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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유현진이 통화 버튼을 누르자, 저쪽에서 들려오는 것은 신용카드를 갚으라는 내용의 여자 기계음이었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전화를 뚝 끊고는 휴대전화를 집어던지려는 듯 손을 높이 들었다. 휴대전화가 떨어지려는 순간, 다시 손을 내려 전원을 끄고는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본 주강운은 그녀가 꽤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에 외투를 걸쳐주었다.

“데려다줄게요.”

“강한서가 데려다주라고 한 거면 됐어요. 자기 와이프 직접 데리러 오라고 해요.”

겉으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사실은 꽤나 화가 나 있었다.

어디도 가지 않고 계속 여기에 있는 건 아마도 강한서의 소식을 기다리는 거겠지.

“너무 늦었어요. 이 시간에 여자 혼자 밖에 있으면 위험해요.”

돌려 말하긴 했지만, 유현진은 알고 있었다. 강한서에게서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는걸.

와이프를 파티장에 두고 왔다는 사실은 새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유현진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지난번 주차했던 곳으로 데려다줄 수 있어요?”

차에 오른 뒤 유현진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눈을 꼭 감은 모습은 잠든 것 같기도 했다.

차가 멈추고, 주강운이 유현진을 부르려는 찰나 그녀가 눈을 떴다.

“도착했어요?”

“네.”

유현진은 창밖을 내다보고는 걸쳐있던 외투를 돌려주며 말했다.

“고마워요.”

그러고는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

이때, 주강운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고개를 숙여 발신자 표시를 확인하고는 휴대전화를 한 쪽에 내버려 두었다.

유현진의 모습이 아파트 입구에서 사리지고 나서야 그는 운전기사에게 차를 돌려 떠나게 했다.

강한서는 연결되지 않은 전화를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다시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대표님?”

신호음이 몇 번 울리지 않았을 때 가정부가 전화를 받았다.

강한서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집사람, 집에 들어갔나요?”

“사모님이요? 사모님 대표님과 함께 파티에 가셨잖아요.”

강한서는 입술을 꾹 깨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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