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6화

하현주가 보였던 두 번의 반응의 유일한 공통점은 카세트테이프를 듣고 있었다는 점이다.

의사는 이런 내용을 진료차트에 적으며 말했다.

“카세트테이프 때문일 수 있습니다. 계속 같은 방법으로 자극을 줘보세요. 하지만 너무 오래 하지는 마시고요. 틀어놓고 반응을 잘 살피시고 반응이 있으면 바로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의사가 병실을 나간 후, 유현진은 카세트테이프를 꺼내 보았다.

테이프가 워낙 오래되어 위의 글씨가 대부분 흐릿해 “국악의 대가” 라는 글씨만 희미하게 보였다.

“언니, 지난번 엄마가 반응을 보였던 테이프, 어떤 건지 기억나세요?”

“그건 기억이 잘 안 나요. 하지만 멜로디는 기억나요. 흥얼거려 볼게요.”

기억난다는 간병인의 말에 유현진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짧게 흥얼거린 간병인이 다급히 물었다.

“어때요? 무슨 노래인지 알겠어요? 이 멜로디는 정확하게 기억해요.”

유현진은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간병인이 말한 흥얼거림이란 진짜로 흥얼거림 그 자체였다. 가사 한 줄도 없이, 심지어 음정조차 맞지 않는 듯한 흥얼거림이었다.

하현주를 따라 들은 국악이 얼마인데,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80% 이상은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간병인이 흥얼거린 멜로디로는 전혀 어떤 곡인지 알아낼 수 없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간병인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던 유현진은 말했다.

“들어본 적 없는 곡인 것 같아요.”

간병인이 열정적으로 나섰다.

“제가 제대로 못 했을 수도 있잖아요. 한 번 더 해볼게요.”

“괜찮아요.”

유현진은 테이프를 테이블 위로 올려놓고 고개를 돌려 간병인에게 말했다.

“언니, 앞으로 이 테이프들을 순서대로 틀어줘요. 엄마가 반응을 보이는 것들로만 추려서, 그것만 들려드려요.”

“네.”

유현진은 간병인이 가져온 보호자용 침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딱딱한 접이식 침대에 온몸이 아팠다.

이튿날 아침, 날이 완전히 밝기도 전에 잠에서 깨어났다.

아래층에서 간병인에게 줄 아침밥을 가져다주고, 몇 가지를 당부하고 나서야 택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