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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안 싸웠어. 이혼하면 재산 분할도 해주기로 했는데, 내가 왜 싸워? 돈은 받아야지.”

“너 그럼 지금 돌아가려고?”

“오늘엔 병원에 가려고. 낮에 간병인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오늘 엄마가 또 반응을 보였대. 요즘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 옆에서 얘기 많이 해드리려고. 혹시 더 일찍 깨어나실지도 모르잖아.”

“내가 데려다줄게.”

“아냐, 됐어. 차 불렀어.”

유현진이 차미주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너도 일찍 쉬어.”

하현주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차미주에게 얘기한 것처럼 반응을 보이는 일은 없었다.

유현진은 그저 그녀 옆에 있고 싶을 뿐이었다. 어렸을 때처럼, 엄마 옆에서라면 어떤 서러운 일이 있어도, 아무런 위로의 말이 없어도 마음만은 편할 수 있었다.

의사는 항상 그녀에게 어머니와 많은 얘기를 나누라고 했지만 워낙 어렸을 때부터 소통이 적었던 탓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유현진은 기억을 더듬어 이전의 일들을 얘기해 보고 싶었지만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도 적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애쓰는 모습을 보던 간병인은 웃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남편분 이야기를 하셔도 괜찮아요. 결혼생활 얘기도. 엄마는 딸의 행복에 관심이 많으니까.”

“뭐, 특별히 할 얘기가 없어서요.”

유현진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사고만 나지 않았어도, 아마 그 사람이랑 결혼하는 일은 없었겠죠.”

간병인도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유현진은 몸을 일으며 하현주가 갖고 있던 골동품인 카세트 라디오를 켰다.

하현주는 국악을 좋아해서 집에 많은 데이프를 모아놓고 있었다. 이 카세트 라디오도 모아 둔 테이프를 듣기 위해 산 것이었다.

의사가 하현주가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해서 자극을 줘야 한다고 얘기를 한 후부터 유현진은 집에서 물건들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무 테이프나 골라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보호자용 침대에 누워 책상 위에 놓였던 잡지를 펼쳐들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이혼 후 전 남편의 아이를 가졌다” 였다.

유현진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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