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은 서상방(西廂房)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한참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에 사람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것만 같았다.미간을 찌푸리고 손을 휘휘 저으니 그림자는 사라졌다.그러나 길을 걷다 보니, 그림자는 또다시 나타났다.세, 네 개의 그림자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부진환의 시선은 희미해지기 시작했지만, 그림자들은 더욱 선명 해졌다. 낙태부……인 것 같았다.재빨리 쫓아갔지만 어째서인지 눈앞의 시선은 한층 더 희미해졌다.부진환은 발걸음을 멈췄다.하지만 귓가에 낙태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눈앞의 희미한 그림자가 그를 향해 돌아보고 있었다.“진환, 어서 오거라, 멍하니 서서 뭐하는 게야?”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했다: “예.”그는 힘껏 머리를 흔들더니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다가갔다.하지만 부진환은 자신이 지금 서상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낙청연은 거의 제일 빨리 서상방에 도착했다. 그녀는 문도 두드리지 않은 채 바로 뛰어 들어갔다. “랑언니!”문을 밀고 들어가니, 낙랑랑은 침상에 누워있었다!그녀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설마 늦게 온 건 아니겠지?심장은 마치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서 낙랑랑을 끌어안았다.낙랑랑의 몸을 만져보더니 너무 뜨거워서 낙청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낙랑랑의 두 뺨은 열로 인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호흡도 몹시 가빠졌다. 이건 분명히 미독(媚毒) 증상이었다.그녀는 급히 낙랑랑의 옷을 검사하였다. 심지어 그녀의 옷을 찢어서 한 번 더 보았다.보고 난 낙청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다행이다, 다행이다!다행히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했다!그녀는 급히 물을 떠오더니 젖은 수건으로 낙랑랑의 이마와 목을 닦아주었다.다행히 미독 증상은 심한 편이 아니었고 살짝 가벼운 정도였다. 그래서 지금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이었다.그녀는 낙랑랑을 안고 방을 나가려고 했다.때마침 밖에서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남자의 발걸음
부진환은 극심한 아픔 때문에 반격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가 때리는 대로 맞고 있을 뿐이었다.사실 낙청연은 부진환이 절대 주동적으로 낙랑랑의 방으로 갈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물며 지금 그의 표정만 봐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건 누군가에게 당한 것이 틀림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녀가 화풀이하는 데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으니까!평소에 이런 좋은 기회는 절대 없으니까!부진환은 화가 극도로 치밀어 올라 끝내 참지 못하고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몸을 돌려 그녀를 침상에 깔아 눕혔다.“낙청연! 그만하거라!”낙청연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가까이 있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파란 핏줄이 튀어나왔고 음흉한 눈빛은 참으로 섬뜩했다.“놔주세요!’ 낙청연은 분노하여 발버둥 쳤다. 심지어 부진환의 그곳에 다리를 닿고는 협박이 섞인 어투로 말했다: “왕야, 그래도 놓지 않는다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한 번만 더 차이면 그는 사내 구실을 못 하게 될 판이었다.부진환은 듣더니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극심한 통증으로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낙청연, 살고 싶지 않다면 어디 한 번 해보거라!”두 사람이 한창 대치하고 있을 때였다.한편 정원 밖에 있던 임옥미는 방안의 움직임을 듣고 있었다. 방에서 나는 소리는 꽤 컸고 심지어 침상 판자마저 쿵 궁 울렸다. 그녀는 일이 이미 성사됐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목을 가다듬더니 찢어 질듯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그 처량하고 당황한 비명은 거의 전원의 연석(宴席)까지 울려 퍼졌다.한참 술을 마시며 잡담하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 소리를 듣더니 모두 얼굴이 어두워졌다.“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어디서 살려 달라고 하는 것 같은데 어서 가봅시다!”낙용도 고함을 들었다. 바로 서상방쪽에서 들려왔다. 그녀의 마음은 갑자기 무거워졌다.큰일 났다!그녀의 심장은 튀어나올 것
바깥에서 나는 소리를 들은 부진환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왕야, 앉으십시오.” 낙청연은 이미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녀는 옷깃을 가볍게 더듬더니 탁자 앞에 정좌하고 앉았다. 그리고 부진환을 향해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부진환도 옷깃을 정리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앉았다.방금 막 앉았는데, 낙청연은 어디선가 침을 꺼내 들고 있었다. 그리고는 음산한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왕야, 안색이 너무 안 좋으니 어서 침을 놓아 증상을 좀 완화시켜야 합니다.”부진환의 두 눈은 차가워졌다. 비록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손을 내밀었다.낙청연은 부진환의 손목에 있는 혈 자리 몇 곳에 침을 놓더니 부진환의 약기운은 조금 완화되었다.그의 눈빛에 담긴 살육의 기운은 빠르게 흩어졌다. 하지만 시퍼런 핏줄은 여전히 돋아나 있었다.생각해보니 아마도 그녀에게 맞은 그곳이 아직도 아픈 모양이었다……하지만, 마침내 분풀이를 하게 된 그녀의 마음은 한층 상쾌해졌다.낙용은 급히 서상방으로 가는 도중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고함소리를 들었고 섭정왕이 미친듯이 서상방으로 뛰어들어갔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은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서둘렀으나 그래도 한발 늦었다. 서상방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빈객들이 먼저 와 있었다.“낙부인, 오늘 대체 무슨 일입니까? 따님은 정말 서상방에 계십니까?”“듣건대 섭정왕이 미친 듯이 뛰어 들어갔다고 하던데 방금 그 도움을 청한 소리는 혹 따님이 아니겠지요?”낙용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이미 뜨거운 가마속의 개미같이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이런 말을 듣고 나니 당연히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낙청연이 낙랑랑을 구했기를 바랄 뿐이었다.낙운희도 급히 달려왔다. 그녀는 분노하여 질책했다: “아직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당신들은 벌써 언니를 저주하고 있는 겁니까?!”낙운희는 애가 탄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제일 먼저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혹여라도 무슨 일을 당
”그럼 섭정왕이 미친 듯이 서상방으로 뛰어 들어갔다는 건 또 뭔 말입니까?” 또 어떤 사람이 의문을 제기했다.부진환은 한층 더 어두워진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여러분은 함께 식사하고 싶은 게죠?”부진환의 이 말의 뜻은 그들이 말이 많아서 싫다는 것을 암시했다.뭇사람은 부진환의 모습에서 미친 듯한 모습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의 표정은 사람마저 먹어 치울 것 같았다.“오해였군요! 다행이군요! 다행입니다! 그럼 섭정왕과 왕비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일부 사람들은 방에서 나갔다.“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건만 결국 오해였군요.”사람들은 줄줄이 모두 나갔다.낙용은 낙랑랑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녀는 급히 빈객들을 불러 전원의 연회석으로 돌려보냈다.사람들을 다 돌려보낸 후 낙용은 다시 돌아왔다: “청연아, 랑랑은……”낙청연은 급히 침상 뒤에 있는 낙랑랑을 안아서 침상 위에 눕혔다.새빨간 낙랑랑의 얼굴을 본 낙운희는 순간 너무 안타까웠다. 그녀는 낙청연을 노려보더니 말했다: “언니가 이 모양이 됐는데도 어찌 언니를 침상 뒤에 숨겨둔단 말이야! 그러고 너는 어찌 그토록 차분하고 느긋하게 앉아있을 수가 있냐고 말이다!’낙용은 엄격하게 질책했다: “운희, 언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언니는 무슨! 저에게 언니는 오직 낙랑랑뿐입니다, 저는 낙청연을 언니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습니다!” 낙운희는 흥분하여 반박했다.낙청연은 낙운희를 외면하고 낙랑랑의 맥을 짚더니 낙용을 보면서 말했다: “고모, 염려 마십시오. 낭언니는 괜찮습니다. 상대방의 목적은 그저 언니를 깊이 잠들게 하는 것인 것 같습니다. 하여 약을 그리 독하게 쓰지 않았습니다.”“제가 처방전을 드릴 테니, 되도록 빨리 약을 지어 언니에게 복용하면 몸은 그리 상하진 않을 겁니다.” 낙청연은 말했다.낙용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그래, 오늘 수고가 많았다! 네가 아니었다면 낭낭은 오늘……”낙용은 다시
”태부부의 어느 곳이 항상 축축합니까?” 낙청연은 급히 물었다.낙용은 이유를 몰랐지만, 그래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북쪽에 있는 청죽림(聽竹林)일 게다. 그곳 정원에는 작은 폭포가 계류를 끼고 있어서 바닥은 항상 축축하지, 예전에 운희가 그곳에 거주하다가 후에 옮긴 뒤로 그 정원은 여태껏 비어 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낙청연은 임옥미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눈치챘다.낙청연의 두 눈은 반짝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바로 그곳입니다!’낙용은 그녀가 갑자기 무엇 때문에 그 정원을 찾는지 어리둥절해졌다. 그래도 자신이 직접 낙청연과 부진환을 데리고 청죽림으로 향했다.청죽림은 태부부의 가장 모서리에 위치하였다. 거의 다니는 사람도 없고 아주 조용한 곳이었다.정원의 문을 열자, 바닥에 온통 축축한 발자국이 눈에 들어왔다.낙용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이곳은 비워 둔지 오래됐는데 누가 여기를 다녀온 것이야?”“임옥미입니다.” 낙청연은 바닥의 발자국이 임옥미의 발자국과 거의 비슷하다는 걸 보고 그녀임을 확신했다.“네가 어찌 그녀인 줄 아느냐?” 낙용은 깜짝 놀랐다. 낙청연이 아무리 귀신같이 잘 알아맞힌다고 한들 이 정도까지 가능하단 말인가?낙청연이 마침 입을 열려고 할 때 다락방에서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미간은 흔들리더니 말했다. “사람이 있습니다!”부진환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발견했다. 낙청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녀의 옆에 서 있던 그는 소탈하게 날아갔다.그녀와 낙용도 빠른 걸음으로 뒤쫓아갔다. 쫓아갔을 땐 부진환은 이미 그 사람을 붙잡고 있었다.그는 그 사람을 호되게 한 발로 차서 땅에 쓰러뜨리고 있었다.눈앞의 낯선 남자를 보고 낙용은 깜짝 놀랐다: “너는 누구냐?!”어떻게 태부부에 있는 것이냐!그러나 이때 부진환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사람은 제 왕부의 창고 관사, 유경입니다!”부진환의 차가운 목소리에는 살기가 숨겨져 있었다.낙용은 온통 놀란 표정이었다.부진환은 해명했다: “일전에 왕부에
유경의 겁에 질린 모습을 본 낙청연은 그를 마음속으로부터 경멸했다.방금 임옥미는 아무 말도 하려고 하지 않았고 심지어 위험을 무릅쓰고 유경을 태부부에 숨겨줬다. 하지만 이 남자는 제일 먼저 임옥미부터 배신하고 팔아넘겼다.임옥미의 옳고 그름을 떠나 유경의 이런 모습만 봐도 임옥미는 너무 불쌍했다.“무엇을 묻었느냐? 어느 곳에 묻었느냐?” 낙청연은 즉시 물어보았다.유경은 일어서더니 폭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입니다!”몇몇 사람들이 앞으로 다가갔다.낙청연은 폭포 밑에 숨겨둔 물건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녀의 두 눈은 갑자기 휘둥그레졌다.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폭포에서 물건을 꺼냈다.“이것은……” 낙용은 이 물건이 유난히 눈에 익었다.“인사번(引屍幡).” 낙용은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그래서 오늘 태부부에 시체가 나타난 거였구나! 보아하니 태부부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 사람들은 이미 시체 였던게야.”“태부부에 인사번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정상적인 사람들처럼 행동할 수 있었던 게야, 이 모든 것은 매우 거대한 음모가 분명하구나!”오늘 제때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이 시체들은 누군가의 조종하에 미쳐버릴 것이다. 그럼 오늘 태부부의 빈객들은 봉변을 당했을 것이고 만일 한두 명만 죽었어도 이는 경도 전체를 뒤흔드는 아주 큰 중안(重案)이 되었을 것이다!필경 오늘 축수(祝壽)하러 온 분 중에는 단 한 명도 보통 분이 없었다.전부 다 조정 대신들이었다!만일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태부부는 큰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낙용도 당연히 이 모든 것을 의식했기 때문에 등골이 오싹했다. 더 깊게 생각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이 배후에 있는 사람은, 보아하니 저와 태부부를 일망타진(一網打盡)할 생각이군요! 수단이 참으로 악랄합니다!” 부진환은 눈을 찡그리더니 서늘한 한기가 일어났다.낙용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렇게 큰 그림은 절대로 임옥미가 혼자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로군요! 이 배후에는 다른 주모자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반드시 심
낙청연은 미간을 찡그리더니 말했다: “지금 제가 죽였다고 의심하시는 건가요?”부진환은 시선을 돌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미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낙청연은 해명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무력 해졌다. 해명하면 할수록 뭔가 있는 듯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지금 이 시각, 부진환은 확실히 의심하고 있다. 필경 이 인사번은 낙청연이 들고 있었고 게다가 그녀가 주동적으로 다가가 유경을 만졌기 때문이다.가장 중요한 건, 그는 이 모든 짓이 엄가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낙청연과 엄가의 관계는 서로 뗄 수 없는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낙용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임옥미를 심문할 수밖에 없군요.”낙용은 유경의 시신을 잘 지키라고 당부하고 세 사람은 청죽림에서 나왔다.한편 서상방에서는 낙운희가 임옥미에게 형을 가해 자백을 강요했다. 채찍으로 임옥미를 죽도록 갈겼지만, 그녀는 단 한 글자도 말하지 않았다.“천박한 계집! 우리 가족 모두 너를 그렇게 잘 대해줬는데 어찌 그리 음독한 수로 언니를 해하려고 했단 말이냐? 언니가 너한테 얼마나 많은 정을 베풀었는데 감히 언니의 순결을 짓밟아 언니의 목숨을 앗아가려고 했단 말이냐?”낙운희는 매우 화가 났다. 언니는 항상 사람을 상냥하게 대했고, 하인들에게도 항상 너그러웠으며, 임옥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친절했다!그런 언니에게 그녀는 감사는커녕 오히려 언니를 해하려고 했다! 언니는 얼마나 선량한 사람인가! 오늘 하마터면 이 천박한 계집종에게 화를 당할뻔했다!임옥미는 죽을힘을 다해서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다. 그녀는 한 글자도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이때, 낙청연이 방에 들어왔다.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지키고자 하는 정랑(情郎)은 네가 모를 뿐, 잡히더니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너를 팔아넘기는 것이 더구나.”“인사번도 그 사람이 자백한걸, 말하기를 네가 묻었다고 하더구나.”이 말을 듣던, 임옥미는 흠칫 놀라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낙청
하지만 두 눈은 아직도 크게 뜨고 있었고, 목구멍 쪽에는 빨갛게 부어 있었다. 목을 긁으려고 했던 게 분명했다. 하지만 묶여 있었기 때문에 긁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진 것이었다.“유경과 똑 같은 방식으로 죽었습니다.” 낙청연은 미간을 찡그렸다.부진환은 지복(喉嚨)으로 임옥미의 목구멍을 가볍게 눌렀더니, 새까만 벌레가 임옥미의 입에서 기어 나왔다.부진환은 깔끔하게 비수로 찔러서 없애 버렸다.또 똑같은 고충이었다.그리하여, 낙청연은 또 한 번 부진환의 그 차갑고 의심스러워하는 눈빛을 받아야 했다.낙청연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어찌 자꾸 저만 쳐다보십니까? 혹 의심하시면 증거를 내놓으세요!”부진환은 다시 한번 임옥미를 쳐다보더니 쪼그라든 미간은 약간 짜증이 섞였다. “내게 증거가 있었다면, 너의 목숨은 벌써 날아갔을 것이다.”낙청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날카롭고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좋아요, 그럼 저는 왕야께서 제가 했다는 증거를 찾기 바랄게요!”듣고 있던 낙용은 그저 부부 사이의 말장난으로만 생각했다.하지만 옆에 있던 낙운희는 진담으로 들었다. 그녀는 갑자기 앞으로 다가와 낙청연의 옷깃을 잡더니, 화나서 캐물었다: “낙청연! 너 맞지?!”“네가 감히 언니를 해치려 한다면, 나는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낙용은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낙운희를 잡아당겼다. “운희야! 어서 놓거라!”“오늘 만약 청연이 아니었다면, 랑랑은 어찌 됐을지 아직도 모르겠느냐?”자신의 어머니가 이토록 낙청연의 편을 들고, 온통 낙청연에 대한 고마움과 신뢰로 가득한 걸 보고 낙운희는 몹시 화가 났다.“어머니! 낙청연은 바로 어머니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녀의 목적은 순수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쉽게 그녀를 믿어서는 안 됩니다! 임옥미도 그녀가 증거를 소멸하기 위해서 죽였을지도 모릅니다!”낙용은 듣더니 몹시 화가 났다. 이 딸은 언제나 이토록 반항적이다. 무슨 말을 하든 꼭 그녀와 맞서길 좋아한다. 지금은 낙청연이 보는 앞에서까지 이토록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
부소는 잠깐 멈칫했다.옥교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방을 나섰다.부소는 미간을 찌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부원뢰를 보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방을 나갔다.방을 나가자마자 부소는 의원 일꾼에게 돈을 주며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옥교는 이해하지 못했다.“어찌 정말...”부소는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아마도 괜찮을 것이오.”“폐부를 다쳐 약으로 치료도 못 하는 상황에 어찌 기운이 가득한 말투로 말한다는 말이오?”“의원에게 물어야겠소.”옥교는 깜짝 놀라 그의 뒤를 따랐다.부소는 의원을 찾아 다시 물으려 했지만, 의원은 그의 눈빛을 피하며 핑계를 쓰고 그를 피하려 했다.그럴수록 부소는 의원을 보내지 않았다.결국 의원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라 협박했소.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귀신을 풀어서 나를 잡아먹겠다고 했소.”“정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네.”“그는 내상을 입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아 약을 먹고 한 달 정도 조리하면 완쾌할 수 있소.”그 말을 듣고 옥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닦기도 전에 다급히 물었다.“정말입니까? 괜찮으신 겁니까?”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이오!”“이번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네.”부소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을 지었다.“이 늙은이가 감히 나를 놀리다니!”부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옥교는 그가 부원뢰를 찾아가 싸울까 봐 얼른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아버님을 푹 쉬게 하시오. 몸이 괜찮은 것도 좋은 일 아니오? 괜히 놀란 일이니, 걱정하지 마시오!”부소는 여전히 화가 났다.“누가 이렇게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오?”비록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 부소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참, 동하국의 위치를 탐사한 대오의 사상자가 심각한 터라 돌보러 가겠소. 아버지를 잘 챙겨주시오.”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어서 가보시오. 아버님은 내가 돌보겠소.”-부소는 바로 막사로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