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는 뭔가 알고 있는 듯, 옆에 있는 어린 소녀를 바라보았다.세희는 소현에게 말했다.“넌 먼저 돌아가.” 소현은 세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 눈빛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경고였고, 마치 세희가 이 일을 해낼 수 없다면, 절대로 그녀를 가만 두지 않을 것만 같았다.소현이 사라지자, 세희는 캐리에게 소현의 집주소를 알려주었다.“알았어. 난 먼저 가서 상황을 알아볼 테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그래요, 그럼 아저씨한테 부탁할게요.”캐리가 떠난 후, 세희는 옆에 앉아 있는 우빈과 인우를 바라보았다. 우빈은 그나마 평온한 편이었지만, 인우는 오히려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문 앞을 쳐다보았다.세희는 의자에 앉아 인우에게 물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누나, 왜 바람을 피운 남자가 오히려 자신의 아내와 딸을 살해한 거죠?”세희는 의자에 기대었다.“자부심이 강한 사람은 종종 다른 사람을 탓하기 마련이지. 결혼이 무슨 대단한 일인 것 같아? 그저 두 사람이 모여 남은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일 뿐. 인우야, 넌 앞으로 결혼하든 안 하든 이것만 기억해. 인생은 오직 너 자신의 것이니까, 남은 널 대신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러니 슬프게 보내는 것 대신, 즐겁게 보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인생도 단지 3만 일에 불과하니, 자신을 위해 살자고.”“누나, 난 누나의 말을 인정하지 않아요.”세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이유는?”인우는 세희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우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우빈 형, 우리 누나가 한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난 세희의 말을 인정해. 하지만 사람은 오직 집념을 위해 사는 것일 뿐이잖아?” 우빈은 담담하게 분석했다.“집념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할 뿐이야.”세희가 반박했다.우빈은 그저 웃으며 말했다.“집념이 없으면, 너도 살아갈 동력이 없을 텐데.”세희는 말문이 막혔고, 우빈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세희는 캐리의 말을 아주 잘 들었다. 가게 문을 닫은 다음, 기사에게 먼저 우빈을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고, 자신과 인우는 스스로 마인하우스로 돌아갔다.집에 들어가기도 전에 인우는 세희를 붙잡았다.“누나, 내일 나도 같이 가고 싶어요.”“내일이 무슨 요일인데?”“일요일이잖아요!” 인우가 대답했다.“어떻게 시간까지 잊은 거예요?”“그래, 그럼 같이 가자. 학교에 나가야 할 땐 나랑 돌아다닐 생각하지 마.”문을 열고 들어가자, 세준과 희민은 아직 자지 않고 모두 거실에 앉아 있었다.세희와 인우가 새벽 1시 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것을 보고, 세준은 바로 그들을 꾸짖으려 했다. 그러나 희민은 얼른 그를 막았다.“세희야, 인우야, 이제야 일을 다 끝낸 거야?”“아니요.” 인우는 앞다투어 입을 열었다.“내일 엄청 바쁠 거예요. 우리 누나가 사건을 해결해야 하거든요.”“사건?” 세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사건?”인우는 세희를 바라보았고, 자신이 말해도 되는지 몰랐다. 그러나 세희는 그를 보지 않은 채, 오늘 밤에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경찰서에 내가 아는 과장이 있는데, 이따가 고 과장의 번호를 너에게 알려줄게.” 세준이 말했다.“그래, 난 이제 그만 올라가서 자야겠다. 너무 졸려.”세희가 하품을 연발하는 것을 보고, 세준과 희민도 더 이상 무슨 말을 하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세수를 한 다음, 침대에 누웠다. 한참이나 뒤척였지만, 여전히 잠이 오지 않자, 세희는 아예 수지에게 톡을 보냈다.[수지야, 자?]얼마 지나지 않아 수지가 답장을 보냈다.[자려던 참인데, 넌 왜 아직 안 잤어?][나 오늘 거절당했어.]수지는 놀란 이모티콘을 보냈다.[그게 무슨 뜻이야?][나 오늘 우빈과 키스를 할 뻔했는데, 우빈이 갑자기 머리를 돌린 거 있지. 지금 우리 사이에 이런 거 하면 안 된다나.][그건 좋은 일이잖아. 진우빈이 책임감 있는 남자란 걸 설명하지.][그렇긴 한데, 내가 마음이 너무 급했나 봐.][급할수록 돌아가
두 사람이 차에 타자, 세희는 계란 두 개를 먹은 다음 또 우유 하나를 마셨다.“누나, 세준 형이 아침에 외출할 때, 이미 경찰서의 사람과 연락했다고 했는데. 그 고 과장이란 사람에게 연락왔어요?”“응, 내가 먼저 연락했어.” 세희는 오물오물 대답했다. “가게에서 우리를 기다리겠데.”“우빈 형은요?” 인우가 물었다.왠지 모르지만, 우빈이 옆에 있으면 인우는 두려움이 없었기에 그와 함께 가고 싶었다.“몰라. 하지만 다리가 불편해서 아마도 우리와 함께 가지 않을 거야.”인우는 실망한 나머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아.”30분 후, 가게에 도착하자, 길가에 검은색 포르쉐 카이엔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세희는 힐끗 본 다음, 가게 문을 열려고 몸을 돌렸다. 그러나 열쇠를 꺼내기도 전에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세준 여동생!!”이 호칭을 듣자, 세희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키가 훤칠하고 젊은 남자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남자의 피부는 구릿빛이었고, 이목구비가 또렷해서 보기만 해도 성격이 좋아 보였다.그는 세희 앞으로 다가가더니, 새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안녕, 내가 바로 세준의 친구 고시현이야.”세희는 고시현의 손을 잡으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강세희라고 해요.”“세준과 많이 닮았네. 아주 수려하게 생겼어!”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세준 오빠가 수려하게 생겼다고? 이런 말을 처음 듣네.’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시현은 손을 거두더니 또 뒤의 향불 가게를 바라보았다.“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런 장사를 할 줄은 몰랐는데.”세희는 설명하려 했지만, 시현은 또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 뭐지, 밖이 너무 춥네. 너희 여자애들은 추위를 탈 텐데, 우리 들어가서 얘기할까?”세희는 어이없어하며, 앞의 잘생겼지만 수다쟁이인 남자를 바라보았다.“아, 네.”문을 연 후, 세희는 시현을 안으로 초대했다. 세 사람이 앉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고 과장님, 지금...”“과장님이라 부르지
세 사람이 가게를 나서서 시현의 차에 탄 순간, 우빈은 마침 경호원과 함께 가게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는 세희가 다른 남자의 차에 올라간 것을 똑똑히 보았다.차가 떠나자, 우빈은 침묵에 잠겼다.거의 한 시간을 달린 후, 세희 일행은 풍화 아파트에 도착했다.시현은 차를 세우며 그 아파트를 힐끗 바라보았다.“범인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그건 쉽게 알아낼 수 있어요.”세희는 말하면서 시현을 보았다.“하지만 이따가 날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마요.”“그게 무슨 뜻이야?” 시현은 영문을 몰랐다. 세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또 고개를 돌려 인우를 바라보았다.“우리 누나는 지금 캐리 아저씨를 찾으려고 해요. 하지만 캐리 아저씨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묻지 마요. 이따가 우리 누나가 혼잣말을 할 테니까, 시현 형은 그냥 입을 다물면 돼요.”세희의 능력이 자랑스러운 인우는 잘난 척하기 시작했다.시현은 머리를 긁적였다.“그래, 그럼 너희들이 편한 대로 해.”그러나 시현이 생각지도 못한 것은, 세희가 차에 앉아 목청을 높이며 누군가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다.“캐리 아저씨.”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악마를 소환하는 일종의 의식 같아, 유난히 익살스러웠다. 그렇게 웃으려던 순간, 시현은 갑자기 싸늘한 기운을 느꼈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외투로 몸을 꽁꽁 감쌌고, 마음속으로 치솟는 불안감에 끊임없이 사방을 둘러보았다.곧이어 귓가에 세희의 목소리가 울렸다.“캐리 아저씨, 그 남자의 이름이 뭔지 알아요?”날아들어온 캐리는 세희의 옆에 앉아서 말했다.“그건 잘 몰라. 지금 그 여자 귀신을 찾아가서 물어볼 수 있는데.”“그럼 아저씨에게 잘 부탁할게요. 될수록 그 사람의 생김새까지 알아봐요.”“좋아.”세희가 말을 마치자, 시현은 그녀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는 확실히 세희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었다.‘공기와 말 몇 마디 했다고 바로 범인의 이름과 모습을 알 수 있다니? 요즘 여자아이들은 제정신이 좀 아닌 것 같아... 난 그래도 강세희가
“그래, 네 고모부는 확실히 집에 있어. 얼른 올라가.”중년 여자가 떠난 후, 세희는 놀라서 입이 쩍 벌어진 시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복도로 걸어갔다.세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도착했다. 505호를 찾은 세희는 바로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야!” 시현은 즉시 세희를 불렀다.“이렇게 무턱대고 문을 두드리면 범인을 놀라게 할지도 몰라!”“그럼 문을 부수고 들어가려고요?” 세희는 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경찰복도 입지 않았는데, 뭐가 무서운 거예요?”시현은 말을 하지 않았고, 세희는 그런 남자를 무시하며 계속 문을 두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왔는데요, 문 좀 열어 주시겠어요? 가스 검사하러 왔거든요.”세희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거짓말을 하자, 시현은 놀라서 엄지손가락을 들 뻔했다.왕철민은 관리사무소의 사람인 것을 듣고 바로 문을 열었다. 그는 눈밑에 다크서클이 무척 심했고, 정신 상태도 매우 위축되어, 딱 봐도 귀신의 ‘괴롭힘’을 받은 사람 같았다.세희는 웃으며 인사했다.“실례하겠습니다.”왕철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비켜 세희 일행더러 들어오게 했다. 다만, 두 번째로 들어온 인우를 보자, 그는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잠깐만!”왕철민은 경계에 찬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더니 인우를 가리켰다.“이 사람은 미성년자 같은데.”세희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서요, 뭐가 문제죠?”말이 떨어지자, 세희는 즉시 시현을 바라보았다.“고 과장님, 얼른 범인을 제압해요!”시현은 반응이 아주 빨라서, 불과 몇 초 만에 왕철민을 붙잡았다. 그리고 긴 다리를 구부리더니, 문까지 닫았다.왕철민은 발버둥 치며 반항했지만, 전혀 시현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는 패배를 인정하고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았다.세희는 소파에 앉아 가슴을 안으며 왕철민을 바라보았다.“자신의 딸과 아내를 죽인 죄를 인정하는 거예요?”“인정해.” 왕철민의
세희가 입을 열었다.“그래서 배신을 당했다는 분노에 이옥림과 왕소현을 살해한 거예요?”“처음에 나도 사람을 죽일 생각하지 않았어. 그 남자와 연락을 끊으면, 나도 그 여자를 용서하겠다고 했거든. 그러나 이옥림이 어떻게 대답했는지 알아? 앞으로도 계속 바람을 피울 거래. 마음속에 이미 내가 없으니까, 제발 자신을 놓아달라고. 그리고 또 그 남자와 결혼할 거라잖아! 심지어 소현에게 내가 먼저 바람을 피웠지만, 오히려 폭행을 한다는 거짓말까지 했어. 날 보는 그 아이의 눈빛은 마치 쓰레기를 보는 것과 다름이 없었고. 난 소현을 6년 넘게 키웠는데, 결국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그런 눈빛으로 날 보다니! 그래서 홧김에 이옥림과 그 여자 딸의 목을 졸라 죽였어.”시현이 물었다.“시체는 어디에 있죠?”“냉장고에.” 왕철민이 대답했다.“난 그 여자의 시체를 토막으로 나눈 다음, 눈알과 생식기관은 따로 파서 개에게 먹였어.”말을 마치자, 왕철민은 일어서서 침실로 향했다.“내 말 믿지 못하겠으면, 내 손에 이옥림이 불륜을 저지른 증거가 있어.”시현은 얼른 따라갔다. 왕철민이 핸드폰을 꺼내 다시 소파에 앉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는 벽에 계속 기대었다.왕철민은 이옥림이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를 탁자에 올려놓으며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다 본 세희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진정으로 바람을 피우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확실히 그의 아내 이옥림이었다. 그럼 소현은 이 일을 알고 있었지만, 시체를 구하기 위해 일부러 그들을 속인 것이다.이렇게 생각하니 세희는 그제야 깨달았다.‘왕소현은 이옥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리가 없어. 모녀는 틀림없이 함께 이 계획을 짠 것일 거야. 귀신같은 존재들은 참...’‘정말 경계할 수밖에 없군. 그렇지 않으면 언제 함정에 빠졌는지조차 모르잖아. 방금 전까지도 난 여전히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시현이 입을 열었다.“그 모녀가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짓밟았어도, 사람을 죽이면 안 되죠.”“나도 이게 내 잘못이라는 것을 잘
세희는 선물을 보고 물었다.“이게 뭐예요? 도와줘서 고맙다는 답례인 가요?”시현은 어색하게 웃었다.“그런 셈이야. 하지만 내가 네 능력을 의심했기 때문에 너무 미안해서 그래.”“천만에요. 나도 이 특별한 능력 때문에 의심을 많이 받아서 다 이해해요. 이렇게까지 사과할 필요 없는데.”“아니야, 남은 남이고, 난 나니까 제발 받아줘. 게다가 만약 세준이 내가 네 능력을 의심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자식은 아마 날 죽도록 욕할 거야.”시현의 진심 어린 사과를 듣자, 세희는 더 이상 거절을 하지 않았다.“그럼 그냥 여기에 두면 돼요. 고마워요.”세희는 인우를 힐끗 보더니, 물건을 들고 들어가라고 했다.인우가 받자, 시현은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나가서 밥 먹으려고?”세희는 대답했지만, 시현이 계속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밥 살게. 우리를 도와 사건을 해결해 줘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말이야.”“아니에요.”세희는 바로 거절했다. “우린 대충 먹으면 되니까, 굳이 돈을 쓸 필요 없어요.”“에이,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네 오빠와 내가 친구인 이상, 너도 사양하지 마.”시현의 열정에 세희는 한동안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 인우에게 먹을지 말지를 물어보려 하다가, 그녀는 오히려 시현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우빈을 발견했다.잔잔한 눈동자 속에는 어떤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세희의 머릿속에 문득 수지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은근히 웃더니 고개를 돌려 시현에게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같이 먹으러 가요.”아니나 다를까, 우빈은 고개를 들어 세희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못 본 척 인우더러 우빈을 밀라고 한 뒤, 시현과 함께 나갔다.세희와 시현은 앞에서 걷고 있었고, 인우는 우빈을 밀고 두 사람을 따라갔다.인우는 그들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뒤에서 보니까, 고 과장님과 우리 누나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우빈은 저도 모르게 손잡이를 꽉 잡았다.인우는
세희는 웃으며 시현에게 물었다.“그럼 귀신과 사람, 어느 게 더 무섭다고 생각해요?”시현은 잠시 생각했다.“사람이 더 무서운 것 같아. 귀신은 기껏해야 우리에게 겁을 줄 뿐이지.”“맞아요. 사람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는 법이잖아요. 심지어 사람을 해치는 것도 다 사람이고요. 귀신은 말이에요, 먼저 건드리지 않는 한, 사실 그들도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악귀는 예외예요.”“그럼 넌 악귀를 본 적 있어?” 시현이 물었다.세희는 고개를 저었다.“나는 지철 할아버지의 보호를 받고 자라서, 아직 악귀를 본 적이 없어요. 마찬가지로 나도 악귀와 부딪치고 싶지 않고요.”“소 눈물을 바르면 귀신을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정말이야?”“네.” 세희는 눈썹을 들며 그를 바라보았다. “귀신 보고 싶어요?”시현은 무척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럼! 난 과학을 믿는 사람이지만, 오늘 네 능력 덕분에 신기한 일을 많이 안 것 같아. 기회가 된다면, 나도 널 따라 귀신을 한 번 보고 싶어.”세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왜 소풍 가는 것처럼 말하는 거예요?”세희가 시현의 말에 웃는 것을 보고, 우빈은 심장이 무언가에 맞은 것처럼 괴로웠다. 하지만 아파도 그는 내색할 수 없었다.‘난 두 사람이 얘기하지 못하게 막을 입장과 자격이 없으니까.’우빈은 레몬물을 한 잔 또 한 잔 마셨고, 혀끝에서 전해오는 신 맛에 가슴이 더욱 시큰거렸다.그는 세희와 시현에게서 시선을 강제로 거두며, 자신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눈을 드리웠다.‘내가 왜 이러지? 왜 이렇게 질투를 느끼는 거야?’세희는 다른 사람과 정상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지만, 우빈은 마음이 매우 답답했다.이런 감정을 풀기 위해 우빈은 휠체어를 밀며 인우에게 말했다.“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인우도 혼자 이곳에 남고 싶지 않아 얼른 일어섰다.“같이 가요, 우빈 형!”두 사람은 시현의 주의를 끌었다. 시현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미안. 내가 세희와 이야기를 나누느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