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을 직접 가지 않아도 된다고요?”“네, 우리 두 사람의 사진을 합성한 후 설아 씨에게 우편으로 혼인신고서를 보낼 거예요. 그러면 얼굴이 망가지기 전의 제 얼굴을 볼 수 있을 거예요.”“그... 그래요?”차설아는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기대되는 마음에 망설임 없이 서류를 모두 미스터 Q에게 넘겼다. 마치 자신의 불안정한 삶을 남자의 손에 넘겨주듯이 말이다.앞으로 미스터 Q, 그리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 날들만 남았다.구청 앞에서 미스터 Q와 헤어진 후 차설아는 성씨 저택에 돌아갔다.그녀는 인생이 새로운 챕터로 접어든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그녀의 두 번째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는 걸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지만, 꽃도 축복도 받지 못했지만, 심지어 성대한 결혼식도 없었지만 차설아는 마음이 든든했다. 적어도 첫 번째 결혼생활보다는 마음의 안정감을 느꼈다.그녀는 미스터 Q라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그와 아이들과 함께했던 평범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무척 그리워했다. 서로 의지할 수 있다는 믿음은 성도윤에게서 영원히 얻을 수 없을 것이다.“기분이 좋나 봐?”성도윤은 천천히 2층에서 내려왔는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꽃을 정리하는 차설아를 보고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거짓말할 것 없지. 맞아, 나 기분이 좋아.”차설아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보더니 장미 한 송이를 코 앞으로 가져와 냄새를 맡은 뒤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녀는 사실 장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장미의 아름다움은 저속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기분이 좋은지 장미까지 예뻐 보였다.“무슨 좋은 일이 있어?”성도윤은 무심하게 차설아 앞에 앉고는 늘씬한 다리를 포갠 뒤 우아하고 고귀한 자태를 뽐냈다.“미안, 당신과 말하고 싶지 않아. 당신처럼 공감 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말해도 내 행복을 모를 거라고.”차설아는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일에 있어서 그녀는 적어도 성도윤을 이겼다고 생각했다.눈앞의 남자는 아무리 훌
“택배요?”차설아는 미스터 Q와의 혼인신고서가 벌써 도착했나 싶었다.‘이상하다, 난 분명히 아파트 주소를 적었는데 왜 성씨 저택에 도착했지?’그녀는 소파에 앉은 성도윤을 힐끔 쳐다보고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다시 멈췄다.‘이따가 혼인신고서를 발견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네... 화를 낼까? 아니면 무슨 표정일까? 문득 반응이 궁금해지네.’“왜 나 몰래 쳐다봐? 알려지면 안 될 물건이 도착했나 봐?”성도윤이 웃는 듯 마는 듯 차설아를 떠보며 물었다.“모함하지 마. 나 차설아는 떳떳한 사람이야. 알려지면 안 될 게 뭐가 있겠어.”“그럼 말해봐, 도대체 뭐가 도착했길래 이렇게 눈치를 보는지.”“그건 개인 프라이버시거든, 당신과는 상관없다고. 당신에게 말해줄 의무도 없어.”“나랑 상관없는 거 확실해?”“그럼!”“그때 가서 다시 나 찾아오지나 마.”잘생긴 남자의 표정은 복잡했고 말투는 의미심장했다.차설아는 그런 성도윤이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그녀는 지금 미스터 Q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무척 궁금했기에 성도윤을 상대하기도 귀찮았다.택배기사는 문밖에서 기다리다가 멀리서 여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택배 박스를 차설아에게 넘기며 말했다.“안녕하세요, 택배입니다. 이곳에 사인해 주세요.”“네, 감사합니다.”차설아가 박스를 건네받은 뒤 위에 적힌 우편물 주소를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구청에서 보내진 것이었다.그녀가 떠나려고 할 때, 택배기사가 급히 그녀를 불렀다.“잠시만요, 택배가 하나 더 있는데 성도윤 님에게 전해주시겠어요?”택배기사가 말하고는 다른 박스를 차설아에게 건넸다.“성도윤의 택배요?”차설아가 미심쩍은 얼굴로 박스를 받았다.두 박스 크기는 비슷했다. 다만 성도윤의 택배에는 우편 주소가 적혀있지 않았기에 누가 보냈는지를 추측할 수 없었다.“됐어, 나랑 무슨 상관이야.”차설아는 애써 호기심을 억누르며 성도윤의 택배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그녀는 두 택배 박스를 챙기고 별장으로 돌아갔다
성도윤이 덤덤하게 웃고는 여유롭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여자의 뒤로 다가가며 농담조로 말했다.“아니면 내가 여전히 당신 마음속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 아니야?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설사 작은 택배를 열어보더라도 내 기분을 생각하는 거 맞지? 내가 화낼까 봐 두려워하는 거 아니야?”“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어. 내가 왜 당신을 아직도 신경 쓰고 있어야 하는데?”“그럼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야? 내 앞에서 택배를 열어봐. 안에 금지 물품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성도윤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정말 금지 물품이 들어있다면 내가 동거인으로서 연루되면 어떻게 해? 당신 때문에 감옥에 들어가는 거 아니야?”“됐어, 보여줄게.”차설아는 귀찮게 구는 성도윤이 짜증 나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정말 안에 든 게 무엇인지 궁금하면 나도 굳이 숨기지 않겠어. 다만 택배를 확인한 후 당신이야말로 흥분하지 말아.”자신을 향한 성도윤의 마음이 어떤지 차설아는 몰랐지만 그가 재혼을 원한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할 수 있었다.성도윤은 분명 그녀가 자신과 재혼할 거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남자와 혼인신고를 한 걸 알게 되면, 그것도 그와 원수 사이인 남자와 혼인신고를 한 걸 알게 되면 그는 분명 화가 나서 펄쩍 뛸 것이다.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차설아는 미리 조심하는 것이 좋았다.“걱정하지 마. 내가 안 겪어본 일이 없어. 강심장이라고. 그나저나 당신이야말로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러니까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한 거지.”성도윤이 느긋하게 말했다.“아니거든!”차설아는 자신이 성도윤보다 훨씬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 녀석 무슨 자신감으로 내 앞에서 이렇게 건방을 떠는 거야? 됐어, 중요하지 않아. 지금 빨리 택배를 열어봐야지.’그녀는 식탁 위에서 과도를 챙기고는 박스를 열었다. 가슴도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익숙한 서류가 보였다. 바로 그녀와 미스터 Q의 혼인신고서였다!“이게
혼인신고서에 붙여진 사진 속의 남자는 미스터 Q가 아니라 성도윤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름도 성도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왜? 재혼했으니까 기뻐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얼굴이 하얗게 질렸어?”성도윤이 팔짱을 끼고는 웃는 듯 마는 듯 물었다. 마치 차설아의 순진무구함을 비웃듯이 말이다.“당신... 당신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차설아는 갑자기 그 혼인신고서가 역겹게 느껴져 곧바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성도윤은 느긋하게 허리를 굽혀 혼인신고서를 주워 들고는 긴 손가락으로 위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그리고 깊은 눈망울로 두 사람의 사진을 바라보더니 부드럽고도 깊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 사진을 좀 봐봐, 선남선녀가 따로 없어. 천생연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이게 바로 진정한 사랑이지.”“닥쳐!”차설아가 귀를 막고는 분노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이런 장난이 재밌어? 이런 가짜 서류를 백 개, 천 개 만들어도 소용없어. 거짓은 영원히 거짓이고 진실이 될 수 없지.”차설아는 성도윤이 그녀와 미스터 Q가 미리 혼인신고를 했다는 걸 알고 일부러 사람 찾아 거짓 서류를 작성했다고 생각했다.“가짜 서류?”성도윤은 차설아의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그럼 공식 홈페이지에 가서 체크해 봐. 등록된 당신 법적 배우자가 누군지 확인해 보라고.”“허튼수작 부리지 마!”“내가 허튼수작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한번 확인해 보라니까. 내가 사람 찾아 거짓 서류를 만들 수는 있다고 해도 구청 시스템에 간섭할 만한 권리가 있는 건 아니야.”성도윤의 말은 차설아가 가지고 있었던 일말의 희망을 무너뜨렸다.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꺼내 시스템에 접속하고는 그녀의 법적 배우자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성도윤이었다. 그리고 이 업데이트가 기록된 시간은 바로 그녀와 미스터 Q가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려 했던 그 시간이었다.“확인했어? 내가 헛소리한 거 아니지?”성도윤은 깊은 눈망울로 계속 차설아를 주시하면
웃음을 머금고 있던 성도윤의 눈꼬리는 점점 차갑게 굳어지더니 그는 점점 위압적인 분위기를 뿜었다.“이 와중에 그 남자가 걱정돼? 그 사람에 대한 당신의 감정을 너무 얕잡아봤네.”“당신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당신은 아무 감정도 없는 냉혈한이니까.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겠어?”차설아는 겨우 분노를 억눌렀다.그녀는 당장이라도 성도윤에게 달려 미친개처럼 그를 물어뜯고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감정을 통제 못할수록 성도윤이 더 쾌감을 느낄 거라는 걸 차설아도 잘 알고 있었다.그를 무너뜨릴 수 있는 건 그녀와 미스터 Q 사이의 깊은 감정뿐이었다. 아무 감정도 없는 사람에게 그런 타격이야말로 결정적이었으니까.“비열한 수단을 통해 비열한 목적을 달성했다고 해도 내 마음은 그 사람을 향하고 있어.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이 함께하는 한 혼인신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당신이 승리를 거뒀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건 당신 스스로만 취해 있는 정신승리야.”차설아가 말하고는 거침없이 성도윤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그래, 나 스스로만 취해 있는 정신승리지...”성도윤이 차갑게 웃고는 큰 손으로 차설아의 손목을 꽉 쥐고는 말했다.“정신승리면 어때? 적어도 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어. 당신 같은 겁쟁이가 아니라고. 당신은 분명 원하는 게 있으면서도 비겁함 때문에 차라리 놓치는 걸 선택하겠지.”“내가 뭐가 비겁하다는 거야? 당신을 선택하지 않은 게 비겁한 거야? 정말 사람이 너무 오만하다.”차설아는 남자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남자는 오히려 힘을 더 주며 그녀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게 했다.“그럼 나 똑바로 보면서 얘기해. 그 사람을 사랑해서 결혼하는 거라고.”“진짜 웃기는 사람이야. 내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해? 내가 누구를 사랑하든 안 사랑하든 당신에게 알릴 의무가 없잖아.”차설아는 불편한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패배한 병사들처럼 남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뒷걸음질을 쳤다.“두 사람 서로 사
“말 그대로야.”성도윤은 사탄처럼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그 자식을 망쳤다는 거야. 이제는 남자라고 할 수도 없어. 그러니 당신도 환상 따위는 버리고 그 자식을 잊고 내 옆에 있으면 돼.”“망쳤다고?”차설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믿고 싶지 않았다.“말도 안 돼. 미스터 Q는 절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사람이 아니야. 당신에게 그 사람을 망쳐 놓을 능력이 있다고?”성도윤은 하찮은 듯 코웃음 쳤다.“4년 전에 내가 그 자식을 벌레처럼 짓밟아서 지하 도랑에 숨어 살게 했으니, 지금도 당연히 폐인으로 만들 수 있지.”“아니면 당신이 그 자식에게 준 주민등록증이 왜 내 손에 있겠어? 분명 그 자식과 혼인 신고했는데, 왜 나랑 등록되어 있을까?”남자는 말을 마치고 천천히 소포를 열었다.안에는 차설아가 미스터 Q에게 주었던 주민등록증과 또 하나의 혼인신고서가 담겨있었다.“아마...”차설아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서류들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고 머릿속으로 무수한 가능성을 예상했다.“당신이 비열한 수단을 써서 훔쳤거나 아니면... 구청 직원을 매수한 거 아니야?”어쨌든 차설아는 미스터 Q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성도윤에게 그럴 능력이 있다는 건 더더욱 믿지 않았다. 소리소문없이 자정 살인마로 불리는 인간을 제거했다니!“그렇게 생각해야 당신 마음이 편하다면 좋을 대로.”성도윤은 차설아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었다. 그의 목적은 이미 달성했고 이 여자가 자신을 미워하든 사랑하든, 이미 엄연한 법적 아내였다.“여보, 오늘 우리 정식으로 재혼한 날인데 나가서 외식이라도 할까?”성도윤은 차설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자연스럽게 물었다.‘크! 합법적인 부부는 역시 다르다니까! 성취감이 장난 아니네!’“만지지 마!”차설아는 고슴도치처럼 움츠리고는 그의 팔을 떼어냈다.그녀는 지금 머리가 매우 복잡했다. 반드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야 했다. 성도윤은 당연히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차설아는 그렇게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주던 남자가 이렇게 매정하게 행동할 리 없다고 굳게 믿었다. 유일한 가능성은 성도윤 그 망나니가 비열한 짓을 해서 미스터 Q를 곤경에 빠뜨렸을 것이다.그녀는 반드시 미스터 Q를 만나야 했다.“사장님을 만나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 비켜주세요. 괜한 사람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차설아의 눈빛은 차갑게 변했고 주먹을 불끈 쥐고는 공격 태세에 돌입했다.엄격한 훈련을 받은 경비는 무기를 들고 말했다.“죄송하지만 저는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기어코 들어가셔야겠다면 피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그래요? 그럼 저도 사양하지 않을게요.”차설아는 늘씬한 왼쪽 다리를 힘차게 뻗고 오른손을 번쩍 들더니 경비를 향해 훅을 날렸다.경비는 황급히 몸을 피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녀에게 맞아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곧이어... 더 많은 경비원이 달려와 차설아를 에워쌌다.“보아하니 다들 죽는 게 두렵지 않나 보죠. 그럼 절 탓하지 마세요.”차설아는 말을 마치고 다리를 들어 하나씩 차서 멀리 날려버렸다.그녀는 평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를 따라 격투기를 배웠으니 보통의 실력이 아니었다.평소 손을 안 대는 편이지만, 한번 손을 대면 능력이 한계에 달해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었다.“사장한테 전하세요.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난 오늘 절대 안 멈춘다고!”차설아는 독설을 퍼부으며 난동을 부리는 격이었다.경비들은 하나같이 맞아서 코와 얼굴이 퉁퉁 부었지만 여전히 입구를 막아서며 차설아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다.“멈추시죠!”마침내, 차갑고 꼿꼿한 그림자가 대문 안에서 걸어 나오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차설아는 공격을 멈추고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장재혁 씨?”남자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했다.“설아 씨, 오랜만이네요.”차설아는 마치 구원병을 본 듯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재혁 씨, 마침 잘 오셨어요. 사장님 뵈러 왔는데 이
차설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사람이었다.“좋아요! 저는 꼭 들어가서 찾아봐야겠어요. 땅을 발칵 뒤집어서라도 사람을 찾아내 직접 설명을 들어야겠어요!”그녀는 얼음장 같은 얼굴로 장재혁을 밀어내고 곧장 전당포 안으로 쳐들어갔다.쓰러진 몇 명의 경비원들이 힘겹게 일어나 그녀를 막으려 하자 장재혁이 손을 흔들었다.“책임자님, 사장님은 설아 씨의 출입을 금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들여보내시면...”“괜찮아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장재혁은 나약하지만 고집이 센 차설아의 뒷모습을 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사람은 때로는 어리석어도 돼요. 특히 여자가 좀 어리석으면 쉽게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법이죠. 저는 설아 씨가 평생 어리석었으면 해요.”차설아는 성심 전당포에 처음 온 것이 아니었다. 내부 구조와 진열된 물건까지 손바닥 보듯 알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익숙한 곳이었다.그녀는 가장 빠른 시간 내로 전당포를 한 바퀴 뒤졌고, 금지 구역까지 뒤졌지만 미스터 Q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하얀 달빛이 땅바닥에 떨어지니, 그녀의 모습은 더욱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미스터 Q, 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빨리 나타나요. 저는 그저 답을 원하는 것뿐이에요.”차설아는 미치광이처럼 아득하고 어두컴컴한 마당에서 걷잡을 수 없이 외쳤고, 그 소리에 놀란 덩굴의 까마귀들은 사척으로 날아갔다.“제발 좀 나와요. 한 마디라도 좋으니까, 제발...”그녀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손으로 아름답지만 슬픈 얼굴을 감쌌다. 작고 가냘픈 어깨가 가늘게 떨리는 모습이 너무 연약하고 무력해 보였다.“울지 마세요...”부드러운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오더니 누군가 차설아의 등을 토닥였다.차설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순식간에 방어 태세를 취하더니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당신?”“저를 기억해주신다니 영광이네요.”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달빛 아래에서 더욱 부드럽고 온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