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보고 하는 얘기야?”차설아는 몸을 뒤로 젖히고 장난스럽게 남자를 보더니 손가락을 흔들었다.“노노노, 도련님이야말로 끝장이죠.”말을 마친 그녀는 핀셋으로 작은 애벌레를 집더니 ‘부주의’로 떨구었고, 마침 성도윤의 옷깃에 떨어졌다.“악, 징그러워. 이거 당장 치워! 빨리 치우라고!”성도윤은 제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서 있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어머, 미안해요 도련님. 방금 손이 미끄러져서 벌레가 떨어졌네...”차설아는 웃음을 참으며 사다리에서 내려왔고, 거의 미쳐버릴 것 같은 남자를 애써 위로했다.“걱정 마. 사람을 해치지는 않아. 그저 당신 옷깃에서 꿈틀꿈틀하며 운동하고 있을 뿐이야.”성도윤의 얼굴은 잔뜩 어두워졌고, 엄격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차설아, 명령이야. 지금 당장 이 징그러운 물건을 내 몸에서 떼지 않으면, 내가 당신 죽인다!”차설아는 두 팔을 감싸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분노하고 있는 남자를 보며 피식 웃었다.“도련님, 아직도 그렇게 무섭게 말하면 어떡해요? 벌레 무서워하지 않는다면서요? 그럼 직접 떼어내면 되잖아요?”“젠장!”성도윤은 제자리에서 뻣뻣하게 서 있었다. 벌레를 떼어내기는커녕 벌레가 옷 속으로 기어들어 갈까 봐 여광으로 벌레의 방향을 감히 보지도 못했다. 온몸이 근질근질하는 것 같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잠시 존엄을 굽혀 낮은 목소리로 차설아를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맞아, 나 벌레 무서워해. 내가 어떻게 하면 이 징그러운 물건을 떼어줄 건지 그냥 말해. 어서!”“진작에 인정하지! 그러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잖아!”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굽힐 줄 아는 남자의 모습에 매우 만족했다.두 녀석은 옆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달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성도윤의 정곡을 찔렀다.“예쁜 아빠, 달이도 이렇게 작은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아요. 정말 겁쟁이네요.”원이가 한마디 더 보탰다.“흥, 내가 말했지. 이 나쁜 놈은 껍데기만 번지르르할 뿐 실제로는 겁쟁이라니까!”성도윤은 자신의 체면을
“내가 만약 당신이었다면 춤을 출 줄 몰라도 적당히 몸을 움직이며 성의라도 보여주겠어. 우리를 기쁘게 해준다면 기꺼이 벌레를 쫓아내 주지!”“그만해!”성도윤은 그녀가 자신을 놀리려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성씨 가문 도련님의 신분으로 브레이크 댄스를 추라니!이건 명백한 모욕이었다!성도윤은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을 다잡고는 징그러움과 두려움을 참고 옷깃에 있는 애벌레를 직접 떼어내려 했다.차설아가 서둘러 제지했다.“어머, 손으로 만지지 마! 애벌레 독이 있어서 만약 물리면 아플 거야!”그래서 차설아도 나뭇가지로 애벌레를 떼어내려 했던 것이다.“또 날 속이는 거지?”성도윤은 더 이상 여자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아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애벌레를 더듬었다.“젠장, 이거 진짜 사람을 물잖아! 아파 죽겠네!”그의 손가락이 애벌레에 닿자, 즉시 고함을 질렀다.더 무서운 것은, 놀란 애벌레가 몸을 웅크리더니 마침 그의 스웨터 옷깃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는 것이다!“어머, 이럴 수가!”차설아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차마 눈뜨고 쳐다볼 수 없었다.“악악악!”“살려줘! 살려줘! 살려줘!”성도윤은 이미 이미지 같은 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즉시 브레이크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전문적인 몸놀림은 아니지만, 꽤 열심이었다.“그만 좀 소리치고 옷부터 벗어!”차설아는 앞으로 달려가 정신없이 성도윤의 옷을 벗기고 나뭇가지로 애벌레를 한쪽으로 떼어냈다.성도윤은 마침내 안정을 찾았지만, 등에 애벌레가 기어 다닌 바람에 이미 붉은 뾰루지가 한 줄기 돋았고 따끔거리며 아파졌다.“이것 봐. 사람 말 안 듣더니 쌤통이다!”차설아는 남자의 등에 난 자국을 보며 동정하기 시작했다.나방의 일종인 이 애벌레는 몸의 솜털에 독이 있어 살짝만 건드려도 피부가 칼로 메인 것처럼 따갑고 아팠다.나방이 성도윤의 등에서 한 바퀴 굴렀으니 얼마나 아픈지 짐작할 수 있었다!“이 모든 게 당신 때문이잖아? 손이 미끄러져 이 징그러운 물건을 나에게 주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망신
“응, 확실히 좀 지나치긴 했어!”차설아는 머리를 긁적이며, 성도윤이 복수할 기회를 노릴까 봐 두려웠다. 게다가 성도윤의 몸은 아직 회복 중인데, 놀라서 상태가 심각해지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 일이었다.“그래. 원아, 달아. 너희 둘 얌전히 놀고 있어. 엄마는 가서 소심한 놈 달래줘야겠어. 방금 풍선처럼 얼굴이 빵빵하게 된 거 봤지? 저러다 진짜 화 나서 폭발하기라도 하면 어떡해.”차설아의 생생한 묘사에 두 녀석은 모두 웃었다.원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이 나쁜 아빠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것 같아요. 좀 어리바리한 것 같은데요?”“겁쟁이일 뿐만 아니라 어리바리해서, 별로 무섭지도 않은데요? 제가 너무 과대평가했나 봐요!”차설아는 녀석의 머리를 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넌 아직 너무 순진해. 앞으로 곧 알게 될 거야.”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아까 그 애벌레를 휴지로 싸서는 빠른 걸음으로 별장으로 향했다.“성도윤, 좀 어때?”차설아는 남자의 침실에 가서 방문을 두드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걱정해줘서 고마운데 아직 안 죽었어!”성도윤은 차가운 얼굴로 문을 열어젖혔다.방금 샤워를 마친 그는 가운을 입고 머리는 축축했고, 구릿빛 피부에 단단한 근육이 어렴풋이 보였다. 힘과 아름다움의 조화를 이룬 그의 근육은... 그야말로 유혹적이었다.차설아는 몰래 침을 삼키고는 애써 시선을 떼려고 노력했다.“저기, 방금 일부러 당신 몸에 벌레를 떨어뜨린 건 아니었어. 화내지 마. 의사가 당신 화내면 또 기절할지도 모른다고 했어!”“고의가 아니었다고?”성도윤은 콧방귀를 끼더니, 갑자기 큰 손바닥으로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잡고 여자의 가슴에 대며 비꼬았다.“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봐. 진짜 고의가 아니었어?”남자의 움직임에, 가뜩이나 헐렁하던 가운의 넥 부위가 더욱 깊이 파여버렸다. 초콧릿처럼 탱탱하고 선명한 복근이 한눈에 들어왔다.남자에 의해 가슴에 눌러진 차설아의 손이 또 간질거렸다. 그의 완벽
차설아는 조바심이 나서 재촉했다.“꾸물거리지 마. 이런 일은 빨리 해결할수록 좋아. 오래 끌면 효과가 없어진단 말이야!”“콜록!”성도윤의 잘생긴 얼굴이 붉어졌다.항상 수줍음이 많던 여자가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되었을까?사내대장부 성도윤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여자가 꾸물거리지 말라고 했으니, 그도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었다.오래전부터 차설아의 몸을 갈망했던 성도윤이었으니...“일단 가운부터 벗고 침대에 엎드려 있어. 그래야 내가 편해.”“내가 엎드려?”성도윤은 깜짝 놀라더니 조금 겁먹은 표정이었다.“처음부터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간다고?”“내 기술만 믿어!”차설아는 일사불란하게 지휘했다.“당신은 엎드려 있기만 하면 돼. 팔은 몸에 대고 움직이지 말고 아파도 좀 참아. 곧 끝나니까.”“그래, 알겠어!”성도윤은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가운을 벗은 뒤 울며 겨자 먹기로 침대에 엎드렸다.조금 주눅이 들긴 했지만, 모처럼 여자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니 그녀의 ‘기술’을 기대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나 시작한다. 아파도 좀 참아.”차설아는 나지막이 말했다.그녀는 평온해 보였지만, 이미 불그스름해진 볼이 그녀의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말해주고 있었다.성적 취향이 멀쩡한 여자라면, 이렇게 완벽한 남자의 몸을 보고 아무렇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태평양처럼 넓은 어깨, 군살 하나 없이 튼튼한 등골, 날씬하고 잘록한 허리... 여와가 가장 완벽한 비율에 따라 조금씩 빚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벌레에 쏘인 상처부터 가능한 빨리 처리해야 했다. 혹 알레르기라도 유발하면 번거로워진다.차설아는 아까 챙겨온 애벌레를 꺼내서 으깨더니 면봉에 묻혀서 성도윤의 등에 빨갛게 부어오른 자국에 발랐다.눈을 감은 채로 여자의 ‘기술’을 기대하던 성도윤은 등에서 전해오는 끈적거리는 촉감에 눈살을 찌푸렸다.차설아는 지금... 등에 키스하고 있는 것일까?하지만 그녀의 말랑말랑한 입술의 촉감이 아니라 면봉의 느낌이었다.
“당연하지, 애벌레에 쏘인 걸 치료할 수 있는 건 애벌레 즙 뿐이니까. 통통한 애벌레라서 즙도 많아 보여. 분명 해독 효과가 좋을 거야.”차설아는 성도윤에게 애벌레 즙을 발라주면서 덤덤하게 말했다.“애벌레의... 뭐라고?”성도윤은 온몸이 굳어졌고, 몸의 근육이 팽팽해지는 것을 느꼈다.“애벌레 즙!”차설아는 성도윤이 이해하지 못할 까봐 그 납작한 애벌레를 보여주며 말했다.“봐봐, 바로 이놈이야. 내가 이미 당신 복수를 했어. 잘 으깨서 약으로 사용하고 있으니까 너무 고마워하지는 말고.”“우웩!”성도윤은 납작한 에벌레를 보자마자 하룻밤 사이의 밥을 다 토할 것 같았고 관자놀이가 세차게 뛰었다.“차설아, 너무 징그럽잖아! 당장 치워!”“이미 죽은 벌레가 왜 무서워? 당신 왜 이렇게 겁쟁이야?”“셋까지 센다. 당장 치워. 아니면 당신 진짜 끝장이야!”“하지만 쏘인 상처는 이걸로 해독할 수 있어. 치료하지 않으면 많이 아플 거야. 참을 수 없을 만큼...”“하나, 둘...”“그래, 그래. 버릴게!”차설아는 쏘인 상처가 어느 정도 처리된 것을 보고, 또 성도윤이 제대로 폭발할까 봐 애벌레 시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그 모습을 본 성도윤은 마침 봉인을 푼 마왕처럼 모든 것을 회복한 느낌이었다.“그냥 가려고?”그는 침대에서 내려가려는 차설아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상처도 거의 나았으니 이젠 내가 필요 없잖아? 잘 휴식하면 곧 나을 거야.”차설아는 이미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여기 있는 것이 어색해서 당장 자리를 뜨고 싶었다.“오늘 날 원숭이처럼 갖고 놀았으니 좋지? 하지만 난 아직 안 끝났어...”“그럼 뭐 어쩌자는 건데? 내가 당신한테 절이라도 할까?”“절까지는 필요 없고, 날 기쁘게 하면 돼.”차설아는 어이가 없었다. 인내심이 곧 바닥날 것 같은 그녀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기쁘시겠어요? 노래라도 해드릴까요?”성도윤이 이렇게 소심한 사람인 줄 알았으면, 죽어도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앞에서는 당연히 엄마를 괴롭히지 못하지. 그럼 우리 마음속에 나쁜 이미지만 각인 되는 거잖아. 우리가 없는 곳에서 몰래 엄마를 괴롭힐까 봐 걱정이야. 엄마는 우리가 걱정할까 봐 말도 못 할 텐데...”“오빠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나쁜 아빠 혹시 지금 우리 몰래 엄마를 괴롭히고 있는 거 아니야?”“그럴지도 몰라!”두 녀석은 동시에 성도윤의 방을 향해 바라보더니 이구동성으로 말했다.“큰일 났어. 엄마가 위험해. 빨리 엄마 구하러 가자!”지금 이 순간, 원이와 달이는 같은 전선에 서서, 한 사람은 꽃병을, 한 사람은 술병을 들고 부리나케 성도윤의 방으로 달려갔다.성도윤의 방은 2층이었고, 마침 문을 잠그지 않았다.“나쁜 놈 우리 엄마 괴롭히지 마!”원이는 문을 열자마자 술병을 휘둘렀다. 마치 경찰이라도 된 듯 허둥지둥 달려들었다.성도윤과 차설아는 지금 야릇한 분위기가 극에 달했다.남자는 마치 큰 산처럼 여자를 완전히 억누른 상태로, 오랫동안 기다린 붉은 입술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원이의 외침에 두 사람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깜짝 놀라 죽을 뻔했고 순식간에 서로에게서 떨어졌다.“원아, 네가 여긴... 어떻게 왔어?”차설아는 사과처럼 얼굴이 붉어졌고, 당장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망할, 방금 또 성도윤의 절세 미모에 이성을 잃었어. 이 자식이 키스하려 할 때 거절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적극적일 뻔했어!’‘하느님이시여! 이 부끄러운 얼굴을 어디에 둔단 말인가!’“나쁜 놈, 감히 우리 엄마를 괴롭혀요? 절대 용서하지 않아요!”잔뜩 화가 난 원이는 고개를 돌려 달이에게 말했다.“내가 말했지? 이 나쁜 놈이 우리 몰래 엄마를 괴롭힌다니까! 이제 직접 봤으니 믿겠어?”“흑흑, 예쁜 아빠, 너무 실망이에요. 이렇게 나쁜 사람인 줄 몰랐어요. 우리 엄마를 그렇게 호되게 괴롭히다니. 절대 용서 못 해요!”달이는 붉어진 얼굴로 성도윤을 보며 가련하게 흐느꼈다.“괴롭혔다고?”성도윤은 느릿느릿 옷을 입더
두 아이가 자신을 이렇게 지켜주니 차설아는 감동적이기도 하고 난처하기도 했다.“그게... 원아, 달아. 오해하지 마. 방금 엄마는 괴롭힘당하지 않았어.”“그럴 리가요, 제 눈으로 분명 엄마 몸 위에 올라타고 있는 걸 봤어요. 딱 봐도 때리려는 포즈였는데 괴롭힘당하지 않았다니요!”원이는 정의로운 얼굴로 차설아의 앞을 가로막고는 기세등등해서 성도윤을 향해 명령했다.“나쁜 놈, 당장 엄마한테 사과해요. 안 그럼 이 술병에 맞아 머리가 터질 줄 알아요!”“역시 나 성도윤의 아들이 아니랄까 봐 말 한번 매섭게 하네.”느슨한 가운을 입고 있는 성도윤은 나른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어린 녀석의 뾰로통한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난 절대 네 엄마를 괴롭히지 않았어. 만약 엄마 위에 올라 탄 것이 괴롭힌 거라고 생각된다면, 네 엄마가 내 몸 위에 올라타도 돼.”“성도윤, 그만해. 애들 앞에서 무슨 헛소리야? 부끄럽지도 않아?”차설아는 눈을 희번덕거렸다. 정말 애들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었다!“얘들아, 이놈은 정신병이니까 우리 상대하지 말고 얼른 나가자.”차설아는 볼이 뜨거워 더 이상 방에 있을 수 없어 얼른 두 아이를 끌고 방을 나섰다.성도윤은 두 팔을 두른 채 떠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이렇게 따스한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것이 아마도 그가 오랫동안 찾았던 ‘집’의 느낌이 아닐까?‘차설아, 당신이 아무리 거절해도, 나 성도윤은 절대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야!’어느덧 오전이 지나가고 차설아는 오늘 모처럼 시간이 나서 아이들에게 점심을 해주느라 바빴다.아이들은 별장 앞 정원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장님 코끼리 잡기 게임을 했다.이번에는 달이의 술래였다. 달이는 천으로 눈을 가리고 정원을 여기저기 더듬기 시작했다.“오빠, 어디 있는 거야. 소리라도 내주면 안 돼. 안 그럼 어디 가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달이는 귀여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작은 팔을 활짝 벌리더니
“선녀 할머니, 제 이름은 차원영이에요. 달이라고 부르시면 돼요. 올해 네 살이고 몬테리 유치원에 다니고 있어요...”친할머니를 처음 본 달이는 자신도 모르게 친밀감을 느꼈고, 개인 정보를 줄줄이 읊었다.막 차설아의 이름을 말하려고 하는데 원이가 달려와 엄숙한 얼굴로 제지했다.“달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우리 정보를 함부로 누설하면 안 돼. 나쁜 사람이면 어쩌려고 그래?”“아니야, 선녀 할머니는 아빠처럼 이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어떻게 나쁜 사람일 수 있어?”언제나 얼굴을 많이 보는 달이는,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다.원이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휴, 너도 참. 몇 번을 속아야 정신을 차릴 거야? 나쁜 아빠가 안 나쁘다고? 그런데 왜 몰래 엄마를 괴롭혔겠어?”“아 맞다. 깜빡했어!”달이는 심호흡을 한 후 작은 머리를 흔들며 자신에게 말했다.“얼굴만 보면 안 돼! 얼굴만 보면 안 돼!”“지금은 선녀 할머니와 이야기할 수 없어요. 아직 할머니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니까요. 할 말이 있으면 오빠에게 말하세요. 오빠는 엄청나게 똑똑해서 쉽게 속지 않아요!”달이는 토끼처럼 원이의 뒤에 숨어서 소영금에게 말했다.소영금의 시선이 원이에게 떨어졌다.원이를 보자마자 소영금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이 아이는 백 프로 성도윤의 아이이다!어릴 적 성도윤과 똑같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매서운 눈빛마저 성도윤 판박이였다. 그야말로 리틀 성도윤이었다!“너... 너 이름이 뭐야?”소영금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지며 손을 뻗어 원이의 얼굴을 만지려 했다.도도한 원이는 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할머니는 누구시죠? 여긴 왜 오셨어요?”“나?”소영금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어린 시절의 성도윤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목이 메어왔다.“난 네 할머니야. 네 아빠의 엄마.”“할머니?”원이와 달이는 이구동성으로 비명을 질렀다.“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