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떠난 후, 임채원은 자신의 배를 만지며 분노와 실망감이 몰려왔다.“너 참 못났어. 하늘이 너에게 성가의 핏줄이 될 기회를 줬는데 하필 유전자에 문제가 있다니... 어차피 넌 스스로 발육을 멈출 테니, 이 엄마를 탓하지 마!”의사의 뜻은 분명했다. 이 아이는 스스로 발육을 멈추든, 피동적으로 발육을 멈추든, 어쨌든 살 수 없다는 뜻이었다. 임채원은 당연히 이 아이가 피동적으로 발육을 멈추기를 바란다. 그럼 그녀의 문제가 아니니.그렇다면 어떻게 아이를 유산시킬 것인가?임채원의 눈에는 독기가 서렸다.‘차설아가 날 죽을 만큼 미워하잖아? 그럼 이성을 잃고 내 아이를 유산시키는 것도 어쩌면 가능하지?’그때가 되면 성도윤은 분명, 자기 형의 핏줄을 잃게 만든 자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차설아는 분명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임채원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배를 만지기 시작했다.“아가야, 엄마를 위해 하는 마지막 일이니, 잘 부탁해.”“임채원 씨, 누가 찾아왔어요.”밖에서 지키고 있던 경찰관이 병실 문을 두드리고, 차갑게 말했다.“누가요?”임채원은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성도윤! 분명 성도윤이 그녀를 보러 왔을 것이다!임채원은 감격에 겨워 거울에 빗질을 하고 나서 활짝 웃으며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밖에는 그녀가 처음 보는 중년 여자가 서 있었다.임채원의 얼굴은 바로 싸늘해졌고 차갑게 물었다.“누구시죠? 절 아세요?”“안녕하세요, 임채원 씨, 저는 차씨 가문의 집사예요. 저를 민이 이모라고 부르시면 돼요.”민이 이모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차씨 가문의 집사?”임채원의 안색이 더욱 나빠지더니 쌀쌀맞게 말했다.“차설아 가 보냈어요?”“제가 채원 씨를 찾아온 거예요. 설아 아가씨는 모르세요.”민이 이모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제가 오늘 채원 씨를 찾아온 이유는, 앞으로 채원 씨 자신을 위해서라도 도련님의 곁을 떠나달라고 말하고 싶어서예요. 도련님과 설아 아가씨는 아직 서로에 대한 감
민이 이모는 의학 집안 출신이라, 아이를 지키는 방법은 물론, 지우는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민이 이모는 이런 잔인한 짓을 한 적이 없었다.만약 이것으로 성도윤이 차설아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민이 이모는 죽어서 지옥으로 간다고 해도 두렵지 않았다.“임채원 씨, 잘 생각해 보세요. 만약 진짜 이 아이를 지우고 싶다면, 제가 약을 처방해 드릴 수 있어요. 아무런 고통도 없고, 앞으로 출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예요.”민이 이모는 재차 임채원에게 확인했다.임채원이 기꺼이 물러나고, 주동적으로 아이를 지워야만 민이 이모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아이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영원히 산모이기 때문에 민이 이모는 강요할 수 없었다. 기껏해야 옆에서 부채질을 하는 정도이다.“결정했어요.”임채원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제 아이가 사랑이 있는 가정에서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아이를 사랑할 뿐만아니라, 엄마도 사랑해야 진짜 행복한 가정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아이는 지금 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모두를 위해서 아이가 떠나는 게 맞아요.”“정말 사리에 밝은 분이네요. 지혜로운 생각이세요.”임채원의 대답에 민이 이모는 마음의 짐을 완전히 내려놓았다.임채원은 차설아가 말한 것처럼 악랄하지 않고, 오히려 사리 분별이 명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역시 도련님은 보는 눈이 있으셔!’“제가 곧 약을 지어 올 테니 조금만 기다리세요.”민이 이모는 말을 마치고 근처 한의원에 가서 유산하는 약을 처방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민이 이모는 달인 약을 텀블러에 담아 병실에 갇혀 있는 임채원에게 건넸다.“임채원 씨, 약을 달였으니 안심하고 마시세요. 경미한 복통이 있을 테지만 참을 수 있는 정도에요. 화장실 한 번 다녀오시면 해결됩니다.”민이 이모는 임채원의 마음을 달랬다.민이 이모 집안의 의술은 뛰어나서, 약의 안전성은 보장할 수 있었다.임채원은 민이 이모가 건네준 텀블러를 보며 받지 않고 갑자기 목청을 높여서
민이 이모는 고개를 돌려서야, 병실 입구에 서서 냉혹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성도윤을 발견했다.“도련님, 전...”민이 이모는 해명하려 했지만, 손에는 낙태약이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어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임채원은 성도윤의 뒤에 숨어 다시 억울한 모습을 하고 흐느끼며 말했다.“이모, 제가 분명히 말했잖아요. 이번에는 제가 확실히 잘못했고, 도윤이 곁은 떠나겠지만, 아이는 낳아야 한다고요.”“제 목숨과 같은 아이예요. 그 누구도 해칠 수 없어요. 제발 돌아가서 설아 씨한테 전해주세요. 아이는 아무 잘못도 없으니, 벌은 제가 받겠다고요.”임채원의 말에 민이 이모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지고 감정이 격해졌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방금까지 아이를 지우겠다고 했잖아요. 왜 이제 와서 피해자인 척하는 거죠? 새빨간 거짓말을 하네요.”“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건 당신이죠! 제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멀쩡한 아이를 왜 지워요? 오히려 저를 협박한 건 당신이죠! 제가 아이를 지우지 않으면 설아가 절 감옥에 보낼 거라고. 제가 약을 마시지 않겠다고 하니, 강제로 마시게 했잖아요. 문밖에서 경찰과 도윤이가 직접 봤어요!”“너...”민이 이모는 임채원만큼 연기를 훌륭하게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화가 나서 가슴이 막힐 것 같았다.그제야 차설아의 말이 조금도 과장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임채원은 정말 뼛속까지 악랄한 사람이고, 하는 짓은 음흉하기 짝이 없어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다.민이 이모는 서둘러 성도윤에게 말했다.“도련님, 믿지 마세요.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전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그만!”성도윤은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압박하는 눈빛으로 민이 이모를 보며 물었다.“차설아가 시켰어요?”“아닙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이에요. 아가씨는 아무것도 몰라요. 제가 오늘 여기 찾아온 줄도 모르고 있어요. 절대 설아 아가씨를 오해하지 마세요.”“당신 혼자만의 생각이라고?”성도윤의 눈빛이 더 차가워지더니, 위
차설아의 집.차설아는 2층 창가에 앉아 한참 동안 밖을 내다보았지만 민이 이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민이 이모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이상하네. 날이 저물어 가는데 이모는 왜 아직도 안 오지? 대체 어디 갔지?”오늘 아침, 차설아는 식탁에 민이 이모가 남긴 쪽지를 보았다. 개인적인 일이 있어 외출을 하니, 금방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하지만 꼬박 하루가 지났지만 민이 이모는 연락 두절이었다. 너무 이상했다.최근 차설아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녀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민이 이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걱정되었다.날이 완전히 저물자, 차설아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외투를 걸치고 나가서 찾아보려 했다.문을 나서자마자 차설아는 눈에 익은 은색 스포츠카가 별장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훤칠한 키의 남자는 무심코 차에 기대고 있었다. 어둑한 가로등 아래서 그의 그림자는 유독 길어 보였다.그의 긴 손가락 사이에는 담배가 있었고, 연기를 내뿜는 그는 차갑고 거리감 있는 느낌을 주어 온몸에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차설아는 자신도 모르게 설렜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이 남자는 바로 그녀가 그토록 보고 싶지 않은 얼굴, 성도윤이었다. ‘여긴 또 왜 왔지?’손에 든 담배꽁초 길이로 보아 온 지 꽤 오래된 것 같았다.차설아는 궁금했지만, 성도윤을 투명 인간 취급하며, 무표정으로 그의 옆을 지나갔다.성도윤은 눈썹을 치켜올리면서도 화를 내지 않고 담배꽁초를 눌러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잠자코 여자의 뒤를 따랐다.키가 큰 성도윤의 그림자는 아주 길었고, 곧 차설아와 겹쳐져 두 사람이 포옹을 한 것 같았다. 공기 속에는 형언할 수 없는 이상한 분위기가 흘렀다.차설아는 성도윤이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보고 그냥 내버려 두려 했다. 하지만 거의 1킬로미터를 따라온 남자를 보고 이유 없이 화가 났고, 갑자기 걸음을 멈춰 돌아섰다.“당신 변태야? 왜 계속
“그건 중요하지 않아.”성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어떤 비밀들은 그가 평생 말하지 않고 마음속에 숨겨두어야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당신은 그냥, 내가 그 여자에 대한 감정이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는 것만 알면 돼. 그러니까 질투심 때문에 채원이를 궁지에 몰아넣을 필요 없어!”“하하!”차설아는 웃음을 터뜨렸다.남자의 오만함과 무정함에 웃음이 났다.이 남자는 어떻게 전처를 앞에 두고 이런 뻔뻔한 말을 할 수 있을까?분명 악독한 짓을 한 건 임채원인데, 이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임채원을 옹호하고, 오히려 차설아를 가해자 취급하고 있다.“성도윤, 당신 참 재밌네. 설마 내가 아직도 당신을 사랑해서, 질투에 눈이 멀어 임채원을 감옥에 보내려 한다고 생각해?”“아니야?”성도윤은 싸늘하게 반문했다.그는 비록 연애 경험은 적지만, 겪어본 여자는 적지 않아, 이 정도 잔머리는 보아낼수 있다고 생각했다.“절대 아니야. 당신이랑은 상관없고, 순전히 내 마음이 좁아서 그래. 원한은 반드시 갚아야 하니까. 임채원이 날 몇 번이나 모함했는데, 당연히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차설아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녀는 성모도 아니고, 부처님도 아니다. 괴롭힘을 당했으면 당연히 갚아줘야 한다.차설아를 보는 성도윤의 눈빛은 복잡해지고, 깊어지더니 나지막이 말했다.“당신 변했어.”“전에는 내가 멍청하고 눈이 멀었지. 그리고 예전의 내 모습은 전부 연기야!”마음이 제대로 상해버린 차설아는 남자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을 늘어놓았다.“사실, 나도 당신 마누라로 사는 거 이미 지쳤어. 단아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당신이랑 잉꼬부부 행세하는 것도 싫고, 당신의 그 오만하고 까칠한 엄마도 싫고, 감옥 같은 당신네 집도 싫고, 매일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밤은 더욱 싫어!”따뜻함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그 차가운 날들을 차설아는 추억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난 결코 착한 사람이 아니야. 내가 독한 마음을 먹은 이상, 당신 그 내연
그 말을 들은 차설아는 얼굴색이 확 바뀌었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결국, 당신이었어... 당신 민이 이모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당신이야말로 이모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성도윤은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잔뜩 흥분한 차설아를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이모님은 채원이를 유산시키려고 했어. 당신 정말 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할 수 있어?”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그래도 우린 한때 부부였잖아. 서로 한 발자국씩 양보하자고. 난감하게 안 할 테니까 너도 이만 채원이를 놔줘.”성도윤은 자신이 차설아를 충분히 너그럽게 대해준다고 생각했다.임채원 뱃속의 아이는 형님의 유일한 핏줄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민이 이모와 같은 짓을 했다면 그는 진작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었을 것이다.“그럴 리가 없어!”차설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민이 이모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민이 이모는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난... 임채원이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보내길 원하는 건 맞아. 하지만 난 임채원 뱃속의 아이를 해칠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어. 형량이 확정되어도 임산부는 바로 수감되지 않잖아. 아이를 낳고 수유 기간까지 지나서야 수감할 거라고. 그동안 아이에게는 그 어떤 위험한 상황도 생기지 않을 거야.”차설아도 엄마였기에 절대 아이한테 못된 마음을 먹을 리가 없다.그 말을 듣던 성도윤의 싸늘한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그는 차설아가 분명 자신이 말한 것처럼 독한 사람이 아닐 줄 알았다. 차설아는 그저 자신을 화나게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당신을 믿어, 이모님도 믿고. 그러니까 이번 일은 여기까지 하는 거 어때?”성도윤은 다시 한번 제안했다.“당신이 고소를 취하하면 이모님도 다시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 거야.”차설아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남자를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성도윤 씨, 참 마음이 너그러우시네요. 왜 당신이
두 사람이 유치장에서 나오고 차설아는 다급히 성우에게 물었다.“변호사님, 방금 민이 이모를 빼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채원의 형량을 추가할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죠?”“사실 엄청 간단해요.”성우가 말을 이어갔다.“만약 이모님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이모님이 임채원을 해쳤다는 주관적 동기가 성립되지 않아요, 그럼 당연히 형사범죄가 성립되지 않겠죠. 반대로 임채원을 명예훼손으로 역으로 고소할 수 있고요.”“만약 이때 민이 이모의 몸까지 좋지 않다면 마침 임채원의 명예훼손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주장할 수 있어요. 그럼 임채원은 형사범죄로 형량을 추가할 수 있고요. 형법상 정신적 피해에 대한 형량은 절대 일반 신체적 피해보다 가볍지 않아요.”차설아는 집중해서 성우의 말을 듣고는 다급하게 물었다.“그러니까 제가 지금 해야 하는 건 바로 민이 이모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거나 임채원이 거짓말을 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말이죠? 그래야 승소할 수 있다는 거죠?”“정확해요!”성우가 말을 이어갔다.“제가 생각하기론 임채원이 거짓말했다는 걸 증명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명예훼손이 성립되거든요. 비록 그 두 명의 경찰이 인증으로 채택되었지만 법률상 인증은 아주 주관적이라 물증보다는 효력이 약해요. 보스가 물증을 얻을 수만 있다면 우린 소송에서 100% 이길 수 있을 거예요!”“그거야 쉽죠, 이미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아요.”차설아가 듣고는 성우에게 엄지를 척 내밀었다.“역시 성 변호사님은 다르네요. 정말 훌륭한 방법인 것 같아요!”그녀는 지금 성도윤과 이혼하고 성운 법률사무소를 얻게 된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세 명의 변호사가 그녀의 편이었으니 행정 영역이든 민사 영역이든, 아니면 형사 영역이든 그녀는 막힘없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다음 날.차설아는 일찍이 임채원이 있는 병원에 찾아왔다.여전히 두 경찰이 병실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임채원은 곧 자유를 되찾을 생각
차설아가 병실 위쪽에 있는 감시 카메라를 가리키며 말했다.“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는 거짓말은 존재하지 않아. 정의가 살아있다면 당신의 추악한 모습이 곧 세상에 알려지겠지.”임채원은 잠깐 멈칫하더니 크게 웃으며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난 또 무슨 대단한 증거가 있다고, 겨우 CCTV 화면이었어? 그래. 그럼 그걸 가져가서 판사님한테 말해, 도대체 누가 무죄인지 두고 보자고!”차설아는 임채원이 이렇게 오만하게 굴지 생각지도 못했다. 전혀 두려움 없는 모습을 보이니 아마 CCTV 화면에 진작 손을 봤을 것이다.하지만 각종 해킹에 능한 그녀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임채원이 CCTV 화면을 삭제했든 없앴든 간에 한 번 존재했다면 그녀는 모두 복원시킬 수 있었다.“임채원 씨가 그렇게 당당하다면 사흘 뒤에 있을 재판에서 한 번 두고 보자고!”차설아가 이 말을 남기고는 쿨하게 자리를 떴다.사흘 뒤에 모든 일이 정리될 것이다.임채원은 분명 그녀의 무지와 독한 마음 때문에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리라 생각했다.엘리베이터를 내릴 때.문이 열리자 마침 임채원을 보러 온 성도윤과 전 시어머니인 소영금과 마주치게 되었다.성도윤과 차설아는 서로 눈이 마주치자 모두 흠칫 놀라게 되었다. 수많은 감정들이 일렁이고 있었다...소영금은 매우 흥분했다. 차설아를 보더니 징그러운 벌레를 본 것처럼 험상궂은 얼굴을 보이며 당장이라도 차설아를 발로 밟아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재수탱이가 여길 왜 온 거야? 네 악독한 집사가 채원이를 해친 것도 모자라 너도 나쁜 짓을 하려는 거야?”차설아는 무표정으로 대답했다.“이 병원은 여사님이 여신 거예요? 제가 병원으로 왜 왔는지 여사님에게 보고할 필요가 있나요?”“너!”차설아의 말을 들은 소영금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분노를 이기지 못해 말주변이 좋은 전 며느리를 혼내주려고 손을 쓰려 했다.“넌 우리 도윤이한테 버림받아서 당연히 나한테 무슨 일을 보고할 필요가 없어. 하지만 넌 우리 성씨 가문의 핏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