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초의 적막이 흘렀다.노련한 분위기 메이커인 한성우마저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친구의 여자친구가 다른 친구의 와이프라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내 와이프는...” 강한서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현진을 바라보다가 시선이 주강운의 팔짱을 낀 그녀의 손에 머물고는 입꼬리를 씰룩하더니 말했다.“차현진 씨에게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유현진은 묵묵히 주강운의 팔짱을 낀 손을 빼고 살짝 거리를 두었다.주강운이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유현진이 해명하려고 입을 벌린 순간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홱 감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강한서는 손에 힘을 주어 그녀의 허리를 잡고 유현진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유현진 사모님이라고 부를까, 아니면 차현진 씨라고 부를까?” 유현진의 착각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강한서가 그녀를 향한 소유욕을 과시한다고 느꼈다.주강운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한서야, 그게 무슨 얘기야?” 강한서는 유현진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유현진, 네 남자친구에게 남편 좀 소개하지 그래.” “무슨 남자친구?” 유현진은 그의 손에 잡힌 허리에 통증이 느껴져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강한서 너 미쳤어?” “그건 내가 할 말인데?” 강한서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유현진, 우리 서류상으로 부부가 된 지 3년이 넘어. 네가 차 씨인 줄은 몰랐는데?” 유현진은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랐다.주강운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해 그에게 가명을 알려 줬다고 하면 곁에 있는 그에게 실례가 아닌가.그녀가 고민하고 있을 때 주강운이 말했다.“오해가 있었네. 유현진 씨의 소개로 소송 하나를 맡았어. 직업병이 도졌지 뭐야. 유현진 씨가 의뢰인의 친척이라고 생각하고 같은 차 씨인 줄 알았어.” 유현진은 죄책감이 들었다. 자신의 한 거짓말을 피해자가 수습하는 꼴이라니.한성우는 이때다 싶어서 끼어들었다.“오해였구나. 그럼 내가 다시 소개할게. 형수님, 이쪽은 나랑
"네 동생한테 물어보지 그래?” 강한서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민서는 네가 드레스를 빼앗긴 일로 언짢아져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몰래 도망쳤다고 했어.” 유현진이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리며 답했다.“동생 말 들으면 알겠네. 나한테 왜 또 물어?” 강한서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담담하게 말했다.“안 믿었어. 난 네가 하는 말 듣고 싶어.” 유현진이 멈칫하다가 입술을 잘근 깨물더니 물었다.“강민서가 날 화장실에 가뒀다면 믿을 수 있겠어?” 그녀는 강한서를 보지 않고 말했다.유현진은 강한서가 자신의 말을 믿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동생을 얼마나 아끼는지는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강민서가 밖에서 얼마나 행패를 부리고 다니든 강한서와 강씨 집안에서 그녀는 그저 철이 없는 아이에 불과할 뿐이었다. 악의 없는 천방지축 아가씨로 말이다.이렇게 순진한 아가씨가 어떻게 사람을 화장실에 가둘 수 있을까.그녀는 이미 강한서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들려온 건 의외의 말이었다.“너는 어떻게 나왔어?” 유현진은 멈칫했다.오늘따라 강한서는 평소와 달랐는데 그의 모든 반응이 그녀의 예상을 벗어났다.유현진은 도무지 강한서의 속을 알 수 없었다.“창문을 넘었어.” 유현진은 화장실에서 사람을 구출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인 데다가 맨손으로 변기에서 약을 꺼냈다는 얘기를 비위가 상하게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자랑할 거리도 아니었다.“창문을 넘었다고?” 그녀의 대답에 강한서가 적잖이 놀랐다. ‘12층 창문을 넘다니. 네가 무슨 닌자라도 되는 줄 알아?’ 유현진은 강한서의 표정을 캐치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밖으로 나가서 문턱을 따라 옆에 창문으로 갔어. 마침 주강운 변호사가 화장실에서 날 발견하고 도와준 거야.” 강한서의 이마에 핏발이 섰다. 그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주강운이 화장실에서 뭘 했는데?” 이상한 걸 묻는다고 생각하며 유현진이 답했다.“화장실에서 뭘 해?
강한서는 정말 좋은 능력을 타고났다. 말 한마디로 그녀 하루의 좋은 기분을 망쳤으니까.눈앞에서 쏟아지는 비난은 그녀를 화나고 억울하게 하였다.“그래, 나 바보야. 배리어 프리 화장실을 가본 적이 없는데 호출 버튼이 있는지 어떻게 알아? 내가 헛디뎌 죽기를 바란 건 아니고? 그렇게 되면 재산 분할도 적고 다른 사람에게 자리도 내줄 수 있었겠네, 일석이조네”그녀가 빨갛게 상기된 눈으로 쏘아붙이자 강한서가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유현진이 이를 악물며 대답하였다.“그건 네가 더 잘 알겠지.”“내가 뭘 아는데?”강한서는 그녀의 손을 다시 끌어당겨 나머지 반창고도 붙여 주었다. “아무것도 아니면서 성질만 나빠서는. 긴급 버튼 누를 줄 모르면 핸드폰은? 핸드폰으로 연락할 줄 몰라?”유현진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답하였다.“네 여동생이 밀치는 바람에 망가졌어. 아니면 내가 바보도 아니고 창문으로 나가겠어?”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강한서의 표정은 전보다 누그러들었으며 그녀의 비아냥거림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그녀의 화난 얼굴을 보자 강한서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마저 낮아지고 있었다. “내가 잘 못 짚은 거지?”유현진은 콧방귀를 뀌며 받아쳤다.“사리 구분 못 할 때가 한두 번이야?”사실 강한서는 그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단점을 보호해 주는 쪽이지. 그러나 정말로 그의 인내심을 건드린다면 아무리 낳아준 엄마라도 인정사정 안 봐주는 인간이 바로 강한서이다. 다만 아쉽게도 이 인내심들도 그의 사랑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의외로 강한서는 그녀의 반박에 화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허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 이따가 새거 사줄게.”유현진은 뭐에 홀린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그의 말이 마치 그녀를 달래는 것처럼 들렸다.강한서가 과연 그녀를 달래 줄 수 있을까?그녀의 청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아마 그가
그 사람은 강한서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신흥 인터넷 회사의 사장인데 20대 중반에 집에서 준 돈으로 시작한 사업이 꽤 잘 되고 있는 모양이었다.그는 화를 참으며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하지만 속 사정을 알리 없는 남자는 강한서를 보자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강 대표님.”강한서의 표정은 너무도 담백하여 도저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가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얘기를 하고 있어요?”“아무것도 아니에요.”“동창이에요, 회포 풀고 있었어요.”남자가 웃으며 말했다.“동창?” 강한서가 유현진을 바라보았다.남자는 강한서가 그에게 묻는다고 생각하여 재빨리 대답하였다.“이쪽은 유현진 씨예요. 제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하죠.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는데 여기서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현진아 이분은 한성 그룹의 강대표야.”유현진은 뻘쭘했다.동창은 열정만 넘쳐흘러 눈치는 없는 모양이었다.강한서가 사악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입을 열었다.“오랫동안 연락 안 하셨나 봐요.”강한서가 유현진의 허리를 감싸며 천천히 눈을 들어 온화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동창은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당신이 결혼한 것도 모르잖아.”이 남자가 제주도에 갔다 오더니 연기만 늘었어.유현진은 자신의 연기도 꽤 훌륭하다고 생각하였지만 강한서의 옆에서는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동창은 갑자기 일어난 해프닝에 당황하였는지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결혼?”유현진은 강한서의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지었다.“여기는 내 남편이야.”동창은 어딘가 서운해하는 눈치였다.“결혼 일찍 했네.”본인도 어색한 걸 느꼈는지 이어 말하였다.“내 말은 그러니까 강 대표님이 네 남편일 줄은 몰랐어. 그때 유학할 때 친구한테 사고가 났다고 들었었거든. 널 지켜 줄 사람 빨리 찾은 것도 나쁘지는 않지.”유현진과 그녀 모친의 교통사고는 당시 너무 충격적이라 그해 1면 톱기사를 도배하였었다.자가용과 택시 한 대가 충돌하여 2명이 죽고 3명이 다친 큰 사고였다.택시 운
유현진은 웃던 얼굴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소리 난 쪽을 보았다.송민영은 블루 큐빅이 박힌 스커트를 입고는 이쪽으로 걸어왔다.정교한 화장에 펄감이 살아있어 표정이나 몸매 모두 한 번쯤은 돌아 볼 만큼 화려한 외모였다.요즘 가장 인기 있는 젊은 여배우 중 한 명이라 그런지 확실히 분위기가 남달랐다.평소 같았으면 고개를 끄덕일 뿐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가‘한서야’라고 다정하게 부른 덕분에 주위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였다.강한서과 송민영의 열애설은 이전부터 떠들썩했지만 이후 다른 소식은 전해지지 않아 다들 해프닝으로만 여겼다.하지만 지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다정하게 부르는 것을 보니 뭐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소문을 좋아하는 건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는 듯싶다.사람들의 시선은 어느새 강한서와 송민영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의외로 두 사람 모두 냉담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유현진은'한서'라는 소리가 들릴 때 잠시 멈칫하였지만 이내 마치 모르는 사람이 온 것처럼 손에 든 주스를 삼켰다.강한서는 더욱 냉담하였다. 분명히 그녀가 온 걸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있었다.유현진은 코 웃음을 치고 말았다.개 자식,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니.송민영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였다."강 대표님, 현진 씨 여기서 다 뵙네요.”유현진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강한서도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는지 가볍게 물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유현진은 그 모습이 너무 역겨웠다.오기 전에 분명히 한서는 송민영의 전화를 받고 달려갔는데 지금 여기에서 무슨 청춘 드라마 주인공인 척하고 있는 것인지.송민영은 밝은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하였다.“오늘 행사 자선 게스트로 초대돼서 왔어.”파티에는 연예인을 초청하여 자선 공연을 하긴 하나 모두 주최자가 회사에서 임시로 선별하여 별로 유명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예술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학생들이 주로 와서 공연장을 뜨겁게 달구곤 하였다.
유현진은 손에 있는 과일 주스를 당장이라도 상대방의 얼굴에 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사실 결혼 3년 차에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은 드문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심기가 불편 한 건 신미정이 최근 몇 년 동안 여기저기 의사를 찾아다니며 밀방을 구해주는 바람에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다는 것이었다.겉으로는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지만 뒤에서는 그녀가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그녀가 결혼한 지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강한서에게 중매를 들어오는 이유이기도 하다.송민영이 말을 꺼내자 모두가 그녀에게 원래부터 관심이 있은 것 마냥 물어보기 시작했다.그들의 관심사는 그녀가 임신했는지가 아니었다. 그냥 지금 이 이야기가 웃음거리가 될 순간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모두가 그녀가 임신을 못한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송민영은 그녀의 약점을 찔러 그녀를 난감하게 하여 그녀가 추태를 부리길 바라였다.정인월은 강 씨 가문의 체면을 가장 중시하는데 유현진이 이런 자리에서 추태를 부려 강 씨 가문에 먹칠을 한다면 할머니가 그녀를 계속 보호해 줄 수 있을까?할머니만 그녀를 버린다면 그녀가 강 씨 집안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는가?송민영이 원한 것이 바로 이거였다.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화를 내지 않고 사람들을 향해 웃으며 말하였다.“발표할 때가 되었을 때 말하려고 하였는데, 어떤 일은 먼저 말하면 될 일도 안되더라고요.”다들 그녀의 발언에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뭐야 임신했다는 소리야?어쨌든 첫 3개월 동안은 안정을 취할 때라 보통은 입 밖에 내지 않는다.강한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차를 마셨고 유현진의 말을 다 들었지만 유현진의 대답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고 있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임신을 사실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이어 사람들의 축하의 말들이 들렸고 유현진은 만인의 관심사가 되어 있었지만 송민영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였다.그녀도 사람들을 따라 분위기를 맞춰 주었다. “현진 씨, 정말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그녀가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를 찾아가려고 하였을 때에 어린 연예인은 이미 돈을 받고 도망간 뒤였다.이 일은 언제 밥을 먹을 때 강민서에게 들은 것이었다.이 일 때문에 전 여사는 연예인들이라면 치를 떨었기에 그녀가 송민영을 도와줄 일은 없다.전 여사는 겉으로는 자애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속이 좁다. 지난번 놀음 자리에서 강한서의 등장으로 그녀를 처절하게 패배 시켰으니 그녀가 어떻게 마음에 원한을 품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녀는 강한서의 미움을 사지는 못하지만 배경도 없는 그의 아내는 두렵지 않았고 유현진이 사람들 앞에서 그를 무안 주지 않을 거라는 것도 확신하고 있었다.유현진도 차마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다. 전 여사는 송민영이 아니었다. 송민영의 심기를 상하게 한다면 기껏해야 강한서와 다툼이 있을 뿐이지만 전 여사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신미정은 아마 또 그녀를 힘들게 할 것이 분명했다.유현진 자신도 잘 모르지만 아마 무의식적으로 강한서가 송민영 때문이라도 그녀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전 여사님 말씀이 맞는 것 같네요. 농담이 적절 하지가 않았네요. 민영 씨가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릴게요.”전 여사의 불쾌함이 순식간에 없어질 정도로 그녀의 사과는 빨랐다. 유현진 도대체 뭐 하는 애지?송민영도 전 여사가 자신을 도와준 것에 놀랐지만 유현진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에 그녀는 상당히 만족한 듯 일부러 너그럽게 말했다.“현진 씨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다 농담이잖아요, 괜찮아요.”그녀의 이 대답은 너무도 멍청하여 그녀를 도와준 전 여사마저도 괜한 일에 휩쓸렸다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였다.전 여사의 혈색은 아니나 다를까 안 좋아 보였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이어서 인자한 말투로 말하였다.“현진아, 아줌마가 괜한 소리 했다고 탓하지 마라. 너의 시어머니와는 둘도 없는 자매 같은 사이야. 너도 내 딸 같아서 그래. 아줌마가 이렇게 말을 하는 것도 다 너를 위해서야. 너도 알지?"유현진은 고개를 끄덕이었다.“알
모두가 마음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겉으로는 찬성하는 분위기였다.유현진만이 정중한 얼굴로 되물었다.“남자가 원칙적인 잘못을 저질렀다면요? 예를 들어 바람을 피워 내연녀가 배가 불러서 찾아와 도발하는 경우요. 전 여사님이라면 어떻게 처리할 것 같으세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 여사의 안색은 크게 어두워졌고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송민영의 얼굴도 당혹감으로 가득 찼다.“혹시 이런 일 당하신 적 있으세요?”이 질문은 너무 도발적이라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사기에 충분하였다. 유현진은 주스를 천천히 마시고 나서야 이어서 말을 이어 나갔다.“제 친구 이야기예요. 그녀의 남편이 바람을 피웠는데 내연녀는 임신하였고 제 친구는 이혼을 원하지 않고 있죠. 친구가 그 여자를 찾아가 유산하고 남편을 떠나라고 하자 10억을 요구했어요. 그러면 유산하겠다고요. 하지만 그 친구는 전업주부라 그렇게 넉넉하지가 않아요. 며칠 전에 저한테 돈을 빌리러 왔는데 빌려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에요.”“사실 전 그녀의 방법에 그다지 찬성하지 않고 있거든요. 하지만 저 자신도 특별히 좋은 해결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전 여사님은 현명하고 경험도 풍부하니 제 친구 대신 혹시 이런 일을 당하셨다면 어떻게 대처하셨겠어요?”그녀가 말을 마치자 송민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전 여사의 얼굴은 이미 완전히 굳어져 저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답하고 말았다.“어떻게 이런 경험이 있겠어? 사람 잘 못 봤어!”유현진이 급히 말하였다.“전 여사님, 화내지 마세요. 전 아저씨가 뭐가 있으시다는 게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구하고 싶었어요.” 전 여사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지만 더는 화를 낼 수가 없었다.“화내는 게 아니라 네 질문엔 도저히 대답할 수 없구나. 화장실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럼 먼저 실례할게요.” 유현진은 황급히 떠나는 그녀의 발걸음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전 여사님, 시간 날 때 같이 고스톱 해요.”전 부인은 몸을 떨며 작은 구두를 신은 발은 걸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