의 목에 난 상처를 보았다. “하지만 왕비 마마의 목이……”낙청연은 아직도 아파오는 목을 만지면서 방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괜찮다.”등 어멈은 그녀를 부축해서 방으로 들어가서 그녀의 시중을 들면서 말했다: “제가 알아보았는데, 낙가의 둘째 소저가 상처 때문에 불만이 대단하답니다. 왕야에게 약을 구해 달라고 계속 조르고 있답니다.”“왕야는 낙가의 둘째 소저를 한 달 동안이나 피해있었는데 지금 기회를 다시 찾았으니, 왕야를 들볶지 않겠습니까? 오늘 밤도 왕야의 방에서 울음
“그렇다면 오황자의 치수도 재어 옷을 두어 벌 만들지요.”부진환의 차가워진 눈빛에 낙청연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왕야께서는 그리 옹졸한 분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이 저택의 모든 이와 이 저택의 사람이 아닌 낙월영도 새 옷이 있는데 왕야의 친동생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낙청연은 드물게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으나 그 내용은 그리 듣기 좋은 것이 아니었다.부진환은 낙청연의 말에 표정이 어두워졌고 말투도 싸늘해졌다.“내 다섯째 동생에게 관심이 참 많구나.”낙청연은 눈썹을 까딱이면서 비아냥댔다.“왕야를 보고 배워서 그렇지요.”부진환의 안색은 무척 어두웠고 낙청연은 냉담하게 몸을 돌려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소유는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는 얼른 왕야를 부축하며 말했다.“왕야,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고 신의 말씀을 잊으셨습니까? 화를 참으셔야 합니다.”부진환은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는 차가운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고 신의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낙청연을 내쫓으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지도 모르지.”낙청연이 시집온 뒤로 왕부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가 쉬이 성을 내게 된 것도 낙청연 때문이었다.그러나 소유는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그러나 어젯밤은 둘째 아씨 때문에 왕야께서…”그 말에 부진환은 고개를 들어 날 선 눈빛으로 소유를 쏘아봤다.“지금 낙청연의 편을 드는 것이냐?”소유는 고개를 숙였다.“그럴 리가요. 전 다만 사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소인은 왕비 마마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둘째 아씨는 좋은 점이라고는 없죠. 왕야께서 이렇게까지 둘째 아씨를 감싸고 돌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둘째 아씨가 진정 이해심이 깊고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자였다면 계속 왕야를 귀찮게 해서는 안 되지요.”소유는 누구의 편을 들어주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는 오로지 왕야만을 생각했다.—부진환의 정원에서 나온 뒤 낙청연은 남각으로 향했다.마르고 병약한 몸이 뒷짐을 진
낙청연은 조금 놀랐다. 산명 대사?사실 낙청연은 부운주에게 얘기해주고 싶었다. 그의 몸에는 깨끗하지 못한 것이 들러붙어 있지 않으니 산명 대사를 찾는다고 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오황자, 요즘 세상에는 사기꾼들이 많습니다. 혹시라도 금전을 사기당하지 않게 조심하세요.”낙청연은 이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부운주는 어쩌면 그녀보다도 더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은냥은 아주 중요했고 그것을 사기꾼한테 사기당한다면 아까운 일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사기꾼이 아닙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아주 유명한 산명 대사였습니다. 매일 딱 한 시진만 점을 쳐주는데 나오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분께 점을 본 사람들은 골치 아픈 일들을 전부 해결했다고 들었습니다. 저 또한 제 운에 맡겨보려고요. 어쩌면 진짜 될지도 모르지요.”부운주는 그 말을 할 때 눈을 반짝이고 있었고 낙청연은 그 모습에 마음이 아렸다.낙청연은 그가 거기에 가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굳이 찬물을 끼얹지는 않았다.낙청연이 물었다.“어디에 계시는 분이시랍니까? 제가 먼저 가보겠습니다. 정말 소문대로 용하신 분이라면 제가 가본 다음에 가보시지요.”부운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녀에게 주소를 주었다.치수를 다 재고 나서 낙청연은 이내 사람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등 어멈이 겨울옷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배분하러 가려고 하자 낙청연은 등 어멈에게 가는 길에 그 산명 대사에 대해 알아 오라고 시켰다.낙청연은 그 산명 대사를 사기꾼이라고 여겼는데 저녁에 등 어멈이 가지고 온 소식은 놀라웠다.“왕비 마마, 그 산명 대사 실력이 대단한 듯싶사옵니다. 창북길(昌北街)에 있은 지 좀 됐다는데 다들 용하다고 했사옵니다. 이 소식이 권세가에게도 알려져 아이를 낳고 싶은 부인들이 그 대사님을 여러 차례 모셨다는 얘기도 들었사옵니다. 하지만 그분은 자신이 직접 가서 점을 보거나 풍수를 보지는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만 고객을 받는다더군요.
낙청연은 그 여인의 관상을 봤다.확실히 산명 대사의 말대로 그 여인은 부부의 연이 조금 부족한 편이었으나 전체적인 관상을 보니 홀로 고독하게 살 관상은 아니었기에 인연이 조금 늦게 찾아올 듯했다.“감사합니다, 대사님!”그 여인은 은냥을 내려놓고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낙청연은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산명 대사는 그녀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큰일이든 사소한 일이든 상관하지 않고 열심히 점을 보고 있었고 한참을 관찰하던 낙청연은 그 산명 대사가 점을 꽤 잘 본다는 걸 발견했다.반 시진도 되지 않아 탁자 앞에 부스러기 은전이 가득 쌓였고 지초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왕비 마마, 오래 지켜보셨는데 혹 보아내신 게 있습니까?”낙청연은 한숨을 쉬었다.“진짜 잘 버는구나…”지초는 얼이 빠졌다.“네?”가득 쌓인 부스러기 은전은 대충 계산해봐도 백 냥은 거뜬할 것 같았다. 어쩐지 하루에 한 시진만 점을 본다 했는데, 한 시진만 봐도 백 냥 넘게 벌 수 있는 탓이었다.왕비는 무슨, 일찍 나와서 점이나 봐야 했는데.왕비보다 훨씬 더 돈이 되는 직업이었다.한 시진이 지나자 산명 대사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물건을 정리하고 은전을 챙겨 떠나려 했다.“여러분, 내일은 일찍 오세요.”말을 마치고 그는 골목 안으로 사라졌다.낙청연은 산명 대사가 길을 걸을 때 오른발이 불편하다는 걸 발견했다.곧 있으면 자신의 차례가 올 뻔했던 사람들은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 늦게 왔으니 어쩔 수 없이 오늘은 돌아가야 했고 내일 일찍 오는 수밖에 없었다.지초는 저도 모르게 감탄하며 말했다.“대단하네요. 그냥 이렇게 정리하고 돌아갈 줄은 몰랐습니다.”낙청연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지초야, 찻집에 들어가서 날 기다리고 있거라. 난 대사님을 찾아가 점을 쳐봐야겠다.”말을 마치고 낙청연은 발걸음을 옮겨 골목길로 향했다.같은 시각, 산명 대사는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왔는데 흰옷을 입은 사내가 정원에 서 있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누
여긴 무슨 일로 온 걸까?산명 대사는 약간 놀랐다. 위에서 자신에게 낚으라고 했던 사람이 미끼를 문 것이다.방 안은 삽시에 고요해졌고 낙청연은 계속해 울면서 말했다.“저는 매일 집안에서 부군의 학대를 받고 있습니다. 그중 몇 번은 목숨까지 잃을 뻔했지요. 게다가 제 친가에는 절 도와줄 사람이 없고 휴처를 바랄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제발 절 가엽게 여기시고 절 도와주세요.”그 말을 듣는 순간, 부진환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부군의 학대를 당하고 몇 차례 목숨을 잃을 뻔했다니? 헛소리!낙청연은 왕부에 있을 때 자신과 여러 차례 부딪쳤었고, 다른 이들에게 손찌검할 때도 기세등등했었는데 지금은 불쌍한 척을 하고 있었다.산명 대사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슬쩍 부진환을 쳐다봤다. 그녀를 학대했다는 부군이 마침 자신의 앞에 앉아있었다.“그렇다면 들어오시지요.”산명 대사의 대답에 부진환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그의 눈동자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그럼 전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부진환은 곧바로 몸을 일으켰고 산명 대사는 손을 뻗어 그를 만류했다.“먼저 오셨는데 어찌 가십니까? 괜찮습니다. 두 분 다 볼일이 많으신 건 아니니 아주 빨리 처리해 드릴 수 있습니다.”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고 낙청연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대사님.”낙청연이 입을 열려던 순간, 그녀는 부진환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부진환?저 사람이 왜 여기 있지?그럼 아까 문밖에서 한 얘기들도 전부 들은 것일까?부진환의 어두운 안색을 보니 아마도 들은 것 같았다.하지만 낙청연은 잠깐 당황했을 뿐 그녀는 다시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태연자약하게 말했다.“이곳에 또 손님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때를 잘못 찾아온 것 같네요.”산명 대사가 말했다.“당신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해결하러 온 분이십니다.”어려움을 해결한다고?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부진환을 힐끗댔다. 부진환의 안색이 더 어두워진 것을 확인한 그녀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의미심장
낙청연의 말을 들은 산명 대사는 표정이 심각했다. 그는 낙청연의 관상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동전을 한 움큼 집어 탁자 위로 뿌렸다.짧은 순간이었지만 낙청연은 산명 대사의 팔에 금방 생긴 듯한 화상을 발견했다. 아마도 최근 이틀간 생긴 상처인 듯했다.문득 그날 태웠던 초상화가 떠오른 낙청연은 그날 수도에 불이 붙었던 곳을 태부부가 조사해냈는지 궁금했다.산명 대사는 괘상(卦象)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이상하군. 정말 이상해. 대흉이야…”그는 뒷말을 마저 하지는 않았지만 심장이 쿵쿵 울렸다.그것은 분명 수명이 다한 자의 운명이었고 일반적으로 죽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괘상이었다.그러나 그의 앞에 있는 것은 분명 산 사람인데, 어찌…산명 대사는 순간 소름이 돋았고 두렵기도 했지만 이번의 임무를 잊지는 않았다.그는 말머리를 돌리며 말했다.“대흉이지만 분명 전환점이 존재합니다. 제가 물건을 준비해드릴 테니 내일 와서 가져가시지요. 오랫동안 몸에 지니고 있으면 분명 좋은 운이 따를 것이고 전환점이 찾아올 것입니다.”낙청연은 기쁜 듯이 말했다.“감사드립니다, 대사님!”낙청연 또한 그 괘상을 보았다. 이미 수명을 다한 운명이지만 살아갈 길이 보이니, 대흉이지만 대길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산명 대사는 지레 겁을 먹어 등허리가 서늘했다. 그는 자신의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낙청연은 지금 분명 죽은 사람이지만 그녀가 낙청연의 몸으로 다시 태어났으니 그것이 새로운 살길이었고 길한 징조였다.낙청연은 본인이 그와 경쟁 대상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 산명 대사의 실력을 시험해 볼 마음뿐이었으니 결과를 알았으면 떠나야 했다.그러나 그녀는 부진환이 이곳까지 찾아온 목적이 궁금했기에 자리를 뜨지 않고 있었다.“이 공자님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제가 대사님의 다리를 치료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의술을 익혔거든요. 대사님께서 제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그에 대한 보답으로 여겨주십시오.”산명 대사는 낙청연이 다리를 다친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에 살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