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는 뭔가 알고 있는 듯, 옆에 있는 어린 소녀를 바라보았다.세희는 소현에게 말했다.“넌 먼저 돌아가.” 소현은 세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 눈빛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경고였고, 마치 세희가 이 일을 해낼 수 없다면, 절대로 그녀를 가만 두지 않을 것만 같았다.소현이 사라지자, 세희는 캐리에게 소현의 집주소를 알려주었다.“알았어. 난 먼저 가서 상황을 알아볼 테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그래요, 그럼 아저씨한테 부탁할게요.”캐리가 떠난 후, 세희는 옆에 앉아 있는 우빈과 인우를 바라보았다. 우빈은 그나마 평온한 편이었지만, 인우는 오히려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문 앞을 쳐다보았다.세희는 의자에 앉아 인우에게 물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누나, 왜 바람을 피운 남자가 오히려 자신의 아내와 딸을 살해한 거죠?”세희는 의자에 기대었다.“자부심이 강한 사람은 종종 다른 사람을 탓하기 마련이지. 결혼이 무슨 대단한 일인 것 같아? 그저 두 사람이 모여 남은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일 뿐. 인우야, 넌 앞으로 결혼하든 안 하든 이것만 기억해. 인생은 오직 너 자신의 것이니까, 남은 널 대신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러니 슬프게 보내는 것 대신, 즐겁게 보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인생도 단지 3만 일에 불과하니, 자신을 위해 살자고.”“누나, 난 누나의 말을 인정하지 않아요.”세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이유는?”인우는 세희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우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우빈 형, 우리 누나가 한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난 세희의 말을 인정해. 하지만 사람은 오직 집념을 위해 사는 것일 뿐이잖아?” 우빈은 담담하게 분석했다.“집념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할 뿐이야.”세희가 반박했다.우빈은 그저 웃으며 말했다.“집념이 없으면, 너도 살아갈 동력이 없을 텐데.”세희는 말문이 막혔고, 우빈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세희는 캐리의 말을 아주 잘 들었다. 가게 문을 닫은 다음, 기사에게 먼저 우빈을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고, 자신과 인우는 스스로 마인하우스로 돌아갔다.집에 들어가기도 전에 인우는 세희를 붙잡았다.“누나, 내일 나도 같이 가고 싶어요.”“내일이 무슨 요일인데?”“일요일이잖아요!” 인우가 대답했다.“어떻게 시간까지 잊은 거예요?”“그래, 그럼 같이 가자. 학교에 나가야 할 땐 나랑 돌아다닐 생각하지 마.”문을 열고 들어가자, 세준과 희민은 아직 자지 않고 모두 거실에 앉아 있었다.세희와 인우가 새벽 1시 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것을 보고, 세준은 바로 그들을 꾸짖으려 했다. 그러나 희민은 얼른 그를 막았다.“세희야, 인우야, 이제야 일을 다 끝낸 거야?”“아니요.” 인우는 앞다투어 입을 열었다.“내일 엄청 바쁠 거예요. 우리 누나가 사건을 해결해야 하거든요.”“사건?” 세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사건?”인우는 세희를 바라보았고, 자신이 말해도 되는지 몰랐다. 그러나 세희는 그를 보지 않은 채, 오늘 밤에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경찰서에 내가 아는 과장이 있는데, 이따가 고 과장의 번호를 너에게 알려줄게.” 세준이 말했다.“그래, 난 이제 그만 올라가서 자야겠다. 너무 졸려.”세희가 하품을 연발하는 것을 보고, 세준과 희민도 더 이상 무슨 말을 하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세수를 한 다음, 침대에 누웠다. 한참이나 뒤척였지만, 여전히 잠이 오지 않자, 세희는 아예 수지에게 톡을 보냈다.[수지야, 자?]얼마 지나지 않아 수지가 답장을 보냈다.[자려던 참인데, 넌 왜 아직 안 잤어?][나 오늘 거절당했어.]수지는 놀란 이모티콘을 보냈다.[그게 무슨 뜻이야?][나 오늘 우빈과 키스를 할 뻔했는데, 우빈이 갑자기 머리를 돌린 거 있지. 지금 우리 사이에 이런 거 하면 안 된다나.][그건 좋은 일이잖아. 진우빈이 책임감 있는 남자란 걸 설명하지.][그렇긴 한데, 내가 마음이 너무 급했나 봐.][급할수록 돌아가
두 사람이 차에 타자, 세희는 계란 두 개를 먹은 다음 또 우유 하나를 마셨다.“누나, 세준 형이 아침에 외출할 때, 이미 경찰서의 사람과 연락했다고 했는데. 그 고 과장이란 사람에게 연락왔어요?”“응, 내가 먼저 연락했어.” 세희는 오물오물 대답했다. “가게에서 우리를 기다리겠데.”“우빈 형은요?” 인우가 물었다.왠지 모르지만, 우빈이 옆에 있으면 인우는 두려움이 없었기에 그와 함께 가고 싶었다.“몰라. 하지만 다리가 불편해서 아마도 우리와 함께 가지 않을 거야.”인우는 실망한 나머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아.”30분 후, 가게에 도착하자, 길가에 검은색 포르쉐 카이엔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세희는 힐끗 본 다음, 가게 문을 열려고 몸을 돌렸다. 그러나 열쇠를 꺼내기도 전에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세준 여동생!!”이 호칭을 듣자, 세희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키가 훤칠하고 젊은 남자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남자의 피부는 구릿빛이었고, 이목구비가 또렷해서 보기만 해도 성격이 좋아 보였다.그는 세희 앞으로 다가가더니, 새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안녕, 내가 바로 세준의 친구 고시현이야.”세희는 고시현의 손을 잡으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강세희라고 해요.”“세준과 많이 닮았네. 아주 수려하게 생겼어!”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세준 오빠가 수려하게 생겼다고? 이런 말을 처음 듣네.’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시현은 손을 거두더니 또 뒤의 향불 가게를 바라보았다.“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런 장사를 할 줄은 몰랐는데.”세희는 설명하려 했지만, 시현은 또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 뭐지, 밖이 너무 춥네. 너희 여자애들은 추위를 탈 텐데, 우리 들어가서 얘기할까?”세희는 어이없어하며, 앞의 잘생겼지만 수다쟁이인 남자를 바라보았다.“아, 네.”문을 연 후, 세희는 시현을 안으로 초대했다. 세 사람이 앉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고 과장님, 지금...”“과장님이라 부르지
세 사람이 가게를 나서서 시현의 차에 탄 순간, 우빈은 마침 경호원과 함께 가게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는 세희가 다른 남자의 차에 올라간 것을 똑똑히 보았다.차가 떠나자, 우빈은 침묵에 잠겼다.거의 한 시간을 달린 후, 세희 일행은 풍화 아파트에 도착했다.시현은 차를 세우며 그 아파트를 힐끗 바라보았다.“범인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그건 쉽게 알아낼 수 있어요.”세희는 말하면서 시현을 보았다.“하지만 이따가 날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마요.”“그게 무슨 뜻이야?” 시현은 영문을 몰랐다. 세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또 고개를 돌려 인우를 바라보았다.“우리 누나는 지금 캐리 아저씨를 찾으려고 해요. 하지만 캐리 아저씨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묻지 마요. 이따가 우리 누나가 혼잣말을 할 테니까, 시현 형은 그냥 입을 다물면 돼요.”세희의 능력이 자랑스러운 인우는 잘난 척하기 시작했다.시현은 머리를 긁적였다.“그래, 그럼 너희들이 편한 대로 해.”그러나 시현이 생각지도 못한 것은, 세희가 차에 앉아 목청을 높이며 누군가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다.“캐리 아저씨.”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악마를 소환하는 일종의 의식 같아, 유난히 익살스러웠다. 그렇게 웃으려던 순간, 시현은 갑자기 싸늘한 기운을 느꼈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외투로 몸을 꽁꽁 감쌌고, 마음속으로 치솟는 불안감에 끊임없이 사방을 둘러보았다.곧이어 귓가에 세희의 목소리가 울렸다.“캐리 아저씨, 그 남자의 이름이 뭔지 알아요?”날아들어온 캐리는 세희의 옆에 앉아서 말했다.“그건 잘 몰라. 지금 그 여자 귀신을 찾아가서 물어볼 수 있는데.”“그럼 아저씨에게 잘 부탁할게요. 될수록 그 사람의 생김새까지 알아봐요.”“좋아.”세희가 말을 마치자, 시현은 그녀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는 확실히 세희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었다.‘공기와 말 몇 마디 했다고 바로 범인의 이름과 모습을 알 수 있다니? 요즘 여자아이들은 제정신이 좀 아닌 것 같아... 난 그래도 강세희가
“그래, 네 고모부는 확실히 집에 있어. 얼른 올라가.”중년 여자가 떠난 후, 세희는 놀라서 입이 쩍 벌어진 시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복도로 걸어갔다.세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도착했다. 505호를 찾은 세희는 바로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야!” 시현은 즉시 세희를 불렀다.“이렇게 무턱대고 문을 두드리면 범인을 놀라게 할지도 몰라!”“그럼 문을 부수고 들어가려고요?” 세희는 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경찰복도 입지 않았는데, 뭐가 무서운 거예요?”시현은 말을 하지 않았고, 세희는 그런 남자를 무시하며 계속 문을 두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왔는데요, 문 좀 열어 주시겠어요? 가스 검사하러 왔거든요.”세희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거짓말을 하자, 시현은 놀라서 엄지손가락을 들 뻔했다.왕철민은 관리사무소의 사람인 것을 듣고 바로 문을 열었다. 그는 눈밑에 다크서클이 무척 심했고, 정신 상태도 매우 위축되어, 딱 봐도 귀신의 ‘괴롭힘’을 받은 사람 같았다.세희는 웃으며 인사했다.“실례하겠습니다.”왕철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비켜 세희 일행더러 들어오게 했다. 다만, 두 번째로 들어온 인우를 보자, 그는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잠깐만!”왕철민은 경계에 찬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더니 인우를 가리켰다.“이 사람은 미성년자 같은데.”세희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서요, 뭐가 문제죠?”말이 떨어지자, 세희는 즉시 시현을 바라보았다.“고 과장님, 얼른 범인을 제압해요!”시현은 반응이 아주 빨라서, 불과 몇 초 만에 왕철민을 붙잡았다. 그리고 긴 다리를 구부리더니, 문까지 닫았다.왕철민은 발버둥 치며 반항했지만, 전혀 시현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는 패배를 인정하고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았다.세희는 소파에 앉아 가슴을 안으며 왕철민을 바라보았다.“자신의 딸과 아내를 죽인 죄를 인정하는 거예요?”“인정해.” 왕철민의
세희가 입을 열었다.“그래서 배신을 당했다는 분노에 이옥림과 왕소현을 살해한 거예요?”“처음에 나도 사람을 죽일 생각하지 않았어. 그 남자와 연락을 끊으면, 나도 그 여자를 용서하겠다고 했거든. 그러나 이옥림이 어떻게 대답했는지 알아? 앞으로도 계속 바람을 피울 거래. 마음속에 이미 내가 없으니까, 제발 자신을 놓아달라고. 그리고 또 그 남자와 결혼할 거라잖아! 심지어 소현에게 내가 먼저 바람을 피웠지만, 오히려 폭행을 한다는 거짓말까지 했어. 날 보는 그 아이의 눈빛은 마치 쓰레기를 보는 것과 다름이 없었고. 난 소현을 6년 넘게 키웠는데, 결국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그런 눈빛으로 날 보다니! 그래서 홧김에 이옥림과 그 여자 딸의 목을 졸라 죽였어.”시현이 물었다.“시체는 어디에 있죠?”“냉장고에.” 왕철민이 대답했다.“난 그 여자의 시체를 토막으로 나눈 다음, 눈알과 생식기관은 따로 파서 개에게 먹였어.”말을 마치자, 왕철민은 일어서서 침실로 향했다.“내 말 믿지 못하겠으면, 내 손에 이옥림이 불륜을 저지른 증거가 있어.”시현은 얼른 따라갔다. 왕철민이 핸드폰을 꺼내 다시 소파에 앉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는 벽에 계속 기대었다.왕철민은 이옥림이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를 탁자에 올려놓으며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다 본 세희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진정으로 바람을 피우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확실히 그의 아내 이옥림이었다. 그럼 소현은 이 일을 알고 있었지만, 시체를 구하기 위해 일부러 그들을 속인 것이다.이렇게 생각하니 세희는 그제야 깨달았다.‘왕소현은 이옥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리가 없어. 모녀는 틀림없이 함께 이 계획을 짠 것일 거야. 귀신같은 존재들은 참...’‘정말 경계할 수밖에 없군. 그렇지 않으면 언제 함정에 빠졌는지조차 모르잖아. 방금 전까지도 난 여전히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시현이 입을 열었다.“그 모녀가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짓밟았어도, 사람을 죽이면 안 되죠.”“나도 이게 내 잘못이라는 것을 잘
세희는 선물을 보고 물었다.“이게 뭐예요? 도와줘서 고맙다는 답례인 가요?”시현은 어색하게 웃었다.“그런 셈이야. 하지만 내가 네 능력을 의심했기 때문에 너무 미안해서 그래.”“천만에요. 나도 이 특별한 능력 때문에 의심을 많이 받아서 다 이해해요. 이렇게까지 사과할 필요 없는데.”“아니야, 남은 남이고, 난 나니까 제발 받아줘. 게다가 만약 세준이 내가 네 능력을 의심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자식은 아마 날 죽도록 욕할 거야.”시현의 진심 어린 사과를 듣자, 세희는 더 이상 거절을 하지 않았다.“그럼 그냥 여기에 두면 돼요. 고마워요.”세희는 인우를 힐끗 보더니, 물건을 들고 들어가라고 했다.인우가 받자, 시현은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나가서 밥 먹으려고?”세희는 대답했지만, 시현이 계속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밥 살게. 우리를 도와 사건을 해결해 줘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말이야.”“아니에요.”세희는 바로 거절했다. “우린 대충 먹으면 되니까, 굳이 돈을 쓸 필요 없어요.”“에이,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네 오빠와 내가 친구인 이상, 너도 사양하지 마.”시현의 열정에 세희는 한동안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 인우에게 먹을지 말지를 물어보려 하다가, 그녀는 오히려 시현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우빈을 발견했다.잔잔한 눈동자 속에는 어떤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세희의 머릿속에 문득 수지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은근히 웃더니 고개를 돌려 시현에게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같이 먹으러 가요.”아니나 다를까, 우빈은 고개를 들어 세희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못 본 척 인우더러 우빈을 밀라고 한 뒤, 시현과 함께 나갔다.세희와 시현은 앞에서 걷고 있었고, 인우는 우빈을 밀고 두 사람을 따라갔다.인우는 그들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뒤에서 보니까, 고 과장님과 우리 누나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우빈은 저도 모르게 손잡이를 꽉 잡았다.인우는
세희는 웃으며 시현에게 물었다.“그럼 귀신과 사람, 어느 게 더 무섭다고 생각해요?”시현은 잠시 생각했다.“사람이 더 무서운 것 같아. 귀신은 기껏해야 우리에게 겁을 줄 뿐이지.”“맞아요. 사람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는 법이잖아요. 심지어 사람을 해치는 것도 다 사람이고요. 귀신은 말이에요, 먼저 건드리지 않는 한, 사실 그들도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악귀는 예외예요.”“그럼 넌 악귀를 본 적 있어?” 시현이 물었다.세희는 고개를 저었다.“나는 지철 할아버지의 보호를 받고 자라서, 아직 악귀를 본 적이 없어요. 마찬가지로 나도 악귀와 부딪치고 싶지 않고요.”“소 눈물을 바르면 귀신을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정말이야?”“네.” 세희는 눈썹을 들며 그를 바라보았다. “귀신 보고 싶어요?”시현은 무척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럼! 난 과학을 믿는 사람이지만, 오늘 네 능력 덕분에 신기한 일을 많이 안 것 같아. 기회가 된다면, 나도 널 따라 귀신을 한 번 보고 싶어.”세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왜 소풍 가는 것처럼 말하는 거예요?”세희가 시현의 말에 웃는 것을 보고, 우빈은 심장이 무언가에 맞은 것처럼 괴로웠다. 하지만 아파도 그는 내색할 수 없었다.‘난 두 사람이 얘기하지 못하게 막을 입장과 자격이 없으니까.’우빈은 레몬물을 한 잔 또 한 잔 마셨고, 혀끝에서 전해오는 신 맛에 가슴이 더욱 시큰거렸다.그는 세희와 시현에게서 시선을 강제로 거두며, 자신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눈을 드리웠다.‘내가 왜 이러지? 왜 이렇게 질투를 느끼는 거야?’세희는 다른 사람과 정상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지만, 우빈은 마음이 매우 답답했다.이런 감정을 풀기 위해 우빈은 휠체어를 밀며 인우에게 말했다.“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인우도 혼자 이곳에 남고 싶지 않아 얼른 일어섰다.“같이 가요, 우빈 형!”두 사람은 시현의 주의를 끌었다. 시현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미안. 내가 세희와 이야기를 나누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