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할 줄 몰랐는데, 열심히 배우니까 되더라고.”“따로 배우기까지 하셨어? 무척 한가하나 봐?”“한가하다니? 아끼는 사람에게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것도 행복이라는 걸, 당신도 잘 알고 있을 텐데...”성도윤은 웃는 듯 마는 듯하게 말했다.“당신, 나랑 결혼하기 전에는 부엌에 발도 안 디뎠다고 하던데?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려고 부엌데기로 되었다며?”“누가 그래? 헛소리야.”차설아는 애써 부정했다.그녀만큼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자란 여자도 또 없을 것이다.차설아는 어렸을 때부터 보통 여자아이들과는 달랐다. 인형, 예쁜 치마, 소꿉놀이 같은 걸 싫어했고, 부엌에 들어가는 건 더욱 극혐했다. 오히려 격투기, 총, 코드, 물리 화학 등에 관심이 많았다.만약 ‘자격 있는’ 성도윤의 아내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평생 부엌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고, ‘성도윤의 위를 잡는’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지 않았을 것이다.그때의 자신을 생각하니 그야말로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 남자 하나 때문에 ‘자아’도 버렸으니 말이다.“뿐만 아니라, 내 미색을 탐내서 나에게 엉큼한 맘을 먹었다고 했지?”“무슨 헛소리야!”차설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홱 몸을 돌려 감격에 겨워 변명을 늘어놓았다.“당신은 내 취향 아니야...”그제야 남자가 어느새 거실에서 부엌으로 다가와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들의 거리는 지척에 불과했다. 그녀가 고개를 들면 강인하고 잘생긴 남자의 턱이 바로 머리 위에 있었다.“진짜 당신 취향이 아니야?”성도윤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계속 밀어붙였다.“그런데 왜 자꾸 날 힐끔힐끔 쳐다보는 거지?”“그건 그냥 우연이야!”차설아는 얼굴이 살짝 달아올라 설득력 없는 변명을 늘어놓았다.“당신은 내 취향이 아니라니까! 난 당신처럼 차갑고 도도한 남자 말고 다정한 남자 좋아해! 김칫국 마시지 마!”“차설아, 이렇게 비겁한 사람이었어? 어젯밤에 애들한테는 분명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성도윤은
두 아이는 일찍 깨어나 이미 성씨 가문의 큰집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그들의 적응 능력은 차설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낯선 환경에서 편안하고 즐겁게 생활하며, 마치 저택의 작은 주인인 듯했다.“너희 둘 뭐 하는 거야. 일어나서 엄마 찾으러 오지도 않아?”차설아는 아이들이 별장 앞 감귤 나무 옆에 서서 까치발을 하고 나뭇가지 끝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엄마, 빨리 가서 좀 보세요. 애들이 엄청 배고픈 가봐요. 계속 울어대고 입도 크게 벌리고 있어요!”달이는 차설아에게 달려가 그녀의 손을 잡고는 둥지 안의 새끼 네 마리를 가리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찍찍찍!”새 둥지에서는 이제 갓 배털이 돋아난 네 마리의 아기 새가 허약하고 힘없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아직 눈도 뜨지 못한 작은 아기 새들은 입을 벌린 채 어미 새가 먹이를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엄청 배고픈가 보네. 우리 먹을 것 좀 갖다 주자.”차설아는 지지배배 우는 작은 새들을 바라보며 동정심이 생겼다.“하지만, 작은 새들은 보통 뭘 좋아하죠?”원이가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작은 새들은, 아마 애벌레 같은 걸 먹겠지?’차설아는 휴대폰을 꺼내 검색하기 시작했다.어려서부터 새를 키워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네 마리를 챙겨야 하니 마음이 급했다.인터넷에서 새 키우는 법을 보고 나서야, 차설아는 자신 있게 아이들에게 말했다.“맞아, 아기 새들은 어미 새가 찾아온 벌레를 먹는대. 우리 벌레 잡으러 가자!”“야호, 벌레 잡으러 간다!”두 아이는 크게 기뻐하며 두 손을 들어 동의했다.어려서부터 섬에서 자란 두 녀석은 자연과 가깝게 지내는‘야생 아이’로 못하는 게 없었다.성씨 가문의 큰집은 높은 피복률을 자랑했고, 곳곳에 화초와 나무가 많았다. 그들 세 사람은 곧 많은 애벌레를 잡아 상자에 넣었다.그들은 다시 감귤 나무 아래로 돌아갔다. 새 둥지가 그들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차설아는 사다리를 가져왔다.“달아, 상자 이리 줘. 엄마가 아기 새들에게 줄게.”
차설아는 아기 새들을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웠다. 마치 자기 아이들을 보는 것처럼 진한 모성애를 발산했다.한 달 뒤 아기 새들이 깃털이 나고, 하늘을 날 수 있는 장면이 너무 기대되었다.“차설아, 뭘 먹이고 있는 거야?”성도윤은 나무 밑에 서서 고개를 살짝 젖히고 차설아를 향해 나지막이 물었다.“뭐?”차설아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감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남자의 완벽하고 입체적인 이목구비에 얼룩덜룩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마치 일본 만화 남자 주인공처럼 여름의 열기를 머금어 말도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예쁜 아빠, 엄마는 아기 새에게 애벌레를 먹이고 있었어요. 아기 새들이 정말 좋아해요.”달이는 성도윤에게 열정적으로 소개하며 자랑스럽게 말했다.“애벌레들은 전부 저와 엄마, 그리고 오빠가 직접 잡은 거예요...”“애... 벌레? 켁켁!”성도윤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두피가 저리기 시작했다.세상에 무서운 것 하나 없는 성도윤이지만,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연체동물이었다. 특히 애벌레는 한 번 보면 악몽까지 꿀 수 있는 무서운 존재였다!“네! 아빠 애벌레 좋아해요? 다음에 애벌레 잡으러 갈 때 우리랑 같이 갈래요?”달이는 동그란 눈을 껌벅이며 성도윤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아하하하, 그럴 것까지야!”성도윤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달이의 초대를 거절했다.원이는 옆에서 차가운 웃음을 짓더니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흥, 겁쟁이. 다 큰 어른이 돼서 벌레를 무서워하다니!”체면이 구겨진 성도윤은 애써 해명했다.“내가 언제 그딴 거 무서워한다고 했어? 그저 일이 바빠 잡으러 갈 시간이 없는 것뿐이야!”아버지로서 어떻게 해서든 두 아이 앞에서 용감하고 위풍당당한 이미지를 지켜야 했다. 아이들이 성도윤이 벌레를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거짓말. 벌레도 무서워하는 겁쟁이가 어떻게 우리 가족을 지키겠어요. 엄마가 아저씨랑 헤어진 건 가장 현명한 결정이었네요!”원이는 도도하
“지금 나보고 하는 얘기야?”차설아는 몸을 뒤로 젖히고 장난스럽게 남자를 보더니 손가락을 흔들었다.“노노노, 도련님이야말로 끝장이죠.”말을 마친 그녀는 핀셋으로 작은 애벌레를 집더니 ‘부주의’로 떨구었고, 마침 성도윤의 옷깃에 떨어졌다.“악, 징그러워. 이거 당장 치워! 빨리 치우라고!”성도윤은 제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서 있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어머, 미안해요 도련님. 방금 손이 미끄러져서 벌레가 떨어졌네...”차설아는 웃음을 참으며 사다리에서 내려왔고, 거의 미쳐버릴 것 같은 남자를 애써 위로했다.“걱정 마. 사람을 해치지는 않아. 그저 당신 옷깃에서 꿈틀꿈틀하며 운동하고 있을 뿐이야.”성도윤의 얼굴은 잔뜩 어두워졌고, 엄격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차설아, 명령이야. 지금 당장 이 징그러운 물건을 내 몸에서 떼지 않으면, 내가 당신 죽인다!”차설아는 두 팔을 감싸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분노하고 있는 남자를 보며 피식 웃었다.“도련님, 아직도 그렇게 무섭게 말하면 어떡해요? 벌레 무서워하지 않는다면서요? 그럼 직접 떼어내면 되잖아요?”“젠장!”성도윤은 제자리에서 뻣뻣하게 서 있었다. 벌레를 떼어내기는커녕 벌레가 옷 속으로 기어들어 갈까 봐 여광으로 벌레의 방향을 감히 보지도 못했다. 온몸이 근질근질하는 것 같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잠시 존엄을 굽혀 낮은 목소리로 차설아를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맞아, 나 벌레 무서워해. 내가 어떻게 하면 이 징그러운 물건을 떼어줄 건지 그냥 말해. 어서!”“진작에 인정하지! 그러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잖아!”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굽힐 줄 아는 남자의 모습에 매우 만족했다.두 녀석은 옆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달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성도윤의 정곡을 찔렀다.“예쁜 아빠, 달이도 이렇게 작은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아요. 정말 겁쟁이네요.”원이가 한마디 더 보탰다.“흥, 내가 말했지. 이 나쁜 놈은 껍데기만 번지르르할 뿐 실제로는 겁쟁이라니까!”성도윤은 자신의 체면을
“내가 만약 당신이었다면 춤을 출 줄 몰라도 적당히 몸을 움직이며 성의라도 보여주겠어. 우리를 기쁘게 해준다면 기꺼이 벌레를 쫓아내 주지!”“그만해!”성도윤은 그녀가 자신을 놀리려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성씨 가문 도련님의 신분으로 브레이크 댄스를 추라니!이건 명백한 모욕이었다!성도윤은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을 다잡고는 징그러움과 두려움을 참고 옷깃에 있는 애벌레를 직접 떼어내려 했다.차설아가 서둘러 제지했다.“어머, 손으로 만지지 마! 애벌레 독이 있어서 만약 물리면 아플 거야!”그래서 차설아도 나뭇가지로 애벌레를 떼어내려 했던 것이다.“또 날 속이는 거지?”성도윤은 더 이상 여자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아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애벌레를 더듬었다.“젠장, 이거 진짜 사람을 물잖아! 아파 죽겠네!”그의 손가락이 애벌레에 닿자, 즉시 고함을 질렀다.더 무서운 것은, 놀란 애벌레가 몸을 웅크리더니 마침 그의 스웨터 옷깃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는 것이다!“어머, 이럴 수가!”차설아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차마 눈뜨고 쳐다볼 수 없었다.“악악악!”“살려줘! 살려줘! 살려줘!”성도윤은 이미 이미지 같은 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즉시 브레이크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전문적인 몸놀림은 아니지만, 꽤 열심이었다.“그만 좀 소리치고 옷부터 벗어!”차설아는 앞으로 달려가 정신없이 성도윤의 옷을 벗기고 나뭇가지로 애벌레를 한쪽으로 떼어냈다.성도윤은 마침내 안정을 찾았지만, 등에 애벌레가 기어 다닌 바람에 이미 붉은 뾰루지가 한 줄기 돋았고 따끔거리며 아파졌다.“이것 봐. 사람 말 안 듣더니 쌤통이다!”차설아는 남자의 등에 난 자국을 보며 동정하기 시작했다.나방의 일종인 이 애벌레는 몸의 솜털에 독이 있어 살짝만 건드려도 피부가 칼로 메인 것처럼 따갑고 아팠다.나방이 성도윤의 등에서 한 바퀴 굴렀으니 얼마나 아픈지 짐작할 수 있었다!“이 모든 게 당신 때문이잖아? 손이 미끄러져 이 징그러운 물건을 나에게 주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망신
“응, 확실히 좀 지나치긴 했어!”차설아는 머리를 긁적이며, 성도윤이 복수할 기회를 노릴까 봐 두려웠다. 게다가 성도윤의 몸은 아직 회복 중인데, 놀라서 상태가 심각해지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 일이었다.“그래. 원아, 달아. 너희 둘 얌전히 놀고 있어. 엄마는 가서 소심한 놈 달래줘야겠어. 방금 풍선처럼 얼굴이 빵빵하게 된 거 봤지? 저러다 진짜 화 나서 폭발하기라도 하면 어떡해.”차설아의 생생한 묘사에 두 녀석은 모두 웃었다.원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이 나쁜 아빠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것 같아요. 좀 어리바리한 것 같은데요?”“겁쟁이일 뿐만 아니라 어리바리해서, 별로 무섭지도 않은데요? 제가 너무 과대평가했나 봐요!”차설아는 녀석의 머리를 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넌 아직 너무 순진해. 앞으로 곧 알게 될 거야.”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아까 그 애벌레를 휴지로 싸서는 빠른 걸음으로 별장으로 향했다.“성도윤, 좀 어때?”차설아는 남자의 침실에 가서 방문을 두드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걱정해줘서 고마운데 아직 안 죽었어!”성도윤은 차가운 얼굴로 문을 열어젖혔다.방금 샤워를 마친 그는 가운을 입고 머리는 축축했고, 구릿빛 피부에 단단한 근육이 어렴풋이 보였다. 힘과 아름다움의 조화를 이룬 그의 근육은... 그야말로 유혹적이었다.차설아는 몰래 침을 삼키고는 애써 시선을 떼려고 노력했다.“저기, 방금 일부러 당신 몸에 벌레를 떨어뜨린 건 아니었어. 화내지 마. 의사가 당신 화내면 또 기절할지도 모른다고 했어!”“고의가 아니었다고?”성도윤은 콧방귀를 끼더니, 갑자기 큰 손바닥으로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잡고 여자의 가슴에 대며 비꼬았다.“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봐. 진짜 고의가 아니었어?”남자의 움직임에, 가뜩이나 헐렁하던 가운의 넥 부위가 더욱 깊이 파여버렸다. 초콧릿처럼 탱탱하고 선명한 복근이 한눈에 들어왔다.남자에 의해 가슴에 눌러진 차설아의 손이 또 간질거렸다. 그의 완벽
차설아는 조바심이 나서 재촉했다.“꾸물거리지 마. 이런 일은 빨리 해결할수록 좋아. 오래 끌면 효과가 없어진단 말이야!”“콜록!”성도윤의 잘생긴 얼굴이 붉어졌다.항상 수줍음이 많던 여자가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되었을까?사내대장부 성도윤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여자가 꾸물거리지 말라고 했으니, 그도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었다.오래전부터 차설아의 몸을 갈망했던 성도윤이었으니...“일단 가운부터 벗고 침대에 엎드려 있어. 그래야 내가 편해.”“내가 엎드려?”성도윤은 깜짝 놀라더니 조금 겁먹은 표정이었다.“처음부터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간다고?”“내 기술만 믿어!”차설아는 일사불란하게 지휘했다.“당신은 엎드려 있기만 하면 돼. 팔은 몸에 대고 움직이지 말고 아파도 좀 참아. 곧 끝나니까.”“그래, 알겠어!”성도윤은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가운을 벗은 뒤 울며 겨자 먹기로 침대에 엎드렸다.조금 주눅이 들긴 했지만, 모처럼 여자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니 그녀의 ‘기술’을 기대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나 시작한다. 아파도 좀 참아.”차설아는 나지막이 말했다.그녀는 평온해 보였지만, 이미 불그스름해진 볼이 그녀의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말해주고 있었다.성적 취향이 멀쩡한 여자라면, 이렇게 완벽한 남자의 몸을 보고 아무렇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태평양처럼 넓은 어깨, 군살 하나 없이 튼튼한 등골, 날씬하고 잘록한 허리... 여와가 가장 완벽한 비율에 따라 조금씩 빚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벌레에 쏘인 상처부터 가능한 빨리 처리해야 했다. 혹 알레르기라도 유발하면 번거로워진다.차설아는 아까 챙겨온 애벌레를 꺼내서 으깨더니 면봉에 묻혀서 성도윤의 등에 빨갛게 부어오른 자국에 발랐다.눈을 감은 채로 여자의 ‘기술’을 기대하던 성도윤은 등에서 전해오는 끈적거리는 촉감에 눈살을 찌푸렸다.차설아는 지금... 등에 키스하고 있는 것일까?하지만 그녀의 말랑말랑한 입술의 촉감이 아니라 면봉의 느낌이었다.
“당연하지, 애벌레에 쏘인 걸 치료할 수 있는 건 애벌레 즙 뿐이니까. 통통한 애벌레라서 즙도 많아 보여. 분명 해독 효과가 좋을 거야.”차설아는 성도윤에게 애벌레 즙을 발라주면서 덤덤하게 말했다.“애벌레의... 뭐라고?”성도윤은 온몸이 굳어졌고, 몸의 근육이 팽팽해지는 것을 느꼈다.“애벌레 즙!”차설아는 성도윤이 이해하지 못할 까봐 그 납작한 애벌레를 보여주며 말했다.“봐봐, 바로 이놈이야. 내가 이미 당신 복수를 했어. 잘 으깨서 약으로 사용하고 있으니까 너무 고마워하지는 말고.”“우웩!”성도윤은 납작한 에벌레를 보자마자 하룻밤 사이의 밥을 다 토할 것 같았고 관자놀이가 세차게 뛰었다.“차설아, 너무 징그럽잖아! 당장 치워!”“이미 죽은 벌레가 왜 무서워? 당신 왜 이렇게 겁쟁이야?”“셋까지 센다. 당장 치워. 아니면 당신 진짜 끝장이야!”“하지만 쏘인 상처는 이걸로 해독할 수 있어. 치료하지 않으면 많이 아플 거야. 참을 수 없을 만큼...”“하나, 둘...”“그래, 그래. 버릴게!”차설아는 쏘인 상처가 어느 정도 처리된 것을 보고, 또 성도윤이 제대로 폭발할까 봐 애벌레 시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그 모습을 본 성도윤은 마침 봉인을 푼 마왕처럼 모든 것을 회복한 느낌이었다.“그냥 가려고?”그는 침대에서 내려가려는 차설아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상처도 거의 나았으니 이젠 내가 필요 없잖아? 잘 휴식하면 곧 나을 거야.”차설아는 이미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여기 있는 것이 어색해서 당장 자리를 뜨고 싶었다.“오늘 날 원숭이처럼 갖고 놀았으니 좋지? 하지만 난 아직 안 끝났어...”“그럼 뭐 어쩌자는 건데? 내가 당신한테 절이라도 할까?”“절까지는 필요 없고, 날 기쁘게 하면 돼.”차설아는 어이가 없었다. 인내심이 곧 바닥날 것 같은 그녀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기쁘시겠어요? 노래라도 해드릴까요?”성도윤이 이렇게 소심한 사람인 줄 알았으면, 죽어도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