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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당연히 해드려야죠.”

송민영은 말하며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 가방을 본 유현진은 순간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녀는 강한서를 힐끗 쳐다보았는데, 그는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술을 음미할 뿐 가방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하긴 다른 사람이 준 물건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텐데 그 가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리가 없지.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유현진이 하루 동안 집에서 옷을 세 벌이나 갈아입어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유현진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이는 것 같았다.

가방을 한참을 뒤적이던 송민영은 펜 하나만 꺼내들고는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죄송해요. 사인지를 안 가져왔네요. 다음에 해드릴게요. 아니면 제가 사인해서 한 대표님 통해서 전해드려도 되고요.”

“괜찮으시면 제 손목에 사인해 주시겠어요?”

주강운이 옅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

송민영이 순간 움찔 눈을 떨었다.

'설마 주강운이 진짜로 송민영의 팬은 아니겠지?'

한성우가 직설적으로 물었다.

“주강운, 너 이런 취향이었어?”

주강운은 가볍게 웃더니 팔을 내밀며 말했다.

“송민영 씨 한 번 만나기가 좀 어려워야지.”

주강운의 한 마디에 허영심이 한 번에 충족된 송민영은 더 이상 말설이지 않고 펜을 들어 주강운의 손목에 사인을 했다.

주강운의 눈은 글씨 쓰는 송민영의 손에 고정되어 있었다.

강한서와는 달리 주강운은 요염한 눈매를 가졌다. 그의 눈빛은 쓰레기 더미를 보더라도 애인을 바라보는 것처럼 애틋한 느낌을 주었다.

이런 아름다운 광경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송민영이 사인을 마치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끌려가 뺨을 한 대 맞았기 때문이었다.

“이게 감히 누구한테 꼬리를 치는 거야?”

갑자기 뺨을 얻어맞은 송민영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조금 지나서야 그녀는 자신을 때린 사람이 강한서의 동생 강민서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송민영은 휘청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 테이블에 부딪혔고 그 충격으로 피라미드 모양의 술잔이 와르르 무너졌다. 송민영은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고 치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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