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벗어나지 않으면 차설아는 정말 마음이 움직일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특히 성도윤의 마지막 말은 그 어떤 여자라도 쉽게 넘어갈 것이다.하루 종일 피곤하게 일하고 돌아왔는데 집에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기다리고 있다면 얼마나 뿌듯하겠는가? 게다가 그 남자가 음식을 준비할 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까지 달래준다면 피로가 싹 가실 것이다.“도윤 씨, 솔직하게 말해. 당신 목적이 뭐야? 만약 아이들을 뺏어가는 거라면 헛수고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차라리 법정에서 판사가 결정하게 하자고.”차설아는 겨우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며 남자를 확 밀어내고는 차갑게 물었다.“아니, 내 목적은 한 번도 아이들이었던 적이 없어.”성도윤은 차설아의 눈을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그럼 당신 목적이 뭔데? 날 괴롭히고 복수하고 궁지에 몰아넣는 거야?”“당신 눈에는 내가 그렇게 악랄한 사람처럼 보여?”“그럼? 이것 외에는 무슨 목적으로 당신이 이렇게까지 자세를 낮추는지 모르겠어.”차설아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눈앞의 남자가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는데 도대체 그의 진실한 생각이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엄마가 말했잖아...”성도윤이 또박또박 말했다.“난 당신이랑 재혼하고 싶어.”차설아는 잠깐 멈칫하더니 역한 감정이 올라와 남자를 째려보고는 말했다.“그런 헛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세계 종말이 오지 않는 한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야.”“왜?”“이유는 없어. 굳이 이유를 알아야 미친 짓을 멈춘다면 그래, 알려주지...”차설아가 흠칫하고는 솔직하게 말했다.“나는 다른 남자와 혼인 신고를 할 거야. 그 사람이 당신보다 백 배는 나아.”“그래?”성도윤의 얼굴색이 조금 어두워졌다.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는 애써 진정을 되찾고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그럼 두고 보지.”그 뒤로 두 사람은 별다른 얘기를 더 나누지 않았다.그들은 같은 집에 사는 낯선 사람처럼 마주 봐도 서로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좋아요, 그 말을 들으니까 마음이 놓이네요.”미스터 Q는 가면을 사이 두고 복잡한 눈빛으로 차설아를 바라보고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기억해요, 이건 설아 씨 본인이 한 선택이에요. 무슨 일이 일어나든 후회하지 말아요, 알겠죠?”“네, 후회하지 않을게요.”차설아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그녀는 자신의 모든 뒷길을 막아버린 셈이었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모든 걸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말이 행복하든 괴롭든 그녀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내 사정은 설아 씨도 잘 알잖아요. 이번 생에 절대 가면을 벗지 않을 것을 맹세했기 때문에 우리가 혼인 신고를 하는 방법은 좀 특별할 거예요.”“특별하다니요?”“설아 씨 서류를 나에게 줘요. 내가 알아서 혼인 신고를 할게요.”“그게...”차설아는 난감했다.“그럼 그 가면을 평생 쓸 생각인가요? 우리가 결혼해도, 심지어... 심지어 동침한다고 해도 가면을 안 벗을 거예요?”“얼굴이 망가진 건 나에게 있어서 수치예요. 이 수치를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거예요. 만약 설아 씨가 받아들일 수 없다면 지금 여기서 끝내도 돼요.”미스터 Q가 단호하게 말했는데 전혀 상의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차설아는 ‘가면’이 남자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가면은 그의 자존심과도 같았기에 차설아는 더 고집을 부리지 않고 쿨하게 결정했다.“네, 벗기 싫으면 안 벗어도 돼요. 어차피 당신의 얼굴 때문에 결혼한 것도 아니고요.”만약 차설아가 얼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성도윤을 차씨 가문에 들이면 그만이었다. 전체 해안에서도 성도윤보다 잘생긴 남자는 없었으니 말이다.“의외네요, 남자를 보는 조건이 이렇게 너그러워졌어요?”미스터 Q는 이상한 말투로 차설아의 말에 대답했다.두 사람은 작지도 크지도 않은 차 안에 앉아있었는데 분위기가 순식간에 이상해졌다.남자는 여자에게 다가가더니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고는 말했다.“정말 잘 생각했어요? 얼굴이 망가진 나와 동침을 할 수
“구청을 직접 가지 않아도 된다고요?”“네, 우리 두 사람의 사진을 합성한 후 설아 씨에게 우편으로 혼인신고서를 보낼 거예요. 그러면 얼굴이 망가지기 전의 제 얼굴을 볼 수 있을 거예요.”“그... 그래요?”차설아는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기대되는 마음에 망설임 없이 서류를 모두 미스터 Q에게 넘겼다. 마치 자신의 불안정한 삶을 남자의 손에 넘겨주듯이 말이다.앞으로 미스터 Q, 그리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 날들만 남았다.구청 앞에서 미스터 Q와 헤어진 후 차설아는 성씨 저택에 돌아갔다.그녀는 인생이 새로운 챕터로 접어든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그녀의 두 번째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는 걸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지만, 꽃도 축복도 받지 못했지만, 심지어 성대한 결혼식도 없었지만 차설아는 마음이 든든했다. 적어도 첫 번째 결혼생활보다는 마음의 안정감을 느꼈다.그녀는 미스터 Q라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그와 아이들과 함께했던 평범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무척 그리워했다. 서로 의지할 수 있다는 믿음은 성도윤에게서 영원히 얻을 수 없을 것이다.“기분이 좋나 봐?”성도윤은 천천히 2층에서 내려왔는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꽃을 정리하는 차설아를 보고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거짓말할 것 없지. 맞아, 나 기분이 좋아.”차설아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보더니 장미 한 송이를 코 앞으로 가져와 냄새를 맡은 뒤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녀는 사실 장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장미의 아름다움은 저속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기분이 좋은지 장미까지 예뻐 보였다.“무슨 좋은 일이 있어?”성도윤은 무심하게 차설아 앞에 앉고는 늘씬한 다리를 포갠 뒤 우아하고 고귀한 자태를 뽐냈다.“미안, 당신과 말하고 싶지 않아. 당신처럼 공감 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말해도 내 행복을 모를 거라고.”차설아는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일에 있어서 그녀는 적어도 성도윤을 이겼다고 생각했다.눈앞의 남자는 아무리 훌
“택배요?”차설아는 미스터 Q와의 혼인신고서가 벌써 도착했나 싶었다.‘이상하다, 난 분명히 아파트 주소를 적었는데 왜 성씨 저택에 도착했지?’그녀는 소파에 앉은 성도윤을 힐끔 쳐다보고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다시 멈췄다.‘이따가 혼인신고서를 발견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네... 화를 낼까? 아니면 무슨 표정일까? 문득 반응이 궁금해지네.’“왜 나 몰래 쳐다봐? 알려지면 안 될 물건이 도착했나 봐?”성도윤이 웃는 듯 마는 듯 차설아를 떠보며 물었다.“모함하지 마. 나 차설아는 떳떳한 사람이야. 알려지면 안 될 게 뭐가 있겠어.”“그럼 말해봐, 도대체 뭐가 도착했길래 이렇게 눈치를 보는지.”“그건 개인 프라이버시거든, 당신과는 상관없다고. 당신에게 말해줄 의무도 없어.”“나랑 상관없는 거 확실해?”“그럼!”“그때 가서 다시 나 찾아오지나 마.”잘생긴 남자의 표정은 복잡했고 말투는 의미심장했다.차설아는 그런 성도윤이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그녀는 지금 미스터 Q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무척 궁금했기에 성도윤을 상대하기도 귀찮았다.택배기사는 문밖에서 기다리다가 멀리서 여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택배 박스를 차설아에게 넘기며 말했다.“안녕하세요, 택배입니다. 이곳에 사인해 주세요.”“네, 감사합니다.”차설아가 박스를 건네받은 뒤 위에 적힌 우편물 주소를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구청에서 보내진 것이었다.그녀가 떠나려고 할 때, 택배기사가 급히 그녀를 불렀다.“잠시만요, 택배가 하나 더 있는데 성도윤 님에게 전해주시겠어요?”택배기사가 말하고는 다른 박스를 차설아에게 건넸다.“성도윤의 택배요?”차설아가 미심쩍은 얼굴로 박스를 받았다.두 박스 크기는 비슷했다. 다만 성도윤의 택배에는 우편 주소가 적혀있지 않았기에 누가 보냈는지를 추측할 수 없었다.“됐어, 나랑 무슨 상관이야.”차설아는 애써 호기심을 억누르며 성도윤의 택배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그녀는 두 택배 박스를 챙기고 별장으로 돌아갔다
성도윤이 덤덤하게 웃고는 여유롭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여자의 뒤로 다가가며 농담조로 말했다.“아니면 내가 여전히 당신 마음속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 아니야?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설사 작은 택배를 열어보더라도 내 기분을 생각하는 거 맞지? 내가 화낼까 봐 두려워하는 거 아니야?”“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어. 내가 왜 당신을 아직도 신경 쓰고 있어야 하는데?”“그럼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야? 내 앞에서 택배를 열어봐. 안에 금지 물품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성도윤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정말 금지 물품이 들어있다면 내가 동거인으로서 연루되면 어떻게 해? 당신 때문에 감옥에 들어가는 거 아니야?”“됐어, 보여줄게.”차설아는 귀찮게 구는 성도윤이 짜증 나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정말 안에 든 게 무엇인지 궁금하면 나도 굳이 숨기지 않겠어. 다만 택배를 확인한 후 당신이야말로 흥분하지 말아.”자신을 향한 성도윤의 마음이 어떤지 차설아는 몰랐지만 그가 재혼을 원한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할 수 있었다.성도윤은 분명 그녀가 자신과 재혼할 거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남자와 혼인신고를 한 걸 알게 되면, 그것도 그와 원수 사이인 남자와 혼인신고를 한 걸 알게 되면 그는 분명 화가 나서 펄쩍 뛸 것이다.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차설아는 미리 조심하는 것이 좋았다.“걱정하지 마. 내가 안 겪어본 일이 없어. 강심장이라고. 그나저나 당신이야말로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러니까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한 거지.”성도윤이 느긋하게 말했다.“아니거든!”차설아는 자신이 성도윤보다 훨씬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 녀석 무슨 자신감으로 내 앞에서 이렇게 건방을 떠는 거야? 됐어, 중요하지 않아. 지금 빨리 택배를 열어봐야지.’그녀는 식탁 위에서 과도를 챙기고는 박스를 열었다. 가슴도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익숙한 서류가 보였다. 바로 그녀와 미스터 Q의 혼인신고서였다!“이게
혼인신고서에 붙여진 사진 속의 남자는 미스터 Q가 아니라 성도윤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름도 성도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왜? 재혼했으니까 기뻐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얼굴이 하얗게 질렸어?”성도윤이 팔짱을 끼고는 웃는 듯 마는 듯 물었다. 마치 차설아의 순진무구함을 비웃듯이 말이다.“당신... 당신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차설아는 갑자기 그 혼인신고서가 역겹게 느껴져 곧바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성도윤은 느긋하게 허리를 굽혀 혼인신고서를 주워 들고는 긴 손가락으로 위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그리고 깊은 눈망울로 두 사람의 사진을 바라보더니 부드럽고도 깊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 사진을 좀 봐봐, 선남선녀가 따로 없어. 천생연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이게 바로 진정한 사랑이지.”“닥쳐!”차설아가 귀를 막고는 분노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이런 장난이 재밌어? 이런 가짜 서류를 백 개, 천 개 만들어도 소용없어. 거짓은 영원히 거짓이고 진실이 될 수 없지.”차설아는 성도윤이 그녀와 미스터 Q가 미리 혼인신고를 했다는 걸 알고 일부러 사람 찾아 거짓 서류를 작성했다고 생각했다.“가짜 서류?”성도윤은 차설아의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그럼 공식 홈페이지에 가서 체크해 봐. 등록된 당신 법적 배우자가 누군지 확인해 보라고.”“허튼수작 부리지 마!”“내가 허튼수작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한번 확인해 보라니까. 내가 사람 찾아 거짓 서류를 만들 수는 있다고 해도 구청 시스템에 간섭할 만한 권리가 있는 건 아니야.”성도윤의 말은 차설아가 가지고 있었던 일말의 희망을 무너뜨렸다.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꺼내 시스템에 접속하고는 그녀의 법적 배우자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성도윤이었다. 그리고 이 업데이트가 기록된 시간은 바로 그녀와 미스터 Q가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려 했던 그 시간이었다.“확인했어? 내가 헛소리한 거 아니지?”성도윤은 깊은 눈망울로 계속 차설아를 주시하면
웃음을 머금고 있던 성도윤의 눈꼬리는 점점 차갑게 굳어지더니 그는 점점 위압적인 분위기를 뿜었다.“이 와중에 그 남자가 걱정돼? 그 사람에 대한 당신의 감정을 너무 얕잡아봤네.”“당신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당신은 아무 감정도 없는 냉혈한이니까.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겠어?”차설아는 겨우 분노를 억눌렀다.그녀는 당장이라도 성도윤에게 달려 미친개처럼 그를 물어뜯고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감정을 통제 못할수록 성도윤이 더 쾌감을 느낄 거라는 걸 차설아도 잘 알고 있었다.그를 무너뜨릴 수 있는 건 그녀와 미스터 Q 사이의 깊은 감정뿐이었다. 아무 감정도 없는 사람에게 그런 타격이야말로 결정적이었으니까.“비열한 수단을 통해 비열한 목적을 달성했다고 해도 내 마음은 그 사람을 향하고 있어.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이 함께하는 한 혼인신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당신이 승리를 거뒀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건 당신 스스로만 취해 있는 정신승리야.”차설아가 말하고는 거침없이 성도윤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그래, 나 스스로만 취해 있는 정신승리지...”성도윤이 차갑게 웃고는 큰 손으로 차설아의 손목을 꽉 쥐고는 말했다.“정신승리면 어때? 적어도 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어. 당신 같은 겁쟁이가 아니라고. 당신은 분명 원하는 게 있으면서도 비겁함 때문에 차라리 놓치는 걸 선택하겠지.”“내가 뭐가 비겁하다는 거야? 당신을 선택하지 않은 게 비겁한 거야? 정말 사람이 너무 오만하다.”차설아는 남자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남자는 오히려 힘을 더 주며 그녀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게 했다.“그럼 나 똑바로 보면서 얘기해. 그 사람을 사랑해서 결혼하는 거라고.”“진짜 웃기는 사람이야. 내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해? 내가 누구를 사랑하든 안 사랑하든 당신에게 알릴 의무가 없잖아.”차설아는 불편한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패배한 병사들처럼 남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뒷걸음질을 쳤다.“두 사람 서로 사
“말 그대로야.”성도윤은 사탄처럼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그 자식을 망쳤다는 거야. 이제는 남자라고 할 수도 없어. 그러니 당신도 환상 따위는 버리고 그 자식을 잊고 내 옆에 있으면 돼.”“망쳤다고?”차설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믿고 싶지 않았다.“말도 안 돼. 미스터 Q는 절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사람이 아니야. 당신에게 그 사람을 망쳐 놓을 능력이 있다고?”성도윤은 하찮은 듯 코웃음 쳤다.“4년 전에 내가 그 자식을 벌레처럼 짓밟아서 지하 도랑에 숨어 살게 했으니, 지금도 당연히 폐인으로 만들 수 있지.”“아니면 당신이 그 자식에게 준 주민등록증이 왜 내 손에 있겠어? 분명 그 자식과 혼인 신고했는데, 왜 나랑 등록되어 있을까?”남자는 말을 마치고 천천히 소포를 열었다.안에는 차설아가 미스터 Q에게 주었던 주민등록증과 또 하나의 혼인신고서가 담겨있었다.“아마...”차설아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서류들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고 머릿속으로 무수한 가능성을 예상했다.“당신이 비열한 수단을 써서 훔쳤거나 아니면... 구청 직원을 매수한 거 아니야?”어쨌든 차설아는 미스터 Q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성도윤에게 그럴 능력이 있다는 건 더더욱 믿지 않았다. 소리소문없이 자정 살인마로 불리는 인간을 제거했다니!“그렇게 생각해야 당신 마음이 편하다면 좋을 대로.”성도윤은 차설아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었다. 그의 목적은 이미 달성했고 이 여자가 자신을 미워하든 사랑하든, 이미 엄연한 법적 아내였다.“여보, 오늘 우리 정식으로 재혼한 날인데 나가서 외식이라도 할까?”성도윤은 차설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자연스럽게 물었다.‘크! 합법적인 부부는 역시 다르다니까! 성취감이 장난 아니네!’“만지지 마!”차설아는 고슴도치처럼 움츠리고는 그의 팔을 떼어냈다.그녀는 지금 머리가 매우 복잡했다. 반드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야 했다. 성도윤은 당연히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