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은 무슨, 그냥 좀 재미있네?”그녀가 은퇴한 이후로 이런 스릴 넘치는 장면은 거의 경험하지 못했으니 갑자기 흥미가 끌려 아드레날린이 자신도 모르게 분비되었다.마을 한가운데가 바로 변강섭이 사는 곳이었다. 큰 응접실은 비록 5성급 호텔의 럭셔리함에는 못 미치지만 웅장한 기운이 풍겼다. 특히 사방에 무기를 든 호위대가 이를 지키고 있어 저도 모르게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응접실의 가운데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바로 변강섭이었는데 겉보기론 매우 선량해 보이는 늙은이로 블레이저 차림에 희끗희끗한 수염을 기르고 있었고 배경수를 보자마자 빙그레 웃었다.그의 옆자리에는 각기 다른 나이의 남자 다섯 명이 앉아있었는데 이들은 명해와 마찬가지로 모두 변강섭의 의자로 하나같이 범접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응접실에 앉아있는 사람은 모두 사내들인데 오직 한 여인만이 아름답고 우아하며 현지의 전통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흰색의 치파오 같은 두루마기는 몸을 매우 아름답게 감쌌다.차설아는 어느새 이 여자아이에게 관심이 생겨 배경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물었다.“경수야, 이게 송지아야?”사진과는 다른 것 같지만 마을 전체에서 지위가 높아 보이는 여자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아니, 저 여자는 사부님께서 가장 아끼는 막내딸 변가을이야. 사부님의 유일한 자식이지.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이니 절대 미움을 사서는 안 돼.”“오... 어쩐지 사부님 옆에 앉아있다 했어.”차설아가 여자아이를 훑어보고 있는데 변강섭이 일어서서 씩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하하하, 역시 내 제자. 가을이가 얼마 전 네가 돌아올 거라고 말했는데 정말 돌아왔구나. 어서 와 앉아.”“사부님, 요즘 안녕하신지요?”배경수는 공손히 변강섭과 인사를 나누었다.“원래는 안녕하지 않았지. 우리 가을이의 혼사로 고민이 많았는데 네가 돌아왔으니 고민이 좀 덜었어...”변강섭은 분명히 말 속에 말이 있었다.“아빠, 이러지 마세요. 오빠가 놀라잖아요.”변가을은 변강섭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수줍은 듯 고개를 숙
변강섭은 차설아의 인사는 안중에도 없었는데 대꾸도 하지 않는 모습이 뼛속까지 남존여비의 사상이 배어 있었다.차설아는 별탁에 배치돼 모르는 사람들과 마주 앉게 되었는데 변강섭과는 말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하지만 배경수는 변강섭의 왼편에 앉도록 배치되어 높은 대접을 받았다.이 자리에서 변강섭은 배경수와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보아하니 그는 배경수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고 배경수 같은 아들을 낳지 못한 것에 얼마나 안타까움이 서려 있는 지 알 수 있었다.배경수는 내내 비위를 맞추며 변강섭을 즐겁게 했다.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을 본 그는 먼 곳의 차설아와 눈길이 마주쳤고 무심한 듯 변강섭에게 물었다. “참, 사부님, 지아는요? 왜 안 보여요?”송지아는 배경수와 함께 유흥가에서 탈출하고 동시에 변강섭을 스승으로 모셨는데 그때 송지아는 남기로 선택했고 배경수는 간신히 핑계를 대고 떠났다.그 당시 변강섭은 송지아와 배경수를 똑같이 중시했으니 이쯤 되면 송지아가 더 높은 자리에 올랐을 텐데 이번 환영회 내내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확실히 좀 이상했다.하지만 변강섭의 반응은 더욱 심상치 않았다.그러자 변강섭의 큰 의자 동욱이 황급히 수습했다.“경수야, 이렇게 기분 좋은 날에 그년 얘기를 해서 뭐해?”“동욱 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아는 우리 동생이었잖아요.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모두를 이렇게 화나 있어요?”그러자 변강섭의 셋째 의자 남하가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 천한 계집애, 유흥구에서 제일 잘 나갔던 계집애가 뭐가 그리 착하겠어. 나는 그 년을 보자마자 마음이 바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들통이 났지. 감히 의부를 팔아넘겨 의부는 어쩔 수 없이 물건을 경찰에게 뺏겨서 손실이 막대해.”“아...”배경수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문득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변강섭의 잔인한 수법으로 송지아가 정말 마을을 배신하는 일을 저질렀다면 아마 진작 시체가 되었을 거다.차설아는 메인테이블에서 멀리 떨어져 앉아있어 송지아라
명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설아를 바라보았다.“감히 의부의 위세를 의심하는 자는 혀를 자르고 입을 꿰매어 암옥에 가두어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이 늙은이는 정말 변태구나, 이런 고문은 차성철이 제정한 형벌과 겨뤄도 될 정도였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처형해.”변강섭은 원래 차설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한시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잠깐만요.”배경수는 얼른 일어나 빌었다. “사부님, 제 여자친구는 처음 이곳에 왔으니 규칙을 잘 몰라요.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다시는 이러지 않을 거예요. 제가 오랫동안 좋아했던 여자예요. 사부님을 너무 존경해서 처음으로 데리고 왔는데 저를 봐서라도 한 번만 눈감아주세요.”“그래, 그러마.”“일단 감옥에 가둬. 언제 나를 기쁘게 하면 그때 풀어주지.”배경수는 차설아를 조금이나마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이 판국에서는 감히 변강섭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은 모두 무기를 들고 있으니 거역한다면 그들의 노력은 모두 헛수고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좋아요, 사부님. 사부님 말대로 할게요.”일단은 변강섭의 마음을 달래고 나중에 차설아를 구할 생각이었다.배경수는 이런 상황에 마주칠 거라는 것을 미리 알았으면서도 당시 차설아가 따라온다는 것을 강력하게 말리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하지만 그는 그나마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변강섭을 배신한 송지아가 사형당하지 않고 공교롭게도 차설아와 마찬가지로 암옥에 갇혔다는 거다.식사가 끝나자 변강섭의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그는 변가을의 손을 잡아 배경수의 손에 올려놓고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우리 딸, 매일 경수 오빠 타령이더니 왜 막상 만나니 부끄러워해? 얼른 경수 오빠 데리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얘기도 좀 하고 그래야지.”“아빠, 이러지 말아요. 경수 오빠 여자친구도 있는데.”변가을은 수줍게 자신의 손을 뺐다.배경수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일부러 털털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차설아는 무기를 든 호위대에 의해 마을의 외진 곳으로 끌려갔고 그 주변에도 수많은 호위대원이 지키고 있었다.“감히 어르신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배경수 도련님이 아니었으면 벌써 혀를 잘렸을 거야, 얼른 들어가서 반성해.”그녀는 호위대원에 의해 사방에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에 갇히게 되었는데 이곳이 바로 이들이 암옥이라 칭하는 곳이었다.이 암실은 어둡고 습하고 후덥지근해서 안에 있으면 마치 목이 졸린 것처럼 호흡이 매우 어렵고 괴로웠다.“거기 누구 있어요?”차설아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맨 구석에 한 사람이 앉아 침울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신입?”그 사람은 벽에 기대어 있었고 어둠 때문에 얼굴 윤곽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지만 그 목소리는 유난히 한이 맺혀 있었다.차설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 사람을 떠보았다. “당신이 송지아예요?”그녀는 방금 송지아도 감옥에 갇힌 것 같다고 어렴풋이 들었다. 마을 전체의 남존여비 현황과 결합하여 감히 변강섭의 미움을 살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을 거로 추측하건대 눈앞의 여자는 송지아일 가능성이 제일 컸다.“새로 왔는데 나를 알다니, 그쪽 신분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야?”송지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희미하고 약간 조롱 섞여 있었다.차설아의 생김새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암옥에 갇힐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그녀는 짐작할 수 있었다.“당신 정말 송지아예요?”차설아는 금세 신경을 곤두세우고 곧장 여자에게 달려갔고 감격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몰랐는데... 정말 잘됐네요.”“당신 누구야? 난 당신을 모르는 것 같은데... 마치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굴지 좀 말지?”송지아의 말투는 매우 차가웠고 차설아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찼다.많은 시련을 겪은 그녀는 이미 굳센 내면을 가지게 되었는데 쉽게 누구한테 마음을 주지 않았다.“날 몰라도 돼요. 하지만... 성심 전당포의 사장, 자정 살인마로 불리는 차성철은 알겠죠?”“오빠...”송지아의 무뚝
송지아는 긴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으스러지게 움켜쥐었다.“천사도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에요. 천사를 만나면 천국으로 가겠지만, 악마를 만나면 지옥으로 떨어지는 거죠... 그는,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간 사람이에요!”“송지아 씨, 아니... 잠깐만..”차설아는 헷갈린 표정으로 송지아를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이 그 사람을 배신하고 칼을 꽂았는데도, 그 사람이 당신을 지옥으로 데려간 악마라는 거죠? 맞아요?”“네. 맞아요.”송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회피하지 않았다.“그럼 송지아 씨 말은 좀 앞뒤가 안 맞잖아요. 가해자가 피해자를 악마라고 말하는 게, 도둑이 오히려 도둑 잡으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들리는데요.”“당신은 몰라요. 나와 오빠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가 어떻게 그에게 이끌려 지옥에 빠졌는지 아무도 모른다고요.”“그러면, 나한테 말해줄 수 있어요? 두 사람 모두 큰 상처를 안고 있는 것 같은데 어쩌면... 내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차설아는 송지아가 소문처럼 그렇게 몰인정하고 냉혈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오해가 있었을 것이다. 분명 뭔가 오해가 있는 게 틀림없다.“당신은 또 누군데요? 나와 그의 비밀을 왜 당신에게 말해야 하는 거죠?”송지아는 여전히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 차설아가 차성철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난...”차설아는 원래 자신이 차성철의 친동생이라고 말하려 했다.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송지아와 오빠 사이에는 많은 앙금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녀가 오빠를 그렇게 증오하는 걸 보면, 자신에게도 더 경계할지도 모른다.“난 배경수의 여자 친구에요. 당신을 구하러 온 거니까, 절대적으로 나를 믿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경수 선배의 여자 친구라고요?”송지아는 자세를 바로잡고 거의 보이지 않는 미약한 빛을 따라 차설아를 보려고 애썼다. 그녀의 목소리엔 부러움이 담겨 있었다.“당신이 바로 경
“무슨 말을 그렇게...”차설아는 송지아의 완전히 체념한 듯한 말투를 듣자마자 머리가 아파졌다.사람이 희망을 잃어버리면, 아무리 주변에서 구하려고 노력해도 소용이 없었다.“당신이 떠나지 않으면, 당신들 두목 성격대로라면 결과는 끔찍할 거예요. 죽지 않더라도 지아 씨를 괴롭혀서 사람도 아닌 꼴로 만들 거라고요. 그 결과를 생각해 본 적 있어요?”차설아는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송지아를 설득했다.“당연히 알죠. 근데 이제 다 상관없어요. 내가 정말 죽음이 무서웠다면 그를 배신하지도 않았겠죠. 나는 그의 횡포를 참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죽기 전에 뭔가 좋은 일이라도 해서 그동안 저지른 잘못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싶었던 거예요.”송지아는 무감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이미 삶에 대한 미련을 잃은 지 오래였다.과거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면서 다시금 자신이 겪은 일들을 생각해 보니, 인생은 이미 엉망이 되어버렸고, 더 이상 살아갈 이유도 없었다.“당신이 과거의 잘못을 만회하고 싶다는 건, 마음속에 아직 포기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자신을 쉽게 포기하지 말고 나랑 같이 도망쳐요. 알았죠?”차설아는 어둠 속에서 송지아에게 손을 내밀며, 진심으로 설득했다.“다른 이유가 아니라, 나를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같이 떠나면 안 되겠어요?”“싫어요!”송지아는 차설아의 손을 잡지 않고, 여전히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녀의 마음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 차설아와 함께 바다에 몸을 던진 그 순간, 그녀는 이미 죽은 것이다. 그러니 지금 살아있는 건 단지 껍데기에 불과했다.그동안 그녀는 또다시 유흥가를 전전하며 수많은 사람에게 수모를 당했다. 그녀는 이 세상을 증오했고, 한순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정말... 답답하네.”차설아는 이마를 짚었다. 넌 정말 고집 세고 질긴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녀는 꾹 참고 차갑게 물었다.“죽기 전에 정말 아무런 미련도 없고,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사람도 없어요?”“보고 싶은 사람?”“
“경수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는 그 언니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냥 오빠를 겁주려는 거예요.”가을은 수줍게 배경수 옆에서 한동안 말없이 걷다가 겨우 용기를 내어 말문을 열었다.“알아, 사부님은 말은 거칠어도 속으론 따뜻한 분이잖아.”배경수는 마음이 온통 차설아에게 가 있어 건성으로 대답했다.“오빠한테 그 언니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아요. 근데 그녀를 구하고 싶다면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돼요. 아빠를 화나게 하면 진짜 큰일 나니까, 머리를 써야 해요.”“머리를 써야 한다고?”배경수는 그제야 옆에 있던 가을에게 시선을 돌렸다.달빛 아래, 가을은 사롱을 입고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맑고 큰 눈을 갖고 있는 그녀는 매우 청순하고 연약한 느낌을 주었다.“음. 내게 지혜롭게 구출해 낼 방법이 있어요.”가을은 고개를 들고 눈을 깜빡이며 배경수를 쳐다보았다. 그 눈동자는 마치 빛나는 두 개의 흑요석 같았다.“그래? 말해봐.”그저 쳐다보기만 해도 얼굴이 금방 붉어지는 아이였으니 배경수는 그녀가 뭔가 특별한 방법을 내놓을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그녀가 도대체 어떤 식으로 해결한다는 건지 궁금할 뿐이었다.가을은 뒤따라오는 경비들을 보더니,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두 분, 그만 좀 따라다니죠. 우리끼리 할 얘기가 있어요.”“하지만 가을 씨, 두목님께서 꼭 아가씨를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혹시라도...”“혹시라도 뭐요?”가을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다소 날카롭게 물었다.“그게... 그게...”경비는 배경수를 힐끔 보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변강섭 그 늙은 여우는 배경수를 철저히 경계하는 게 분명했다.“오빠가 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그래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요! 오빠는 들어올 때 무기도 다 반납했고, 그럴 사람도 아니에요. 난 그냥 오빠랑 조용히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안 되냐고요?”“아, 네... 됩니다.”경비는 처음으로 부드럽고 연약한 가을이 이렇게 화를 내
배경수는 다소 의외였다. 평소에는 어린아이처럼 순하고 여리게만 보였던 가을에게 이런 단호한 면이 있을 줄이야.그는 급히 단검을 거둬들이며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이런 농담 하지 마. 내가 진짜로 널 인질로 삼으면 어쩌려고?”가을은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인질이 되어서라도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난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멍청한 소리. 네 가치는 그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니야.”배경수는 가을을 위험한 상황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 이런 비열한 방법을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주위를 둘러보니, 아까 물러났던 두 명의 경비병은 여전히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모든 출입구에도 사람들의 감시가 있었다. 이들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맨손으로 차설아를 구해내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가을아, 인질은 됐고. 나를 감옥에 데려가 내 여자 친구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배경수는 더 이상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가을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지고 있고 자신 편인 사람은 가을뿐이었으니까.“감옥은 정말 위험해서 아빠는 내가 근처에 얼씬하지도 못하게 하셨거든요. 그래도 정말 가고 싶다면 데려다줄게요...”가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큰 결심한 듯 배경수를 이끌고 감옥으로 향했다.그녀도 아빠가 이 일을 알게 되면 큰 벌을 내릴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렇지만, 배경수를 도울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감옥은 아주 외진 곳에 있었고, 사방은 경비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여긴 주로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나 변강섭이 처형하거나 팔아넘길 사람들을 가두는 곳이었다.현재 송지아와 차설아는 모두 이곳에 갇혀 있으니, 앞으로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했다...마침, 달도 없는 어두운 밤, 두 경비병은 약간 피곤해져 잡담을 시작했다.경비 A: “야, 들었냐? 두목님이 오늘 밤 송지아를 분해해서 팔아버린대.”경비 B: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