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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유현진 역시 망설이지 않고 한쪽 다리를 창틀에 올리고 상대의 어깨에 힘을 실어 안으로 넘어왔다.

두 발이 바닥에 닿자마자 다리가 풀린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주강운이 얼른 그녀를 부축했고 유현진은 초췌한 모습으로 상대의 품에 안겼다.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를 살려보고자 했지만 상대는 이미 그녀가 남자 화장실의 창문을 통해 넘어온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이제 와서 이미지를 세탁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될 대로 되라지.’

또 다른 누군가가 화장실로 들어왔고 그들의 모습에 헛기침을 하더니 “실례합니다.” 한 마디만 남기고 떠나버렸다.

유현진은 말문이 막혔다.

해명할 수 없는 오해였다.

두 사람은 화장실에서 나와서 119에 신고하며 사람을 찾아 여자 화장실 문을 열었다.

호텔 직원의 빠른 행동력으로 얼른 여자를 화장실에서 구출했다.

유현진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 탓인지 여자의 안색은 많이 좋아졌고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의사 역시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하여 간단한 검사를 마치더니 감탄했다.

“조치가 빨라서 상태가 심각하진 않네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시름을 놓았다. 특히 호텔 매니저는 안도감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신분이 고귀한 분들이라 만약 호텔에서 인명피해가 생겼다면 그가 책임질 수 있는 사태가 아니었다.

매니저는 얼른 여자를 객실로 안내하여 의사의 치료를 받게 조치했다.

그러면서 유현진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분은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 혹시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

유현진이 손사래를 쳤지만 곁에 있던 주강운이 그녀를 대신하여 답했다.

“차현진 씨라고 합니다.”

유현진은 가명을 듣더니 속으로 움찔했다.

“현진 씨였군요. 혹시 어느 방에 머무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희 호텔의 구세주와 다름이 없으니 감사의 인사로 한별 씨의 모든 소비 금액을 저희 호텔이 부담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유현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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