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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강한서는 정말 좋은 능력을 타고났다. 말 한마디로 그녀 하루의 좋은 기분을 망쳤으니까.

눈앞에서 쏟아지는 비난은 그녀를 화나고 억울하게 하였다.

“그래, 나 바보야. 배리어 프리 화장실을 가본 적이 없는데 호출 버튼이 있는지 어떻게 알아? 내가 헛디뎌 죽기를 바란 건 아니고? 그렇게 되면 재산 분할도 적고 다른 사람에게 자리도 내줄 수 있었겠네, 일석이조네”

그녀가 빨갛게 상기된 눈으로 쏘아붙이자 강한서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유현진이 이를 악물며 대답하였다.

“그건 네가 더 잘 알겠지.”

“내가 뭘 아는데?”

강한서는 그녀의 손을 다시 끌어당겨 나머지 반창고도 붙여 주었다.

“아무것도 아니면서 성질만 나빠서는. 긴급 버튼 누를 줄 모르면 핸드폰은? 핸드폰으로 연락할 줄 몰라?”

유현진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답하였다.

“네 여동생이 밀치는 바람에 망가졌어. 아니면 내가 바보도 아니고 창문으로 나가겠어?”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강한서의 표정은 전보다 누그러들었으며 그녀의 비아냥거림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

그녀의 화난 얼굴을 보자 강한서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마저 낮아지고 있었다.

“내가 잘 못 짚은 거지?”

유현진은 콧방귀를 뀌며 받아쳤다.

“사리 구분 못 할 때가 한두 번이야?”

사실 강한서는 그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단점을 보호해 주는 쪽이지. 그러나 정말로 그의 인내심을 건드린다면 아무리 낳아준 엄마라도 인정사정 안 봐주는 인간이 바로 강한서이다. 다만 아쉽게도 이 인내심들도 그의 사랑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의외로 강한서는 그녀의 반박에 화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허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 이따가 새거 사줄게.”

유현진은 뭐에 홀린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그의 말이 마치 그녀를 달래는 것처럼 들렸다.

강한서가 과연 그녀를 달래 줄 수 있을까?

그녀의 청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아마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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