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인우를 밀었다.“정인우, 도대체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야??”인우는 머리를 푹 숙이며 심지어 눈까지 감았다.“누나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 두렵지 않겠지만, 난 아니잖아요! 귀신이 너무 무서워요!!”“넌 이미 날 따라 이 일을 하기 시작했어.” 세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안심해. 네가 귀신을 볼 수 있어도, 귀신은 감히 너에게 접근하지 못할 거야.”인우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어 되물었다.“왜요?”세희는 인우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아예 부적 한 장을 꺼내 인우의 몸에 붙였다.“이따가 귀신을 본다면, 나에게 네 손을 줘. 그럼 너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야.” 세희가 말했다.인우는 멍하니 세희를 따라갔다. 그러나 그녀가 한 말 때문에 그도 많이 안심이 되었다.그러나 고개를 든 순간, 인우의 눈앞에서 하얀 그림자가 휙 지나갔고, 인우는 놀라서 눈을 부릅뜨더니 안색이 돌변했다.겁에 질린 인우는 세희를 껴안고 와와 소리쳤다.“누나! 귀신!! 나 귀신 봤어요!! 귀신이 있다고요!!!”세희는 날아가는 처녀귀신을 바라보며 말했다.“맞아, 그것은 흰 옷을 입은 처녀귀신이야. 괜찮아, 그 귀신은 이미 다른 데로 놀러 갔어.”‘뭐? 귀신이 혼자 놀러간다고?! 그럴 리가! 전혀 믿기지가 않아!’세희는 직접 강의동에 가지 않고, 인우를 데리고 인공 호수에 갔다.어젯밤 상황에 따르면, 이 귀신들은 모두 이쪽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눈을 꼭 감은 인우를 데리고 호숫가에 도착하자, 세희는 그의 팔을 두드렸다.“됐어, 이제 안전하니까 눈 떠.”인우는 세희의 말을 믿고 눈을 번쩍 떴다.그러나 앞에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귀신을 보았을 때, 인우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마치 수시로 기절이라도 할 것 같았다.세희는 인우의 뒤통수를 세게 쳤다.“정신 차려!! 그들은 널 해치지 않을 거야!!”인우는 아파서 정신을 차렸는데, 앞에 있는 수많은 귀신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 직전이었다
인우는 용기를 내어 앞의 있는 귀신들을 바라보았고, 서서히 적응한 다음 다시 세희에게 말했다.“누나, 나 이제 두렵지 않아요. 귀신들은 사실 보통 사람과 비슷한 것... 어머 깜짝이야!!”인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와 1미터도 안 되는 곳에 머리가 눌려서 변형된 귀신이 지나갔다. 겁에 질린 인우는 또다시 타조처럼 머리를 안고 땅바닥에 엎드려 부들부들 떨었다.세희는 길게 한숨을 쉬며 앞으로 다가가서 인우의 옷깃을 잡은 다음, 그를 끌고 강의동으로 갔다.두 사람은 어젯밤에 찾아간 그 교실에 도착했다.세희는 위의 교실들을 한 바퀴 돌아다녔지만, 그 처녀귀신을 찾지 못했기에 향을 피워 그녀를 유인하려고 했다.향에 불이 붙자, 세희는 뒤로 물러났고, 이때, 누군가 나타났다.그 처녀귀신은 거꾸로 매달린 모습으로 세희 앞에 나타났다.세희는 매우 침착했지만, 한쪽에 있던 인우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는 비록 전처럼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지만,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앞에 있는 처녀귀신은 비록 얼굴이 파랗게 질렸지만, 이목구비는 정말 정교했다. 청순하면서도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은 미모였다.인우는 많은 미녀를 만났지만, 이런 용모의 여인은 확실히 많이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도 참지 못하고 처녀귀신에게 시선을 주었고, 두려움이 싹 가셨다.그러나 앞에 있는 귀신은 지금 탐욕스럽게 앞에 있는 향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흡입하고 있었다.처녀귀신을 보자, 세희는 냉소를 하며 손을 들어 그 향을 억지로 꺾었다.처녀귀신은 멍해지더니 분노에 찬 눈빛으로 세희를 쳐다보았다. 인우조차도 의아하게 세희를 바라보았다.“이게 무슨 뜻이야?”“무슨 뜻일 것 같아요?”세희가 되물었다.“내가 물어본 일에 대해 잘 알면서도, 거짓말로 날 속였잖아요.”처녀귀신은 놀라움을 느꼈다.“그걸 어떻게 알았지?”“그건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에요. 오늘 내가 다시 찾아온 것은 바로 당신에게 이 일을 똑똑히 묻고 싶어서예요.”처녀귀신은 웃으며 공중에 떠서 다리를 꼬
처녀귀신의 시선은 인우의 몸에 떨어졌고, 잠시 후에야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양기가 가득 찬 팔자야?” 처녀귀신의 목소리도 덩달아 떨렸다.“맞아요.”세희는 솔직하게 말했다.“그러니 나와 배합하지 않으면, 당신은 환생조차 하지 못할 거예요.”처녀귀신은 진지하게 물었다.“너 정말 날 도와 염원을 완성할 수 있어? 확실해?”“난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수 있지만, 사람을 죽이거나 다른 범죄와 관련된 일이라면 먼저 사양할게요.”“범죄 정도는 아니야.” 처녀귀신은 천천히 내려와서 땅에 둥둥 떠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까다로운 일이지.”“이유는요?”“이 건물을 허물어야 하거든.”이번에 세희가 어리둥절해졌다.“이 건물을 허문다고요?”“그래.” 처녀귀신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 시체는 이 건물 아래에 묻혀 있어. 53년 동안 줄곧 발견되지 않았지. 시체가 이렇게 버려져 있으니, 난 또 어떻게 달갑게 이곳을 떠나겠어?”세희는 그녀의 말에 충격을 받은 게 분명했다.하지만 이 처녀귀신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세희는 먼저 조사를 해야 했다.“이름이 뭐예요?”“육성빈.” 성빈이 말했다.“이 학교 제10기 외국어 학과 1학년 학생이야. 경찰한테 물어보면 아마도 내 정보를 알 수 있을 거야.”“그럴 필요 없어요. 난 다른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으니까요.”말하면서 세희는 인우를 바라보았다.“희민 오빠에게 전화를 한 다음, 육성빈을 조사해달라고 해. 아마도 53년 전에 이 사람에 관한 실종 사건이 있을 거야.”인우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내 희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희민이 전화를 받았다.“형, 자요? 누나가 부탁할 일이 좀 있다고 해서요.”“아직이야.” 희민이 말했다.“세희가 뭘 부탁했는데?”인우는 희민에게 처녀귀신의 상황을 대충 말했다.희민은 바로 대답했다.“10분만 줘.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네.”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희민이 다시 전화를 했다.인
“이것 봐.”이때, 성빈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손을 들어 맞은편의 강의동을 가리켰다.“그 짐승 같은 자식이 뛰어내릴 거야.” 성빈의 눈 밑에는 광기가 맴돌았다.세희와 인우는 성빈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았다.맞은편 강의동의 옥상에는 확실히 몸매가 마르고, 정신이 매우 위축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꼭대기층에 서 있었는데, 불과 몇 초 만에 뛰어내렸다.강의동은 8층이었고, 아래는 시멘트로 된 길이었다.뛰어내린 후, 남자는 머리가 먼저 땅에 떨어졌기에, 피와 뇌장이 모두 튀어나왔다.인우는 이를 보자마자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그, 그래서 이 사람이 바로 누나를 죽인 개X식이에요?”성빈은 고개를 돌려 인우를 바라보았다.“개자식이라, 이 말이 정말 마음에 들어.”말이 끝나자, 성빈은 계속 아래층으로 걸어갔다.“그동안 내 부모님은 나의 일로 학교밖에서 10년이나 항의를 했어. 시간이 지날수록 내 부모님들은 몸이 나빠졌고, 마지막에는 내 어머니가 먼저 쓰러져 세상을 떠나셨어. 내 아버지도 결국 슬픔에 이기지 못하고 따라서 세상을 떠나셨지.”세희가 말했다.“그 교수님은 정말 짐승보다도 못하네요.”말하면서 세 사람은 1층 두 번째 교실의 한쪽 구석으로 걸어갔다.성빈은 그곳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난 이 밑에 묻혀 있어. 깊이는 1m도 안 될 거야.”세희는 잠시 본 뒤 눈살을 찌푸렸다.“파기 힘든 편은 아니에요. 벽을 조금 부수면, 파낼 수 있거든요.”“그건 너희들이 처리해야 할 일이야.”성빈이 말했다.“내 시체를 파내면, 그 남자 귀신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줄게. 참, 관 하나 사주는 김에 무덤까지 찾아줘, 어때?”“그래요.”성빈은 세희가 이렇게 빨리 승낙할 줄은 몰랐다.“적지 않은 돈이 들 텐데.”“도와준다고 했으니 난 당신을 끝까지 도울 거예요. 돈이 들든 말든, 나도 그저 덕을 쌓았다고 생각하려고요.”세희를 바라보는 성빈의 시선은 차가움에서 점차 복잡해졌다. 그녀는 한참 동안 침묵한 후에 고개를
수지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인우와 함께 병실을 떠났다.세희는 문과 창문에 부적을 모두 붙이고서야 안심하고 욕실에 들어가 씻었다.이날 밤은 무사히 지나갔다.이튿날 아침, 아직 자고 있던 세희는 회진하러 온 의사 때문에 깨어났다. 그녀는 얼떨결에 일어나 앉았고, 그제야 우빈이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단 것을 발견했다.세희는 얼굴을 붉히며 얼른 내려와서 욕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다시 나올 때, 의사는 아직 가지 않았고, 오히려 인우가 거들먹거리며 세 간병인을 데리고 들어왔다. 손에는 심지어 아침까지 들고 있었다.세희를 보자, 인우는 손을 들면서 인사를 했다.“누나! 큰 형이 간병인을 데리고 오라고 했어! 참, 지금 큰 형은 병원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누나가 한 번 가 봐!”말을 마치자, 우빈은 아침을 우빈의 침대 위에 놓았다.“우빈 형, 이따가 간병인이 먹여줄 거예요. 나랑 누나는 일이 좀 있어서 먼저 나가야 하고요.”세희는 저도 모르게 우빈을 바라보았다. 우빈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먼저 가라고 표시했다.인우도 달려가서 세희의 목을 껴안았다.“누나, 간병인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요.”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우와 병원을 나섰는데, 단번에 희민의 차를 발견했다.두 사람이 올라타자, 희민은 차에 시동을 걸며 말했다.“세희야, 일단 아침 먹으러 가자.”희민이 이렇게 말하기 전에 세희는 미처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녀의 배도 따라서 꼬르륵 했다.굶주린 배를 만지며 세희가 말했다.“근처에 있는 분식집으로 가자. 나 배고파 죽겠어.”“좋아.” 희민이 웃으며 말했다.분식집에 도착하자, 희민과 인우는 세희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세희가 뭐 좀 먹고 나서야 희민이 물었다.“세희야, 어젯밤의 일에 대해서 말이야, 나한테 할 말 있지 않아?”세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곧장 인우를 바라보았다.‘이건 뭐 생각할 필요도 없지. 인우는 틀림없이 오빠에게 땅을 파서 시체를 찾아야 한다는
“그 남자 귀신을 아는 거야?” 우빈이 질문을 했다.세희는 옆에 있던 사과를 들고 한 입 깨물었다.“그래, 그 처녀귀신이 날 속인 거 있지?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세희는 먹으면서 우빈에게 설명했다. 우빈의 눈빛은 놀라움에서 차츰 차분함으로 변했다.“그 처녀귀신도 많이 불쌍하군.”“그래.”세희는 사과씨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래서 이건 나 자신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그 여자를 돕는 거지.”“지금의 난 아무런 도움이 안 되네. 그동안 내 일 때문에 너도 많이 고생했어.”“고생은 무슨.” 세희는 우빈의 이불을 정리해 주었다.“그런 생각 하지 마. 나 때문만 아니었어도, 넌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자, 이제 편히 쉬고 있어. 이 일들은 다 나에게 맡기면 되니까.”우빈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애틋한 눈빛으로 세희를 바라보았다.저녁 무렵,세희는 희민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들은 확실히 강의동 아래에서 백골 한 구를 발견했다고 한다.지금은 이미 법의관으로 실려가 감정을 받고 있었다.“응, 알겠어. 고마워, 오빠.”“난 이미 경찰 측에 미리 말을 해뒀으니, 네가 조서를 하러 가길 원한다면 가. 가고 싶지 않아도 상관없어.”“그 사람들이 날 찾아오지 않으면, 나도 가지 않을래. 귀찮다.”“응, 그럼 저녁에 인우더러 너랑 학교에 가라고 할게. 지금 바로 인우 데리고 갈게.”“알았어.”전화를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희민은 인우를 데리고 왔다.전과 달리, 이번에 인우의 태도는 무척 적극적이었다.“누나!” 인우는 세희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우리 이제 언제 학교에 가면 돼요? 빨리요!”세희와 우빈은 그를 바라보며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인우를 잘 알고 있는 세희는 즉시 반응했다.“지금 그 미녀 귀신이 보고 싶은 거야?”인우는 헤헤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에이, 하지만 정말 예쁘게 생겼잖아요!”세희의 표정은 갑자기 엄숙해졌다.“정인우, 지금 난 확실히 네 능력이 필요해서 널 데리고 다니는 거지
그러나 이번에 세희와 인우가 4층에 도착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계단 모퉁이에서 성빈의 뒷모습을 보았다.그녀는 유리를 통해 맞은편 강의동을 바라보며 묵묵히 서 있었다. 세희와 인우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도 성빈은 돌아보지 않았다.세희도 조급해하지 않고 인우의 손을 잡으며 함께 계단에 앉았다.3분도 안 되자, 성빈이 입을 열었다.“나의 말도 안 될 정도로 끔찍한 인생은 오늘 밤에 완전히 끝날 거야. 한때 나도 미움과 증오를 한 적이 있지만,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난 심지어 내가 무엇을 원망하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렸어. 참 웃기지?”“웃기죠, 당신은 인간이 될 자격조차 없는 그 교수님을 좋아했으니까요.”세희의 말을 듣고, 인우는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앞에 있던 성빈도 몸을 돌려 의아하게 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는 일어나서 말했다.“당신이 말했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무엇을 원망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나라면, 매일 자신을 죽인 살인자가 건물에서 떨어지는 것을 지켜봐도 즐거움을 느끼지 않았을 거예요. 그 장면을 보면, 난 죽음을 당했을 때의 절망에 빠져,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겠죠. 심지어 이곳에서 도망쳤을지도 몰라요. 어차피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 그 영혼은 또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았죠. 여기에 남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매일 여기서 그 사람이 자살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오늘 밤 당신이 서 있는 위치도 그 사람이 추락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죠. 당신은 지금 섭섭해하고 있어요. 정말 사이코패스가 다름없네요.”성빈은 세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사람 마음을 꿰뚫어볼 수 있는 거야?”“아니요. 당신의 언행에서 발견한 거예요. 호수에 있는 귀신이 나에게 그렇게 말하더군요, 당신은 줄곧 다른 귀신들을 괴롭혔다고. 그러나 자신을 죽인 범인을 앞에 두고, 당신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성빈은 잠시 침묵하다가 갑자기 크게 웃었다.“그래... 난 사이코패스야. 영락없는
오늘 밤, 세희는 여전히 병원으로 돌아가서 우빈과 함께 있었다.인우도 궁금증을 풀지 못했기에 세희를 따라서 병원에 갔다. 병원에 도착하자, 세희는 병실 문을 살짝 열었다.세 명의 간병인이 모두 안에 있고, 또 우빈도 곤히 잠든 것을 확인하고서야, 세희는 안심하고 문을 닫은 다음, 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인우와 복도 끝까지 걸어갔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계산하며, 세희는 하영의 번호에 전화를 했다.한참이 지나서야 하영이 연결되었고, 세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엄마, 지금 시간 있어요?”하영은 지금 유준과 함께 거리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세희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하영은 유준을 끌고 한쪽 벤치에 앉았다.“무슨 일 있어, 세희야?”“엄마, 캐리 아저씨 기억나요?” 세희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 이름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기에, 하영은 은근히 슬픔을 느꼈다.“응, 기억하지.”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엄마, 캐리 아저씨는 아마 예전의 캐리 아저씨가 아닐 거예요.”하영은 멍하니 있다가 얼른 물었다.“캐리를 본 거야? 네 곁에 나타났어?”“아직 아저씨를 보지 못했어요.”세희가 설명했다.“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캐리 아저씨가 확실히 내 곁에 있다는 거예요. 심지어 아저씨는 우빈을 다치게 했어요. 그게 무엇 때문이든, 난 절대로 아저씨를 용서할 수 없어요!”“우빈을 다치게 했다고?” 하영은 미처 반응을 하지 못했다.“너, 우빈을 찾은 거야? 너희들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왜 아무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은 거야?”세희는 벤치에 앉아 하영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천천히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빈이 캐리로 인해 다친 것까지 전부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하영은 듣자마자 바로 반박했다.“캐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비록 성질이 좀 있지만, 마음씨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세희야, 지금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니야?”“엄마.” 세희는 엄숙하게 말했다.“귀신은 귀신이고,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