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 역시 망설이지 않고 한쪽 다리를 창틀에 올리고 상대의 어깨에 힘을 실어 안으로 넘어왔다.두 발이 바닥에 닿자마자 다리가 풀린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주강운이 얼른 그녀를 부축했고 유현진은 초췌한 모습으로 상대의 품에 안겼다.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를 살려보고자 했지만 상대는 이미 그녀가 남자 화장실의 창문을 통해 넘어온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이제 와서 이미지를 세탁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될 대로 되라지.’ 또 다른 누군가가 화장실로 들어왔고 그들의 모습에 헛기침을 하더니 “실례합니다.” 한 마디만 남기고 떠나버렸다.유현진은 말문이 막혔다.해명할 수 없는 오해였다.두 사람은 화장실에서 나와서 119에 신고하며 사람을 찾아 여자 화장실 문을 열었다.호텔 직원의 빠른 행동력으로 얼른 여자를 화장실에서 구출했다.유현진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 탓인지 여자의 안색은 많이 좋아졌고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의사 역시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하여 간단한 검사를 마치더니 감탄했다.“조치가 빨라서 상태가 심각하진 않네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시름을 놓았다. 특히 호텔 매니저는 안도감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신분이 고귀한 분들이라 만약 호텔에서 인명피해가 생겼다면 그가 책임질 수 있는 사태가 아니었다.매니저는 얼른 여자를 객실로 안내하여 의사의 치료를 받게 조치했다.그러면서 유현진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분은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 혹시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 유현진이 손사래를 쳤지만 곁에 있던 주강운이 그녀를 대신하여 답했다.“차현진 씨라고 합니다.” 유현진은 가명을 듣더니 속으로 움찔했다.“현진 씨였군요. 혹시 어느 방에 머무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희 호텔의 구세주와 다름이 없으니 감사의 인사로 한별 씨의 모든 소비 금액을 저희 호텔이 부담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유현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 멋지긴 하지만 파티에서는 더 아름답게 입을 수 있죠.” ‘센스 있네.’ 체면을 지켜주는 동시에 칭찬까지 동반한 말을 마다할 이는 없었다.유현진은 만약 강한서라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했다.강한서는 분명 치가 떨린다는 얼굴로 “거지냐?” 라고 대꾸하고는 수건을 그녀의 얼굴에 덮으면서 쪽팔린 짓 하지 말라고 경고하겠지.생각하자 울컥 화가 치밀었다.‘사람이 어떻게 이리도 다를 수 있지?” 매니저는 흔쾌히 방 하나를 내주었다.“우선 준비하고 있어요. 이따가 다시 올게요.” 주강운은 그녀를 방에 들여보내고 자리를 떠났다.유현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주강운 역시 그녀를 따라서 방에 들어가면 얼마나 어색할지 걱정했던 것이다. 주강운은 아주 신사적이었다. 그는 유현진이 다른 사람에게 이상한 오해를 살까 같은 방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다.주강운이 엘리베이터에 타자 한성우가 단톡방에서 그에게 물었다.“강운아, 똥통에 빠졌어?” 주강운은 답장을 하지 않았다.한성우가 다시 문자를 보냈다.“방혁 그 자식이 네가 화장실에서 여자랑 이상한 짓 한다던데, 사실이야?”“여자한테는 관심도 없던 네가 웬일이야? 어떤 여자야? 예뻐? 어느 집 자제분이셔?”주강운이 이를 으득 갈더니 답장을 보냈다.“머릿속에 음란마귀만 가득 찬 너랑 내가 같아?” “허. 여자를 좋아하는 게 어때서? 그치, 한서야?” 강한서가 답장했다.“네가 말하면 음탕해 보여.” 한성우는 한참을 말이 없다가 답장을 보냈다.“너희 대체 언제 와? 늙은이들이 자꾸 나한테 여자 소개해 주겠대. 심심해 죽겠다고. 빨리 와서 나 대타 좀 서줘.” 강한서가 무뚝뚝하게 답장을 보냈다.“이미 결혼한 몸이라 그건 힘들어.” 한성우는 어이가 없었다.그는 속으로 와이프가 창문을 넘고 다니는데 결혼이라는 말을 잘도 한다고 생각했다.주강운이 회신했다.“이따가 누구 좀 데려갈게.”‘데리고 오면 오는 거지. 왜 예고는 한담?’ 한성우가 멈칫하더니 뭔가를 떠올리고 물었다.“여자야
"너희가 말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 순진하고 털털한 분이셔. 얼굴에 다 드러나.” 한성우는 점점 더 궁금해졌다.“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몇 번을 봤다고 벌써 이렇게 홀딱 빠졌어. 이따가 오면 내가 반드시 잘 봐야겠어. 네가 말한 대로 그렇게 훌륭한 분이 맞는지 말이야.” 주강운이 회신했다.“보기만 해. 놀라게는 하지 말고.” 한성우가 혀를 차더니 회신했다.“정말 예전이랑 똑같이 쪼잔하네. 그때는 보지도 못하게 하더니.” 주강운이 물었다.“뭘 못 보게 했는데?” 한성우가 답하기도 전에 강한서가 그의 답장을 가로챘다.“알몸 사진이겠지.” 한성운과 주강운은 말문이 막혔다.강한서가 느긋하게 계속하여 말했다.“어릴 때 같이 화장실에 갔다가 누가 더 멀리 싸는지 비교했는데 너만 아래를 가리고 계집애처럼 있었잖아. 쟤는 그게 궁금했던 거야.” 한참을 말이 없던 주강운이 물었다.“성우야, 너 혹시 남자도 좋아해?” “이상한 루머 만들지 마! 나는 여자만 좋아한다고!” 본인이 먼저 화제를 꺼냈기 때문에 그는 이상한 루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민서가 널 위해 아주 예쁘게 하고 왔어. 이따가 네가 여자 파트너랑 함께 등장하는 걸 보면 분명 엄청 속상해할 거야.” 강민서의 이름에 주강운은 골치가 아팠다.“나랑 민서 나이 차이가 얼만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랑 결혼할 거야. 민서도 알게 되는 날이 올 거야.” ...“안 오는 줄 알았잖아.” 강한서의 등장에 한성우는 한달음에 달아가서 반겼다.“늙은이들 잔소리에 귀에 피딱지가 앉을 지경이야.” 강한서는 그가 건네는 술잔을 받으며 파티 현장을 훑었다.무대에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어두운 조명의 무대 아래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익숙한 얼굴을 찾을 수 없었다.한성우가 궁금한 듯 물었다.“뭘 찾아?” 강한서가 술을 마시고 답했다.“유현진은 어디 갔어?” 한성우가 멈칫하더니 되물었다.“못 봤어. 여기 왔대?” 강한서가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유현진이 강한서에게 고자질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강민서가 멈칫하더니 눈동자를 데굴 굴리다가 준비한 대사를 내뱉었다.“호텔에 와서는 화장실에 간다고 했어. 그래서 경비한테 말하고 나는 먼저 입장했지. 어디 갔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강한서가 어두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강민서, 사실대로 얘기해. 현진이 대체 어디 있어?!” 강민서는 그의 눈빛에 깜짝 놀라서 한껏 높아진 목소리로 대꾸했다.“뭘 더 어떻게 솔직하게 말해? 화장실에 갔다고 했잖아. 믿지 못하겠으면 CCTV라도 확인해 봐. 내가 왜 거짓말을 해?” “오기 전에 내가 너한테 뭐랬어?” 강한서가 성질을 억누르며 말했다.강민서는 울컥해서 말했다.“오빠 말대로 데리고 입장하려고 했어. 하지만 다 큰 성인이 화장실에 가겠다는데 내가 어떻게 말려? 어쩌면 드레스 때문에 일부러 가버린 건지도 모르지.” 강한서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걔가 너처럼 쫌생인 줄 알아?” 강민서가 화를 내며 버럭 했다.“오빠, 그 여자 땜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동생 대신 그 여자를 믿는 거야?” 강한서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고 강민서는 그 눈빛에 소름이 끼쳤다. 뭐라고 더 해명하려고 했지만 강한서는 그녀를 내버려 두고 자리를 떠났다.그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했다.방금 친구한테 밖에 나가보라고 했을 때 그 화장실의 문은 진작 열려 있었다. 유현진은 안에서 나왔을 텐데 아직도 파티에 입장하지 않고 강한서에게 고자질을 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했다.“내가 방금 무슨 얘기 들었는지 알아?” 그녀가 자리에 앉마자마 재벌 집 자제분 중 한 명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사람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물었다.“무슨 얘기?” “듣기로 송씨 가문의 아가씨가 방금 화장실에서 천식이 발작해서 거의 죽을 뻔했대.” 강민서가 멈칫했다.누군가 물었다.“무슨 송씨 가문?” “한주시에 송씨 가문이 얼마나 된다고 그래? 익천 그룹의 송씨 가문 말이야. 민서는 아마 잘 알
'다 유현진 그 재수 없는 계집애 때문이야. 걔만 없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 “오늘 밤에 송가람 씨랑 친분을 쌓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허탕이네. 방금 병원에 실려갔대.” 가슴이 철렁한 강민서가 말했다.“호텔에서 소문이 퍼지는 걸 막는 건 송씨 가문의 뜻일 거야. 함부로 소문내고 다니지 마.” 만약 강한서가 알게 된다고 해도 절대 인정하지 않겠노라 재차 다짐했다.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더 이상 이 일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원고를 수정한 차미주는 침대에 눕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모르는 번호에 배달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전화를 받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유현진 어디 있어?” “너, 너, 너 또 무슨 짓이야?” 지긋지긋한 강한서의 목소리에 차미주는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강한서가 다시 물었다.“유현진 어디 있냐고.” 차미주는 움찔하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너랑 파티에 간다고 했잖아?” “없어. 전화도 안 받아.” ‘나랑 무슨 상관이야. 네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나 보지!’ 강한서의 기세에 생각을 입 밖에 내뱉을 수 없었던 차미주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그럼 내가 전화해 볼까?” “부탁할게.” 강한서의 입에서 의외의 대답이 들렸다.차미주는 유현진에게 연락을 했지만 강한서의 말대로 신호는 연결이 되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강한서는 더욱 세게 미간을 찌푸리고는 전화를 끊었다.이때 한성우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지막이 말했다.“강운이 왔대. 가서 여자친구 구경 좀 하자.” 강한서가 그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너나 가.” 한성우는 그의 폰을 빼앗고 말했다.“유현진 씨는 성인이야. 안 잃어버려. 일단은 강운이 좀 놀리고 함께 찾아줄게.” 말을 마친 한성우는 강한서의 어깨를 잡고 그를 끌고 갔다....유현진은 씻고 호텔 직원이 건넨 드레스를 입었다.흰색의 어깨 라인이 드러나는 드레스였는데 피시테일 스타일의 드레스는 심플하면서 격식을 갖추었다.복도에서 그녀를
몇 초의 적막이 흘렀다.노련한 분위기 메이커인 한성우마저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친구의 여자친구가 다른 친구의 와이프라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내 와이프는...” 강한서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현진을 바라보다가 시선이 주강운의 팔짱을 낀 그녀의 손에 머물고는 입꼬리를 씰룩하더니 말했다.“차현진 씨에게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유현진은 묵묵히 주강운의 팔짱을 낀 손을 빼고 살짝 거리를 두었다.주강운이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유현진이 해명하려고 입을 벌린 순간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홱 감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강한서는 손에 힘을 주어 그녀의 허리를 잡고 유현진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유현진 사모님이라고 부를까, 아니면 차현진 씨라고 부를까?” 유현진의 착각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강한서가 그녀를 향한 소유욕을 과시한다고 느꼈다.주강운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한서야, 그게 무슨 얘기야?” 강한서는 유현진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유현진, 네 남자친구에게 남편 좀 소개하지 그래.” “무슨 남자친구?” 유현진은 그의 손에 잡힌 허리에 통증이 느껴져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강한서 너 미쳤어?” “그건 내가 할 말인데?” 강한서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유현진, 우리 서류상으로 부부가 된 지 3년이 넘어. 네가 차 씨인 줄은 몰랐는데?” 유현진은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랐다.주강운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해 그에게 가명을 알려 줬다고 하면 곁에 있는 그에게 실례가 아닌가.그녀가 고민하고 있을 때 주강운이 말했다.“오해가 있었네. 유현진 씨의 소개로 소송 하나를 맡았어. 직업병이 도졌지 뭐야. 유현진 씨가 의뢰인의 친척이라고 생각하고 같은 차 씨인 줄 알았어.” 유현진은 죄책감이 들었다. 자신의 한 거짓말을 피해자가 수습하는 꼴이라니.한성우는 이때다 싶어서 끼어들었다.“오해였구나. 그럼 내가 다시 소개할게. 형수님, 이쪽은 나랑
"네 동생한테 물어보지 그래?” 강한서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민서는 네가 드레스를 빼앗긴 일로 언짢아져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몰래 도망쳤다고 했어.” 유현진이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리며 답했다.“동생 말 들으면 알겠네. 나한테 왜 또 물어?” 강한서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담담하게 말했다.“안 믿었어. 난 네가 하는 말 듣고 싶어.” 유현진이 멈칫하다가 입술을 잘근 깨물더니 물었다.“강민서가 날 화장실에 가뒀다면 믿을 수 있겠어?” 그녀는 강한서를 보지 않고 말했다.유현진은 강한서가 자신의 말을 믿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동생을 얼마나 아끼는지는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강민서가 밖에서 얼마나 행패를 부리고 다니든 강한서와 강씨 집안에서 그녀는 그저 철이 없는 아이에 불과할 뿐이었다. 악의 없는 천방지축 아가씨로 말이다.이렇게 순진한 아가씨가 어떻게 사람을 화장실에 가둘 수 있을까.그녀는 이미 강한서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들려온 건 의외의 말이었다.“너는 어떻게 나왔어?” 유현진은 멈칫했다.오늘따라 강한서는 평소와 달랐는데 그의 모든 반응이 그녀의 예상을 벗어났다.유현진은 도무지 강한서의 속을 알 수 없었다.“창문을 넘었어.” 유현진은 화장실에서 사람을 구출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인 데다가 맨손으로 변기에서 약을 꺼냈다는 얘기를 비위가 상하게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자랑할 거리도 아니었다.“창문을 넘었다고?” 그녀의 대답에 강한서가 적잖이 놀랐다. ‘12층 창문을 넘다니. 네가 무슨 닌자라도 되는 줄 알아?’ 유현진은 강한서의 표정을 캐치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밖으로 나가서 문턱을 따라 옆에 창문으로 갔어. 마침 주강운 변호사가 화장실에서 날 발견하고 도와준 거야.” 강한서의 이마에 핏발이 섰다. 그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주강운이 화장실에서 뭘 했는데?” 이상한 걸 묻는다고 생각하며 유현진이 답했다.“화장실에서 뭘 해?
강한서는 정말 좋은 능력을 타고났다. 말 한마디로 그녀 하루의 좋은 기분을 망쳤으니까.눈앞에서 쏟아지는 비난은 그녀를 화나고 억울하게 하였다.“그래, 나 바보야. 배리어 프리 화장실을 가본 적이 없는데 호출 버튼이 있는지 어떻게 알아? 내가 헛디뎌 죽기를 바란 건 아니고? 그렇게 되면 재산 분할도 적고 다른 사람에게 자리도 내줄 수 있었겠네, 일석이조네”그녀가 빨갛게 상기된 눈으로 쏘아붙이자 강한서가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유현진이 이를 악물며 대답하였다.“그건 네가 더 잘 알겠지.”“내가 뭘 아는데?”강한서는 그녀의 손을 다시 끌어당겨 나머지 반창고도 붙여 주었다. “아무것도 아니면서 성질만 나빠서는. 긴급 버튼 누를 줄 모르면 핸드폰은? 핸드폰으로 연락할 줄 몰라?”유현진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답하였다.“네 여동생이 밀치는 바람에 망가졌어. 아니면 내가 바보도 아니고 창문으로 나가겠어?”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강한서의 표정은 전보다 누그러들었으며 그녀의 비아냥거림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그녀의 화난 얼굴을 보자 강한서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마저 낮아지고 있었다. “내가 잘 못 짚은 거지?”유현진은 콧방귀를 뀌며 받아쳤다.“사리 구분 못 할 때가 한두 번이야?”사실 강한서는 그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단점을 보호해 주는 쪽이지. 그러나 정말로 그의 인내심을 건드린다면 아무리 낳아준 엄마라도 인정사정 안 봐주는 인간이 바로 강한서이다. 다만 아쉽게도 이 인내심들도 그의 사랑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의외로 강한서는 그녀의 반박에 화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허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 이따가 새거 사줄게.”유현진은 뭐에 홀린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그의 말이 마치 그녀를 달래는 것처럼 들렸다.강한서가 과연 그녀를 달래 줄 수 있을까?그녀의 청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아마 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