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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Author: 배시아
“당연하지, 애벌레에 쏘인 걸 치료할 수 있는 건 애벌레 즙 뿐이니까. 통통한 애벌레라서 즙도 많아 보여. 분명 해독 효과가 좋을 거야.”

차설아는 성도윤에게 애벌레 즙을 발라주면서 덤덤하게 말했다.

“애벌레의... 뭐라고?”

성도윤은 온몸이 굳어졌고, 몸의 근육이 팽팽해지는 것을 느꼈다.

“애벌레 즙!”

차설아는 성도윤이 이해하지 못할 까봐 그 납작한 애벌레를 보여주며 말했다.

“봐봐, 바로 이놈이야. 내가 이미 당신 복수를 했어. 잘 으깨서 약으로 사용하고 있으니까 너무 고마워하지는 말고.”

“우웩!”

성도윤은 납작한 에벌레를 보자마자 하룻밤 사이의 밥을 다 토할 것 같았고 관자놀이가 세차게 뛰었다.

“차설아, 너무 징그럽잖아! 당장 치워!”

“이미 죽은 벌레가 왜 무서워? 당신 왜 이렇게 겁쟁이야?”

“셋까지 센다. 당장 치워. 아니면 당신 진짜 끝장이야!”

“하지만 쏘인 상처는 이걸로 해독할 수 있어. 치료하지 않으면 많이 아플 거야. 참을 수 없을 만큼...”

“하나, 둘...”

“그래, 그래. 버릴게!”

차설아는 쏘인 상처가 어느 정도 처리된 것을 보고, 또 성도윤이 제대로 폭발할까 봐 애벌레 시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성도윤은 마침 봉인을 푼 마왕처럼 모든 것을 회복한 느낌이었다.

“그냥 가려고?”

그는 침대에서 내려가려는 차설아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상처도 거의 나았으니 이젠 내가 필요 없잖아? 잘 휴식하면 곧 나을 거야.”

차설아는 이미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여기 있는 것이 어색해서 당장 자리를 뜨고 싶었다.

“오늘 날 원숭이처럼 갖고 놀았으니 좋지? 하지만 난 아직 안 끝났어...”

“그럼 뭐 어쩌자는 건데? 내가 당신한테 절이라도 할까?”

“절까지는 필요 없고, 날 기쁘게 하면 돼.”

차설아는 어이가 없었다. 인내심이 곧 바닥날 것 같은 그녀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기쁘시겠어요? 노래라도 해드릴까요?”

성도윤이 이렇게 소심한 사람인 줄 알았으면, 죽어도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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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 이혼, 후 집착   제785화

    “우리 앞에서는 당연히 엄마를 괴롭히지 못하지. 그럼 우리 마음속에 나쁜 이미지만 각인 되는 거잖아. 우리가 없는 곳에서 몰래 엄마를 괴롭힐까 봐 걱정이야. 엄마는 우리가 걱정할까 봐 말도 못 할 텐데...”“오빠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나쁜 아빠 혹시 지금 우리 몰래 엄마를 괴롭히고 있는 거 아니야?”“그럴지도 몰라!”두 녀석은 동시에 성도윤의 방을 향해 바라보더니 이구동성으로 말했다.“큰일 났어. 엄마가 위험해. 빨리 엄마 구하러 가자!”지금 이 순간, 원이와 달이는 같은 전선에 서서, 한 사람은 꽃병을, 한 사람은 술병을 들고 부리나케 성도윤의 방으로 달려갔다.성도윤의 방은 2층이었고, 마침 문을 잠그지 않았다.“나쁜 놈 우리 엄마 괴롭히지 마!”원이는 문을 열자마자 술병을 휘둘렀다. 마치 경찰이라도 된 듯 허둥지둥 달려들었다.성도윤과 차설아는 지금 야릇한 분위기가 극에 달했다.남자는 마치 큰 산처럼 여자를 완전히 억누른 상태로, 오랫동안 기다린 붉은 입술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원이의 외침에 두 사람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깜짝 놀라 죽을 뻔했고 순식간에 서로에게서 떨어졌다.“원아, 네가 여긴... 어떻게 왔어?”차설아는 사과처럼 얼굴이 붉어졌고, 당장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망할, 방금 또 성도윤의 절세 미모에 이성을 잃었어. 이 자식이 키스하려 할 때 거절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적극적일 뻔했어!’‘하느님이시여! 이 부끄러운 얼굴을 어디에 둔단 말인가!’“나쁜 놈, 감히 우리 엄마를 괴롭혀요? 절대 용서하지 않아요!”잔뜩 화가 난 원이는 고개를 돌려 달이에게 말했다.“내가 말했지? 이 나쁜 놈이 우리 몰래 엄마를 괴롭힌다니까! 이제 직접 봤으니 믿겠어?”“흑흑, 예쁜 아빠, 너무 실망이에요. 이렇게 나쁜 사람인 줄 몰랐어요. 우리 엄마를 그렇게 호되게 괴롭히다니. 절대 용서 못 해요!”달이는 붉어진 얼굴로 성도윤을 보며 가련하게 흐느꼈다.“괴롭혔다고?”성도윤은 느릿느릿 옷을 입더

  • 선 이혼, 후 집착   제786화

    두 아이가 자신을 이렇게 지켜주니 차설아는 감동적이기도 하고 난처하기도 했다.“그게... 원아, 달아. 오해하지 마. 방금 엄마는 괴롭힘당하지 않았어.”“그럴 리가요, 제 눈으로 분명 엄마 몸 위에 올라타고 있는 걸 봤어요. 딱 봐도 때리려는 포즈였는데 괴롭힘당하지 않았다니요!”원이는 정의로운 얼굴로 차설아의 앞을 가로막고는 기세등등해서 성도윤을 향해 명령했다.“나쁜 놈, 당장 엄마한테 사과해요. 안 그럼 이 술병에 맞아 머리가 터질 줄 알아요!”“역시 나 성도윤의 아들이 아니랄까 봐 말 한번 매섭게 하네.”느슨한 가운을 입고 있는 성도윤은 나른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어린 녀석의 뾰로통한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난 절대 네 엄마를 괴롭히지 않았어. 만약 엄마 위에 올라 탄 것이 괴롭힌 거라고 생각된다면, 네 엄마가 내 몸 위에 올라타도 돼.”“성도윤, 그만해. 애들 앞에서 무슨 헛소리야? 부끄럽지도 않아?”차설아는 눈을 희번덕거렸다. 정말 애들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었다!“얘들아, 이놈은 정신병이니까 우리 상대하지 말고 얼른 나가자.”차설아는 볼이 뜨거워 더 이상 방에 있을 수 없어 얼른 두 아이를 끌고 방을 나섰다.성도윤은 두 팔을 두른 채 떠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이렇게 따스한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것이 아마도 그가 오랫동안 찾았던 ‘집’의 느낌이 아닐까?‘차설아, 당신이 아무리 거절해도, 나 성도윤은 절대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야!’어느덧 오전이 지나가고 차설아는 오늘 모처럼 시간이 나서 아이들에게 점심을 해주느라 바빴다.아이들은 별장 앞 정원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장님 코끼리 잡기 게임을 했다.이번에는 달이의 술래였다. 달이는 천으로 눈을 가리고 정원을 여기저기 더듬기 시작했다.“오빠, 어디 있는 거야. 소리라도 내주면 안 돼. 안 그럼 어디 가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달이는 귀여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작은 팔을 활짝 벌리더니

  • 선 이혼, 후 집착   제787화

    “선녀 할머니, 제 이름은 차원영이에요. 달이라고 부르시면 돼요. 올해 네 살이고 몬테리 유치원에 다니고 있어요...”친할머니를 처음 본 달이는 자신도 모르게 친밀감을 느꼈고, 개인 정보를 줄줄이 읊었다.막 차설아의 이름을 말하려고 하는데 원이가 달려와 엄숙한 얼굴로 제지했다.“달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우리 정보를 함부로 누설하면 안 돼. 나쁜 사람이면 어쩌려고 그래?”“아니야, 선녀 할머니는 아빠처럼 이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어떻게 나쁜 사람일 수 있어?”언제나 얼굴을 많이 보는 달이는,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다.원이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휴, 너도 참. 몇 번을 속아야 정신을 차릴 거야? 나쁜 아빠가 안 나쁘다고? 그런데 왜 몰래 엄마를 괴롭혔겠어?”“아 맞다. 깜빡했어!”달이는 심호흡을 한 후 작은 머리를 흔들며 자신에게 말했다.“얼굴만 보면 안 돼! 얼굴만 보면 안 돼!”“지금은 선녀 할머니와 이야기할 수 없어요. 아직 할머니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니까요. 할 말이 있으면 오빠에게 말하세요. 오빠는 엄청나게 똑똑해서 쉽게 속지 않아요!”달이는 토끼처럼 원이의 뒤에 숨어서 소영금에게 말했다.소영금의 시선이 원이에게 떨어졌다.원이를 보자마자 소영금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이 아이는 백 프로 성도윤의 아이이다!어릴 적 성도윤과 똑같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매서운 눈빛마저 성도윤 판박이였다. 그야말로 리틀 성도윤이었다!“너... 너 이름이 뭐야?”소영금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지며 손을 뻗어 원이의 얼굴을 만지려 했다.도도한 원이는 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할머니는 누구시죠? 여긴 왜 오셨어요?”“나?”소영금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어린 시절의 성도윤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목이 메어왔다.“난 네 할머니야. 네 아빠의 엄마.”“할머니?”원이와 달이는 이구동성으로 비명을 질렀다.“맞

  • 선 이혼, 후 집착   제788화

    “우리 엄마가 진정한 사나이는 마음씨도 착하고 약한 사람들을 구해주는 슈퍼 히어로 같은 사람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할머니가 키운 아들은 건장한 체격으로 여자를 괴롭혔어요. 그러니 아들 교육에 실패한 거 아닌가요?”원이는 팔짱을 낀 채 기세등등해서 소영금에게 물었다.그가 보기에 나쁜 아빠의 악행들은 모두 어머니가 잘 가르치지 못했기때문이다. 어렵게 소영금을 만났으니, 반드시 차설아를 위해 나서야 했다.“도윤이가 여자를 괴롭혔다고?”소영금은 눈살을 찌푸리며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내 아들은 교양이 있고 매너도 좋은 신사야. 여자를 도우면 도왔지 괴롭힐 사람은 아니야. 그건 분명 오해야!”“오해 아니에요! 저랑 오빠가 직접 봤어요!”원이의 뒤에 숨어 있던 달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의분을 토했다.“나쁜 아빠가 엄마를 몸 밑에 깔고 괴롭히고 있었어요. 저랑 오빠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엄마는 나쁜 아빠에게 물렸을 거예요!”달이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방금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성도윤은 막 차설아를 물려고 했다. 너무 괘씸했다!“몸 밑에 깔고 물려고 했다고?”소영금은 이내 무슨 상황인지 알아채고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하느님 감사합니다. 도윤이가 드디어 남자가 가져야 할 세속적인 욕망을 갖게 되었네요.’여러 해 동안 지나치게 ‘깨끗하게’ 살아온 아들 때문에 소영금은 자기 아들이 ‘부족’한 줄 알았다.“너무 못됐구나! 어쩜 그렇게 정신 나간 짓을 했을까. 정말 짐승만도 못하네. 엄마인 내가 교육을 잘하지 못했으니 이따가 따끔하게 혼내줘야겠어!”소영금은 아이들의 장단에 맞춰 성도윤을 욕하기 시작했다.“참, 남자로 태어나서 어떻게 여자를 괴롭힐 수 있어? 내 아들은 정말 남자도 아니야. 어디 갇혀서 여자를 존중하는 법을 배울 때까지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게 해야 해...”“사실, 나도 도윤이에게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너희들 어떻게 처벌하고 싶어? 마음껏 말해봐. 이 할머니가 가서 따끔하게 혼내 줄게.”“진짜 그 나쁜 놈을 혼낼

  • 선 이혼, 후 집착   제789화

    “역시 애들 말이 맞았어. 내가 널 잘못 가르쳤어. 자기밖에 모르는 얼음 같은 자식으로 키웠으니!”소영금은 투덜거리면서 성도윤의 팔을 쥐어뜯었다.하지만 성도윤의 팔 근육이 너무 단단해서 전혀 꼬집을 수 없어 등만 짝짝 두 번 세게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성도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원이와 달이를 보며 말했다.“얘들아, 나한테로 와. 이 노파가 여기가 고장 나서 너희들을 다치게 할지도 몰라.”그는 아이들을 보며 진지하게 머리를 가리켰다.“아니에요, 선녀 할머니는 좋은 사람이에요. 당신이야말로 나쁜 사람이잖아요. 엄마를 괴롭히는 나쁜 사람! 다시 우리한테 말 걸지 말아요!”달이는 성도윤의 미모에 푹 빠져있지만, 지금은 이성을 잃지 않고 순순히 소영금의 뒤에 섰다.“맞아요, 당신 엄마는 좋은 사람이지만 당신은 나쁜 사람이에요. 착해질 수 있게 엄마에게 혼 좀 나세요.”원이는 성도윤을 바라보며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성도윤은 아이들이 할머니를 보자마자 바로 같은 편을 먹을 줄은 몰랐다.“엄마, 애들한테 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금세 한통속이 된 거예요?”성도윤은 ‘배움에 끝이 없다’는 심정으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소영금을 바라보며 배움에 목마른 표정을 지었다.사실, 그는 차설아를 상대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이 두 아이를 상대하는 건 더 어려웠다.차설아의 마음을 움직일 자신은 있었지만, 두 아이가 적의를 버리고 자신을 좋아하게 할 자신은 없었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그거야 당연히 난 정의의 화신이니까. 너란 나쁜 놈을 교육하기 위해 아이들이랑 난 한편이야.”소영금의 말에 두 녀석은 강하게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정의는 절대 무너지지 않아요. 나쁜 놈이 우리 엄마를 괴롭혔으니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해요!”성도윤은 순식간에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차설아가 그를 무시하고, 아이들은 그를 벌하려 하고, 친어머니마저 그를 배신했다. 너무 비참했다.그는 순간 소영금이 왜 이렇게 빨리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깨달았다.“엄마

  • 선 이혼, 후 집착   제790화

    “이건...”굵은 등나무 가지를 바라보던 소영금과 성도윤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이건 좀 굵지 않을까?”소영금은 조심스럽게 원이를 향해 물었다.비록 손자를 위해 아들을 팔기로 마음먹었지만, 어릴 때부터 한 번도 성도윤을 때린 적이 없었고, 다 큰 아들을 때리자니 마음이 약해졌다.“아니요. 아주 정상적인 굵기인데요? 엄마는 세게 때릴수록 품행이 단정해진다고 했어요. 할머니 아들이 지금 약자를 괴롭히고 있으니, 보아하니 어릴 때 적게 맞아서 그래요.”원이는 그럴듯하게 소영금을 설득했다.소영금은 굵은 등나무 가지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가 이걸로 자주 너희를 때렸다는 거냐?”“그건 아니에요.”원이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엄마는 그저 겁만 줄 뿐 때린 적은 거의 없어요. 다른 집 아이들은 이렇게 맞으면서 큰다고 했어요. 저는 착해서 거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할머니 아들은 다르잖아요. 그렇게 많은 잘못을 저질렀으니 진작 호되게 때려서 따끔한 교훈을 줘야 했어요!”성도윤은 어이가 없었다.‘원아, 넌 정말 나의 착한 아들이야!’“네 말이 맞아. 내가 이놈을 너무 곱게 키웠어. 맞아야 해!”소영금은 원이의 손에 들려있는 등나무 가지를 받아 들고 성도윤 옆으로 다가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아들, 협조 좀 해. 내 손자 손녀 기쁘게 좀 해줘야겠어.”성도윤은 어두워진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할머니가 자기 손주들 기쁘게 하려고 아들을 때리는 연기를 한다는 게 말이나 돼요?”“다른 방법이 없잖아? 그러니 왜 잘못을 저지르냐고. 쌤통이다.”“제가 무슨 잘못을 했어요?”“애들 엄마를 누르고 물려고 했다면서? 그냥 때리기만 하는 것도 많이 봐준 줄 알아!”성도윤은 순간 참지 못하고 난처해서 말했다.“애들은 몰라서 그렇다 치고, 엄마도 모르시겠어요? 그만하고 얼른 돌아가세요!”“내가 왜 돌아가. 꿈에서 바라던 손자와 손녀를 만났는데, 아까워서 어떻게 돌아가!”소영금은

  • 선 이혼, 후 집착   제791화

    지금의 차설아를 그는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차설아는 성씨 가문에 들어오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기에 성도윤은 괜히 자괴감이 들었고 체면이 서지 않기도 했다.“아이의 엄마가 누구냐니까? 뭔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소영금이 머리를 빠르게 굴리더니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물었다.“뉘 집 아가씨인지 어디 맞혀볼까? 적어도 8대 명문가 출신이겠지?”“설마 서은아 이 계집애 아니야? 어릴 때부터 두 사람 사이가 심상치 않더니, 둘이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정말 잘됐네. 우리 두 가문에서도 이날만을 기다렸잖아.”“은아 아니에요.”성도윤이 피곤한 얼굴로 부인했다.“나랑 은아는 그냥 친구 사이예요.”“그럼 네 첫사랑 아니야? 그... 이름이 뭐더라? 허청하라고 그랬지? 그 여자애가 명문 가문 출신이 아니어도 어디 흠잡을 데는 없잖아. 그럭저럭 두 사람 어울리긴 해.”성도윤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엄마, 이제 막 며느리 고르기 시작하신 거예요?”“그럼 도대체 누구야? 너랑 관계있는 여자가 다섯 손가락 안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은데 설마 임채원은 아니겠지? 그런데 임채원은 아이를 못 낳는다고 하지 않았어?”소영금은 한참 생각하다가 갑자기 두 눈을 번쩍이더니 제자리에서 퐁퐁 뛰기 시작했다.“어휴, 내 정신 좀 봐. 우리 성씨 가문의 며느리인 차설아였어? 세상에, 내가 그렇게 두 사람 잘되기를 바랐는데 이렇게 이어지네.”성도윤은 부인하지 않았지만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함부로 말씀하지 마세요, 지금은 성씨 가문의 며느리 아니잖아요. 나랑 이미 이혼한 사이라고요.”“세상에, 나 진짜 로또 맞은 기분이야.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다고.”소영금은 너무 기쁘기도 하고 흥분해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한참 이마를 짚더니 갑자기 성도윤을 찰싹 때리며 말을 이어갔다.“이 자식, 역시 나 소영금의 아들이야. 이러면 나에게 며느리, 손주, 손녀가 다 생기는 거잖아.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그동안 소영금은 성도윤을 위해

  • 선 이혼, 후 집착   제792화

    성도윤을 혼내겠다는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그녀는 등나무 막대기로 성도윤을 마구 후려치기 시작했다.“아파요!”아무리 성도윤이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매를 맞게 되니 저도 모르게 곡소리를 내었다.“엄마, 그만하세요, 진짜로 때리시게요?”“당연히 진짜로 때리려고 했지. 너 제대로 혼나지 않으면 절대 정신을 안 차릴 거잖아. 귀여운 나의 손주, 손녀들도 이래야 우리의 성의를 알아챌 거 아니야? 그러니까 이를 악물고 잘 견뎌. 너무 아프면 소리내서 아이들의 동정심도 얻고.”소영금이 때리면서 성도윤에게 쓴소리를 했다.“일리가 있네요.”성도윤은 처음으로 소영금의 생각에 동의한 듯했다. 그러고서는 고통스러운 듯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악, 너무 아파요!”“잘못했어요, 제발 그만 때려주세요!”아이들은 워낙 순수하기 때문에 불쌍한 척 연기를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를 용서할 것이다.다만... 차설아는 예외였다.그녀는 워낙 똑 부러지기에 성도윤은 분명 그녀의 동정심을 얻지 못할 것이다.차설아는 점심을 차린 후 향기로운 음식들을 식탁 위로 옮겼다. 하지만 이때, 별장 밖에서 남자의 곡소리가 들려왔다.‘뭐지? 성도윤이 낸 소리인가? 그런데... 그 차도남이 이런 소리를 낼 리가 없잖아. 워낙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차설아는 호기심에 별장을 나섰는데 곧바로 소영금의 등나무 막대기에 맞아 소리를 지르며 용서를 비는 성도윤의 모습을 발견했다.‘응? 이건 무슨 상황이지?’원이와 달이는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분명 두 사람의 연기에 제대로 홀린 모양이었다.아이들은 차설아를 발견한 후 곧바로 신이 난 채로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엄마, 빨리 이리로 오세요! 선녀 할머니가 나쁜 아빠를 제대로 혼내주고 계세요!”달이는 차설아가 혹여나 이 재미난 구경을 놓칠까 봐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 “응...”차설아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혀 몰랐고 또 어색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전 시어머니가 전남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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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 이혼, 후 집착   제1590화

    “그게...”차설아는 잠시 말을 잃었다.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는 그녀는 특히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랬다.“임신 테스트기도 다 믿으면 안 돼요. 이게 호르몬과 관련이 있는데 때로는 남자의 에스트로겐 수치가 너무 높으면 임신 반응이 나올 때도 있거든요.”박성훈이 차설아를 대신해 설명했다.비록 이 설명이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성도윤 같은 남자에게는 충분히 먹힐 만했다.역시나 성도윤은 그 말을 믿었고 얼굴에 실망한 감정이 가득했다.“정말 그럴 수도 있나요?”“그래. 혈액 수치가 가장 정확한 증거야. 혈액 검사 결과, 차설아 씨는 정말로 임신하지 않았어.”박성훈이 성도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했다.“괜찮아, 두 사람 아직 젊으니 앞으로 가능성이 많을 거야.”“미안해요, 도윤 씨. 나도 사실 두 줄이 나와서 임신한 줄 알았어요. 괜히 실망하게 해서 미안해요.”차설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성도윤에게 사과했다.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실망한 기분도 잠시, 그는 차설아를 서둘러 달랬다.“바보야, 내가 미안해. 다 내가 부족해서야. 약속할게 이제부터 매일 밤 더 열심히 할 거야.”“엣헴!”박성훈이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이 두 사람 또 닭살 돋게 하네. 매일 밤 열심히 한다고? 뭘? 이러다 어떻게 열심히 하는지까지 말할 기세군.’“형, 목이 마르면 거실에 나가서 커피나 좀 마시세요. 이제 검사도 필요 없는 것 같은데.”성도윤이 직설적으로 내뱉었다.“설아 씨가 임신 안 됐다고 하자마자 바로 나를 쫓아내려고 하네? 아침에 그 애타게 부탁하던 모습 성도윤은 어디 갔지? 이제 다시 나를 모셔 오기 힘들 텐데.”박성훈이 팔짱을 끼고 웃으며 말했다.‘팔불출에는 정말 약이 없군.’“그럼 형은 그냥 여기 있어요. 내 능력으로 한 달 안에 아린이가 반드시 아기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으니까.”성도윤이 조금 유치하게 말했다. 아무리 도도하고 성숙한 남자라도 사랑 앞에서는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차설아가 남자의 팔을 잡고 말렸다.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9화

    “잘됐네요. 마침 딱 배고팠는데!”차설아는 피곤하고 정신이 흐릿했지만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로 성도윤을 반겼다.성도윤이 사 온 케이크는 차설아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게 주인은 분점을 열 계획도 없고 배달도 하지 않으며 매일 일정 수량만 판매했다.그래서 정말 오래 기다려야 하고 운이 좋아야만 살 수 있었다.가게 주인의 기분도 들쑥날쑥해서 기분이 좋을 때는 많이 팔지만 기분이 나쁘면 그날은 일찍 가게 문을 닫기 일쑤였다.단순히 줄을 서서 맛있는 케이크를 먹는 것도 있지만 케이크를 사기 위해 기다린 사람들의 수고와 정성도 들어 있었다.차설아는 숟가락으로 케이크 한 조각을 떠서 입에 넣었다. 그 부드럽고 차가운 질감에 그녀는 감동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맛없어?”차설아의 표정을 보고 성도윤이 이마를 찌푸리며 걱정스레 물었다.“아니요. 너무 맛있어서... 이제 다시 이런 케이크를 못 먹으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요.”“바보, 그런 말을 왜 해? 앞으로 당신이 원하면 매일 사다 줄게.”성도윤이 차설아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약속했다.“좋아요, 그럼 매일 먹고 싶어요. 당신이 매일 사다줘요...”차설아는 입술에 크림을 묻힌 채 남자에게 물었다.“그런데 매일 줄 서서 사 오느라 면 당신이 힘들지 않을까요?”“걱정 붙들어 매, 당신이 질리지만 않는다면 매일 가서 사 올 수 있어. 정 안 되면 내가 그 가게 주인을 찾아서 배워서 매일 내가 직접 만들어서 줄게...”성도윤은 차설아의 입가를 닦아주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어, 뭐가요?”차설아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녀는 그의 관찰력이 이렇게 예리할 줄 몰랐다.“분명히 뭔가 있어.”성도윤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는 돌아오자마자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지만 참으면서 기다렸다.그러다 차설아가 케이크를 먹으며 그런 말을 하자 분명히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걸 확신했다.“역시 당신 눈을 피할 수는 없네요. 사실,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8화

    박성훈은 비관적인 차설아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몇 달 전만 해도 그녀는 자신감 넘치고 자유롭고 시원시원한 여자였다.그런데 지금은 눈을 잃고 독에 중독되어 마치 시들어버린 꽃처럼 처량해 보였다.“설아 씨, 제가 살아있는 허준 선생처럼 신통한 의사는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약속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최선을 다해 당신을 치료할 것이고 당신의 눈도 적합한 이식자가 나타나기만 하면 다시 원래대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절망하지 마세요.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는 법입니다.”그는 진중한 목소리로 차설아를 위로했다.물론 중금속 중독을 완전히 해독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지금까지 성공 사례가 많지 않지만 의학 역사 속에서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과거에도 성공한 사례가 있는 만큼 자신도 연구를 거듭하면 반드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고마워요, 박 선생님. 그 말 한마디가 저한테 용기를 주네요.”차설아는 힘겹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박성훈이 있는 방향을 향해 말했다.“해독을 할 수 있든 없든, 그리고 제 눈이 다시 보이든 아니든, 한 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어요. 이 사실을 도윤 씨한테는 절대 알리지 말아 주세요. 도윤 씨가 지금 너무 지쳐 있어요. 더 이상 그이가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걱정 마세요. 저는 그런 말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박성훈은 차설아의 성도윤을 향한 깊은 감정에 감탄했다.이토록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사랑하는 남자를 먼저 걱정하는 차설아를 보면서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졌다.“제 아이도 지킬 수 없겠죠?”차설아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박성훈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맞아요. 아이는 지킬 수 없습니다.”그가 힘겹게 이어 말했다.“설아 씨가 현재 중금속 중독 상태고 해독을 위해 강한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이 약들은 태아의 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요. 제 의견으로는 아직 초기일 때 아이를 포기하는 것이 낫습니다.”“그럴 줄 알았어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7화

    박성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빨리 죽는 게 낫다고 할 수도 없고...’하지만 그는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다.혈액 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차설아의 여러 혈액 수치에서 이상이 발견되었고 그녀의 지금 상태로 본 결과, 박성훈은 차설아가 중금속 중독에 걸렸다고 판단했다.중금속 중독은 쉽게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신체의 각 기관을 쇠약하게 만들고 신경을 마비시키는 증상이었다.초기에는 극심한 피로와 졸음을 유발하며 무기력하게 만들지만 후기로 갈수록 신경과 장기가 손상되며 극심한 통증을 수반하게 되고 이러한 증상은 그야말로 생지옥과도 같았으며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정도의 고통이었다.박성훈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우선 잔인한 진실을 감추기로 결정했다.“어쨌든 걱정 마세요. 저희가 반드시 치료해 드릴 겁니다.”그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중금속 중독을 완전히 치료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게다가 투여된 독의 종류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적절한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었고 그러려면 독을 투여한 사람이 어떤 중금속 원소를 사용했는지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지금부터 최근 식사 내용을 정확히 말해 주세요. 혹시 식사 외에도 평소 드시지 않던 걸 섭취한 적 있나요?”박성훈이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저 중독된 거죠?”차설아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되레 되물었다.“어떤 독에 중독됐는지 알 수 있어요?”“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초기 판단으로는 중금속 중독일 가능성이 큽니다.”박성훈은 차설아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사실에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숨김없이 사실을 털어놓았다.이런 경우, 환자와 의사가 완전히 솔직하게 소통해야만 치료에 도움이 되기에 아무리 잔인한 현실일지라도 그녀가 사실을 알아야 했다.“중금속 중독...”차설아는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몸이 서서히 차가워지며 절망감이 엄습했다.그녀는 예전에 비슷한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한 명문대 여학생이 룸메이트의 질투로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6화

    “무슨 일인데요?”박성훈이 갑자기 진지해지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차설아를 바라보았다.“뭘 알아내든 상관없어요. 도윤 씨한테는 좋은 얘기만 해주세요. 안 좋은 결과는 절대 말하지 마시고요.”차설아가 간결하게 자신이 원하는 걸 얘기했다.그녀는 방금 전에 애써 성도윤을 떨어뜨려 놓으려 했던 이유가, 그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 거짓말을 유지하려면 박성훈의 협조가 필요했다.“하...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박성훈은 차설아가 이런 부탁을 할 것이라는 걸 예상했지만 그녀를 보며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그런 상태에서 차설아는 여전히 성도윤을 걱정하며 그가 조금이라도 슬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두 사람 서로를 진짜로 사랑하나 보네...’“걱정 말아요. 내가 분위기 못 읽고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도 아니고 어떤 걸 얘기할지 잘 알고 있어요.”박성훈이 차설아를 안심시키듯 말했다.“그리고 설아 씨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내가 신의 손을 가진 명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의술은 좀 하는 편이니까 저희 말대로만 따르면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게다가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요. 어쩌면 단순히 임신 초기에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정말 그런 거였으면 좋겠네요.”차설아는 힘없이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하지만 검사 결과가 결코 좋을 리 없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상대는 처음부터 그녀를 해칠 작정이었고 가볍게 봐줄 리가 없었다.만약 배경윤이 조금만 늦게 알아차렸더라면 지금쯤 그녀는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였을지도 모른다.지금 당장은 그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분명 좋은 상태는 아닐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다.검사 결과를 살피던 그의 표정은 한층 무거워졌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검사 결과는 너무 처참했다.“어때요, 박 선생님?”차설아는 몽롱한 상태에서 거의 잠들 뻔했지만 억지로 정신을 붙잡고는 줄곧 침묵하고 있는 박성훈에게 물었다.“뭐라고 말해야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5화

    성도윤은 자책감에 사로잡혀 당장이라도 할복이라도 할 기세였고 박성훈은 그런 그를 진정시키려 일부러 괜찮을 거라고 말한 것이었다.하지만 사실, 차설아의 심장 박동은 이상했고 거의 보름 동안 지속된 무기력함과 과도한 졸음까지 고려했을 때, 그녀의 몸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그리고 그 원인은 단순히 임신 때문이 아니라는 것도 박성훈은 어렴풋이 감이 왔다.하지만 지금 당장 혈액 검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괜히 성도윤에게 불안감을 주면 그가 차설아에 대한 과보호 수준을 고려할 때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정상이면 다행이야.”성도윤은 박성훈의 말을 듣자마자 한숨을 내쉬며 마치 온 세상의 짐이 내려간 듯 안도했다.“들었지, 당신 괜찮대. 그냥 임신해서 피곤한 것뿐이래. 내가 괜히 겁먹고 난리 친 거야. 미안해. 내가 이런 경험이 없다 보니까 괜히 걱정했네.”성도윤은 기뻐하며 차설아를 꼭 끌어안았다.그리고 그녀의 배를 손으로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야, 꼬맹이. 엄마 너무 힘들게 하지 마라? 너 때문에 엄마가 얼마나 피곤해하는지 봤지? 만약 엄마를 더 힘들게 하면, 네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아빠가 먼저 너 혼쭐낼 거야!”차설아는 그의 유치한 농담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만 해요. 진짜 왜 이렇게 점잖지 못해요?”“하아, 두 사람 오늘 너무 닭살 커플인 거 아니야?”옆에서 이 모든 걸 보고 있던 박성훈이 질색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정도면 거의 ‘고문 수준’의 애정 행각이었다.그때, 차설아가 성도윤을 바라보며 갑자기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도윤 씨, 나 갑자기 케이크가 먹고 싶어졌어요. 지금 가서 사 올 수 있어요?”“지금?”성도윤은 순간 당황했다.그는 케이크를 사 오는 게 싫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혈액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 결과를 확인한 후에 움직이고 싶었다.“네. 지금 당장이요. 지금 먹고 싶다고요.”차설아가 일부러 짓궂게 물었다.“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4화

    박성훈은 처음엔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어주고 있었지만 곧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잠깐만!”그는 이마를 찌푸리며 성도윤을 바라보더니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왼쪽 아래로 2~3cm 정도 더 옮겨 봐.”성도윤도 덩달아 긴장해졌다.그는 박성훈의 지시대로 청진기를 차설아의 심장 왼쪽 아래 3cm 지점으로 옮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뭔가 이상한 점 있나요?”“...”박성훈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얼굴을 굳힌 채 조용히 청진기에 집중했다.한참 후에야 그는 청진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지금은 확실하게 들리는 건 없어. 혈액 검사 결과까지 봐야 정확하게 알 거야.”차설아는 처음부터 차분하게 검사를 받으며 잘 협조하고 있었지만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리고 박성훈을 향해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검사는 여기까지만 할까요? 박 선생님도 도착하자마자 이것저것 살펴보셔서 피곤할 테고 저도 피를 너무 많이 뽑아서 그런지 좀 지치네요. 나머지는 내일 하는 게 어때요?”사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뭔가 이상이 있다는 걸 감지하고 있었다.하지만 그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확신할 수 없었고 괜히 성도윤이나 다른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현이를 통해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아냈다.그 사람의 정체만 밝혀지면 직접 해결할 생각이었다.“온 지 얼마 안 돼서 피곤하지는 않은데요? 게다가 그냥 검사 결과만 보면 되는 거라 괜찮아요.”박성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택에 온 지 이제 겨우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고 그동안 한 거라곤 심장 소리 한 번 들은 게 전부인데 대체 뭐가 그렇게 피곤하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제가 피곤해서 그래요. 그리고 오늘 꼭 검사를 다 마쳐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차설아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했고 명확한 거절의 의미였다.더 이상 검사에 협조할 생각이 없는 듯한 그녀를 보면서 박성훈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그리고 잠시 고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3화

    박성훈은 말을 마치고 청진기를 꺼냈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차설아의 옷 안으로 넣으려 했다.“잠깐!”성도윤이 그 장면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재빠르게 박성훈의 손을 붙잡고 제지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청진하고 있지 그럼 내가 뭐 하는 걸로 보여?”박성훈이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해요.”성도윤이 단호하게 청진기를 낚아채더니, 정색하며 말했다.“내 아내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요. 이런 건 내가 직접 할 테니까, 형은 듣기만 해요.”박성훈이 말없이 그를 보고 있자 성도윤이 되물었다.“왜, 문제 있어요?”“문제라기보단... 좀 오버 아니야?”“어디가 오버에요? 형이 직접 하는 게 더 이상한 거지.”‘누가 알아? 검사하는 동안 실수로 엉뚱한 곳이라도 건드릴지.’보통 때는 몰라도 지금처럼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는 상황에선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하아... 역시 소설에서만 보던 ‘집착광공’이 실존하는구나.”박성훈이 이마를 짚으며 감탄했다.자신이 가끔 보던 ‘재벌 남주’ 소설들이 그냥 창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현실이 오히려 소설보다 더 과장되어 있었다.“헛소리 말고 어디에 대야 하는지만 알려 줘요.”성도윤이 청진기를 들고 박성훈을 노려보았다.“음... 왼쪽 쇄골 중앙선과 다섯 번째 갈비뼈 사이 경계에 대면 돼.”성도윤의 태도가 워낙 단호해서 박성훈은 그냥 순순히 위치를 알려 주었다.“잠시만요.”성도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청진기를 차설아의 잠옷 안으로 밀어 넣었다.그러더니 여기저기 더듬으며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쯧쯧.”박성훈은 청진기를 끼고 있었기에 성도윤이 어떻게 검사하고 있는지 소리로 다 들을 수 있었다.하지만 감히 뭐라고 할 수도 없었고 결국은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어휴, 성도윤이니까 참는 거지.’그가 속으로 체념하는 사이, 성도윤이 한참 동안 위치를 못 찾자 결국 한마디 내뱉었다.“이 정도도 못 견디면 나중에 내진 검사할 때는 난리 나겠네?”“뭐요?”

  • 선 이혼, 후 집착   제1582화

    차설아는 앞이 보이지 않는 대신 촉각과 후각이 무척 예민했다.방에 들어서는 순간, 그녀는 공간이 달라졌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예전엔 책 냄새가 가득하던 방이 이제는 소독약 냄새로 가득 차 있었고 조명도 더 밝고 뜨거워진 느낌이었다.이제 차설아는 자신의 모든 걸 성도윤에게 맡긴 상태였다.그가 정말로 해부라도 하겠다고 나선다면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당신 상상력 정말 대단한데? 우리 애도 나중에 소설가 체질이었으면 좋겠다.”성도윤은 차설아의 넘치는 상상력에 웃음이 터졌고 그녀의 손을 잡고 안쪽으로 이끌었다.“차설아 씨, 지금 혈액 검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하거든요.”간호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네, 하세요. 어차피 지금 나는 도마 위 생선이라 목숨은 이미 여러분들 손에 있으니까요.”차설아는 자조적인 농담을 하며 팔을 내밀었다.곧이어, 조용한 방 안에 사각사각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바늘이 그녀의 정맥을 찔렀다.“살살 좀 해 주세요.”성도윤은 차설아의 살짝 찡그린 얼굴과 연달아 뽑혀 나오는 혈액을 보며 속이 상해 간호사에게 신신당부했다.그때, 앞쪽에서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성 대표님의 아내 사랑이 참 넘치시네요. 난 조용히 보조만 하려고 온 건데 이렇게까지 과한 애정 행각을 볼 줄은 몰랐어요. 좀 자제하세요.”그 말투를 보아하니 성도윤이 말했던 ‘대단한 의사’가 틀림없었다.차설아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순간 놀란 듯 말했다.“이 목소리... 어쩐지 익숙한데요?”“당연하지. 우리랑 꽤 인연이 깊은 사람이거든.”성도윤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마... 이분...”차설아는 머릿속에서 기억을 더듬었다.그리고 순간적으로 깨닫고 외쳤다.“박 선생님?”“하하하. 나를 이렇게 빨리 기억해 주다니, 영광인데요? 이걸로 승부는 끝났네요.”“도윤아, 나중에 밥 한 끼 사.”박성훈은 호탕하게 웃으며 차설아가 자신을 단번에 알아본 것이 무척이나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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