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있었다고?”성도윤은 조금 놀랐다. 차설아에게 요절한 쌍둥이 오빠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흥, 우리 오빠가 아직 살아있었으면 진작에 당신 때리고 남았어. 당신이 이렇게 날 괴롭히는 것도 다 내가 친정에 의지할 데가 없어서 그런 거잖아!”차설아가 참지 못하고 또 한 번 성도윤을 꾸짖었다.한 여자의 결혼생활이 어떤지는 친정의 실력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친정의 실력이 강해서 시댁에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시댁은 절대 홀대하지 못할 것이다. 남편이 사랑하고 아끼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손님처럼 존경하고 체면을 차릴 수는 있을 것이다.그러니 당시 그녀가 성씨 집안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고용인마저 그녀의 머리 위에서 날뛰었던 원인은 성도윤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시의 그녀가 외롭고 친정에 기댈 데도 없었기 때문이다.“난 그렇게 얄팍한 사람 아니야.”성도윤이 자신의 억울함을 표현했다.“그때는 그저 당신한테 아무 감정이 없거나 혹은 싫어해서 보고 싶지 않았을 뿐 친정과는 아무 관계가 없었어.”차설아의 마음은 조금 괴로워졌다.그녀는 일찍부터 성도윤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버리니 자존심이 조금 상했다.“사실 전부터 궁금했었는데. 나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할아버지의 결혼 제안을 허락한 거야? 이렇게 고집이 센 걸 보면 협박당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차설아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몇 년간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성도윤이 먼 곳을 응시하며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그녀와의 첫 만남을 생각하며 담담히 말했다. “그건... 당신이 안쓰러워서.”그때 차씨 가문은 변고를 당했다. 차설아는 금방 아빠와 엄마를 떠나보내고 이후에는 친할아버지마저 잃었다.존경과 찬사를 한 몸에 받던 부잣집 아가씨가 하룻밤 사이에 기댈 곳 없는 원수들 가득한 고아가 되었다.“그때 할아버지가 뉴욕에 있던 나를 굳이 불러내서 당신과 자리를 만들었었지. 그때 당신은 소복 차림에 귀에는 흰 작은 꽃
“그땐 당신이 불쌍한 줄만 알았지. 귓가에 꽂은 그 부드럽고 연약한 꽃처럼 바람 불면 시들 것만 같았는데. 이혼하고야 그 성깔을 알았어. 알고 보니 내 동정심은 오지랖이었던 거야.”성도윤이 차설아의 이혼 전과 후의 확 달라진 모습을 떠올렸다.그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같은 사람인데 어떻게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인격처럼 행동할 수 있는 건지.그러나 ‘연약함’이든 ‘사나움’이든 간에 모두 그의 감정을 쉽게 조종할 수 있었다.차설아가 담담히 웃었다. 그리고 복잡한 눈빛으로 성도윤을 응시했다.“나는 모든 사람이 꺼리던 차가운 성씨 집안 둘째 도련님이 이렇게 동정심 많은 사람인 줄 몰랐네. 그럼 이렇게 된 바에... 끝까지 동정해서 나랑 아이들을 놔주고 우리의 평화로운 생활을 방해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성도윤의 그윽하고 깊은 눈동자에 차가움이 스쳐 지나가더니 냉담하게 말했다.“당신 정말 나의 존재가 당신과 아이들한테 방해라고 생각해?”“그럼 아니야?”차설아가 날카롭게 이어 말했다.“아직도 몰라? 나랑 아이들 모두 당신 안 좋아해. 당신이 갑자기 우리의 세계에 들어와서 우리의 원래 생활을 깨뜨리는 건 아이들한테는 상처야.”“미안. 근데 난 오히려 아이들이 나랑 잘 노는 것 같았는데. 아이들에겐 ‘아빠’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해.”“인정해. 확실히 아빠가 필요하긴 하지. 그런데 다른 사람이 이 역할을 할 수도 있어.”성도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럼, 내 아이들에게 새아빠라도 찾아주겠다는 거야?”“맞아!”차설아는 성도윤을 단념시키기 위해 솔직하게 말했다.“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이미 남은 생을 함께 할 동반자를 찾았어. 두 아이는 더더욱 좋아하고. 우리 네 가족은 평화롭게 잘살고 있으니까 끼어들지 말았으면 좋겠어.”“삶의 동반자?”성도윤은 차가운 얼굴에 눈빛은 불쾌함이 서려 있었다.“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알지 못하면서 삶의 동반자라고?”“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당연히 알지.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야.”“세상에 대가 없
말을 마친 성도윤은 자리를 떠났다.차설아는 홀로 해바라기 꽃밭에 남겨졌고 하얗게 빛나는 달빛 아래에서 생각에 잠겼다.솔직히, 그의 제안을 고려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성도윤이 듣기 거북한 말만 늘어놓았지만, 그중 하나는 사실이었다. 바로 세상에 아이의 친아버지보다 더 아이에게 잘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그리고 하늘 아래 그 어떤 어머니도 ‘아이를 위한다'는 징크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만약 성도윤과 재결합해서 아이들이 더 즐겁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녀는 어쩌면 시도해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하지만, 미스터 Q와 일주일 후에 구청에 가기로 약속했다!“에휴, 짜증 나!”차설아는 생각하면 할수록 짜증이 났다. 머리를 쥐어 잡으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두 남자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자신이 너무 나빠 보였다.이런 고민 때문에, 침실로 돌아간 그녀는 밤새 뒤척이며 쉬이 잠들지 못했다.다음날, 차설아가 깨어났을 때 해는 이미 중천에 떴다.“망했다!”따스한 햇볕이 그녀의 얼굴을 내리비출 때에야 비로소 깨어난 차설아는 벌떡 일어났다.커다란 방에 혼자 남은 것을 보니, 두 녀석은 아마 일찍 깨어났을 것이다.그녀는 대충 옷을 챙겨입고 급히 계단을 내려갔다.“깼어?”성도윤은 검은색 풀오버에 회색 바지를 입고, 긴 다리를 꼬고는 소파에 앉아 유유히 잡지를 뒤적이고 있었다.“식탁에 샌드위치랑 우유 준비해놨어. 가서 먹어.”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차설아는 계단 어귀에 서서 햇빛이 그의 머리에 내리비춰 후광을 형성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떨렸다.‘이 자식, 평소에는 전시품처럼 완벽하게 차려입고 도도해서 늘 거리감을 주더니, 이렇게 편한 모습은 또 다른 매력이 있네.’눈앞의 성도윤은 더이상 상업계 거물이 아니다. 온몸에 나른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물씬했고, 멀리서 보기만 해도 필터를 넣은 듯한 드라마 남자주인공의 모습이었다.외모에 끔뻑 죽는 차설아는 또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다!“아침 먹으라니까 왜 계속 날 쳐다봐?”성
“원래는 할 줄 몰랐는데, 열심히 배우니까 되더라고.”“따로 배우기까지 하셨어? 무척 한가하나 봐?”“한가하다니? 아끼는 사람에게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것도 행복이라는 걸, 당신도 잘 알고 있을 텐데...”성도윤은 웃는 듯 마는 듯하게 말했다.“당신, 나랑 결혼하기 전에는 부엌에 발도 안 디뎠다고 하던데?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려고 부엌데기로 되었다며?”“누가 그래? 헛소리야.”차설아는 애써 부정했다.그녀만큼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자란 여자도 또 없을 것이다.차설아는 어렸을 때부터 보통 여자아이들과는 달랐다. 인형, 예쁜 치마, 소꿉놀이 같은 걸 싫어했고, 부엌에 들어가는 건 더욱 극혐했다. 오히려 격투기, 총, 코드, 물리 화학 등에 관심이 많았다.만약 ‘자격 있는’ 성도윤의 아내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평생 부엌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고, ‘성도윤의 위를 잡는’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지 않았을 것이다.그때의 자신을 생각하니 그야말로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 남자 하나 때문에 ‘자아’도 버렸으니 말이다.“뿐만 아니라, 내 미색을 탐내서 나에게 엉큼한 맘을 먹었다고 했지?”“무슨 헛소리야!”차설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홱 몸을 돌려 감격에 겨워 변명을 늘어놓았다.“당신은 내 취향 아니야...”그제야 남자가 어느새 거실에서 부엌으로 다가와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들의 거리는 지척에 불과했다. 그녀가 고개를 들면 강인하고 잘생긴 남자의 턱이 바로 머리 위에 있었다.“진짜 당신 취향이 아니야?”성도윤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계속 밀어붙였다.“그런데 왜 자꾸 날 힐끔힐끔 쳐다보는 거지?”“그건 그냥 우연이야!”차설아는 얼굴이 살짝 달아올라 설득력 없는 변명을 늘어놓았다.“당신은 내 취향이 아니라니까! 난 당신처럼 차갑고 도도한 남자 말고 다정한 남자 좋아해! 김칫국 마시지 마!”“차설아, 이렇게 비겁한 사람이었어? 어젯밤에 애들한테는 분명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성도윤은
두 아이는 일찍 깨어나 이미 성씨 가문의 큰집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그들의 적응 능력은 차설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낯선 환경에서 편안하고 즐겁게 생활하며, 마치 저택의 작은 주인인 듯했다.“너희 둘 뭐 하는 거야. 일어나서 엄마 찾으러 오지도 않아?”차설아는 아이들이 별장 앞 감귤 나무 옆에 서서 까치발을 하고 나뭇가지 끝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엄마, 빨리 가서 좀 보세요. 애들이 엄청 배고픈 가봐요. 계속 울어대고 입도 크게 벌리고 있어요!”달이는 차설아에게 달려가 그녀의 손을 잡고는 둥지 안의 새끼 네 마리를 가리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찍찍찍!”새 둥지에서는 이제 갓 배털이 돋아난 네 마리의 아기 새가 허약하고 힘없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아직 눈도 뜨지 못한 작은 아기 새들은 입을 벌린 채 어미 새가 먹이를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엄청 배고픈가 보네. 우리 먹을 것 좀 갖다 주자.”차설아는 지지배배 우는 작은 새들을 바라보며 동정심이 생겼다.“하지만, 작은 새들은 보통 뭘 좋아하죠?”원이가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작은 새들은, 아마 애벌레 같은 걸 먹겠지?’차설아는 휴대폰을 꺼내 검색하기 시작했다.어려서부터 새를 키워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네 마리를 챙겨야 하니 마음이 급했다.인터넷에서 새 키우는 법을 보고 나서야, 차설아는 자신 있게 아이들에게 말했다.“맞아, 아기 새들은 어미 새가 찾아온 벌레를 먹는대. 우리 벌레 잡으러 가자!”“야호, 벌레 잡으러 간다!”두 아이는 크게 기뻐하며 두 손을 들어 동의했다.어려서부터 섬에서 자란 두 녀석은 자연과 가깝게 지내는‘야생 아이’로 못하는 게 없었다.성씨 가문의 큰집은 높은 피복률을 자랑했고, 곳곳에 화초와 나무가 많았다. 그들 세 사람은 곧 많은 애벌레를 잡아 상자에 넣었다.그들은 다시 감귤 나무 아래로 돌아갔다. 새 둥지가 그들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차설아는 사다리를 가져왔다.“달아, 상자 이리 줘. 엄마가 아기 새들에게 줄게.”
차설아는 아기 새들을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웠다. 마치 자기 아이들을 보는 것처럼 진한 모성애를 발산했다.한 달 뒤 아기 새들이 깃털이 나고, 하늘을 날 수 있는 장면이 너무 기대되었다.“차설아, 뭘 먹이고 있는 거야?”성도윤은 나무 밑에 서서 고개를 살짝 젖히고 차설아를 향해 나지막이 물었다.“뭐?”차설아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감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남자의 완벽하고 입체적인 이목구비에 얼룩덜룩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마치 일본 만화 남자 주인공처럼 여름의 열기를 머금어 말도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예쁜 아빠, 엄마는 아기 새에게 애벌레를 먹이고 있었어요. 아기 새들이 정말 좋아해요.”달이는 성도윤에게 열정적으로 소개하며 자랑스럽게 말했다.“애벌레들은 전부 저와 엄마, 그리고 오빠가 직접 잡은 거예요...”“애... 벌레? 켁켁!”성도윤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두피가 저리기 시작했다.세상에 무서운 것 하나 없는 성도윤이지만,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연체동물이었다. 특히 애벌레는 한 번 보면 악몽까지 꿀 수 있는 무서운 존재였다!“네! 아빠 애벌레 좋아해요? 다음에 애벌레 잡으러 갈 때 우리랑 같이 갈래요?”달이는 동그란 눈을 껌벅이며 성도윤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아하하하, 그럴 것까지야!”성도윤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달이의 초대를 거절했다.원이는 옆에서 차가운 웃음을 짓더니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흥, 겁쟁이. 다 큰 어른이 돼서 벌레를 무서워하다니!”체면이 구겨진 성도윤은 애써 해명했다.“내가 언제 그딴 거 무서워한다고 했어? 그저 일이 바빠 잡으러 갈 시간이 없는 것뿐이야!”아버지로서 어떻게 해서든 두 아이 앞에서 용감하고 위풍당당한 이미지를 지켜야 했다. 아이들이 성도윤이 벌레를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거짓말. 벌레도 무서워하는 겁쟁이가 어떻게 우리 가족을 지키겠어요. 엄마가 아저씨랑 헤어진 건 가장 현명한 결정이었네요!”원이는 도도하
“지금 나보고 하는 얘기야?”차설아는 몸을 뒤로 젖히고 장난스럽게 남자를 보더니 손가락을 흔들었다.“노노노, 도련님이야말로 끝장이죠.”말을 마친 그녀는 핀셋으로 작은 애벌레를 집더니 ‘부주의’로 떨구었고, 마침 성도윤의 옷깃에 떨어졌다.“악, 징그러워. 이거 당장 치워! 빨리 치우라고!”성도윤은 제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서 있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어머, 미안해요 도련님. 방금 손이 미끄러져서 벌레가 떨어졌네...”차설아는 웃음을 참으며 사다리에서 내려왔고, 거의 미쳐버릴 것 같은 남자를 애써 위로했다.“걱정 마. 사람을 해치지는 않아. 그저 당신 옷깃에서 꿈틀꿈틀하며 운동하고 있을 뿐이야.”성도윤의 얼굴은 잔뜩 어두워졌고, 엄격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차설아, 명령이야. 지금 당장 이 징그러운 물건을 내 몸에서 떼지 않으면, 내가 당신 죽인다!”차설아는 두 팔을 감싸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분노하고 있는 남자를 보며 피식 웃었다.“도련님, 아직도 그렇게 무섭게 말하면 어떡해요? 벌레 무서워하지 않는다면서요? 그럼 직접 떼어내면 되잖아요?”“젠장!”성도윤은 제자리에서 뻣뻣하게 서 있었다. 벌레를 떼어내기는커녕 벌레가 옷 속으로 기어들어 갈까 봐 여광으로 벌레의 방향을 감히 보지도 못했다. 온몸이 근질근질하는 것 같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잠시 존엄을 굽혀 낮은 목소리로 차설아를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맞아, 나 벌레 무서워해. 내가 어떻게 하면 이 징그러운 물건을 떼어줄 건지 그냥 말해. 어서!”“진작에 인정하지! 그러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잖아!”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굽힐 줄 아는 남자의 모습에 매우 만족했다.두 녀석은 옆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달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성도윤의 정곡을 찔렀다.“예쁜 아빠, 달이도 이렇게 작은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아요. 정말 겁쟁이네요.”원이가 한마디 더 보탰다.“흥, 내가 말했지. 이 나쁜 놈은 껍데기만 번지르르할 뿐 실제로는 겁쟁이라니까!”성도윤은 자신의 체면을
“내가 만약 당신이었다면 춤을 출 줄 몰라도 적당히 몸을 움직이며 성의라도 보여주겠어. 우리를 기쁘게 해준다면 기꺼이 벌레를 쫓아내 주지!”“그만해!”성도윤은 그녀가 자신을 놀리려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성씨 가문 도련님의 신분으로 브레이크 댄스를 추라니!이건 명백한 모욕이었다!성도윤은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을 다잡고는 징그러움과 두려움을 참고 옷깃에 있는 애벌레를 직접 떼어내려 했다.차설아가 서둘러 제지했다.“어머, 손으로 만지지 마! 애벌레 독이 있어서 만약 물리면 아플 거야!”그래서 차설아도 나뭇가지로 애벌레를 떼어내려 했던 것이다.“또 날 속이는 거지?”성도윤은 더 이상 여자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아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애벌레를 더듬었다.“젠장, 이거 진짜 사람을 물잖아! 아파 죽겠네!”그의 손가락이 애벌레에 닿자, 즉시 고함을 질렀다.더 무서운 것은, 놀란 애벌레가 몸을 웅크리더니 마침 그의 스웨터 옷깃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는 것이다!“어머, 이럴 수가!”차설아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차마 눈뜨고 쳐다볼 수 없었다.“악악악!”“살려줘! 살려줘! 살려줘!”성도윤은 이미 이미지 같은 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즉시 브레이크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전문적인 몸놀림은 아니지만, 꽤 열심이었다.“그만 좀 소리치고 옷부터 벗어!”차설아는 앞으로 달려가 정신없이 성도윤의 옷을 벗기고 나뭇가지로 애벌레를 한쪽으로 떼어냈다.성도윤은 마침내 안정을 찾았지만, 등에 애벌레가 기어 다닌 바람에 이미 붉은 뾰루지가 한 줄기 돋았고 따끔거리며 아파졌다.“이것 봐. 사람 말 안 듣더니 쌤통이다!”차설아는 남자의 등에 난 자국을 보며 동정하기 시작했다.나방의 일종인 이 애벌레는 몸의 솜털에 독이 있어 살짝만 건드려도 피부가 칼로 메인 것처럼 따갑고 아팠다.나방이 성도윤의 등에서 한 바퀴 굴렀으니 얼마나 아픈지 짐작할 수 있었다!“이 모든 게 당신 때문이잖아? 손이 미끄러져 이 징그러운 물건을 나에게 주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망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