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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유현진은 심호흡을 하고 겉옷을 벗고는 손으로 약을 건져내 흐르는 물에 씻고 버튼을 눌렀다.

밀봉이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안에 물이 들어간 것 같지 않았다. 유현진은 얼른 여자의 입에 대고 약을 분사했다.

약을 복용한 여자의 호흡이 많이 나아졌다.

유현진은 허리를 숙여 여자를 부축하면서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증상은 나아졌지만 여자의 의식은 여전히 흐릿했다.

안색 또한 다시 나빠지자 유현진은 힘껏 여자의 인중을 누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당신을 살리기 위해 맨손으로 변기에 손을 넣었어요. 내 정성을 봐서라도 제발 정신 차려요.”

유현진은 아마 디퓨저가 여자의 알레르기를 유발했다고 생각하고 얼른 화장실의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켰다.

몇 분 뒤, 여자의 증상은 점점 완화되었고 안색도 좋아졌으며 의식 역시 돌아왔지만 아직도 말은 하지 못하였다.

“휴대폰 있어요?”

유현진이 물었고 여자는 힘들게 고개를 저었다.

유현진은 창문을 통해 주위 환경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여자를 향해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얼른 창문을 통해 나가서 사람 불러올게요.”

여자는 눈을 깜박였다.

유현진은 하이힐을 벗고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창문 밖에는 30cm 정도의 폭을 밟을 수 있는 받침대가 있었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해서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었다.

유현진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미대생이 체대생으로 될 수도 있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10분이 넘게 좁은 창틀을 따라 드디어 다른 창문에 도착했다.

다행인 사실은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이었고 불행인 사실은 그곳이 남자 화장실이라는 점이었다.

변태처럼 창문에 매달린 그녀를 본 한 남자는 볼일을 보다가 깜짝 놀라서 얼른 바지 지퍼를 채우고 황급히 달아났는데 마침 화장실에 들어오던 남자와 부딪쳤다.

더욱 믿을 수 없는 사실은 그가 부딪친 사람이 바로 그녀가 아침에 방금 보았던 주 변호사라는 점이었다.

남자 화장실에서 아침에 이야기를 나누던 고객을 발견한 주강운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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