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들은 낙청연은 깜짝 놀라 말했다 “무슨 뜻이냐?”랑목은 생각에 잠기더니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우리 만족은 지금 보이는 부락 외에 다른 흩어진 부락들도 있소. 우리에게 귀순하지 않았고, 우리의 명령을 듣지도 않소.”“변경에서 물자를 뺏기 위해 천궐국 사람들을 습격한다고 들었소.”“랑심도 그런 일을 했었소.”“몇 년 동안 진천리는 평녕성에 주둔하면서 랑심과 싸워왔소. 랑심은 진천리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증오도 섞인 것 같소.”“진천리를 적으로 생각하면서 정복하려 했지만 진천리는 쉽게 굽히지 않았소.”“연모가 집착이 되고, 랑심은 엄가와 손을 잡았소. 그저 진천리를 잡기 위해 말이오.”“랑심이 진천리한테 자신에게 복종하면 부군으로 맞아 천궐국에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소.”“하지만 진천리는 승낙하지 않았고, 그렇게 랑심은 홧김에 진천리를 못살게 구는 것이오.”“랑심이 부왕에게 천궐국을 치자고 매달렸소. 그래서 결국 부왕도 마지못해 승낙한 것이오.”“이 전쟁은, 랑심의 사심으로 일어난 것이오.”“진짜 누이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그제야 사건의 경위를 알게 되었다.“랑심은 자격이 없다.” 낙청연이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랑목은 제 발 저려하며 말없이 옆에 있었다.필경 이번에도 랑목은 랑심을 도와주었기 때문이다.낙청연은 그런 랑목의 마음을 한 번에 꿰뚫었다.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엄가와 어떻게 연락을 했는지, 평녕성의 첩자는 누구인지, 경도에서 너희를 내보내 준 사람은 누군지 빠짐없이 말해주면 용서해주마.”이 말을 들은 랑목은 두 눈을 반짝였다.“정말이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랑목은 기뻐하며 낙청연을 끌어당겼다 “그만 드시오, 내가 다 적어주겠소.”낙청연은 랑목을 따라 막사로 들어갔다. 랑목은 모든 경과를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말해주었으며, 접촉해왔던 사람들을 모두 적어주었다.아주 명확하게 말이다.낙청연은 그 명부를 보며 저도 모르게 흥분했다. 이
궁궐이었다!천궐국처럼 금빛 찬란한 궁궐이 아니라 여국의 고요하고 청아한 느낌의 궁전이었다.사부님이 살았던 곳이랑, 완전히 똑같았다!심지어 궁전의 장식, 걸려 있는 서화와 놓여있는 소장품까지도 완전히 똑같았다.이곳에 들어오니 오랜만에 익숙한 느낌이 몰려와 낙청연의 마음에는 잔잔한 파도가 일었다.복잡한 기분이었다.“오래전에 지어진 곳 같습니다.”만왕은 뒷짐을 짊어지고 웃으며 말했다 “여긴 내가 그녀를 위해 지은 곳이지. 여국의 집과 똑같다고 하더군.”“나를 위해 많은 일을 해줬지. 집이 그리울까 봐 똑같이 지어줬네.”“이곳의 장식, 심지어는 상과 의자까지 모두 내가 직접 만들었지.”낙청연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만왕께서 만든 것이란 말입니까?”“대체 무슨 사이였습니까?”“설마 두 분…”만왕은 침울한 눈빛으로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 연모가 아니라면 어떻게 서로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겠는가.”“하지만 난 그녀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었네.”“다 내 잘못이네.”“하지만 내 동생에게 시집갈 줄은 생각도 못 했네.”말을 마친 만왕은 마음이 아파 눈시울을 붉혔다.“낙영의 모든 비밀은 이곳에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게.”그렇게 만왕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만왕의 발걸음은 유난히 무겁고 허약해 보였다.만왕이 떠나고 나서야 낙청연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정말 예전에 살았던 곳과 똑같았다.낙청연은 앞으로 걸으며 침궁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창가의 상에는 진달래가 놓여 있었다.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화분을 움직였다. 그러자 벽에서 기계의 움직임이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역시나 밀실도 똑같게 만들었다.사부님은 이곳에 오랫동안 살았던 게 확실했다.낙청연은 불안한 마음으로 밀실에 들어섰다.밀실은 크지 않았지만 벽 가까이 서가가 있었고 흑단 태사의가 놓여 있었다.태사의를 만지니 눈앞에 사부님이 위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이곳은 구석마다 사부님의 기운이 넘쳤다.사부님이 이곳에 살았었다는
“오늘 신분을 들켰더니 다들 저를 만족 진영에서 내쫓으려고 합니다.”“전 괜히 분쟁을 일으키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 세월을 바쳤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는 없습니다.”“오늘 전 어쩌면 후회할지도 모르는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혼검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많은 것에 신경 쓸 수 없습니다.”“전 랑목을 수산(獸山)으로 유인했고 원응은 역시나 그를 구하러 갔습니다...”거기까지 읽었을 때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랑목이 수산으로 들어가고 원응이 그를 구하게 된 건 사부님이 계획한 일이었다.그렇다는 건 랑목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의미했다.그래서 원응이 죽었고 사부님은 왕과 원응을 부활시키는 거래를 해 사혼검을 얻은 것이다.다음 내용을 보니 몇 년 뒤의 일이었다.사부님은 당시 사혼검을 챙겨 만족을 떠났지만 몇 년 뒤 다시 돌아왔다.위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약속한 일은 지켰습니다. 원응은 이제 곧 부활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하늘을 거스른 일이기에 쓰라린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원응은 열일곱 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고 저 또한 결과적으로 업보를 갚아야 합니다.”“전 천궐국에 가서 그녀를 키울 것입니다. 만약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당신은 그녀의 이름이 낙청연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보지 못한다면 그건 당신과 당신의 딸은 이번 생에 인연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낙청연은 흠칫했다.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그러니까 그녀는 낙영과 낙해평의 딸이 아니라 부활한 원응이다.그리고 원응은 섭정왕부에서 죽었다.사부님이 일찍 돌아가신 것은 하늘을 거스르고 운명을 바꾼 대가다.사부님은 원응의 죽음을 계획해 사혼검을 얻었지만 결국에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원응을 되살렸다.그 이유는 사부님이 왕을 사랑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낙해평에게 시집을 갔다. 사랑 때문이 아니라 낙해평의 얼굴이 왕과 비슷해서일 것이다.그리고 사부님은 과거 왕에게 그의 동생을 잘 보살펴줄 것이라고 약속한 적 있다.사부님은 왕과의 약속을 전부 지켰다.이제야 낙청연은
탁자 위의 약을 본 낙청연은 그것을 들어 냄새를 맡아보았다.약 냄새가 아주 강했으나 무엇에 쓰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상자 안에 있던 약은 낙월영이 먹었다.낙청연은 사부님이 숨겨둔 비밀이 약이 아니라 상자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상자 안에도 마찬가지로 약이 들어있는 걸 보니 어쩌면 중요한 물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그녀는 약을 챙겼다.어쩌면 언젠가 이 약이 긴히 쓰이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궁전을 벗어난 뒤 낙청연은 왕이 언덕 옆 나무 밑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 외롭고 힘없어 보이는 그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다.자신의 또 다른 신분을 알게 된 낙청연은 어떻게 그를 마주해야 할지 잠시 갈피를 잡지 못했다.왕이 먼저 그녀를 발견하고 웃으며 물었다.“이렇게 빨리 나온 것이냐? 너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느냐?”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앉았다.“당시 사혼검을 낙영에게 건네준 뒤 그녀를 다시 만난 적이 있습니까?”왕은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아마 내가 미워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거겠지.”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그렇다면 궁전 안 밀실에 대해 아십니까?”왕이 대답했다.“안다. 하지만 들어가 본 적은 없다.”“무엇 때문입니까?”낙청연은 미간을 구겼고 왕은 안색이 흐려진 채 잠자코 말이 없었다.하지만 낙청연은 곧바로 답을 깨달았다.“그녀의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우셨습니까?”왕은 침묵을 지켰다.묵인한 셈이었다.“안에 들어가 보시겠습니까?”왕은 심각한 표정으로 주저했다.“전 먼저 가보겠습니다.”낙청연이 몸을 일으켜 자리를 뜨려 하자 왕이 불러세웠다.“오늘 밤 즉위식이 있으니 준비하거라.”낙청연의 걸음이 멈췄다.“알겠습니다.”낙청연은 언덕에서 내려와 고개를 돌려보았다. 왕은 여전히 나무 밑에 앉아있었다.그가 밀실에 갈지 가지 않을지는 알 수 없다.그곳에 가본다면 그는 많은 비밀을 알게 될 것이고 낙영이 그동안 어떤 심경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마을로
곧이어 환호 소리가 이어졌다. 여인들은 모닥불을 둘러싸고 춤을 추며 환호를 내질렀다.랑목이 다가와서 들고 있던 꽃 한 묶음을 낙청연에게 건네줬다.“존경하는 저의 여왕께 바칩니다.”낙청연은 꽃을 건네받은 뒤 웃음을 터뜨렸다.“랑목, 끝난다면 왕위를 너에게 주겠다.”랑목의 미소가 굳었다.“누이, 내가 누이를 보좌하겠소. 그러니 내게 왕위를 주지 않아도 되오.”낙청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하지만 난 결국 천궐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기 계속 남아있을 수는 없다.”“돌아가고 싶다면 돌아가시오. 아무도 막지 않을 것이오.”“하지만 이 자리를 내게 넘겨서는 아니 되오. 이것은 누이의 것이오.”랑목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낙청연이 입을 열려는데 연라가 부랴부랴 왔다.“왕상께서 원응 공주를 만나보고 싶다고 합니다.”정신을 차린 낙청연은 그제야 왕이 진작 떠났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연라와 함께 방에 도착했고 침상 위에 누워있는 왕을 보았다.그는 아주 허약했다.“왜 이렇습니까?”낙청연이 재빨리 진맥하려 했지만 왕은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때가 된 것뿐이다.”“원응아, 네가 만족에게 두터운 정이 없다는 건 알고 있다.”“왕의 자리도 내가 너에게 억지로 준 것이지.”“하지만 넌 자유롭고 아무도 널 묶어둘 수는 없다. 역대 왕들 또한 이곳저곳 여행한 경험이 있고 아무도 캐묻지 않았다.”“내가 바라는 건 단 한 가지, 우리 일족을 지키고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난 네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네가 부활해 다시 내 옆에 온 것은 모두 하늘의 뜻이다.”말을 마친 뒤 왕은 몇 차례 기침하고 말했다.“랑목은? 랑목과 따로 얘기를 나눠야겠다.”왕은 낙청연에게 대답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낙청연은 방에서 나왔고 연라도 그녀와 함께 나왔다.“왕의 상황이 왜 갑자기 이렇게 심각해진 것이오? 그의 체내에 있는 독이 이렇게 빨리 퍼질 리가 없소.”연라는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왕의 체내에 있는 독은 오래전부터
“부왕!”낙청연과 연라가 다급히 방 안으로 들어갔지만 침상 위의 사람은 이미 호흡이 멎은 뒤였다.랑목은 침상 맡에 엎드려 서글프게 울었고 연라는 무릎을 꿇었다.낙청연은 심경이 복잡했다. 왕이 이렇게 가버리다니. 그는 그녀에게 왕위를 물려준 그날 밤 세상을 떴다.랑목은 울음을 그친 뒤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부왕께서 돌아가신 일을 며칠 숨기라고 하셨소.”“그리고 산 위 궁전 밖에 묻어달라고 하셨소.”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산 위 궁정 밖?그는 죽을 때까지 낙영을 그리워했다.왕이 세상을 뜬 일 때문에 며칠 더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녀는 왕을 묻은 뒤 지도 위의 곳을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왕을 땅에 묻는 날 만족의 응익신도 배웅하러 왔다.응익신은 낙청연의 팔 위에 서서 왕의 무덤을 바라보았다.낙청연은 손가락으로 응익신을 살짝 만졌다.“이 녀석 너무 영리하구나.”응익신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이상한 점은 왕이 묻힌 뒤 낙청연이 마을로 돌아갈 때도 응익신이 계속 그녀를 따랐다는 것이다.응익신이 낙청연의 상공을 맴돌고 있다 보니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그녀를 향해 경건하게 예를 갖췄다.“랑목, 난...”낙청연은 지도를 들고 그에게 물어보려 했다.그런데 랑목은 그녀가 떠나려고 하는 줄 알고 눈시울이 붉어져 말했다.“누이, 내게 이젠 누이밖에 없소. 날 버리지 않으면 아니 되오?”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다.“아니, 너에게 이곳을 아느냐고 물을 생각이었다.”낙청연이 지도를 펼치며 말했다.랑목은 지도를 힐끗 보더니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이건 수산이 아니오?”“이곳에 갈 생각이오?”“이 안은 아주 위험하오.”사실 그 지도에 표시된 곳은 다름 아닌 수산으로 랑목이 어렸을 때 사고를 당했던 그곳이었다.사부님이 이 지도를 여러 개로 나눠 남긴 것을 보면 분명 저의가 있을 것이다.“날 데려다줄 수 있겠느냐? 안에는 나 혼자 들어가마.”수산이 너무 위험하다 보니 연라에게 말하면 그들을 말릴까 봐 이 사실을
낙청연이 랑목을 도와주려 하는데 갑자기 독수리가 다시 낙청연의 팔 위에 내려앉아 그녀의 옷자락을 물었다.낙청연은 독수리를 물리치며 말했다.“이놈, 도와주지는 못해도 방해는 하면 안 되지.”낙청연은 몸을 날려 전투에 임했고 장검은 검은 하늘 아래 한기를 번뜩이며 하늘에 피를 뿌렸다.낙청연에게 맞아 날아간 응익신은 공중에서 맴돌며 울어댔다.그 날카로운 소리는 고막을 찢을 듯이 위력이 엄청났다.곧이어 또 한 번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늑대 무리가 물러나고 있었다!낙청연과 랑목은 두 손을 꼭 쥐고 있었다. 그들은 온몸이 피범벅이었고 너무 긴장되어 손이 떨렸다.늑대 무리가 갑자기 흩어지자 두 사람은 넋이 나갔다.피비린내 나는 혈투일 줄 알았는데 너무 갑작스레 끝나버렸다.“응익신이었군.”랑목은 고개를 들어 공중에서 맴돌고 있는 독수리를 바라보았다. 피범벅인 그의 얼굴에 비소가 떠올랐다.낙청연은 의아한 얼굴로 미간을 구겼다.“정말 그렇게 신통한가...”그 독수리는 다시 돌아와 낙청연의 팔 위에 앉았다.낙청연은 어쩐지 독수리가 턱을 쳐들며 칭찬을 바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의 날카로운 눈빛에서 오만함이 보였다.“늑대 무리에게 다른 사냥감이 생겨 물러났나 보다.”“오늘 밤 우리 운이 괜찮은 듯하구나.”독수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불만스러운 듯 낙청연을 쪼았다.랑목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았다.“누이, 응익신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는 것 같소.”낙청연은 마뜩잖은 얼굴로 어깨 위에 앉은 검은 독수리를 힐끗 보았다.“난 믿지 않는다.”“앞으로 우리가 목적지에 순조롭게 도착하지 않는다면 믿지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잠깐 쉰 뒤 다시 길에 올랐다.그들은 지도에 그려진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응익신은 허공을 맴돌며 맹수가 가까워지는 것 같을 때마다 경고하듯 날카롭게 울었다.그로 인해 낙청연 일행은 아주 순조롭게 나아갔다.낙청연은 내심 놀랐다. 응익신은 만족인들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수산의 모든 동물을 다스리는 것 같았다.이
낙청연은 깜짝 놀라 계속 펼쳤다.“여국의 대제사장은 줄곧 여국에서 지고지상의 존재였고 황족 또한 그들에게 예를 갖추어야 했다.”“난 그것이 사람들이 대제사장을 신앙하고 경모해서 그런 줄로 알았다.”“하지만 난 그들의 조건 없는 복종과 경모가 사실은 그저 여국의 성수 때문이라는 걸 발견했다.”“내가 대제사장이 되었을 때, 난 매달 사상환(四象丸)을 섭취해야 했다. 사부님은 그것이 공력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약이라고 했고 역대 사서 기록도 그러했다.”“그것은 내가 처음 내게 반항하는 사람을 보는 것이었다. 그는 내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려 했고, 아주 괴롭고 고통스러워했다.”“난 이상함을 느껴 직접 그를 진맥해 치료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도 찾을 수 없었다.”“난 그를 반년간 치료했고 드디어 문제를 깨달았다.”“그에게 반항하려는 의지가 생길 때마다 그는 고통스러워했다. 그는 의지가 아주 강한 사람이었고 반항하려 할수록 더욱 고통스러워했다.”“하지만 난 단 한 번도 그를 조종한 적이 없다.”“그래서 난 일부러 사람들을 찾아 몰래 시험해 보았다. 그들이 저항하려고 할만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역시나 내 명령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전부 고통스러워했다.”“난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건지 알지 못했다. 그저 여국 백성들의 복종과 경모는 그저 약물을 이용한 일종의 통제라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난 오랫동안 이유를 찾아보았고 여국의 성수에 문제가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것은 모든 백성이 태어날 때 세례를 받는 샘물이기 때문이다.”“난 성수가 있는 샘물에서 씨앗 하나를 발견했고 그것을 들고 만족 진영에 찾아갔다. 그것을 샘물 안에 넣었는데 그 샘물은 수산 전체를 흐르는 샘물이었다.”“석 달 뒤, 수산의 모든 동물이 샘물을 마셨다.”“그들은 처음에 날 사냥감으로 인식했었는데 지금은 날 두려워한다.”“역시 여국의 성수는 백성들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을 복종하게 한다.”거기까지 보았을 때 낙청연은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이 증상은 부진환의 것과 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