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운은 침묵을 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계속해서 감탄을 했다."나는 왜 딸을 낳지 않았을까? 만약 딸이 있었더라면 한서를 사위로 삼았을 텐데."주강운은 참다못해 이렇게 말했다."한서는 이미 결혼했어요.""나도 알지. 근데 부인은 왜 한서같이 착한 애한테 그런 처를 찾아줬을까? 둘의 집안은 안 어울려도 너무 안 어울려.""고모랑 고모부는 집안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데 왜 이혼을 했대요? 고모는 지금 어린 남자친구를 만나서 아주 즐겁게 잘 살고 있는 것 같던데요.""네 고모는 할아버지의 응석받이로 자랐어. 누가 그 성질을 감당하겠니?"주강운이 고모 얘기를 꺼내자 주강운의 어머니는 또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렇게 이어서 말했다."너도 언제 시간을 내서 인월 할머니를 만나러 가. 네가 외국에 있는 동안 부인은 줄곧 너를 걱정해 왔어. 돌아온 후에라도 자주 만나러 가야지."주강운은 머리를 끄덕였다."민서랑은 가끔 연락하고 있어?"어머니의 속셈을 알고 있는 주강운은 아예 대답을 피해버리고 말았다."제가 아직 할 일이 있어서 다음에 다시 얘기해요."주강운은 어머니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영상통화를 끊어버렸다.주강운은 인터넷에서 어머니가 입고 있던 치마의 가격을 알아봤다. 그 가격은 마침 주강운이 유현진한테 선물한 치마와 비슷했다.'유치한 놈.'...유현진과 강한서는 차로 이동하는 내내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강남대로까지 가고 나서야 강한서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아저씨, 저 앞에 있는 백화점에서 잠깐 세워줘요."진씨가 차를 세운 후, 강한서는 이렇게 말했다."내려""왜?""설마 빈손으로 찾아가게?""선물이라면 너 혼자서 사러 가도 되잖아."유현진은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리며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왔다.정인월의 손에서 자란 강한서는 정인월과 사이가 아주 좋았다. 그는 정인월의 말이라면 거의 다 따랐다, 정인월 때문에 송민영과 헤어질 정도로 말이다.정인월은 한주 강씨 가문에서 가장 대단한
유현진은 자신이 더 이상 한주 강씨 가문의 며느리가 아닐지라도 정인월은 존경할 만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다.반 시간 후, 유현진은 한가득 차버린 쇼핑 카트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강한서는 카트의 사정을 알기나 하는지 계속해서 물건들을 밀어 넣었다. 그는 마트에 와본 적 없거나, 혹은 스스로 물건을 사본 적 없거나 둘 중 하나인 게 분명했다.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가 강한서가 견과류 두 상자를 집어넣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할머니께서 틀니로 잣을 드실 수 있다고 생각해?"강한서는 멈칫하면서 이렇게 말했다."마카다미아는 괜찮지 않을까?""할머니는 견과류를 좋아하지 않.으셔"유현진은 이렇게 말하며 강한서가 집어넣은 물건들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기 시작했다."이 디저트는 너무 달아. 넌 할머니한테 당뇨가 있다는 것도 몰라? 이런 디저트는 저당으로 사야 해! 그리고 이렇게 포장된 샥스핀은 쓰다 남은 것으로 만든 거라 할머니의 입맛에 맞을 리가 없어. 할머니는 이런 걸 더 좋아해. 하지만 유통기한이 3개월 밖에 안돼서 때가 되면 꼭 버려야 한다고 알려줘야 해. 할머니는 유통기한을 잘 안 보거든..."강한서를 머리를 숙이고 잔소리를 하고 있는 유현진을 바라봤다.유현진은 오랜만에 강한서와 이렇게 말을 늘어놓았다. 유현진이 가출한 2주 동안, 강한서는 갑자기 썰렁해진 집안이 아주 어색했다. 유현진이 바로 옆에서 잔소리를 하는 것을 들으니 그는 이상하게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말린 망고?"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너 설마 할머니한테 망고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몰라?"유현진이 말린 망고도 빼내려고 하자 강한서는 그녀를 가로막으며 말린 망고를 다시 카트 안으로 집어넣었다."이건 네 거야."이렇게 말한 강한서는 카트를 밀며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유현진은 넋이 나가버렸다. 한주 강씨 가문의 사람들한테는 유전적으로 망고 알레르기가 있었다. 강한서도 물론 예외가 아니었다.하지만 유현진은 망고를 아주 좋아했
정인월의 선물을 사고 나온 강한서는 화장실로 갔고 진씨는 차에 물건들을 싣기 시작했다.유현진은 원래 이 틈을 타서 휴대폰이나 보려고 했는데 주얼리 가게의 포스터에 시선을 뺏겨버리고 말았다. 포스터 속의 모델이 하고 있는 팔찌가 너무 예뻤던 것이다."혹시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으시면 들어와서 착용해 보세요. 가게 안에 예쁜 제품들이 아주 많아요."가게 직원은 아주 열정적이었다.강한서가 아직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은 것을 보고 유현진은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가게는 금방 문을 연 것 같았다. 어떤 직원은 부지런히 전시품을 교체하고 있었고 손님들은 이제야 슬슬 들어오기 시작했다.유현진은 바로 비취옥 코너로 가서 팔찌들을 살펴봤다. 그러자 직원 한 명이 뒤따라와서 이렇게 물었다."본인이 쓰실 건가요? 아니면 선물하실 건가요?"유현진은 진열장 안의 전시품들을 살펴보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구경하러 왔어요.""그럼 천천히 구경하세요.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시고요."한바탕 구경을 끝낸 후에도 포스터 속의 제품을 찾지 못한 유현진은 직원을 불러와서 이렇게 물었다."포스터 속의 모델이 하고 있는 팔찌는 어디에 있어요?""손님, 안목이 굉장히 좋으시네요. 그건 저희 가게의 신제품이에요. 품질이 아주 훌륭한 제품이라 파손이 생길까 봐 진열장 안에 넣지 않았어요.""잠깐 구경해도 될까요?""그럼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매니저님한테 신청을 해볼게요."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은 상자 하나를 들고 조심스럽게 걸어왔다.상자를 열자 벨벳 위에 놓인 비취옥 팔찌가 보였다. 비취옥은 아주 투명하고 영롱했고 색깔 분포도 균일했다.가게 직원은 장갑을 끼고 팔지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조명까지 켜고 유현진한테 구경을 시켜줬다.비취옥은 아주 섬세하게 만들어졌다. 비취옥 안에는 불순물과 균열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색깔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자연의 색깔이었다. 전문가가 아닌 유현진은 여기까지만 알고 있었다."한 번 써봐
가게 직원은 물건을 팔기 위해 듣기 좋은 소리만 했다.이 팔찌는 예쁘기는 하지만 유현진과 어울리지는 않았다. 유현진의 손목에 비해 크기도 했고 색채가 너무 진해 그녀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았다."손님이 왔는데 왜 마중 나오는 직원 한 명 없어요? 이 가게는 서비스가 왜 이 모양이에요?"이때 오만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현진의 옆에 있던 가게 직원은 후다닥 마중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죄송해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여자는 진열장 속의 제품들을 힐끔 보면서 오만하게 말했다."팔찌 품질이 이게 뭐예요? 너무 수준 떨어지는 거 아니에요?"다양한 손님들을 만나온 가게 직원은 바로 이렇게 대답했다."정말 죄송합니다. 비취옥은 쉽게 깨지기 때문에 실수를 방지하고자 고품질 제품만 따로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시에만 꺼내서 전시를 합니다.""그럼 얼른 갖고 와야지 뭘 하고 있어요?"가게 직원은 iPad를 갖고 오면서 이렇게 말했다."이건 고품질 제품들의 사진입니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고르시거나 예산을 말씀해 주시면 제가 추천해 드리겠습니다."여자는 아무렇게나 뒤적거리다가 유현진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저 제품의 사진은 어디에 있어요?"가게 직원은 바로 해당 제품의 광고 영상을 틀어줬다.여자는 영상을 본체만체하고 이렇게 말했다."저도 이걸 써볼래요!""알겠습니다. 먼저 오신 손님께서 구경을 끝내시면 도와드리도록 할게요."이 말을 들은 여자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저 사람이 이렇게 한참 구경하는 걸 보면 딱히 살 마음이 없어 보이는데요?"가게 직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현진은 머리를 들지도 않고 거울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손목을 돌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이걸 사든 말든 순서를 지켜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 팔찌를 써보고 싶다면 조용히 줄이나 서요."사실 두 사람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유현진은 거울을 통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유현진은 트위드재킷을 걸친 여자가 안하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안하윤은 강민서의 친
"하윤 씨는 생각이 너무 어린 것 같아요. 저는 전업주부도 별로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고귀해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저 혼인 관계에서 분업이 달라질 뿐이죠. 저 같은 경우에는 남편이 돈을 벌고 제가 집안을 돌보고 있어요. 만약 남편이 힘들다고 하면 남편이 집안을 돌보고 제가 돈을 벌어도 상관없어요. 제가 벌어도 남편과 잘 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렇다고 해서 남편을 무시하지는 않을 거예요."유현진은 또 이렇게 말했다."반대로 저는 돈을 벌 능력이 없어서 부모님의 돈이나 쓰며 허풍치는 사람이 더욱 싫어요."가게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유현진의 말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고 마침 가게 안의 사람들이 듣기에 적당했다.이 시간에 가게로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유현진과 같은 전업주부였다. 유현진처럼 집안이 부유해서 일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이를 돌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업주부의 길을 선택한 사람도 물론 있었다.그들은 자신의 직장 생활을 희생해서 집안을 돌보고 있는데 '돈 한 푼도 벌지 못한다', '남자한테 빌붙어 산다'라는 말을 들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유현진은 이 자리에 있는 전업주부들의 속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어떤 사람은 참다못해 이렇게 말했다."젊은 애가 생각이 왜 이렇게 구식이야.""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여성을 함부로 평가해?""출근이 얼마나 쉬운 일이라고 그래. 내 남편이 전업주부를 한다면 난 아예 월급 카드를 남편한테 줄 거야.""쌀벌레가 무슨 자격으로 전업주부를 무시해?"...안하윤의 얼굴은 붉으락 푸르락 했다. 그녀는 머리를 홱 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닥쳐! 그쪽이랑 무슨 상관인데!"가게 직원은 이렇게 주의를 줬다."손님, 가게 안에서는 큰 소리로 떠들면 안 돼요."유현아는 안하윤이 이렇게까지 멍청할 줄은 몰랐다. 아직 한 라운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화를 참지 못하니 말이다.유현아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언
"팔찌는 깨끗하게 닦아줘요. 내 물건에 다른 여자의 역겨운 냄새를 달고 다니기 싫으니까."유현진은 애써 웃음을 참았다. 그녀는 안하윤의 유치한 짓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죄송하지만 이 카드는 한도가 부족해요."안하윤이 득의양양한 기분을 누리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의 말 한마디 때문에 창피를 당하고야 말았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말도 안 돼. 제 카드 한도는 10억이나 된다고요!"직원은 이렇게 말했다."이 비취옥 팔찌는 할인 후 가격이 62억 5200만 원입니다. 한도가 모자라면 할부로 해드릴까요?"안하윤은 안색이 약간 어두웠다. 그녀는 비취옥 팔찌 하나에 기껏해야 5억 정도 할 줄 알았다. 62억은 그녀의 용돈으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안하윤은 아주 난감했다. 자신이 사겠다고 말까지 다 해놓고 이제 와서 안 산다고 하면 비웃음을 당할 게 뻔했다.보다 못한 유현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렸다."하윤아, 그냥 사지 말자. 이건 너무 비싼 것 같아.""62억이면 꽤 괜찮죠. 이런 색깔이 흔한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안하윤의 옆으로 걸어온 유현진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게다가 하윤 씨의 입장에서는 비싼 축도 아니잖아요?"유현진의 도발을 견딜 수 없었던 유현진은 이렇게 억지를 부렸다."60억이 뭐예요. 600억이라 해도 별것 없죠. 저한테는 손가락만 움직이면 얻을 수 있는 돈이라고요! 제가 당신처럼 물건 하나 사는데 남 눈치를 보는 줄 알아요?"안하윤은 이렇게 말하며 다른 카드를 직원한테 건넸다."이 카드로 계산해요."62억은 순식간에 카드에서 빠져나갔다. 오늘의 최고 매출에 가게 직원들은 일제히 인사를 했다.계산을 하고 머리를 돌린 안하윤은 유현진이 계속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팔찌를 자랑하며 이렇게 말했다."사모님의 팔찌를 빼앗게 되어서 참 죄송하네요. 아니면 이곳에서 가장 잘나가는 제품으로 하나 골라봐요. 제가 민서를 봐서 첫 만남 선물로 하나
안하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내가 어딜 봐서 저 여자가 소개한 거란 말이에요?""방금 사모님한테 선물을 하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저희는 지인이 아니라면 선물을 할 리가 없다고 판단했어요."이 말을 들은 안하윤은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녀는 가게 직원들을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이 사기꾼들... 기자를 찾아가서 다 말해버릴 줄 알아요!" 안하윤은 또 유현진을 노려보며 이렇게 말했다."당신도 두고 봐요!"손가락으로 수표를 집어 든 유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수표를 흔들어 보였다."나중에 또 봐요."유현아는 안하윤의 멍청함을 속으로 욕하고 있었다. 그녀가 마침 안하윤한테 한 마디 하려고 할 때,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강한서를 발견하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의기소침해서 가게 밖으로 나갔다."사모님, 다른 제품을 보시겠어요?"매니저가 정중하게 물었다.이 가게는 한성우의 가게였다. 그리고 강한서가 그녀를 몇 번 데리고 온 적 있는 덕분에 매니저와는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 안 그러면 매니저는 방금 전처럼 도와주지 않았을 것이다.어찌 됐든 유현진은 강한서의 이름을 빌어 위세를 부렸다."이 소엽자단 팔찌를 포장해 주세요. 선물할 거예요.""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누구한테 선물하게?"이때 강한서의 목소리가 갑자기 유현진의 귓가에서 들려왔다. 깜짝 놀란 유현진은 귀를 만지작거리며 이렇게 말했다."네 할머니한테 선물할 거야."강한서는 말문이 막혀버렸다.자신의 말투가 쌀쌀맞았다는 것을 알아챈 유현진은 기침을 하며 다시 말했다."할머니한테 드리려고.""넌 1800만 원을 넘게 벌어 놓고 할머니한테는 200만 원도 안 되는 선물을 사는 거야?"강한서는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을 다 알고 있었다.'나쁜 놈!'"200만 원이 뭐 어때서? 그 200만 원도 내 돈이야. 너한테서 받은 게 아니라고! 게다가 할머니는 너희 같은 사람들이랑 달라. 할머니는 모든 걸 돈으로 계산하지 않는다고."강한서는 유현진을 힐끗
뒤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옷소매를 잡고 있는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한서는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유현진, 너 억지 부리지 마. 나한테는 통하지 않으니까." 강한서는 이렇게 말하며 머리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허벅지까지 오는 여자아이가 그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가 제 꽃을 밟았어요."강한서는 말을 잃었다. 그는 머리를 숙여 자신의 왼발 아래에 있는 종이 백합을 바라봤다. 그는 허리를 숙여 백합을 주워 들고는 여자아이한테 건네줬다."네 어머니는 어디에 있어?"여자아이가 막 말하려고 할 때, 한 남자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달려왔다. 여자아이의 아버지는 강한서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아이를 데려갔다.강한서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맞은편의 남성복 가게에서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어두운 안색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유현진은 마침 넥타이를 고르고 있었다. 유현진이 넥타이를 고르고 있는 것을 본 강한서는 답답하던 가슴이 순식간에 뻥 뚫린 것 같았다.두 넥타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던 유현진은 머리를 돌려 강한서한테 물었다."넌 어느 쪽이 더 예쁜 것 같아?"강한서는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는 듯한 눈빛으로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파란색 줄무늬."유현진은 강한서의 목에 넥타이를 대보더니 머리를 저으면서 말했다."파란색은 너한테 어울리지만 그 사람한테는 안 어울릴 것 같아."이 말을 들은 강한서는 잠깐 멈칫하더니 표정이 싸늘했다."그 사람? 그 사람이 누군데?"유현진은 강한서의 감정 변화를 발견하지 못한 채 넥타이를 고르면서 말했다."주강운 변호사 말이야. 어젯밤 변호사님이 없었더라면 나는 화장실 안에 한참 더 갇혀 있었을 거야. 마침 어떻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백화점에 온 김에 넥타이 선물이라도 해야겠어."유현진이 주강운한테 진 빚은 어떻게라도 갚아야 했다.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약간 어색하니 선물을 주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었다.이때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 유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