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의 목소리가 사색에 잠겨있던 차설아를 깨웠다.그녀는 호기심에 달이와 성도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이때 두 부녀는 대문 앞의 감귤 나무 아래에 서 있었다.성도윤의 어깨 위에 앉은 달이는 작은 손을 뻗어 나무 위의 새 둥지를 가리키며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엄마! 얼른 봐요! 여기 새 둥지에 아기 새 네 마리가 있어요! 너무 귀여워!”“아, 이거였구나. 새...”차설아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달이를 바라보았다. 눈빛은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했다.이 아이는 항상 이렇게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놀라며 하찮은 일로도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그리고 이러한 점 때문에 달이는 하늘이 차설아에게 내려준 작은 천사이기도 했다. 그녀에게 무한한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달이가 사뭇 진지하게 차설아에게 말했다.“엄마, 이 새는 그냥 새가 아니에요. 이 새들은 잘생긴 우리 아빠가 엄마한테 선물해 주는 새예요!”“나한테 주는 새라고?”차설아의 시선이 성도윤을 향했다. 봄날의 태양같이 따뜻하던 눈빛이 순식간에 칼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날의 쌀쌀한 눈빛으로 변했다.성도윤은 오히려 담담했다. 그는 얇은 입술을 움직이더니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맞아. 이 새들은 네 거야. 네가 돌봐줘서 아기 새들이 날 수 있게 되면 그때 떠나.”차설아가 침묵했다.이 자식 억지 부리는 것 좀 보게? 의사는 분명 일주일만 돌보면 정상으로 회복된다고 했는데, 갑자기 새 몇 마리를 선물해서 떠날 시간을 미룬다? 정말 속이려는 게 아닌가?차설아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이 교활한 인간과 확실하게 따질 준비를 했다.“성도윤, 너...”“엄마!”달이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감격에 겨워 차설아의 말을 끊었다.“저 이미 아기 새들에게 이름을 지어줬어요! 이 새는 노랑이, 이 새는 파랑이, 이 새는 주황이, 그리고 이 제일 작은 새는 초롱이... 저 엄마랑 잘생긴 아빠랑 그리고 원이 오빠랑 이 아기 새들을 열심히 키울 거예요! 앞으로 이 새들은 저랑 오빠의 형제자매예요! 그리고 엄마랑 아빠의 새로
이와 동시에 그녀는 얼른 전화를 꺼내 검색했다.“아기 새는 보통 언제 날 수 있는가?”답은 약 한 달 정도였다.그녀가 턱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의 시간이면 차씨 저택을 재건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나머지 세 사람의 반응은 제각각 달랐다.달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네 마리의 아기 새들을 향해 손을 끄덕였다.“너무 좋아요! 우리 집에 새 가족이 생겼어요! 노랑이, 파랑이, 주황이, 초롱이! 우리랑 가족이 된 걸 축하해!”원이는 여전히 시크하고 냉담한 태도로 네 글자를 내뱉었다.“유치하긴.”성도윤은 입가에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띤 채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짓궂은 계획이 성공한듯 웃었다.왜냐하면 세상에는 영원히 날 줄 모르는 새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이 감귤 나무 위에 있는 네 마리의 새들이다.이 새들의 이름은 카카포로, 서식지는 네덜란드이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새이자 지능이 가장 낮은 귀여운 바보새들이다.차설아처럼 멍청한 것이 귀엽다. 영원히 성도윤의 손바닥 안에서 날아갈 수 없는 귀여운 사람!두 아이는 이 호화로운 큰집을 좋아했다. 그들은 빠르게 이곳의 환경에 적응했다.특히나 해바라기 꽃밭은 그들이 가장 친근감을 느끼는 곳이었다. 마치 그들이 어렸을 적부터 자라온 해바라기 섬에 온 것 같이 그들은 꽃밭 속에서 술래잡기하며 즐거워했다.“원아, 달아, 조심해. 다치지 말고.”차설아는 꽃 옆의 정자에 앉아서 가볍게 잔소리했다.아이들이 이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지 오래되었으므로, 차설아도 따라서 즐거워져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성도윤이 그녀의 옆에 앉아 말없이 그녀를 주시하다가 탄식하며 말했다.“이제 보니 당신 웃는 모습이 참 예쁘네.”입가에 번지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대답했다.“그럼 당연하지. 난 선천적으로 미모가 타고났으니까. 이전의 당신은 눈이 먼 게 분명해.”그러나 성도윤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이례적으로 자기반성을 하기 시작했다.“당신 말이 맞아. 그때의 나는 눈이
차설아는 부엌으로 와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이상하게도 몇 년 만에 부엌에 와도 생소하지 않고 자신의 구역에 다시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밖에서 아무리 강한척해도 잠재적인 의식 속에서 그녀는 가정주부의 삶을 즐기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그녀는 예전처럼 빠른 속도로 상다리 부러지게 맛있는 음식들을 만들었다. 향기로운 음식 냄새는 일찍부터 집을 채웠다.그러나 전과 다른 것은 전에는 썰렁하고 쓸쓸하던 식탁이 시끌시끌해졌다는 점이다.식탁 앞에 앉은 사람들은 기대가 만발한 표정으로 음식을 기다렸다.“우와! 냄새 좋다. 엄마! 레몬 닭발 너무 맛있어요. 침까지 흘러나올 것 같아요...”달이는 줄곧 차설아가 만든 레몬 닭발을 먹고 싶었다. 매번 해줄 때마다 열 개는 족히 먹었었다.아쉬운 것은 차설아가 평소 일이 많아 직접 요리하는 시간이 적었다.그런 이유로 달이는 레몬 닭발이 식탁에 올라오자마자 배고픈 거지처럼 손으로 집어서 먹었다.“달아, 손으로 먹지 마. 보기 흉해.”차설아는 성도윤이 두 아이가 게걸스럽게 먹는다고 가정교육이 덜 되었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됐다.그런데 고개를 돌려 그를 보니 성도윤은 원이와 달이보다도 빠르게 손으로 닭발을 뜯으며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귀공자의 우아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음...”차설아는 성도윤의 체면을 차리지 않는 모습에 조금 놀랐다. 그녀는 작은 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윤 씨, 굶어 죽은 귀신이 붙었어요? 너무 게걸스럽잖아요.”이미 닭발 하나를 뜯어먹은 성도윤이 두 번째 닭발을 집어 들었다.성도윤은 닭발 위의 진한 국물 즙을 빨아 먹었다. 그 시큼하고 매콤한 맛은 그를 참을 수 없게 했다.“날 탓하면 안 되지. 날 이렇게 만든 건 당신이잖아.”성도윤이 닭발을 먹고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내 탓이라고?”차설아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눈을 치켜뜨고 보았다.“당신 탓이지. 당신 요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 이렇게 맛있게 만드는 건 내 위를 홀려서 나까지 홀리려는 거지?”“?
말을 마친 그녀는 닭발 하나를 집어 성도윤의 입에 밀어 넣었다.부잣집 도련님이 어떻게 이런 불경을 참을 수 있겠는가. 성도윤은 불쾌한 표정을 내비쳤다.“하하하. 너무 웃겨! 엄마, 잘했어요!”온 저녁 시크하던 원이가 드디어 그들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성도윤을 보는 눈빛도 전보다 덜 적대적이었다.원이가 이렇게 즐겁게 웃는 것을 처음 본 성도윤은 자연스레 마음이 풀려 화가 사라졌다. 이 웃음이 바로 4살 아이에게 있어야 할 천진난만함이었다.성도윤은 고개를 숙이고 음식을 열심히 맛보기 시작했다.한참 웃고 난 두 아이도 식탁 위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졌던 맛있는 음식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세 사람의 만족한 모습을 보고 차설아도 만족감을 느꼈다.모든 요리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자신이 만든 음식이 전부 비워지는 것은 가장 큰 성취감이라고 할 수 있다.밤이 되자 차설아는 오늘도 어김없이 두 아이를 재우기 시작했다.두 아이는 쌍쌍바처럼 한 명은 차설아의 왼쪽에, 한 명은 오른쪽에 누워 엄마를 꼭 안았다.두 아이는 예전에 차설아가 잤던 큰 침대에서 차설아에게 이야기를 해달라며 보챘다.“엄마, 엄마는 어떻게 잘생긴 아빠를 좋아하게 된 거예요? 말해줘요!”달이가 귀엽게 웃으며 수줍은 표정으로 차설아에게 말했다.아이는 차설아가 예전에 잘생긴 아빠를 매우 좋아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왜 좋아하게 된 건지는 몰랐다.원이가 옆에서 애어른같이 찬물을 끼얹었다.“그런 거 말고 엄마, 대단한 이야기 해줘요. 예를 들면 어떻게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하게 됐는지, 또 어떻게 해커계에서의 거물이 된 건지, 어떻게 솜씨가 그렇게 좋은지. 다 어디서 배운 거예요?”아들의 마음속에서 차설아는 만능이고 슈퍼우먼이었다. 절대 그 못된 아빠와 엮여서는 안 되는 대단한 사람이다.차설아가 어이없어하며 눈을 감았다.“너희 둘, 그만 말하고 얼른 자!”“아, 엄마. 알려줘요. 달이 진짜 궁금하단 말이에요. 제가 맞춰볼게
밤이 깊어져서야 차설아도 마침내 두 수다쟁이 아이를 재우는 데 성공했다.정확히 말하자면 달이가 수다쟁이였다. 밤새 그녀를 졸라 성도윤과의 이야기를 하게 했으니.원이는 한사코 성도윤과의 이야기를 듣기를 거절했지만 소용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듣고 싶지 않아도 듣게 되었다.결국 달이가 내린 결론은 성도윤은 좋은 사람이며 용서할 수 있다였고, 원이가 내린 결론은 성도윤은 너무 나빠서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아이들은 잠재웠지만 차설아는 오히려 잠에 들지 못했다. 그녀는 정원으로 나가 바람을 쐬기로 했다.그러나 문을 연 순간 문밖에 서 있는 성도윤을 발견했다.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차설아는 뜻밖의 인물에 깜짝 놀랐다.“이... 이 밤에 안 자고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놀랐잖아!”그녀는 남자의 높고 건장한 몸을 바라보며 부드럽지 않은 말투로 물었다.“잠이 안 와서, 그리고 오늘 달빛이 너무 예뻐서 함께 보려고.”성도윤의 조각처럼 빚어진 듯한 뚜렷한 오관에 감정이 읽히지 않았다. 그는 미적지근하게 대답했다.“큼큼!”차설아는 일시에 말문이 막혀 잠시 헛기침했다.오늘따라 이상하다. 그같이 심장이 얼음덩이처럼 차가운 사람이 ‘달빛이 예쁘다’니, 그가 달빛의 아름다움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던가?그녀가 보기에 성도윤은 또 이상한 수작을 쓰는 것만 같았다.“가. 어차피 애들도 자고 있고, 산책하러 가.”말을 마친 성도윤은 긴 다리를 뻗어 계단을 내려갔다.남자의 지나치게 우월한 뒷모습을 보며 차설아는 어쩔 수 없이 또 마음이 흔들렸지만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뒤따라갔다.어차피 원래도 바람 쐴 생각이었으니 성도윤 때문에 흥을 깨서는 안 되니까.저택의 정원은 손꼽히게 면적이 큰 곳으로, 그녀가 예전에 가장 사랑했던 곳이기도 했다.그녀가 정원이 사계절 줄기가 높은 해바라기를 정성껏 심었기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동안 해바라기가 꽃을 피웠다. 매 한 송이가 사람 키보다도 높게 자랐다.산들바람이 스치면 화반도 바람
달을 감상하던 차설아가 문득 성도윤을 힐끗 보게 되었다. 차설아의 외모지상주의 병이 또 도져버려 남자의 완벽한 옆모습에 빠져들어 눈을 뗄 수 없게 되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신은 너무도 불공평하다. 왜 그에게 이토록 대단한 신분과 비범한 능력을 주고 완벽한 얼굴까지 주었는가?그리고 왜 이렇게 수많은 완벽함을 주고도 감정은 주지 않은 것일까?이 사람은 마치 감정이 없는 냉혈한 같다. 정성스레 표본으로 만들어져 영원히 전시장에 전시하기에나 적합하지, 가까이 다가가고 감정을 나누는 데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다.그렇지 않으면 옆 사람들만 열받아 죽게 된다.“그동안 혼자서 두 아이를 어떻게 키운 거야?”달을 보던 성도윤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차설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훔쳐보는 그녀를 발견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며 괜스레 썸 타는 듯한 설렌 분위기가 서늘한 밤공기 속에서 느껴졌다... 당황한 차설아는 어색하게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대답했다.“뭐, 그냥 지냈지. 아이들이 말을 잘 들어서, 거의 천사나 다름없어.”사실대로 말하자면 홀몸으로 두 아이를 4년간 키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나날들이 아니다.아이들이 착하고 말을 잘 듣는다 해도, 둘 중 한 명이라도 열이 나거나 아프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았다. 거의 며칠간 제대로 쉴 수도 없다는 뜻이다.게다가 아이와 함께 있는 것도 정력, 시간, 자유를 바치는 것이다.그녀는 틈틈이 천신 그룹을 관리하는 동시에 시간을 내 아이들과 함께하고 교육해야 했으니, 얼마나 고생했을지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그러나 그녀는 그간의 “고생”을 말함으로써 위로받기를 원하지 않았다. 아무 의미 없는 것이니까.“전에는 몰라서 그랬다 쳐도, 이제는 나도 아이들의 존재를 알았으니, 아빠의 책임을 피할 수야 없지. 우리가 법정까지 가야 할 필요가 있을지 잘 생각해 봐.”성도윤의 담담한 말투에 압박감이 역력하다.이에 차설아가 냉소하며 답했다.“난 종래로
“오빠가 있었다고?”성도윤은 조금 놀랐다. 차설아에게 요절한 쌍둥이 오빠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흥, 우리 오빠가 아직 살아있었으면 진작에 당신 때리고 남았어. 당신이 이렇게 날 괴롭히는 것도 다 내가 친정에 의지할 데가 없어서 그런 거잖아!”차설아가 참지 못하고 또 한 번 성도윤을 꾸짖었다.한 여자의 결혼생활이 어떤지는 친정의 실력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친정의 실력이 강해서 시댁에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시댁은 절대 홀대하지 못할 것이다. 남편이 사랑하고 아끼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손님처럼 존경하고 체면을 차릴 수는 있을 것이다.그러니 당시 그녀가 성씨 집안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고용인마저 그녀의 머리 위에서 날뛰었던 원인은 성도윤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시의 그녀가 외롭고 친정에 기댈 데도 없었기 때문이다.“난 그렇게 얄팍한 사람 아니야.”성도윤이 자신의 억울함을 표현했다.“그때는 그저 당신한테 아무 감정이 없거나 혹은 싫어해서 보고 싶지 않았을 뿐 친정과는 아무 관계가 없었어.”차설아의 마음은 조금 괴로워졌다.그녀는 일찍부터 성도윤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버리니 자존심이 조금 상했다.“사실 전부터 궁금했었는데. 나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할아버지의 결혼 제안을 허락한 거야? 이렇게 고집이 센 걸 보면 협박당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차설아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몇 년간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성도윤이 먼 곳을 응시하며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그녀와의 첫 만남을 생각하며 담담히 말했다. “그건... 당신이 안쓰러워서.”그때 차씨 가문은 변고를 당했다. 차설아는 금방 아빠와 엄마를 떠나보내고 이후에는 친할아버지마저 잃었다.존경과 찬사를 한 몸에 받던 부잣집 아가씨가 하룻밤 사이에 기댈 곳 없는 원수들 가득한 고아가 되었다.“그때 할아버지가 뉴욕에 있던 나를 굳이 불러내서 당신과 자리를 만들었었지. 그때 당신은 소복 차림에 귀에는 흰 작은 꽃
“그땐 당신이 불쌍한 줄만 알았지. 귓가에 꽂은 그 부드럽고 연약한 꽃처럼 바람 불면 시들 것만 같았는데. 이혼하고야 그 성깔을 알았어. 알고 보니 내 동정심은 오지랖이었던 거야.”성도윤이 차설아의 이혼 전과 후의 확 달라진 모습을 떠올렸다.그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같은 사람인데 어떻게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인격처럼 행동할 수 있는 건지.그러나 ‘연약함’이든 ‘사나움’이든 간에 모두 그의 감정을 쉽게 조종할 수 있었다.차설아가 담담히 웃었다. 그리고 복잡한 눈빛으로 성도윤을 응시했다.“나는 모든 사람이 꺼리던 차가운 성씨 집안 둘째 도련님이 이렇게 동정심 많은 사람인 줄 몰랐네. 그럼 이렇게 된 바에... 끝까지 동정해서 나랑 아이들을 놔주고 우리의 평화로운 생활을 방해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성도윤의 그윽하고 깊은 눈동자에 차가움이 스쳐 지나가더니 냉담하게 말했다.“당신 정말 나의 존재가 당신과 아이들한테 방해라고 생각해?”“그럼 아니야?”차설아가 날카롭게 이어 말했다.“아직도 몰라? 나랑 아이들 모두 당신 안 좋아해. 당신이 갑자기 우리의 세계에 들어와서 우리의 원래 생활을 깨뜨리는 건 아이들한테는 상처야.”“미안. 근데 난 오히려 아이들이 나랑 잘 노는 것 같았는데. 아이들에겐 ‘아빠’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해.”“인정해. 확실히 아빠가 필요하긴 하지. 그런데 다른 사람이 이 역할을 할 수도 있어.”성도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럼, 내 아이들에게 새아빠라도 찾아주겠다는 거야?”“맞아!”차설아는 성도윤을 단념시키기 위해 솔직하게 말했다.“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이미 남은 생을 함께 할 동반자를 찾았어. 두 아이는 더더욱 좋아하고. 우리 네 가족은 평화롭게 잘살고 있으니까 끼어들지 말았으면 좋겠어.”“삶의 동반자?”성도윤은 차가운 얼굴에 눈빛은 불쾌함이 서려 있었다.“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알지 못하면서 삶의 동반자라고?”“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당연히 알지.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야.”“세상에 대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