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급히 모욕 통에서 나와 재빨리 옷을 잡아당겨 몸을 감쌌다.바로 뒤에, 부진환이 그녀의 시선에 나타났다.“당신!” 낙청연이 막 입을 열었다.부진환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보며 말했다 “낙청연, 본왕은 너와 입씨름하고 싶지 않다! 당장 나의 섭정왕부에서 나가거라!”그 분노한 표정은 사람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낙청연은 힘껏 그의 손에서 벗어나 말했다 “이게 바로 당신이 나의 방에 들이닥친 이유입니까?”“저는 안 간다고 말했습니다.”부진환은 약간 노한 표정으로 그녀의 턱을 덥석 움켜쥐고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다.“본왕이 모를 줄 아냐? 네가 왕부에 머무르려는 의도가 모두 부운주 때문이라는 것을.”“네가 만약 굳이 나가지 않겠다면 본왕은 너와 부운주의 일을 세상에 낱낱이 밝히겠다!”부진환의 표정은 분노가 가득했고, 어투에 강한 협박이 담겨 있었다.낙청연은 멍해졌다 “저를 쫓아내기 위해 이걸 가지고 협박하는 겁니까?”“좋습니다. 세상에 밝히십시오. 저와 5황자 사이는 결백하고 정정당당합니다. 두려울 게 없습니다.”이래도 낙청연은 떠나지 않는다.가슴 통증은 부진환의 마음을 급하게 했다.그는 다소 차가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침상에 눕혔다. “그래? 그럼, 본왕이 검사해보는 건 어때?”말을 하며 부진환은 즉시 낙청연의 두 손을 잡고 머리 위로 올렸다.낙청연은 갑자기 긴장해졌다. 그녀는 다리를 들어 그를 차버리려고 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재빨리 그녀의 발을 잡았다.낙청연은 몸부림치며, 침상 안쪽으로 피했다.부진환은 미친 듯이 낙청연에게 다가갔다. “왜? 두렵냐?”“두려울 게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부운주와 결백하다면서? 죽든 살든 왕부에 남겠다더니, 왜? 왕비의 책임을 해야 할 때는 두렵냐?”낙청연은 또다시 침상에 눌렸다.무거운 몸이 그녀를 누르자, 낙청연은 몹시 긴장했다.낙청연은 애써 발버둥 치며 그를 밀쳐내려 했다.그러나 부진환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충혈된 그의 두 눈과, 창백한 얼굴을
증거를 찾는 일에 부진환의 도움이 필요한 모양이다.-깊은 밤.부진환이 돌아오지 않자 낙청연은 혼자 쉬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방에서 나침반을 들고나왔다.이제 일월경도 손에 넣었으니 천명 나침반도 완전해졌다. 낙청연은 일월경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싶었다.그렇게 낙청연은 엄가의 미래를 점치기 시작했다.그러나 결과가 나오자, 낙청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엄가의 기운은 남아있었다.그렇다는 건, 이번 일에도 무사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내키지 않아 했다.이리저리 생각하다 엄 태사의 영패를 떠올린 낙청연은 이 물건을 증거로 엄가를 뒤엎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낙청연은 곧바로 방을 나섰다.부진환의 정원에 온 낙청연은 서방에서 나오는 소유를 보았다.소유는 낙청연을 보더니 말했다 “왕야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낙청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괜찮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다.”소유가 떠나자 낙청연은 문 앞의 돌계단에 가만히 앉아 턱을 괴고 대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잠이 온 낙청연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부에 돌아온 부진환은 추워서 벌벌 떨며 계단에 잠든 낙청연을 보았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고 허리를 숙여 낙청연을 안아 올린 채 방으로 들어갔다.침상에 누운 순간, 낙청연은 눈을 번쩍 떴다.“오셨습니까?” 낙청연은 곧바로 일어나 앉았다.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처리할 일이 있어 오늘은 서방에서 자야겠다. 넌 잠이 오면 여기서 자거라.”말을 마친 부진환은 방을 나섰다.그러나 낙청연은 부진환을 따라 서방으로 들어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저도 이것 때문에 찾아왔습니다.”“엄가의 죄를 단정 지을 수 없을까 걱정되니 이것도 드리겠습니다.”낙청연은 엄 태사의 영패를 건넸다.부진환은 의아해하며 영패를 건네받았다 “그래, 알겠다.”사실 엄 태사는 낙청연이 평녕성에서 돌아오기 전부터 황상께 영패를 잃어버렸다고 알렸었다.그러니 영패가 있어도 큰 쓸모는 없었다.하지만 시도는 해볼 수
굉음이 울려 퍼지자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방문이 갑자기 열린 것이다.그러나 문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보아하니 바람이 불어 문이 열린 모양이었다.두 사람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러나 진소한은 송천초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괜찮다, 바람일 뿐이구나.”말을 마친 진소한은 앞으로 다가가 방문을 닫았다.“아직 얼마나 더 해야 하느냐? 내가 도와주마.”진소한은 앉으라며 송천초를 끌어당겼다.그러나 송천초는 창백한 얼굴을 한 채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밀려왔다.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약재를 배합했으나 손이 저도 모르게 떨려왔다.진소한은 온저녁 방에서 송천초와 함께 있어 줬다.다음 날 날이 밝자 송천초는 곧바로 약재를 들고 급히 나섰다.“왕부에 가니 따라오지 않으셔도 됩니다.”진소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거라.”송천초는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왔다.두 거리를 지나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한 송천초는 발걸음을 멈추고 벽에 기댔다.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그림자가 송천초 앞에 나타났다.하얀 도포를 걸친 남자는 기세가 비범했다.남자는 송천초를 보더니 멈칫했다.송천초는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제발 저 좀 따라오지 마십시오!”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답했다 “지켜주는 것이다.”“알고 있습니다! 묶여 있는 신세인 건 알지만 시시각각 감시 좀 하지 마십시오!”“알몸으로 사람 앞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란 말입니다!”송천초는 어젯밤 그 소리가 이 남자의 소행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는 진소한을 경고하는 것이었다.“시시각각 감시하지 않았다. 그 진소한은 어떤 목적이 있어 너를 접근한 것이 틀림없다!” 남자는 설명하려 했다.그러나 송천초는 화가 잔뜩 난 채 말했다 “그만하십시오!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저와 당신은 희망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를, 진소한을 놓아주십시오!”순간, 남자는 흠칫했다.그러고는 내키지 않는 눈빛으로 송천초를 보며 말했다 “이 모습으로 되었는데도 무서운 것이냐?”“예! 아무리 사람 모습이라고 해도 당신은 뱀입
물어봐서야 호부상서 주홍(朱宏)의 저택이란 걸 알았다.랑목이 쓴 책자에는 호부가 적혀 있었다. 그들은 호부에서 군향을 운송하는 노선을 알게 된 것이다.아마 호부상서 주홍을 조사해낸 듯했다.하지만 왜 이렇게 다급히 그녀를 불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호위는 곧바로 그녀를 데리고 내원으로 향했다.방 안에는 부진환과 진 태위가 있었고 병풍 뒤에서 여인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왜 그러십니까?”낙청연이 물었고 부진환이 설명했다.“호부상서 주홍이 10일 전 병가를 냈다. 만족과 결탁한 일에 그도 연루되었다는 건 너도 알고 있겠지.”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부진환은 계속해 말했다.“진 태위께서 주부를 조사하게 됐을 때 주홍은 실종된 지 10일째였고, 진 태위는 그제야 그 사실을 알았다.”“그것도 주홍의 부인 입에서 강제로 알아낸 사실이었다.”낙청연은 사색에 잠긴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 그는 병가를 낸 뒤 실종된 것이군요.”“가족들 모두 관청에 알리지 않은 것입니까? 사람을 보내 찾지도 않았답니까?”부진환은 병풍 뒤의 사람을 보며 말했다.“그건 주 부인(朱夫人)에게 물어야겠지.”병풍 뒤의 주 부인은 흐느끼면서 말했다.“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전 정말 아무것도 모른단 말입니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 이것이 바로 부진환이 이곳으로 그녀를 부른 이유일 것이다.“주 부인, 일단 침착하시오. 우리 함께 자리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건 어떻겠소?”“주홍은 지금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배신한 혐의를 받고 있소. 만약 이 일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다른 사람도 찾을 수 없다면 부인도 연루될 것이오.”“부인은 부인이 알고 있는 사실을 내게 얘기하면 되오.”낙청연이 설득하자 주 부인은 잠깐 주저하다가 승낙했다.“알겠습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일단 나가 계셨으면 합니다.”낙청연은 부진환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뜻을 내비쳤다.부진환과 진 태위는 곧 함께 자리를 떴고 방 안의 계집종과 호위들도 전부 나갔다.송천초는 그들을 도와 방문까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낙청연이 또 물었다.“주 부인, 그간 이상한 사람과 마주친 적은 없소? 혹은 이상한 일이 있지는 않았소?”주 부인은 그 말을 듣더니 살짝 놀라면서 시선을 피했다.“없습니다.”주 부인은 무언가를 숨기는 듯했다.낙청연은 더 캐묻지 않았고 우선 상황부터 알아볼 생각이었다.낙청연은 많은 질문을 했고 주 대인이 아내를 아주 사랑한다는 걸 발견했다. 주 대인은 부인이 아들이나 딸을 전혀 낳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첩을 들인 적이 없다.만약 그가 엄씨 가문과 관련된 사람들이 전부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그의 성격에 부인과 함께 도망쳤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집 안의 재물이 줄어들긴 했지만 주 부인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낙청연은 엄씨 가문이 또 사악한 물건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려 했고 그 뒤에 재물을 훔침으로써 주 대인이 도망쳤다는 허상을 만든 건 아닐까 생각했다.주 부인과 대화를 마친 뒤 낙청연은 방 안에서 나왔다.“어떠냐?”부진환이 관심을 두고 물었고 진 태위 또한 기대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낙청연은 입을 열기 어려웠다.“다른 곳에서 얘기하시지요.”사람이 없는 정원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는데 갑자기 호위가 달려왔다.“태위, 둘째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 왕청(汪青)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합니다.”진 태위는 깜짝 놀라면서 즉시 몸을 일으켰다.“전 먼저 그쪽에 가봐야겠습니다. 이곳은 두 분께 맡기겠습니다.”진 태위가 떠났고 마당에는 셋만 남았다.낙청연이 입을 열었다.“주 부인은 무언가에 정기를 흡수당한 것 같습니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겁니다.”부진환은 그녀의 말에 살짝 놀랐다. 어쩐지 주 부인의 외모가 이상하게 변했다 싶었다.송천초는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최근 경도에 사람 여럿이 죽었는데 저 신산에게 사악한 것을 내쫓아달라고 찾아온 사람이 많았습니다.”“죽은 사람들은 전부 이유 없이 실종되었고 시신도 찾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의 짓이 아닐까요?”낙청연의 눈동자에 빛이
“잘 됐소. 그러면 본왕이 저 신산에게 강요하지 않아도 되겠소.”낙청연은 이제 부진환을 보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부진환이 이렇게 말했다.“우리 함께 술을 마신 지 오래된 것 같은데 오늘 달빛도 좋고 한잔하겠소?”송천초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주방에서 술과 잔을 가져왔다.“전 먼저 쉬겠습니다. 두 분은 얘기 나누시지요.”송천초는 방으로 돌아갔고 부진환과 낙청연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부진환이 다시금 물었다.“저 신산, 본왕이 고에 당했다거나 무슨 약에 당한 건 아닌지 봐주겠소?”낙청연은 살짝 놀랐다.“왕야, 그건... 제가 몇 번이나 확인해 보았지만 전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했습니다.”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며 표정이 심각해졌다.“저 신산도 보아낼 수 없으니 이 세상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겠군.”그의 무겁고 괴로운 어조에 낙청연은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다급히 말했다.“왕야, 그렇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보아내지 못했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깐요.”“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세상에 절대 불가능한 일은 없습니다.”“그리고 저는 뜻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면 끝내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걸 믿습니다.”부진환이 저낙에게 이 일을 물은 건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서였다.부진환은 낙청연을 쫓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도 망설이고 있었다.부진환은 시선을 내리뜨리며 나지막하게 웃었다.“고맙소, 저 신산.”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떠보았다.“왕야, 감정 기복이 조금 심하신 것 같군요.”“혹시 주 대인의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부진환은 술을 마시며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본왕이 가는 이 길은 살거나 죽거나 두 가지 결과뿐이오.”“만약 이 길의 끝이 죽음뿐이라면 본왕은 그녀가 본왕과 함께 죽는 걸 바라지 않소.”그의 무거운 말에 낙청연은 무거운 물건에 맞은 듯한 충격과 가슴을 헤집어놓는 괴로움을 느꼈다.예전의 그는 고귀하고 자신감이 넘쳐 엄씨 가문을 상대하면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부진환도 살짝 놀랐다.곧이어 그는 소유에게 사람을 파견해 관청에 보고한 사람들의 배경을 알아보라고 시켰다.그리고 직접 방문해서 더욱 많은 소식과 실마리를 알아볼 셈이었다.낙청연도 직접 방문해서 상황을 더 파악할 생각이었다.그런데 그녀가 막 대문을 나서자 거지 같은 차림의 어린아이가 그녀에게 달려오더니 그녀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준 뒤 곧바로 도망갔다.“어머!”낙청연은 미처 아이를 부르지 못했다.그녀는 손에 들린 쪽지를 펼쳐보았다.그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엄씨 가문이 절 죽여서 입막음하려고 합니다. 섭정왕께서 제 목숨을 살려주신다면 모든 증거를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오늘 밤 자시, 유양진(柳楊鎮) 용수 아래서 기다리겠습니다. 혼자 오십시오!”“왜 그러느냐?”부진환이 다가왔고 낙청연은 곧바로 쪽지를 그에게 건넸다.부진환은 그것을 보고 살짝 놀라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곧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왕청이 쓴 것이구나.”“그는 주홍의 부하라 많은 기밀을 알고 있을 것이다. 주홍이 실종된 뒤로 진 태위는 왕청을 중점적으로 알아보려 했다.”낙청연이 물었다.“오늘 밤 혼자 가실 생각이십니까? 저랑 함께 가시지요.”낙청연은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부진환은 거절할 생각이었으나 저 신산의 말을 떠올렸다.그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녀가 원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을 말이다.낙청연은 왕부에 시집온 지 오래됐지만 그녀의 뜻대로 한 일은 거의 없었다. 매번 부진환이 그녀에게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면서 그녀를 저지했기 때문이다.그래서 앞으로는 그녀의 의견을 존중할 셈이었다.“그래.”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그녀는 부진환이 이렇게 흔쾌히 허락할 줄은 몰랐다.“송천초도 데려가고 싶은데 그래도 되겠습니까?”낙청연이 또 물었고 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거라.”낙청연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러면 가서 준비하겠습니다.”어젯밤 송천초는 낙청연에게 이 안건을 조사할 때 자신을
“이... 것이 왕청은 아니겠지요?”송천초가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부진환은 허리를 숙이고 살펴보다가 바닥에서 영패 하나를 주웠다.그것은 호부의 영패였다.“왕청인 것 같소.”낙청연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곧바로 천명 나침반을 꺼냈다. 곧이어 손끝에서 부문이 타기 시작했다.부문이 전부 타버리자 일월경 위에 흰옷이 나타났고 동시에 아주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낙청연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바로 이 근처였다!그녀는 재빨리 남쪽으로 향했고 경공을 써서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부진환은 깜짝 놀라며 즉시 그녀를 따라갔다.-어두운 밤, 낙청연은 마을 밖까지 따라갔고 바람을 타고 나뭇가지 사이를 헤치고 나갔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부문쇄를 시야에 들어온 흰옷을 향해 휘둘렀고 상대는 경계하며 몸을 피하려 했지만 낙청연이 그를 가로막았다.낙청연은 몸을 날리며 상대의 목을 향해 비수를 휘둘렀다.달빛 아래 사내의 눈빛에 놀라움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그의 등 뒤로 갑자기 꼬리 하나가 나타나더니 그의 몸을 지탱해 공중으로 솟아오르게 했고 그렇게 낙청연의 공격을 피했다.그 순간 낙청연은 깜짝 놀라 공격을 멈췄다.“사군?”낙청연은 그가 이미 인간의 형태를 갖추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그런데 기운이 왜 이렇게 혼잡한 것일까?남자의 긴 꼬리가 사라지고 그는 천천히 착지했다.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그 고장에 가면 그 고장의 풍속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지. 난 지금 초경(楚鏡)이니 사군이라고 부르지 말거라.”낙청연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이렇게 빨리 인간의 형태를 갖출 수는 없다. 다른 사람들의 정기를 흡수해 수련한 것이냐?”“최근 경도에 많은 사람이 죽었던데 전부 네가 한 짓이냐?”초경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그랬다.”낙청연은 분노가 치밀어올랐다.“왜 이 길을 선택한 것이냐?”“네가 이 세간의 화근이 될 줄 알았더라면 널 일찍 죽였을 것이다!”낙청연은 비수를 들고 그를 맹렬히 공격했고 두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