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직원들이 당신을 뭐라고 불렀는지 못 들었어요? 계속 이렇게 되면 도윤이는 조만간 모든 것을 생각해낼 거예요. 그때 도윤이의 병이 또 재발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년 전에 그 사람이 무엇을 겪었는지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당신과 나는 잘 알잖아요. 이제야 조금 안정되었는데 또 그 사람 마음을 흔들 속셈이에요? 당신 때문에 그가 매번 다치고 있는데 정말 가책을 느끼지 않는 거예요?”“저... 난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어요.”차설아는 서은아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1년 전 성도윤은 그녀의 손에서 거의 죽을 뻔했고 그녀도 평생 남자와 재결합하지 않겠다고 하늘에 맹세했다.그래서 그녀는 성도윤과의 감정이 다시 살아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다만, 그녀 자신만 잘 통제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 일은 항상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법이니 말이다.예를 들어 차성철과 성도윤의 원한으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다시금 이 관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고 그녀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서은아는 말하다 눈물을 흘렸다.“은아 씨, 미안해요. 나랑 도윤이 지금까지 함께 헤쳐오느라 힘들었어요. 우리의 감정이 겨우 안정되었는데 당신이 다시 나타났으니... 내가 전혀 개의치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물론 도윤이랑 내가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의 관대함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저도 당신의 부탁대로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나타나자 도윤이는 마치 줄이 끊어진 연처럼 보였고 난 전혀 잡을 수 없다고요... 미안해요, 미안해요...”그녀는 말을 하면 할수록 고개가 점점 내려갔고 차설아를 향해 굽신했다.그러다 마침 문을 열고 나오는 성도윤의 눈에 띄었다.“뭐해?”남자는 서은아를 뒤로 감싸며 차설아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우리 얘기가 끝난 줄 알았는데, 내 약혼녀한테 뭐 하는 거야?”차설아는 그토록 긴장해 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미어졌다.“걱정 마세요. 여
차설아는 성대 그룹에서 나와 성심 전당포로 돌아왔다.차성철은 배경수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고 배경수와 배경윤한테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고 초대했다.한편 차설아는 밤 10시 출발하는 금변시로 가는 항공권을 예약했다.식탁 위에 푸짐한 요리가 놓여 있고 모두 모여 잡담을 나누며 매우 따뜻하고 화목한 분위기였다.“자, 건배. 내년 이맘때, 내후년 이맘때, 앞으로 매년 이맘때 우리 모두 이곳에서 좋은 술과 좋은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기를!”차성철은 잔을 들며 기분 좋게 말했다.“건배!”모두 일어나 잔을 들자 원이와 달이도 음료수를 따라놓은 잔을 들고 흔들었다.차설아는 분위기가 좋아지자 차성철한테 말했다.“오빠, 오늘 기분이 좋으니까 나랑 한 가지 약속해 줄 수 있어?”“너는 내 친동생이야. 한 가지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열 가지, 백 가지라도 약속할게.”“나 떠나...”“뭐?”차성철은 안색이 변하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이제야 돌아왔는데 왜 또 떠나려고 하는 거야? 이번에는 또 어느 자식을 위해 떠나는 건데?”원이와 달이도 기분이 좋지 않은지 한 손씩 잡고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엄마, 가지 말아요. 나랑 오빠가 슬플 거예요.”“엄마 어디 가요? 나도 따라갈래요.”차설아는 달이와 원이의 머리를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원이 달이 착하지? 이번에는 엄마가 짧은 출장을 가는 거야. 늦어도 일주일, 빠르면 3~5일만 있으면 엄마가 돌아올 거야.”“그래요, 엄마.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릴게요.”두 녀석은 그제야 잠잠해져서 얌전히 앉아서 밥을 먹는다.사실 차설아가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두 아이가 아니라 충동적이고 과격한 차성철이었다.“오빠, 내가 없을 동안 다시는 성도윤을 도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그 사람도 열흘 안에는 복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이 시간을 평화롭게 보내길 바래.”차성철은 얼굴이 더욱 차가워져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 자식 찾아갔어?”“응.”차설아도 숨기기 싫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오빠
“잘됐다, 오빠. 오빠가 내 말 들어줄 줄 알았어.”차설아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차성철에게 큰 포옹을 해주었다.배경윤은 호기심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설아야, 너랑 오빠는 어디 갈 건데 우리한테 안 알려줘? 나도 가고 싶게.”배경수는 닭 다리를 집어 배경윤의 입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어린애가 무슨 소란이야. 고기 많이 먹고 키나 더 커.”배경윤은 화가 나서 죽겠다는 듯 배경수를 노려보았다.“배경수, 내가 너보다 고작 몇 분 늦게 태어났거든? 애긴 누가 애야?”“우리 애가 이렇게 철이 없어요.”배경수의 말에 다들 참지 못하고 따라 웃었다.그러자 배경윤은 더욱 화가 났다. “아니, 말 좀 해봐. 원이 달이는 이렇게 보기 좋은데 왜 이 자식만 이렇게 날 못 괴롭혀서 안달이야?”“그러니까 너 자신을 잘 반성해봐.”배경수의 말에 다들 또 한바탕 웃었다.“그래, 알았다.”배경윤은 눈알을 굴리며 무언가 문득 깨닫고 배경수를 노려보았다. “솔직히 말해. 너 우리 설아랑 다시 만나는 거야? 그래서 우리를 속이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거 아니야?”배경수는 좀 어색했다.“글쎄...”“맞아, 신혼여행 가는 거야.”차설아는 소탈한 표정으로 농담하듯 진지하게 말했다.“좋아, 좋아. 이 혼사는 내가 제일 먼저 동의해.”차성철도 손뼉을 치며 동의를 표했다.시끌벅적하고 오붓한 만찬이 끝난 뒤 차설아와 배경수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비행기에 올랐다.목적지가 민감해 비행기 안에 사람이 많지 않았고 비즈니스석은 그들 두 명뿐이었다.차설아는 잡지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아주 홀가분한 듯싶었다.오히려 옆에 있는 배경수가 아주 반듯했다.이 녀석은 줄곧 말이 가장 많았는데 비행기에 오르면서부터 이상하게 침묵을 지켰고 표정은 무거웠다.“경수야, 괜찮아? 나는 왜 네가 걱정이 많은 것 같지?”차설아가 남자 앞에서 손을 흔들며 물었다.“내 결정이 옳은지 그른지 정말 걱정이야. 내가 너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오히려 너를 해치는 걸까 봐...”“그게
비행기는 다음날 새벽 금변시에 도착했다.출국장에는 일찌감치 차량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는데 큰 인물이 도착했는지 의심할 수 있을 정도였다.“경수야!”선글라스에 꽃무늬 셔츠를 입고 이쑤시개를 입에 문 남자가 멀리서 배경수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남자는 온몸이 까맣게 탔지만 몸은 말랐고 키가 크고 팔뚝에 용 두 마리를 문신하고 있어 딱 봐도 깡패 같았다.“주혁 형!”배경수도 남자에게 손짓하면서 작은 소리로 차설아에게 소개했다. “이 사람은 명해라고 해. 내 사부님이 가장 중시하는 부하지. 지독한 사람이야. 도시 전체에서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어. 우리 사부님의 신임을 얻으려면 그의 신임을 얻어야 해.”말하는 사이에 명해는 이미 배경수에게로 다가와 뜨겁게 안으며 등을 두드렸다.“이놈아, 돌아올 줄도 알고 아직 양심이 좀 남아있네. 사부님이 네 얘기 많이 하셨는데 이번에는 사부님께서 기뻐하시겠다.”“당연히 돌아와야죠. 하루 스승은 평생 아버지라고 하잖아요?”배경수는 여유롭게 명해와 교류하며 마치 생사를 함께 한 형제처럼 보였다.“푸하하!”차설아는 옆에서 애써 웃음을 참았다.땅에 떨어지기 10분 전만 해도 배경수는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치 지옥 불에 뛰어들려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또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태세였다.차설아의 웃음소리는 곧 명해의 불만을 자아냈고 칼날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는데 마치 그녀의 가죽을 벗기려는 것 같았다.“이 여자 누구야? 방금 그 웃음, 혹시 비웃는 거야?”“이쪽이 바로 내가 형한테 말했던 나의 여신 차설아야. 이제 그녀는 나의 여자친구야. 그래서 형이랑 의부, 그리고 지아한테 소개해 주려고 특별히 같이 왔어...”배경수는 여기까지 말하고 차설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너무 좋아서 웃는 거야, 비웃을 리가 있나.”명해는 반신반의하면서 여전히 험상궂게 차설아를 노려보며 물었다.“정말 그래요? ”“그럼요...”차설아는 뜻밖의 일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아
“긴장은 무슨, 그냥 좀 재미있네?”그녀가 은퇴한 이후로 이런 스릴 넘치는 장면은 거의 경험하지 못했으니 갑자기 흥미가 끌려 아드레날린이 자신도 모르게 분비되었다.마을 한가운데가 바로 변강섭이 사는 곳이었다. 큰 응접실은 비록 5성급 호텔의 럭셔리함에는 못 미치지만 웅장한 기운이 풍겼다. 특히 사방에 무기를 든 호위대가 이를 지키고 있어 저도 모르게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응접실의 가운데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바로 변강섭이었는데 겉보기론 매우 선량해 보이는 늙은이로 블레이저 차림에 희끗희끗한 수염을 기르고 있었고 배경수를 보자마자 빙그레 웃었다.그의 옆자리에는 각기 다른 나이의 남자 다섯 명이 앉아있었는데 이들은 명해와 마찬가지로 모두 변강섭의 의자로 하나같이 범접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응접실에 앉아있는 사람은 모두 사내들인데 오직 한 여인만이 아름답고 우아하며 현지의 전통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흰색의 치파오 같은 두루마기는 몸을 매우 아름답게 감쌌다.차설아는 어느새 이 여자아이에게 관심이 생겨 배경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물었다.“경수야, 이게 송지아야?”사진과는 다른 것 같지만 마을 전체에서 지위가 높아 보이는 여자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아니, 저 여자는 사부님께서 가장 아끼는 막내딸 변가을이야. 사부님의 유일한 자식이지.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이니 절대 미움을 사서는 안 돼.”“오... 어쩐지 사부님 옆에 앉아있다 했어.”차설아가 여자아이를 훑어보고 있는데 변강섭이 일어서서 씩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하하하, 역시 내 제자. 가을이가 얼마 전 네가 돌아올 거라고 말했는데 정말 돌아왔구나. 어서 와 앉아.”“사부님, 요즘 안녕하신지요?”배경수는 공손히 변강섭과 인사를 나누었다.“원래는 안녕하지 않았지. 우리 가을이의 혼사로 고민이 많았는데 네가 돌아왔으니 고민이 좀 덜었어...”변강섭은 분명히 말 속에 말이 있었다.“아빠, 이러지 마세요. 오빠가 놀라잖아요.”변가을은 변강섭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수줍은 듯 고개를 숙
변강섭은 차설아의 인사는 안중에도 없었는데 대꾸도 하지 않는 모습이 뼛속까지 남존여비의 사상이 배어 있었다.차설아는 별탁에 배치돼 모르는 사람들과 마주 앉게 되었는데 변강섭과는 말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하지만 배경수는 변강섭의 왼편에 앉도록 배치되어 높은 대접을 받았다.이 자리에서 변강섭은 배경수와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보아하니 그는 배경수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고 배경수 같은 아들을 낳지 못한 것에 얼마나 안타까움이 서려 있는 지 알 수 있었다.배경수는 내내 비위를 맞추며 변강섭을 즐겁게 했다.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을 본 그는 먼 곳의 차설아와 눈길이 마주쳤고 무심한 듯 변강섭에게 물었다. “참, 사부님, 지아는요? 왜 안 보여요?”송지아는 배경수와 함께 유흥가에서 탈출하고 동시에 변강섭을 스승으로 모셨는데 그때 송지아는 남기로 선택했고 배경수는 간신히 핑계를 대고 떠났다.그 당시 변강섭은 송지아와 배경수를 똑같이 중시했으니 이쯤 되면 송지아가 더 높은 자리에 올랐을 텐데 이번 환영회 내내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확실히 좀 이상했다.하지만 변강섭의 반응은 더욱 심상치 않았다.그러자 변강섭의 큰 의자 동욱이 황급히 수습했다.“경수야, 이렇게 기분 좋은 날에 그년 얘기를 해서 뭐해?”“동욱 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아는 우리 동생이었잖아요.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모두를 이렇게 화나 있어요?”그러자 변강섭의 셋째 의자 남하가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 천한 계집애, 유흥구에서 제일 잘 나갔던 계집애가 뭐가 그리 착하겠어. 나는 그 년을 보자마자 마음이 바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들통이 났지. 감히 의부를 팔아넘겨 의부는 어쩔 수 없이 물건을 경찰에게 뺏겨서 손실이 막대해.”“아...”배경수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문득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변강섭의 잔인한 수법으로 송지아가 정말 마을을 배신하는 일을 저질렀다면 아마 진작 시체가 되었을 거다.차설아는 메인테이블에서 멀리 떨어져 앉아있어 송지아라
명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설아를 바라보았다.“감히 의부의 위세를 의심하는 자는 혀를 자르고 입을 꿰매어 암옥에 가두어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이 늙은이는 정말 변태구나, 이런 고문은 차성철이 제정한 형벌과 겨뤄도 될 정도였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처형해.”변강섭은 원래 차설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한시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잠깐만요.”배경수는 얼른 일어나 빌었다. “사부님, 제 여자친구는 처음 이곳에 왔으니 규칙을 잘 몰라요.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다시는 이러지 않을 거예요. 제가 오랫동안 좋아했던 여자예요. 사부님을 너무 존경해서 처음으로 데리고 왔는데 저를 봐서라도 한 번만 눈감아주세요.”“그래, 그러마.”“일단 감옥에 가둬. 언제 나를 기쁘게 하면 그때 풀어주지.”배경수는 차설아를 조금이나마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이 판국에서는 감히 변강섭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은 모두 무기를 들고 있으니 거역한다면 그들의 노력은 모두 헛수고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좋아요, 사부님. 사부님 말대로 할게요.”일단은 변강섭의 마음을 달래고 나중에 차설아를 구할 생각이었다.배경수는 이런 상황에 마주칠 거라는 것을 미리 알았으면서도 당시 차설아가 따라온다는 것을 강력하게 말리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하지만 그는 그나마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변강섭을 배신한 송지아가 사형당하지 않고 공교롭게도 차설아와 마찬가지로 암옥에 갇혔다는 거다.식사가 끝나자 변강섭의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그는 변가을의 손을 잡아 배경수의 손에 올려놓고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우리 딸, 매일 경수 오빠 타령이더니 왜 막상 만나니 부끄러워해? 얼른 경수 오빠 데리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얘기도 좀 하고 그래야지.”“아빠, 이러지 말아요. 경수 오빠 여자친구도 있는데.”변가을은 수줍게 자신의 손을 뺐다.배경수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일부러 털털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차설아는 무기를 든 호위대에 의해 마을의 외진 곳으로 끌려갔고 그 주변에도 수많은 호위대원이 지키고 있었다.“감히 어르신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배경수 도련님이 아니었으면 벌써 혀를 잘렸을 거야, 얼른 들어가서 반성해.”그녀는 호위대원에 의해 사방에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에 갇히게 되었는데 이곳이 바로 이들이 암옥이라 칭하는 곳이었다.이 암실은 어둡고 습하고 후덥지근해서 안에 있으면 마치 목이 졸린 것처럼 호흡이 매우 어렵고 괴로웠다.“거기 누구 있어요?”차설아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맨 구석에 한 사람이 앉아 침울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신입?”그 사람은 벽에 기대어 있었고 어둠 때문에 얼굴 윤곽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지만 그 목소리는 유난히 한이 맺혀 있었다.차설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 사람을 떠보았다. “당신이 송지아예요?”그녀는 방금 송지아도 감옥에 갇힌 것 같다고 어렴풋이 들었다. 마을 전체의 남존여비 현황과 결합하여 감히 변강섭의 미움을 살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을 거로 추측하건대 눈앞의 여자는 송지아일 가능성이 제일 컸다.“새로 왔는데 나를 알다니, 그쪽 신분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야?”송지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희미하고 약간 조롱 섞여 있었다.차설아의 생김새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암옥에 갇힐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그녀는 짐작할 수 있었다.“당신 정말 송지아예요?”차설아는 금세 신경을 곤두세우고 곧장 여자에게 달려갔고 감격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몰랐는데... 정말 잘됐네요.”“당신 누구야? 난 당신을 모르는 것 같은데... 마치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굴지 좀 말지?”송지아의 말투는 매우 차가웠고 차설아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찼다.많은 시련을 겪은 그녀는 이미 굳센 내면을 가지게 되었는데 쉽게 누구한테 마음을 주지 않았다.“날 몰라도 돼요. 하지만... 성심 전당포의 사장, 자정 살인마로 불리는 차성철은 알겠죠?”“오빠...”송지아의 무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