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가 자신을 이렇게 지켜주니 차설아는 감동적이기도 하고 난처하기도 했다.“그게... 원아, 달아. 오해하지 마. 방금 엄마는 괴롭힘당하지 않았어.”“그럴 리가요, 제 눈으로 분명 엄마 몸 위에 올라타고 있는 걸 봤어요. 딱 봐도 때리려는 포즈였는데 괴롭힘당하지 않았다니요!”원이는 정의로운 얼굴로 차설아의 앞을 가로막고는 기세등등해서 성도윤을 향해 명령했다.“나쁜 놈, 당장 엄마한테 사과해요. 안 그럼 이 술병에 맞아 머리가 터질 줄 알아요!”“역시 나 성도윤의 아들이 아니랄까 봐 말 한번 매섭게 하네.”느슨한 가운을 입고 있는 성도윤은 나른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어린 녀석의 뾰로통한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난 절대 네 엄마를 괴롭히지 않았어. 만약 엄마 위에 올라 탄 것이 괴롭힌 거라고 생각된다면, 네 엄마가 내 몸 위에 올라타도 돼.”“성도윤, 그만해. 애들 앞에서 무슨 헛소리야? 부끄럽지도 않아?”차설아는 눈을 희번덕거렸다. 정말 애들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었다!“얘들아, 이놈은 정신병이니까 우리 상대하지 말고 얼른 나가자.”차설아는 볼이 뜨거워 더 이상 방에 있을 수 없어 얼른 두 아이를 끌고 방을 나섰다.성도윤은 두 팔을 두른 채 떠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이렇게 따스한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것이 아마도 그가 오랫동안 찾았던 ‘집’의 느낌이 아닐까?‘차설아, 당신이 아무리 거절해도, 나 성도윤은 절대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야!’어느덧 오전이 지나가고 차설아는 오늘 모처럼 시간이 나서 아이들에게 점심을 해주느라 바빴다.아이들은 별장 앞 정원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장님 코끼리 잡기 게임을 했다.이번에는 달이의 술래였다. 달이는 천으로 눈을 가리고 정원을 여기저기 더듬기 시작했다.“오빠, 어디 있는 거야. 소리라도 내주면 안 돼. 안 그럼 어디 가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달이는 귀여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작은 팔을 활짝 벌리더니
“선녀 할머니, 제 이름은 차원영이에요. 달이라고 부르시면 돼요. 올해 네 살이고 몬테리 유치원에 다니고 있어요...”친할머니를 처음 본 달이는 자신도 모르게 친밀감을 느꼈고, 개인 정보를 줄줄이 읊었다.막 차설아의 이름을 말하려고 하는데 원이가 달려와 엄숙한 얼굴로 제지했다.“달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우리 정보를 함부로 누설하면 안 돼. 나쁜 사람이면 어쩌려고 그래?”“아니야, 선녀 할머니는 아빠처럼 이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어떻게 나쁜 사람일 수 있어?”언제나 얼굴을 많이 보는 달이는,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다.원이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휴, 너도 참. 몇 번을 속아야 정신을 차릴 거야? 나쁜 아빠가 안 나쁘다고? 그런데 왜 몰래 엄마를 괴롭혔겠어?”“아 맞다. 깜빡했어!”달이는 심호흡을 한 후 작은 머리를 흔들며 자신에게 말했다.“얼굴만 보면 안 돼! 얼굴만 보면 안 돼!”“지금은 선녀 할머니와 이야기할 수 없어요. 아직 할머니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니까요. 할 말이 있으면 오빠에게 말하세요. 오빠는 엄청나게 똑똑해서 쉽게 속지 않아요!”달이는 토끼처럼 원이의 뒤에 숨어서 소영금에게 말했다.소영금의 시선이 원이에게 떨어졌다.원이를 보자마자 소영금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이 아이는 백 프로 성도윤의 아이이다!어릴 적 성도윤과 똑같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매서운 눈빛마저 성도윤 판박이였다. 그야말로 리틀 성도윤이었다!“너... 너 이름이 뭐야?”소영금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지며 손을 뻗어 원이의 얼굴을 만지려 했다.도도한 원이는 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할머니는 누구시죠? 여긴 왜 오셨어요?”“나?”소영금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어린 시절의 성도윤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목이 메어왔다.“난 네 할머니야. 네 아빠의 엄마.”“할머니?”원이와 달이는 이구동성으로 비명을 질렀다.“맞
“우리 엄마가 진정한 사나이는 마음씨도 착하고 약한 사람들을 구해주는 슈퍼 히어로 같은 사람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할머니가 키운 아들은 건장한 체격으로 여자를 괴롭혔어요. 그러니 아들 교육에 실패한 거 아닌가요?”원이는 팔짱을 낀 채 기세등등해서 소영금에게 물었다.그가 보기에 나쁜 아빠의 악행들은 모두 어머니가 잘 가르치지 못했기때문이다. 어렵게 소영금을 만났으니, 반드시 차설아를 위해 나서야 했다.“도윤이가 여자를 괴롭혔다고?”소영금은 눈살을 찌푸리며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내 아들은 교양이 있고 매너도 좋은 신사야. 여자를 도우면 도왔지 괴롭힐 사람은 아니야. 그건 분명 오해야!”“오해 아니에요! 저랑 오빠가 직접 봤어요!”원이의 뒤에 숨어 있던 달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의분을 토했다.“나쁜 아빠가 엄마를 몸 밑에 깔고 괴롭히고 있었어요. 저랑 오빠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엄마는 나쁜 아빠에게 물렸을 거예요!”달이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방금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성도윤은 막 차설아를 물려고 했다. 너무 괘씸했다!“몸 밑에 깔고 물려고 했다고?”소영금은 이내 무슨 상황인지 알아채고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하느님 감사합니다. 도윤이가 드디어 남자가 가져야 할 세속적인 욕망을 갖게 되었네요.’여러 해 동안 지나치게 ‘깨끗하게’ 살아온 아들 때문에 소영금은 자기 아들이 ‘부족’한 줄 알았다.“너무 못됐구나! 어쩜 그렇게 정신 나간 짓을 했을까. 정말 짐승만도 못하네. 엄마인 내가 교육을 잘하지 못했으니 이따가 따끔하게 혼내줘야겠어!”소영금은 아이들의 장단에 맞춰 성도윤을 욕하기 시작했다.“참, 남자로 태어나서 어떻게 여자를 괴롭힐 수 있어? 내 아들은 정말 남자도 아니야. 어디 갇혀서 여자를 존중하는 법을 배울 때까지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게 해야 해...”“사실, 나도 도윤이에게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너희들 어떻게 처벌하고 싶어? 마음껏 말해봐. 이 할머니가 가서 따끔하게 혼내 줄게.”“진짜 그 나쁜 놈을 혼낼
“역시 애들 말이 맞았어. 내가 널 잘못 가르쳤어. 자기밖에 모르는 얼음 같은 자식으로 키웠으니!”소영금은 투덜거리면서 성도윤의 팔을 쥐어뜯었다.하지만 성도윤의 팔 근육이 너무 단단해서 전혀 꼬집을 수 없어 등만 짝짝 두 번 세게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성도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원이와 달이를 보며 말했다.“얘들아, 나한테로 와. 이 노파가 여기가 고장 나서 너희들을 다치게 할지도 몰라.”그는 아이들을 보며 진지하게 머리를 가리켰다.“아니에요, 선녀 할머니는 좋은 사람이에요. 당신이야말로 나쁜 사람이잖아요. 엄마를 괴롭히는 나쁜 사람! 다시 우리한테 말 걸지 말아요!”달이는 성도윤의 미모에 푹 빠져있지만, 지금은 이성을 잃지 않고 순순히 소영금의 뒤에 섰다.“맞아요, 당신 엄마는 좋은 사람이지만 당신은 나쁜 사람이에요. 착해질 수 있게 엄마에게 혼 좀 나세요.”원이는 성도윤을 바라보며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성도윤은 아이들이 할머니를 보자마자 바로 같은 편을 먹을 줄은 몰랐다.“엄마, 애들한테 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금세 한통속이 된 거예요?”성도윤은 ‘배움에 끝이 없다’는 심정으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소영금을 바라보며 배움에 목마른 표정을 지었다.사실, 그는 차설아를 상대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이 두 아이를 상대하는 건 더 어려웠다.차설아의 마음을 움직일 자신은 있었지만, 두 아이가 적의를 버리고 자신을 좋아하게 할 자신은 없었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그거야 당연히 난 정의의 화신이니까. 너란 나쁜 놈을 교육하기 위해 아이들이랑 난 한편이야.”소영금의 말에 두 녀석은 강하게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정의는 절대 무너지지 않아요. 나쁜 놈이 우리 엄마를 괴롭혔으니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해요!”성도윤은 순식간에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차설아가 그를 무시하고, 아이들은 그를 벌하려 하고, 친어머니마저 그를 배신했다. 너무 비참했다.그는 순간 소영금이 왜 이렇게 빨리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깨달았다.“엄마
“이건...”굵은 등나무 가지를 바라보던 소영금과 성도윤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이건 좀 굵지 않을까?”소영금은 조심스럽게 원이를 향해 물었다.비록 손자를 위해 아들을 팔기로 마음먹었지만, 어릴 때부터 한 번도 성도윤을 때린 적이 없었고, 다 큰 아들을 때리자니 마음이 약해졌다.“아니요. 아주 정상적인 굵기인데요? 엄마는 세게 때릴수록 품행이 단정해진다고 했어요. 할머니 아들이 지금 약자를 괴롭히고 있으니, 보아하니 어릴 때 적게 맞아서 그래요.”원이는 그럴듯하게 소영금을 설득했다.소영금은 굵은 등나무 가지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가 이걸로 자주 너희를 때렸다는 거냐?”“그건 아니에요.”원이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엄마는 그저 겁만 줄 뿐 때린 적은 거의 없어요. 다른 집 아이들은 이렇게 맞으면서 큰다고 했어요. 저는 착해서 거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할머니 아들은 다르잖아요. 그렇게 많은 잘못을 저질렀으니 진작 호되게 때려서 따끔한 교훈을 줘야 했어요!”성도윤은 어이가 없었다.‘원아, 넌 정말 나의 착한 아들이야!’“네 말이 맞아. 내가 이놈을 너무 곱게 키웠어. 맞아야 해!”소영금은 원이의 손에 들려있는 등나무 가지를 받아 들고 성도윤 옆으로 다가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아들, 협조 좀 해. 내 손자 손녀 기쁘게 좀 해줘야겠어.”성도윤은 어두워진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할머니가 자기 손주들 기쁘게 하려고 아들을 때리는 연기를 한다는 게 말이나 돼요?”“다른 방법이 없잖아? 그러니 왜 잘못을 저지르냐고. 쌤통이다.”“제가 무슨 잘못을 했어요?”“애들 엄마를 누르고 물려고 했다면서? 그냥 때리기만 하는 것도 많이 봐준 줄 알아!”성도윤은 순간 참지 못하고 난처해서 말했다.“애들은 몰라서 그렇다 치고, 엄마도 모르시겠어요? 그만하고 얼른 돌아가세요!”“내가 왜 돌아가. 꿈에서 바라던 손자와 손녀를 만났는데, 아까워서 어떻게 돌아가!”소영금은
지금의 차설아를 그는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차설아는 성씨 가문에 들어오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기에 성도윤은 괜히 자괴감이 들었고 체면이 서지 않기도 했다.“아이의 엄마가 누구냐니까? 뭔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소영금이 머리를 빠르게 굴리더니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물었다.“뉘 집 아가씨인지 어디 맞혀볼까? 적어도 8대 명문가 출신이겠지?”“설마 서은아 이 계집애 아니야? 어릴 때부터 두 사람 사이가 심상치 않더니, 둘이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정말 잘됐네. 우리 두 가문에서도 이날만을 기다렸잖아.”“은아 아니에요.”성도윤이 피곤한 얼굴로 부인했다.“나랑 은아는 그냥 친구 사이예요.”“그럼 네 첫사랑 아니야? 그... 이름이 뭐더라? 허청하라고 그랬지? 그 여자애가 명문 가문 출신이 아니어도 어디 흠잡을 데는 없잖아. 그럭저럭 두 사람 어울리긴 해.”성도윤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엄마, 이제 막 며느리 고르기 시작하신 거예요?”“그럼 도대체 누구야? 너랑 관계있는 여자가 다섯 손가락 안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은데 설마 임채원은 아니겠지? 그런데 임채원은 아이를 못 낳는다고 하지 않았어?”소영금은 한참 생각하다가 갑자기 두 눈을 번쩍이더니 제자리에서 퐁퐁 뛰기 시작했다.“어휴, 내 정신 좀 봐. 우리 성씨 가문의 며느리인 차설아였어? 세상에, 내가 그렇게 두 사람 잘되기를 바랐는데 이렇게 이어지네.”성도윤은 부인하지 않았지만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함부로 말씀하지 마세요, 지금은 성씨 가문의 며느리 아니잖아요. 나랑 이미 이혼한 사이라고요.”“세상에, 나 진짜 로또 맞은 기분이야.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다고.”소영금은 너무 기쁘기도 하고 흥분해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한참 이마를 짚더니 갑자기 성도윤을 찰싹 때리며 말을 이어갔다.“이 자식, 역시 나 소영금의 아들이야. 이러면 나에게 며느리, 손주, 손녀가 다 생기는 거잖아.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그동안 소영금은 성도윤을 위해
성도윤을 혼내겠다는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그녀는 등나무 막대기로 성도윤을 마구 후려치기 시작했다.“아파요!”아무리 성도윤이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매를 맞게 되니 저도 모르게 곡소리를 내었다.“엄마, 그만하세요, 진짜로 때리시게요?”“당연히 진짜로 때리려고 했지. 너 제대로 혼나지 않으면 절대 정신을 안 차릴 거잖아. 귀여운 나의 손주, 손녀들도 이래야 우리의 성의를 알아챌 거 아니야? 그러니까 이를 악물고 잘 견뎌. 너무 아프면 소리내서 아이들의 동정심도 얻고.”소영금이 때리면서 성도윤에게 쓴소리를 했다.“일리가 있네요.”성도윤은 처음으로 소영금의 생각에 동의한 듯했다. 그러고서는 고통스러운 듯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악, 너무 아파요!”“잘못했어요, 제발 그만 때려주세요!”아이들은 워낙 순수하기 때문에 불쌍한 척 연기를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를 용서할 것이다.다만... 차설아는 예외였다.그녀는 워낙 똑 부러지기에 성도윤은 분명 그녀의 동정심을 얻지 못할 것이다.차설아는 점심을 차린 후 향기로운 음식들을 식탁 위로 옮겼다. 하지만 이때, 별장 밖에서 남자의 곡소리가 들려왔다.‘뭐지? 성도윤이 낸 소리인가? 그런데... 그 차도남이 이런 소리를 낼 리가 없잖아. 워낙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차설아는 호기심에 별장을 나섰는데 곧바로 소영금의 등나무 막대기에 맞아 소리를 지르며 용서를 비는 성도윤의 모습을 발견했다.‘응? 이건 무슨 상황이지?’원이와 달이는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분명 두 사람의 연기에 제대로 홀린 모양이었다.아이들은 차설아를 발견한 후 곧바로 신이 난 채로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엄마, 빨리 이리로 오세요! 선녀 할머니가 나쁜 아빠를 제대로 혼내주고 계세요!”달이는 차설아가 혹여나 이 재미난 구경을 놓칠까 봐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 “응...”차설아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혀 몰랐고 또 어색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전 시어머니가 전남편을
“그런데 두 사람 뭐 하는 거야?”차설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이들 옆에서 두 사람을 한참 지켜보고는 물었다.“할머니께서 나쁜 놈을 혼내고 계세요, 엄마를 더 괴롭히지 못하게 말이에요. 그런데... 너무 살살 때리고 계신 것 같아요. 마치 연기를 하고 있듯이 말이에요.”무표정의 원이가 일침을 가했다.“설마. 방금 나쁜 아빠가 그렇게 서럽게 울었는데 진짜 많이 아팠을 거야. 연기는 아닐 거라고.”순수한 달이가 입을 삐죽이며 반박했다.소영금은 한참을 때렸는데도 성도윤이 체면을 차리면서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설아야, 이 자식이 널 괴롭혔다며? 방금 내가 대신 혼냈어. 그런데 아직도 덜 맞은 것 같아. 그러니까 이 막대기로 그동안 쌓인 원한을 모두 풀어. 도윤이가 절대 도망가거나 반항하지 못하게 내가 옆에서 잘 지켜보고 있을게.”소영금이 말하고는 등나무 막대기를 차설아의 손에 넘겼다.“네? 그건 좀 타당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차설아는 손에 든 굵은 막대기와 눈앞의 훤칠하고도 차가운 남자를 번갈아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못할 게 뭐가 있어. 넌 도윤이의 아내잖아. 남편이 나쁜 버릇이 있구나 잘못을 저질렀다면 아내가 혼내는 게 맞아. 걱정하지 말고 제대로 도윤이를 때려, 다신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교육하라고. 그래야 교훈을 얻고 앞으로 더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거야. 그럼 네가 속상해할 일도 없을 거고.”소영금이 무자비하게 말했다.“제가 교육할 게 뭐가 있어요. 그럴 능력도, 의무도 없어요. 다들 각자 제 삶을 잘 살면 그만이죠. 도윤 씨를 혼내는 건 여사님이 하세요.”차설아는 소영금이 원이와 달이의 신분을 알아챘다는 것을 짐작했다. 아니면 그녀는 귀한 아들을 이렇게까지 깎아내리면서 그녀의 동정심을 얻으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아이의 양육권 문제에 있어서 차설아는 단호했다.성도윤과 차설아가 어떤 방법을 쓰든, 사정을 하든 협박을 하든 그녀는 절대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음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