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이 강한서에게 고자질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강민서가 멈칫하더니 눈동자를 데굴 굴리다가 준비한 대사를 내뱉었다.“호텔에 와서는 화장실에 간다고 했어. 그래서 경비한테 말하고 나는 먼저 입장했지. 어디 갔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강한서가 어두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강민서, 사실대로 얘기해. 현진이 대체 어디 있어?!” 강민서는 그의 눈빛에 깜짝 놀라서 한껏 높아진 목소리로 대꾸했다.“뭘 더 어떻게 솔직하게 말해? 화장실에 갔다고 했잖아. 믿지 못하겠으면 CCTV라도 확인해 봐. 내가 왜 거짓말을 해?” “오기 전에 내가 너한테 뭐랬어?” 강한서가 성질을 억누르며 말했다.강민서는 울컥해서 말했다.“오빠 말대로 데리고 입장하려고 했어. 하지만 다 큰 성인이 화장실에 가겠다는데 내가 어떻게 말려? 어쩌면 드레스 때문에 일부러 가버린 건지도 모르지.” 강한서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걔가 너처럼 쫌생인 줄 알아?” 강민서가 화를 내며 버럭 했다.“오빠, 그 여자 땜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동생 대신 그 여자를 믿는 거야?” 강한서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고 강민서는 그 눈빛에 소름이 끼쳤다. 뭐라고 더 해명하려고 했지만 강한서는 그녀를 내버려 두고 자리를 떠났다.그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했다.방금 친구한테 밖에 나가보라고 했을 때 그 화장실의 문은 진작 열려 있었다. 유현진은 안에서 나왔을 텐데 아직도 파티에 입장하지 않고 강한서에게 고자질을 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했다.“내가 방금 무슨 얘기 들었는지 알아?” 그녀가 자리에 앉마자마 재벌 집 자제분 중 한 명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사람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물었다.“무슨 얘기?” “듣기로 송씨 가문의 아가씨가 방금 화장실에서 천식이 발작해서 거의 죽을 뻔했대.” 강민서가 멈칫했다.누군가 물었다.“무슨 송씨 가문?” “한주시에 송씨 가문이 얼마나 된다고 그래? 익천 그룹의 송씨 가문 말이야. 민서는 아마 잘 알
'다 유현진 그 재수 없는 계집애 때문이야. 걔만 없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 “오늘 밤에 송가람 씨랑 친분을 쌓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허탕이네. 방금 병원에 실려갔대.” 가슴이 철렁한 강민서가 말했다.“호텔에서 소문이 퍼지는 걸 막는 건 송씨 가문의 뜻일 거야. 함부로 소문내고 다니지 마.” 만약 강한서가 알게 된다고 해도 절대 인정하지 않겠노라 재차 다짐했다.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더 이상 이 일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원고를 수정한 차미주는 침대에 눕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모르는 번호에 배달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전화를 받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유현진 어디 있어?” “너, 너, 너 또 무슨 짓이야?” 지긋지긋한 강한서의 목소리에 차미주는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강한서가 다시 물었다.“유현진 어디 있냐고.” 차미주는 움찔하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너랑 파티에 간다고 했잖아?” “없어. 전화도 안 받아.” ‘나랑 무슨 상관이야. 네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나 보지!’ 강한서의 기세에 생각을 입 밖에 내뱉을 수 없었던 차미주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그럼 내가 전화해 볼까?” “부탁할게.” 강한서의 입에서 의외의 대답이 들렸다.차미주는 유현진에게 연락을 했지만 강한서의 말대로 신호는 연결이 되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강한서는 더욱 세게 미간을 찌푸리고는 전화를 끊었다.이때 한성우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지막이 말했다.“강운이 왔대. 가서 여자친구 구경 좀 하자.” 강한서가 그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너나 가.” 한성우는 그의 폰을 빼앗고 말했다.“유현진 씨는 성인이야. 안 잃어버려. 일단은 강운이 좀 놀리고 함께 찾아줄게.” 말을 마친 한성우는 강한서의 어깨를 잡고 그를 끌고 갔다....유현진은 씻고 호텔 직원이 건넨 드레스를 입었다.흰색의 어깨 라인이 드러나는 드레스였는데 피시테일 스타일의 드레스는 심플하면서 격식을 갖추었다.복도에서 그녀를
몇 초의 적막이 흘렀다.노련한 분위기 메이커인 한성우마저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친구의 여자친구가 다른 친구의 와이프라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내 와이프는...” 강한서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현진을 바라보다가 시선이 주강운의 팔짱을 낀 그녀의 손에 머물고는 입꼬리를 씰룩하더니 말했다.“차현진 씨에게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유현진은 묵묵히 주강운의 팔짱을 낀 손을 빼고 살짝 거리를 두었다.주강운이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유현진이 해명하려고 입을 벌린 순간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홱 감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강한서는 손에 힘을 주어 그녀의 허리를 잡고 유현진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유현진 사모님이라고 부를까, 아니면 차현진 씨라고 부를까?” 유현진의 착각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강한서가 그녀를 향한 소유욕을 과시한다고 느꼈다.주강운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한서야, 그게 무슨 얘기야?” 강한서는 유현진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유현진, 네 남자친구에게 남편 좀 소개하지 그래.” “무슨 남자친구?” 유현진은 그의 손에 잡힌 허리에 통증이 느껴져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강한서 너 미쳤어?” “그건 내가 할 말인데?” 강한서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유현진, 우리 서류상으로 부부가 된 지 3년이 넘어. 네가 차 씨인 줄은 몰랐는데?” 유현진은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랐다.주강운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해 그에게 가명을 알려 줬다고 하면 곁에 있는 그에게 실례가 아닌가.그녀가 고민하고 있을 때 주강운이 말했다.“오해가 있었네. 유현진 씨의 소개로 소송 하나를 맡았어. 직업병이 도졌지 뭐야. 유현진 씨가 의뢰인의 친척이라고 생각하고 같은 차 씨인 줄 알았어.” 유현진은 죄책감이 들었다. 자신의 한 거짓말을 피해자가 수습하는 꼴이라니.한성우는 이때다 싶어서 끼어들었다.“오해였구나. 그럼 내가 다시 소개할게. 형수님, 이쪽은 나랑
"네 동생한테 물어보지 그래?” 강한서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민서는 네가 드레스를 빼앗긴 일로 언짢아져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몰래 도망쳤다고 했어.” 유현진이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리며 답했다.“동생 말 들으면 알겠네. 나한테 왜 또 물어?” 강한서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담담하게 말했다.“안 믿었어. 난 네가 하는 말 듣고 싶어.” 유현진이 멈칫하다가 입술을 잘근 깨물더니 물었다.“강민서가 날 화장실에 가뒀다면 믿을 수 있겠어?” 그녀는 강한서를 보지 않고 말했다.유현진은 강한서가 자신의 말을 믿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동생을 얼마나 아끼는지는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강민서가 밖에서 얼마나 행패를 부리고 다니든 강한서와 강씨 집안에서 그녀는 그저 철이 없는 아이에 불과할 뿐이었다. 악의 없는 천방지축 아가씨로 말이다.이렇게 순진한 아가씨가 어떻게 사람을 화장실에 가둘 수 있을까.그녀는 이미 강한서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들려온 건 의외의 말이었다.“너는 어떻게 나왔어?” 유현진은 멈칫했다.오늘따라 강한서는 평소와 달랐는데 그의 모든 반응이 그녀의 예상을 벗어났다.유현진은 도무지 강한서의 속을 알 수 없었다.“창문을 넘었어.” 유현진은 화장실에서 사람을 구출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인 데다가 맨손으로 변기에서 약을 꺼냈다는 얘기를 비위가 상하게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자랑할 거리도 아니었다.“창문을 넘었다고?” 그녀의 대답에 강한서가 적잖이 놀랐다. ‘12층 창문을 넘다니. 네가 무슨 닌자라도 되는 줄 알아?’ 유현진은 강한서의 표정을 캐치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밖으로 나가서 문턱을 따라 옆에 창문으로 갔어. 마침 주강운 변호사가 화장실에서 날 발견하고 도와준 거야.” 강한서의 이마에 핏발이 섰다. 그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주강운이 화장실에서 뭘 했는데?” 이상한 걸 묻는다고 생각하며 유현진이 답했다.“화장실에서 뭘 해?
강한서는 정말 좋은 능력을 타고났다. 말 한마디로 그녀 하루의 좋은 기분을 망쳤으니까.눈앞에서 쏟아지는 비난은 그녀를 화나고 억울하게 하였다.“그래, 나 바보야. 배리어 프리 화장실을 가본 적이 없는데 호출 버튼이 있는지 어떻게 알아? 내가 헛디뎌 죽기를 바란 건 아니고? 그렇게 되면 재산 분할도 적고 다른 사람에게 자리도 내줄 수 있었겠네, 일석이조네”그녀가 빨갛게 상기된 눈으로 쏘아붙이자 강한서가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유현진이 이를 악물며 대답하였다.“그건 네가 더 잘 알겠지.”“내가 뭘 아는데?”강한서는 그녀의 손을 다시 끌어당겨 나머지 반창고도 붙여 주었다. “아무것도 아니면서 성질만 나빠서는. 긴급 버튼 누를 줄 모르면 핸드폰은? 핸드폰으로 연락할 줄 몰라?”유현진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답하였다.“네 여동생이 밀치는 바람에 망가졌어. 아니면 내가 바보도 아니고 창문으로 나가겠어?”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강한서의 표정은 전보다 누그러들었으며 그녀의 비아냥거림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그녀의 화난 얼굴을 보자 강한서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마저 낮아지고 있었다. “내가 잘 못 짚은 거지?”유현진은 콧방귀를 뀌며 받아쳤다.“사리 구분 못 할 때가 한두 번이야?”사실 강한서는 그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단점을 보호해 주는 쪽이지. 그러나 정말로 그의 인내심을 건드린다면 아무리 낳아준 엄마라도 인정사정 안 봐주는 인간이 바로 강한서이다. 다만 아쉽게도 이 인내심들도 그의 사랑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의외로 강한서는 그녀의 반박에 화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허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 이따가 새거 사줄게.”유현진은 뭐에 홀린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그의 말이 마치 그녀를 달래는 것처럼 들렸다.강한서가 과연 그녀를 달래 줄 수 있을까?그녀의 청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아마 그가
그 사람은 강한서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신흥 인터넷 회사의 사장인데 20대 중반에 집에서 준 돈으로 시작한 사업이 꽤 잘 되고 있는 모양이었다.그는 화를 참으며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하지만 속 사정을 알리 없는 남자는 강한서를 보자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강 대표님.”강한서의 표정은 너무도 담백하여 도저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가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얘기를 하고 있어요?”“아무것도 아니에요.”“동창이에요, 회포 풀고 있었어요.”남자가 웃으며 말했다.“동창?” 강한서가 유현진을 바라보았다.남자는 강한서가 그에게 묻는다고 생각하여 재빨리 대답하였다.“이쪽은 유현진 씨예요. 제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하죠.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는데 여기서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현진아 이분은 한성 그룹의 강대표야.”유현진은 뻘쭘했다.동창은 열정만 넘쳐흘러 눈치는 없는 모양이었다.강한서가 사악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입을 열었다.“오랫동안 연락 안 하셨나 봐요.”강한서가 유현진의 허리를 감싸며 천천히 눈을 들어 온화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동창은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당신이 결혼한 것도 모르잖아.”이 남자가 제주도에 갔다 오더니 연기만 늘었어.유현진은 자신의 연기도 꽤 훌륭하다고 생각하였지만 강한서의 옆에서는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동창은 갑자기 일어난 해프닝에 당황하였는지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결혼?”유현진은 강한서의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지었다.“여기는 내 남편이야.”동창은 어딘가 서운해하는 눈치였다.“결혼 일찍 했네.”본인도 어색한 걸 느꼈는지 이어 말하였다.“내 말은 그러니까 강 대표님이 네 남편일 줄은 몰랐어. 그때 유학할 때 친구한테 사고가 났다고 들었었거든. 널 지켜 줄 사람 빨리 찾은 것도 나쁘지는 않지.”유현진과 그녀 모친의 교통사고는 당시 너무 충격적이라 그해 1면 톱기사를 도배하였었다.자가용과 택시 한 대가 충돌하여 2명이 죽고 3명이 다친 큰 사고였다.택시 운
유현진은 웃던 얼굴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소리 난 쪽을 보았다.송민영은 블루 큐빅이 박힌 스커트를 입고는 이쪽으로 걸어왔다.정교한 화장에 펄감이 살아있어 표정이나 몸매 모두 한 번쯤은 돌아 볼 만큼 화려한 외모였다.요즘 가장 인기 있는 젊은 여배우 중 한 명이라 그런지 확실히 분위기가 남달랐다.평소 같았으면 고개를 끄덕일 뿐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가‘한서야’라고 다정하게 부른 덕분에 주위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였다.강한서과 송민영의 열애설은 이전부터 떠들썩했지만 이후 다른 소식은 전해지지 않아 다들 해프닝으로만 여겼다.하지만 지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다정하게 부르는 것을 보니 뭐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소문을 좋아하는 건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는 듯싶다.사람들의 시선은 어느새 강한서와 송민영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의외로 두 사람 모두 냉담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유현진은'한서'라는 소리가 들릴 때 잠시 멈칫하였지만 이내 마치 모르는 사람이 온 것처럼 손에 든 주스를 삼켰다.강한서는 더욱 냉담하였다. 분명히 그녀가 온 걸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있었다.유현진은 코 웃음을 치고 말았다.개 자식,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니.송민영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였다."강 대표님, 현진 씨 여기서 다 뵙네요.”유현진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강한서도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는지 가볍게 물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유현진은 그 모습이 너무 역겨웠다.오기 전에 분명히 한서는 송민영의 전화를 받고 달려갔는데 지금 여기에서 무슨 청춘 드라마 주인공인 척하고 있는 것인지.송민영은 밝은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하였다.“오늘 행사 자선 게스트로 초대돼서 왔어.”파티에는 연예인을 초청하여 자선 공연을 하긴 하나 모두 주최자가 회사에서 임시로 선별하여 별로 유명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예술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학생들이 주로 와서 공연장을 뜨겁게 달구곤 하였다.
유현진은 손에 있는 과일 주스를 당장이라도 상대방의 얼굴에 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사실 결혼 3년 차에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은 드문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심기가 불편 한 건 신미정이 최근 몇 년 동안 여기저기 의사를 찾아다니며 밀방을 구해주는 바람에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다는 것이었다.겉으로는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지만 뒤에서는 그녀가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그녀가 결혼한 지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강한서에게 중매를 들어오는 이유이기도 하다.송민영이 말을 꺼내자 모두가 그녀에게 원래부터 관심이 있은 것 마냥 물어보기 시작했다.그들의 관심사는 그녀가 임신했는지가 아니었다. 그냥 지금 이 이야기가 웃음거리가 될 순간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모두가 그녀가 임신을 못한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송민영은 그녀의 약점을 찔러 그녀를 난감하게 하여 그녀가 추태를 부리길 바라였다.정인월은 강 씨 가문의 체면을 가장 중시하는데 유현진이 이런 자리에서 추태를 부려 강 씨 가문에 먹칠을 한다면 할머니가 그녀를 계속 보호해 줄 수 있을까?할머니만 그녀를 버린다면 그녀가 강 씨 집안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는가?송민영이 원한 것이 바로 이거였다.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화를 내지 않고 사람들을 향해 웃으며 말하였다.“발표할 때가 되었을 때 말하려고 하였는데, 어떤 일은 먼저 말하면 될 일도 안되더라고요.”다들 그녀의 발언에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뭐야 임신했다는 소리야?어쨌든 첫 3개월 동안은 안정을 취할 때라 보통은 입 밖에 내지 않는다.강한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차를 마셨고 유현진의 말을 다 들었지만 유현진의 대답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고 있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임신을 사실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이어 사람들의 축하의 말들이 들렸고 유현진은 만인의 관심사가 되어 있었지만 송민영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였다.그녀도 사람들을 따라 분위기를 맞춰 주었다. “현진 씨, 정말 축하드립니다.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