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모두 식탁 앞에 앉은 채 차설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성도윤은 소영금을 말리지 않았으니 그녀의 말에 동의한 셈이었다. 차설아가 마음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는 그 어떤 대가를 치를 의향이 있었다.“제가 원하는 건 많지 않아요. 하나밖에 없거든요...”차설아가 멈칫하더니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두 아이가 저 차설아의 아이라는 것을 잘 알아두셨으면 좋겠어요. 두 아이는 차씨 가문의 아이들이고, 성씨 가문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요. 절대 아이들을 뺏을 생각은 하지 마요, 아니면 당신들과 죽을 때까지 맞서 싸울 거예요.”차설아가 차갑게 뱉어낸 이 말은 방금 그녀가 내놓은 입장과 별다를 게 없었다. 아이의 일에 관해서는 전혀 상의할 여지가 없었다.“꿈도 꾸지 마!”성도윤은 이를 악물었는데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드러났다.‘이 여자, 진짜 똥고집이네. 마음 같아선 밧줄로 묶어서 길고양이를 다루듯 차설아의 센 고집을 다루고 싶은데 말이야.’하지만 소영금은 그와 달리 평온한 반응을 보였다.그녀는 한참 침묵하더니 식탁을 ‘탁’ 치고는 말했다.“네 뜻을 알겠어. 그렇게 어려운 요구도 아니네. 쉽게 할 수 있는 거잖아.”차설아와 성도윤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쉽게 할 수 있는 거 맞아요?”차설아는 소영금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그녀가 보기에 소영금이 성도윤처럼 다정한 척 연기를 하며 겉치레뿐인 체면을 유지하고 있는 건 그녀에게서 두 아이를 빼앗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게다가 차설아는 그들에게 절대 아이를 주지 않을 거라고 단호하게 말하기까지 했다. 예전의 소영금이었으면 진작에 화를 냈을 것이고, 오히려 지금 같은 덤덤한 반응이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당연히 쉽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나랑 도윤이 아버지가 그렇게 고지식한 사람 아니야, 남녀 차별은 하지 않는다고. 아이들만 좋으면 누구의 성을 따라든 무슨 상관이야.”“아이가 누구의 성을 따르는 문제가 아니라, 이건...”“이러는 건 어때? 도윤이를 데릴남편으로 차씨 가문에 들일 수
“그만하세요!”성도윤이 차가운 얼굴로 일어서고는 차설아를 보며 협박했다.“돌아오려면 아이들을 데리고 얌전히 돌아와. 그러면 성씨 가문에서도 절대 당신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굳이 우리 성씨 가문과 싸우려고 한다면 나 성도윤이 끝까지 상대해 주지.”말을 마친 후 그는 무표정의 얼굴을 한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소영금과 달리 성도윤은 보수적이고 오만하기까지 했다.‘내가 왜 차씨 가문에 데릴남편으로 가겠어. 내 아이가 왜 다른 여자의 성을 따라야 하는데?”차설아는 벌컥 역정을 내는 성도윤을 보더니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만약 성도윤이 정말 제정신이 아니어서 소영금의 제의에 동의했다면 오히려 차설아가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이다.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그녀는 차라리 성도윤과 피 터지게 싸우고 실력으로 승부를 보길 원했다. 그러면 패배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니 말이다.“봐요, 도윤 씨가 얼마나 차가운지. 도윤 씨는 나와 재혼하기 싫은 것 같으니 여사님도 그만하시죠.”차설아가 고개를 숙이고는 일부러 실망한 척 소영금에게 말했다.“저 녀석은 겉과 속이 다르다고.”바보 같은 아들 때문에 화딱지가 난 소영금이 차설아에게 물었다.“나랑 솔직하게 말해. 도윤이랑 재혼할 마음이 있는 거야? 네 식구가 단란하게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렇게까지 서로 난처하게 굴 필요가 없잖아.”“만약 도윤 씨가 여사님 말씀대로 차씨 가문에 들어오고, 무슨 일이든 제 말을 듣는다면, 그리고 또 두 아이가 제 성을 따르는 것에도 이의가 없다면 저는 찬성이에요.”차설아가 쿨하게 말했다.한편으로 그녀는 성도윤이 성격상 절대 그렇게 비굴하게 굴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일은 사실상 거의 일어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다른 한편으로는 또 정말 성도윤처럼 잘생기고 능력 좋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모든 말에 고분고분 잘 따르는 ‘아내’를 얻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이렇게 생각하니 역시 남자는 행복해. 결혼하면 아내가
“그건...”원이는 턱을 만지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미스터 Q는 미스터 Q만의 장점이 있고, 나쁜 아빠는 나쁜 아빠의 가치가 있죠. 선택하기 정말 어렵네요.”“나, 알겠어요!”달이가 손을 높게 들더니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Q아빠와 나쁜 아빠 다 좋으니까 엄마가 두 사람 모두 선택하는 건 어때요? 한 사람은 집안일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엄마를 도와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거죠. 먼저 나쁜 아빠를 집에 들인 다음, 또 Q아빠와 결혼해요. 그러면 두 사람 모두 가질 수 있잖아요.”“맞아요, 달이가 아주 실용적인 의견을 냈네요. 찬성이에요.”원이도 손을 높게 들며 찬성했다.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동생에게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다니, 원이는 무척 흐뭇했다.“두 사람 정말 짓궂어...”차설아는 한껏 진지한 얼굴을 보인 두 아이들을 보며 실소를 터뜨렸다.미스터 Q든 성도윤이든 절대 상대하기 쉬운 사람들이 아니었다. 한 명으로도 충분히 머리가 아픈데, 둘 다 받아들이라니, 차설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게다가 미스터 Q는 성도윤과 끝장을 보는 원수 사이였다. 만약 두 사람이 정말 만나게 된다면 얼마나 끔찍한 장면들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그럼 정말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면 엄마는 누구를 선택할 거예요?”원이가 차설아에게 물었다.“나는...”차설아는 생각해 보더니 한 주가 곧 다 지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제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서두를 것 없어. 너희들도 곧 알게 될 거야.”그녀는 성도윤이 있는 위층을 향해 보더니 손으로 약지를 더듬었다. 반지의 속박이 없다는 것은 그녀도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녀만 원한다면 마음이 가는 대로 그 누구든 선택해도 되었다!2층 침실에서, 성도윤과 소영금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저랑 차설아 사이의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엄마가 나설 것 없어요. 정말 저를 생각해 주신다면 지금 당장 떠나주세요!”남자는 통창 앞에 서서 정원에 자라난 울창한 식물들을
성도윤은 소영금을 이해할 수 없었다.“방금은 연기하셨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유일한 아들을 정말 성씨 가문에서 내보낼 생각을 하셨다니, 정말 놀랍네요. 만약 할아버지랑 아버지가 아신다면 저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소영금은 성도윤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아들. 네 할아버지랑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실 거야. 이 방법을 생각해 낸 게 네 할아버지랑 아버지거든. 그때 내가 잘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네 할아버지랑 아버지가 계속 나를 설득했어. 너랑 설아가 재혼하고 행복하게 살 수만 있다면 다른 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이야.”“...”성도윤은 어이가 없었다.“아들, 엄마 말 들어.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마음 놓고 차씨 가문에 들어가. 그러면 설아가 널 끝까지 책임질 거야, 앞으로 널 버리지도 않을 거고. 네가 꿈에서라도 바라던 상황 아니야?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려놓는다면 네 꿈은 바로 이뤄질 수 있어!”“...”성도윤은 말문이 막혔다.“더 시간을 끌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지금 당장 내려가서 설아에게 차씨 가문에 들어가겠다고 말해. 그리고 너를 꼭 끝까지 책임져달라고 해. 두 사람 오랫동안 헤맸으니 이제 행복하게 살게 될 때도 되었잖아.”성도윤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미쳤어요, 다들 미쳤어요!”“아들, 시대가 달라졌잖아. 그만 망설여.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최선을 다해 쟁취해야지. 넌 이미 설아를 4년이나 놓쳤어. 그 4년 동안, 네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아왔는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설마... 너 그 고통스러운 삶을 계속할 생각인 거야?”소영금이 한숨을 푹 쉬고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성도윤을 바라봤다.소영금은 얼마나 도도한 사람인가! 성씨 가문은 얼마나 존귀한 가문인가! 그녀도 당연히 유일한 귀한 아들이 다른 가문에 들어가는 걸 원치 않았고, 손주와 손녀가 다른 사람의 성을 따르는 걸 원치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아들이 4년 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왔는지 잘 알았기에 아들이 더는 그런 고난을 겪지 않길
“그래, 뭐라도 말해봐. 우리 차씨 가문이 망했다고 하지만 도윤 씨 한 사람 정도는 들일 수 있거든. 도윤 씨만 괜찮다면 내가 성대하게 맞이해 줄게.”차설아는 겨우 웃음을 참으며 일부러 성도윤을 조롱했다.성도윤처럼 체면을 차리는 사람은 당연히 동의할 리가 없었다. 어쩌면 잔뜩 화가 나서 차설아에게 폭언을 날릴지도 모르니 그때면 차설아는 자연스럽게 억울한 척 연기를 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성씨 가문 사람들도 그녀가 기회를 안 줬다며 무정하다고 나무랄 수 없을 것이다.“정말 나 받아들일 마음이 있어?”성도윤은 고개를 들더니 깊은 눈망울로 차설아를 바라보고는 덤덤하게 물었다.“어... 그, 그래!”차설아는 남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그저 덤덤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그렇게 할게.”성도윤은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콜록콜록!”차설아와 소영금은 그의 말을 듣더니 모두 깜짝 놀라 사레들릴 뻔했다.“뭐... 뭐라고?”차설아는 너무나도 놀라운 소식에 조심스럽게 성도윤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아니야! 이게 진짜일 리가 없어! 성도윤이 왜 동의했지? 귀가 문제 있어서 잘못 들은 거 아니야?’“차씨 가문에 들어가겠다고. 언제 나한테 프러포즈할래? 우리 언제 가서 혼인신고 해? 결혼식은 언제 올리고?”성도윤은 차설아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며 질문 폭탄을 날렸다.“그, 그게...”차설아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뒷걸음질을 쳤는데 성도윤의 질문에 결코 대답할 수 없었다.소영금은 바보 같은 아들이 드디어 자존심을 내려놓았다는 사실이 그저 뿌듯하기만 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쟁취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모든 걸 양보하다니, 역시 그녀 소영금의 아들이었다!“아들, 사랑을 위해 설아의 데릴남편이 될 각오까지 하고. 잘 생각했어. 엄마가 널 응원해, 화이팅! 하루빨리 설아랑 혼인신고 해!”소영금은 성도윤에게 엄지를 내밀며 칭찬을 퍼붓고는 두 사람이 따로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눈치껏 자리를 떴다.차설아
더 벗어나지 않으면 차설아는 정말 마음이 움직일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특히 성도윤의 마지막 말은 그 어떤 여자라도 쉽게 넘어갈 것이다.하루 종일 피곤하게 일하고 돌아왔는데 집에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기다리고 있다면 얼마나 뿌듯하겠는가? 게다가 그 남자가 음식을 준비할 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까지 달래준다면 피로가 싹 가실 것이다.“도윤 씨, 솔직하게 말해. 당신 목적이 뭐야? 만약 아이들을 뺏어가는 거라면 헛수고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차라리 법정에서 판사가 결정하게 하자고.”차설아는 겨우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며 남자를 확 밀어내고는 차갑게 물었다.“아니, 내 목적은 한 번도 아이들이었던 적이 없어.”성도윤은 차설아의 눈을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그럼 당신 목적이 뭔데? 날 괴롭히고 복수하고 궁지에 몰아넣는 거야?”“당신 눈에는 내가 그렇게 악랄한 사람처럼 보여?”“그럼? 이것 외에는 무슨 목적으로 당신이 이렇게까지 자세를 낮추는지 모르겠어.”차설아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눈앞의 남자가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는데 도대체 그의 진실한 생각이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엄마가 말했잖아...”성도윤이 또박또박 말했다.“난 당신이랑 재혼하고 싶어.”차설아는 잠깐 멈칫하더니 역한 감정이 올라와 남자를 째려보고는 말했다.“그런 헛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세계 종말이 오지 않는 한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야.”“왜?”“이유는 없어. 굳이 이유를 알아야 미친 짓을 멈춘다면 그래, 알려주지...”차설아가 흠칫하고는 솔직하게 말했다.“나는 다른 남자와 혼인 신고를 할 거야. 그 사람이 당신보다 백 배는 나아.”“그래?”성도윤의 얼굴색이 조금 어두워졌다.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는 애써 진정을 되찾고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그럼 두고 보지.”그 뒤로 두 사람은 별다른 얘기를 더 나누지 않았다.그들은 같은 집에 사는 낯선 사람처럼 마주 봐도 서로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좋아요, 그 말을 들으니까 마음이 놓이네요.”미스터 Q는 가면을 사이 두고 복잡한 눈빛으로 차설아를 바라보고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기억해요, 이건 설아 씨 본인이 한 선택이에요. 무슨 일이 일어나든 후회하지 말아요, 알겠죠?”“네, 후회하지 않을게요.”차설아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그녀는 자신의 모든 뒷길을 막아버린 셈이었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모든 걸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말이 행복하든 괴롭든 그녀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내 사정은 설아 씨도 잘 알잖아요. 이번 생에 절대 가면을 벗지 않을 것을 맹세했기 때문에 우리가 혼인 신고를 하는 방법은 좀 특별할 거예요.”“특별하다니요?”“설아 씨 서류를 나에게 줘요. 내가 알아서 혼인 신고를 할게요.”“그게...”차설아는 난감했다.“그럼 그 가면을 평생 쓸 생각인가요? 우리가 결혼해도, 심지어... 심지어 동침한다고 해도 가면을 안 벗을 거예요?”“얼굴이 망가진 건 나에게 있어서 수치예요. 이 수치를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거예요. 만약 설아 씨가 받아들일 수 없다면 지금 여기서 끝내도 돼요.”미스터 Q가 단호하게 말했는데 전혀 상의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차설아는 ‘가면’이 남자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가면은 그의 자존심과도 같았기에 차설아는 더 고집을 부리지 않고 쿨하게 결정했다.“네, 벗기 싫으면 안 벗어도 돼요. 어차피 당신의 얼굴 때문에 결혼한 것도 아니고요.”만약 차설아가 얼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성도윤을 차씨 가문에 들이면 그만이었다. 전체 해안에서도 성도윤보다 잘생긴 남자는 없었으니 말이다.“의외네요, 남자를 보는 조건이 이렇게 너그러워졌어요?”미스터 Q는 이상한 말투로 차설아의 말에 대답했다.두 사람은 작지도 크지도 않은 차 안에 앉아있었는데 분위기가 순식간에 이상해졌다.남자는 여자에게 다가가더니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고는 말했다.“정말 잘 생각했어요? 얼굴이 망가진 나와 동침을 할 수
“구청을 직접 가지 않아도 된다고요?”“네, 우리 두 사람의 사진을 합성한 후 설아 씨에게 우편으로 혼인신고서를 보낼 거예요. 그러면 얼굴이 망가지기 전의 제 얼굴을 볼 수 있을 거예요.”“그... 그래요?”차설아는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기대되는 마음에 망설임 없이 서류를 모두 미스터 Q에게 넘겼다. 마치 자신의 불안정한 삶을 남자의 손에 넘겨주듯이 말이다.앞으로 미스터 Q, 그리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 날들만 남았다.구청 앞에서 미스터 Q와 헤어진 후 차설아는 성씨 저택에 돌아갔다.그녀는 인생이 새로운 챕터로 접어든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그녀의 두 번째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는 걸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지만, 꽃도 축복도 받지 못했지만, 심지어 성대한 결혼식도 없었지만 차설아는 마음이 든든했다. 적어도 첫 번째 결혼생활보다는 마음의 안정감을 느꼈다.그녀는 미스터 Q라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그와 아이들과 함께했던 평범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무척 그리워했다. 서로 의지할 수 있다는 믿음은 성도윤에게서 영원히 얻을 수 없을 것이다.“기분이 좋나 봐?”성도윤은 천천히 2층에서 내려왔는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꽃을 정리하는 차설아를 보고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거짓말할 것 없지. 맞아, 나 기분이 좋아.”차설아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보더니 장미 한 송이를 코 앞으로 가져와 냄새를 맡은 뒤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녀는 사실 장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장미의 아름다움은 저속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기분이 좋은지 장미까지 예뻐 보였다.“무슨 좋은 일이 있어?”성도윤은 무심하게 차설아 앞에 앉고는 늘씬한 다리를 포갠 뒤 우아하고 고귀한 자태를 뽐냈다.“미안, 당신과 말하고 싶지 않아. 당신처럼 공감 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말해도 내 행복을 모를 거라고.”차설아는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일에 있어서 그녀는 적어도 성도윤을 이겼다고 생각했다.눈앞의 남자는 아무리 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