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가슴이 저릿했다.“비겁하긴!”“마음 아프오? 마음 아프면 내게 나침반을 넘기시오. 당신과 부진환에게 살길을 마련해주겠소.”“당신들이 경도를 떠나 다시는 조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이 어딜 가든 절대 뒤쫓아 가서 죽이지 않을 것이오.”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난 당신을 믿지 않소. 날 먼저 살려준다면 고민해보겠소.”“나와 부진환이 안전해지기 전까지는 나침반이 어디 있는지 절대 알려주지 않겠소.”낙정은 인내심이 닳았다.그녀는 당연히 낙청연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낙청연을 놓아준다면 혹시나 도망친 뒤 그녀에게 나침반을 주지 않는다면 어찌한단 말인가?“낙청연, 당신은 참 간악하군. 당신과 내가 입장이 대립하지 않았다면 난 당신과 친구가 되었을 것이오.”낙정은 낙청연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다 천 년 묵은 여우인데 누가 더 간악한지 비교할 의미가 있을까?”“날 속일 생각은 마시오.”낙정의 눈동자에 살기가 스쳤다.“난 기회를 줬소. 날 원망하지 마시오.”낙정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고개를 들어 하늘의 태양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말했다.“이제 곧 오시오. 준비되었소?”“이 세상에 정말 아무런 미련도 없소?”낙청연은 대꾸하지 않았다.곧 오시가 되었고 태후가 명령을 내렸다.“베거라!”낙정이 검을 들었다.낙청연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햇빛 때문에 눈이 시렸다.서슬 퍼런 칼날에 비친 빛 때문에 낙청연은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었다.그러다가 하늘을 날고 있는 아신이 보이자 낙청연은 기뻤다.“잠깐!”말을 타고 달려온 누군가가 진소한에게 안겨 말에서 내렸다.동시에 돌덩이 하나가 낙정이 들고 있는 검에 부딪혔고 낙정은 뒤로 물러섰다.송천초는 황급히 낙청연을 일으킨 뒤 그녀의 몸을 묶은 밧줄을 풀고 물건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제가 늦은 건 아니지요?”송천초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고 낙청연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태후는 진노했다.“감히 내 눈 앞에서 이딴 짓을 벌이다니,
마차 사면의 발이 천천히 거두어지자 마차 안에 앉아있는 이가 보였다. 바로 태상황이었다.그리고 황제와 섭정왕 부진환도 있었다.처형장 쪽에 도착하자 부진환은 곧바로 몸을 날려 낙청연의 앞을 막아섰다.태후는 사나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뭐 하는 짓이냐! 태상황께서는 중병을 앓고 있는데 감히 태상황을 제멋대로 궁 밖으로 데리고 오다니! 섭정왕, 반역을 일으키려는 것이냐?”분명 낙청연을 참수할 수 있었다!그런데 또 말썽을 부리다니!게다가 태상황까지 모셔 왔다.황제는 태상황을 부축하고 천천히 걸어갔다. 비록 걸음이 늦었지만 그 광경만으로도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황제는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태후를 보며 말했다.“모후, 짐은 모후가 이렇게 대역무도한 짓을 했을 줄은 몰랐습니다.”태후는 안색이 흐려진 채 태상황을 죽어라 노려보았다.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에서 땀이 났다.태상황이 걷는 모습보다 더욱 놀라웠던 건 태상황이 입을 열고 말하는 것이었다.그는 힙겹지만 천천히 말했다. 살짝 쉰 목소리였지만 여전히 위엄이 넘쳤다.“태후가 짐에게 독을 썼다. 권력으로 사적인 이익을 얻으려고 했고 황위를 찬탈하려 했다. 오늘 태후를 폐위시키고 그녀를 평생 수희궁에 가둬둘 것이다.”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말했지만 위력이 넘쳤다.태후는 숨이 턱턱 막혔고 힘이 쭉 빠져 맥없이 주저앉았다.태상황이 언제 말을 할 수 있게 된 걸까?상태가 계속 호전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태후는 경악과 노여움으로 물들어진 눈빛으로 낙청연을 노려보았다. 모두 빌어먹을 낙청연 때문이었다!그곳에 있던 관리들과 구경하고 있던 백성들은 충격을 받았다.태상황에게 독을 쓴 사람이 태후라니?바로 그때, 황제가 입을 열었다.“모후, 그래서는 아니 되었습니다. 부황에게 독을 쓰다니요? 부황은 옛정을 생각해 모후를 죽이지 않는 것입니다. 평생 수희궁에 갇혀 계시면서 부디 잘못을 뉘우치시기를 바랍니다.”“낙정은 태후가 태상황에게 독을 쓸 수 있게 태후에게 명왕익을 제공했다. 게다가 섭
“조심!”사람들은 다급히 코와 입을 막았다.부진환은 긴장한 얼굴로 낙청연을 보호했다.낙청연은 손으로 가루를 흩날리며 주위를 경계했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낙정! 큰일입니다!”그녀는 곧바로 낙정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역시나, 바닥에는 핏자국만 남아있었다.낙정이 사라졌다.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도망쳤습니다!”낙청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많고 혼란스러워 어디로 도망쳤는지 알 수 없었다.“그렇게 빨리 도망치지는 못했을 겁니다. 누군가 그녀를 구한 것 같습니다.”부진환은 그 말에 미간을 구겼다.“그자에게 한패가 있다는 말이냐?”낙청연은 잠깐 고민했다. 낙정은 홀로 다니는 성격이라 한패는 없을 것이다.그러나 낙월영이 그 비밀을 알게 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누군가 두 사람을 끌어들여 한패로 만든 것 같았다.“엄내심!”부진환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여봐라. 지금 당장 엄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잡아들이거라. 한 명도 놓쳐서는 아니 된다!”“알겠습니다!”부진환은 걱정되어 직접 사람을 데리고 뒤쫓았다.절대 낙정이 쉽게 도망치게 놔둘 수는 없었다.낙청연은 송천초 일행과 함께 먼저 떠났다.신분을 들켰으니 낙청연은 더는 분장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송천초 일행을 돌려보냈다.“천초야, 이번 여행은 순조로웠느냐?”낙청연은 진소한의 활력 찬 모습을 보았다. 기분이 아주 좋은 듯했다.진소한은 송천초의 손을 잡고 말했다.“아버님께서 우리의 혼인을 동의했소. 이제 저 신산이 우리에게 황도길일을 골라주면 되오. 때가 되면 그대들을 혼례에 초대하겠소.”그 말에 낙청연도 즐거웠다.“참 잘 됐군!”“며칠 동안 길을 재촉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목욕한 뒤 옷을 갈아입으시오. 내가 한턱내겠소. 내친김에 그대들의 혼사에 관해 의논해 보는 게 좋겠소.”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의 미소는 아주 달았다.옷을 갈아입은 뒤 낙청연은 그들을 데리고 만복루로 향했다.위층에서 주
“경도 전체를 뒤져보았는데도 낙정의 종적을 찾지 못했다.”“엄씨 저택은 조사한 후 봉인했다. 하지만 아직 엄내심을 찾지 못했다. 저택 하인들에게 물어봤는데 엄 태사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진주로 돌아간 뒤 엄내심은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엄씨 저택에 돌아간 적도 없다고 한다.”“아무도 엄내심이 어디를 갔는지 알지 못한다.”낙청연은 마음이 무거워졌다.“엄내심이 진작 낙정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목숨 걸고 그녀를 구하지는 않았겠지요.”“엄씨 가문이 쓰러진 건 사실이지만 경도에 엄내심을 도우려 하는 자는 분명히 있을 겁니다. 이미 성을 떠났을지도 모릅니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본왕은 다시 입궁해야겠다. 넌 먼저 쉬거라.”“알겠습니다.”부진환은 또 부랴부랴 떠났다.낙청연은 방으로 돌아온 뒤 먼저 송천초와 진소한이 혼례를 올릴 좋은 날을 골라주려 했다.하지만 낙청연의 안색이 달라졌다.명격을 합치니 화형이 나왔다.게다가 요 몇 달 사이 재양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그중 가장 명확한 건 서쪽의 화형이었다.송천초와 관련된 서쪽이라면 서릉 제월산장이 아닌가?설마 송천초의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어두운 밤, 멍한 얼굴로 차가운 침상 위에 누운 낙정은 오른쪽 눈에서 심한 통증과 어둠을 느끼고 있었다.엄내심은 그녀의 상처를 싸맨 뒤 머리 뒤에 매듭을 지었고 낙정은 고통 때문에 흠칫했다.“미안하오. 힘이 좀 많이 들어갔소.”엄내심은 붕대를 다 감은 뒤 일어섰다.낙정은 고개를 돌려서야 그녀가 보였다.시선이 반쯤 가려진 듯한 느낌이 익숙지 않았다.“내가 말하지 않았소? 당신이 원하는 걸 줄 수 있다고. 내 말을 듣지 않고 굳이 본인 계획대로 움직이더니 결국 일을 망치게 되지 않았소?”“태후가 쓰러진 건 별것 아니지만 당신은 눈 하나를 잃었소!”엄내심은 허리를 살짝 숙이며 낙정을 훑어보았다.“앞으로 이 얼굴은 다시는 천궐국에 나타날 수 없소. 지명수
낙청연은 태상황에게 침을 놓고 약을 쓸 생각이었다.태상황은 호전되기 시작했지만 말하고 길을 걷는 것이 아직 어려웠다.부경한과 부진환은 태상황과 함께 화원을 거닐고 있었다.“힘들구나.”태상황이 멈췄다.부경한이 그를 부축했다.“힘들면 돌아가서 쉬시지요.”태상황은 가지 않으려 했다.“아니.”부경한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말했다.“그러면 제가 부황을 업고 돌아갈까요?”태상황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햇빛을 보았다.“태양.”낙청연은 웃었다.“태상황께서는 이곳에서 해를 쬐고 싶으신 것이지요? 여봐라, 의자를 가져오너라.”태상황은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의자에 누운 태상황은 이내 잠이 들었다.부경한은 두꺼운 이불을 가져와 태상황에게 덮어주었고 그의 곁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부진환은 낙청연의 손을 잡고 화원을 걷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청연아, 고맙다.”“뭐가 고맙습니까?”“부황을 치료해줘서 고맙다. 난 부황께서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다.”낙청연은 웃었다.“말로만 고맙습니까?”부진환은 싱긋 웃으며 그녀의 뺨을 쥐고 입을 맞췄다.“뭘 원하느냐?”“본왕은 천하를 제외한 모든 것을 너에게 줄 수 있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제가 원한다면요?”그 말에 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원한다면...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낙청연은 웃음을 터뜨렸다.“장난입니다.”“겉으로는 냉철하고 모진 섭정왕이 아버지와 형제간의 정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긴다는 걸 전 잘 알고 있습니다. 왕야의 목에 칼을 들이댄다고 해도 왕야께서는 황위에 앉는 걸 거부하시겠지요.”“그런데 제가 왕야를 강요할 리가 있겠습니까?”“왕야께서 가지고 계시는 게 제가 원하는 겁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부진환은 가슴이 설레 그녀를 품에 안았다.“본왕의 것은 전부 네 것이다. 본왕도 네 것이다.”낙청연은 그를 꼭 끌어안았다. 오직 이 순간만큼은 천하의 혼란으로 인해 불안
”진주에서 3만 명의 반란군을 집결하였으나, 아무런 징조가 없었습니다. 이건 이 3만 대군은 진주의 백성들이며, 엄씨 집안은 일찍이 진주를 그들의 주둔지로 만들었다는 걸 설명합니다.”“따라서 이곳은 틀림없이 세력이 가장 강한 곳입니다. 설령 주사(主帥)가 이곳에 없다고 해도 진주는 공략하기 제일 어려울 것입니다.”“그러니 섭정왕께서 친히 군대를 이끌고 가야 합니다.”“북쪽 몇 군데는, 널리 분산되어 있습니다. 지세에 따라 추정해보면, 이곳은 정예 고수들이 도사리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주위는 전부 백성들의 거주지입니다. 그래서 이곳은 두뇌 회전이 빠르고 은닉에 능하며, 허점을 잘 노리는 장수에게 적합합니다.”“가능한 백성들이 다치지 않게 지켜줘야 합니다.”“5황자가 적합합니다.”“……”낙청연은 한쪽으로 분석하면서, 바로 모든 것을 배치하였다.만조백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생각지도 못했다. 한 여인이 군대를 배치하고 진을 치는데 이토록 능력이 뛰어나다니! 전투경험이 있는 그 어떤 장수에게도 밀리지 않았다.부진환은 뒷짐을 짊어지고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을 하는 낙청연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웃음을 지었다.문무백관은 낙청연에 대해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말을 마치자, 어떤 대신이 물었다. “그럼, 서릉은 어찌하오?”“이렇게 되면, 조정의 무장들이 전부 출전하고 서릉은 사람이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성을 지키는 금군을 이동시킬 수는 없지 않소?”사람들은 모두 곤혹스러워했다.그때 낙청연이 말했다. “제가 갑니다!”“저에게 삼천 기병만 주면 됩니다.”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매우 놀라 했다.조정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낙청연은 한 바퀴 둘러보더니 물었다. “여러분, 이의 있습니까?”조금 전까지도 논쟁을 벌이더니, 지금은 다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신은 이의 없습니다! 대국사의 계획은 매우 합리적입니다. 신들은 탄복합니다!”“신도 이의 없습니다!”황상은 흐뭇해하며 고개를 끄덕
3일째 되던 날 밤, 한 마을을 지날 때였다. 그 마을 사람들은 모두 면사를 쓰고 있었고, 기침 소기가 끊기지 않았으며, 구석에는 또 많은 사람이 누워있었다.낙청연은 이건 분명 전염될 수 있는 역병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는 즉시 소소에게 분부했다. “명령을 전하거라. 대오는 3리 뒤로 후퇴하고 돌아서 간다. 만일 또 비슷한 마을이 보이면 반드시 후퇴하고, 절대 지나가서는 안 된다.”소소는 응했다. “예!”뒤이어 대오는 뒤로 물러나 길을 돌아 서릉으로 출발했다.소소는 명령을 내린 후 다시 돌아왔다. “왕비 마마는요?”“내가 가서 보고 오마.” 낙청연은 말에서 내렸다.“조심하십시오, 왕비 마마!” 소소는 재빨리 말에서 내려 낙청연을 따라 마을로 들어갔다.주위는 온통 기침 소리였으며 마을 전체는 전혀 생기가 없었다. 소소는 손으로 입과 코를 가렸다.낙청연은 길을 걸으면서 살펴보았다. 역병이 확실했다.“청연!”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놀라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송천초와 진소한이었다.송천초는 약 그릇을 진소한에게 건네더니, 황급히 달려왔다.낙청연도 매우 놀랐다. “천초, 어찌하여 이곳에 있는 것이냐?”송천초는 사방에 누워있는 백성들을 보더니 말했다. “이 마을을 지나다가 이곳에 역병이 생겨 이미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제때 통제하지 못하면 역병은 퍼질 겁니다.”“그래서 가던 길을 멈춰 시간을 좀 지체했는데, 당신이 따라잡을 줄은 몰랐습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병세는 이미 안정된 것이냐?”“예! 다행히 오늘 새로 연구한 약 처방이 효과를 보았습니다. 많은 경증 환자의 증세가 뚜렷하게 호전되었습니다.”“그러나 이틀은 더 기다려 봐야 합니다. 완치된 사람이 있어야 제가 떠날 수 있습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래, 내가 도와주마.”송천초는 마을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병은 빨리 확산하고 사나워 많은 사람은
낙청연도 눈물을 흘리며, 허리를 굽혀 송천초를 껴안았다.“넌 이미 최선을 다했다.”“모든 사람을 다 구할 수는 없는 거다.”분명 약은 이미 가져다줬지만, 많은 사람은 기다리지 못하고 눈앞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 무력감은 사람의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했다.송천초의 마음은 너무 아팠다.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내가 만약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그들은 죽지 않았을 겁니다.”낙청연은 송천초를 안아주며 위로했다. “너는 이미 매우 빨랐다. 만약 네가 멈추지 않았다면,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었을 것이다.”“너는 이미 많은 사람을 살렸다.”송천초는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아주 빨리 정신을 차렸다.두 사람은 약방으로 돌아가 계속하여 달인 약을 통에 부어 남은 환자들에게 가져다주었다.약을 다 가져다주고 나니, 밤이 되었다.송천초와 진소한은 지쳐서 벽에 기대어 잠에 들었다.낙청연은 책상다리하고 지붕 위에 앉았다. 소소는 곁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지키고 있었다.날이 밝자, 송천초와 낙청연은 거리로 나가 둘러보았다. 이미 많은 사람은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그리하여 네 사람은 땅을 파고, 시신을 태우기 시작했다.역병과 관련된 물품도 모조리 태워버렸다.모든 일을 다 처리하고 나니, 이미 마을에서 이틀이나 지체했다.네 사람은 주저함 없이 바로 서릉으로 출발했다.낙청연이 물었다. “소소, 우리 대오는 지금 어디까지 갔느냐?”소소가 대답했다. “곧 서릉에 도착할 겁니다. 저는 이미 그들에게 계획대로 방어진을 치라고 했습니다. 서릉에 도착하면 바로 매복할 겁니다.”“알겠다.”서릉은 매우 크다. 오기 전 낙청연은 병력 배치도를 그려왔다.그중 가장 중요한 곳은 변경 지대이다.그들은 밤낮을 쉬지 않고 3일을 달려 끝내 이날 저녁 무렵 서릉에 도착했다.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낙청연과 송천초의 마음은 더욱 불안했다.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재촉했다.마침내 뭇 산들이 모여 있는 산 아래에 도착했을 때, 송천초가 소개했다. “청연, 이곳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