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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네 동생한테 물어보지 그래?”

강한서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민서는 네가 드레스를 빼앗긴 일로 언짢아져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몰래 도망쳤다고 했어.”

유현진이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리며 답했다.

“동생 말 들으면 알겠네. 나한테 왜 또 물어?”

강한서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담담하게 말했다.

“안 믿었어. 난 네가 하는 말 듣고 싶어.”

유현진이 멈칫하다가 입술을 잘근 깨물더니 물었다.

“강민서가 날 화장실에 가뒀다면 믿을 수 있겠어?”

그녀는 강한서를 보지 않고 말했다.

유현진은 강한서가 자신의 말을 믿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동생을 얼마나 아끼는지는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강민서가 밖에서 얼마나 행패를 부리고 다니든 강한서와 강씨 집안에서 그녀는 그저 철이 없는 아이에 불과할 뿐이었다. 악의 없는 천방지축 아가씨로 말이다.

이렇게 순진한 아가씨가 어떻게 사람을 화장실에 가둘 수 있을까.

그녀는 이미 강한서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들려온 건 의외의 말이었다.

“너는 어떻게 나왔어?”

유현진은 멈칫했다.

오늘따라 강한서는 평소와 달랐는데 그의 모든 반응이 그녀의 예상을 벗어났다.

유현진은 도무지 강한서의 속을 알 수 없었다.

“창문을 넘었어.”

유현진은 화장실에서 사람을 구출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인 데다가 맨손으로 변기에서 약을 꺼냈다는 얘기를 비위가 상하게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랑할 거리도 아니었다.

“창문을 넘었다고?”

그녀의 대답에 강한서가 적잖이 놀랐다.

‘12층 창문을 넘다니. 네가 무슨 닌자라도 되는 줄 알아?’

유현진은 강한서의 표정을 캐치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밖으로 나가서 문턱을 따라 옆에 창문으로 갔어. 마침 주강운 변호사가 화장실에서 날 발견하고 도와준 거야.”

강한서의 이마에 핏발이 섰다. 그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

“주강운이 화장실에서 뭘 했는데?”

이상한 걸 묻는다고 생각하며 유현진이 답했다.

“화장실에서 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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