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과 강한서의 결혼 소식이 전해진 그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어떤 명문가의 여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한성우에게 들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실의 진위는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강한서가 명문가 자제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은 사실이었다.유현진은 강한서와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우편함에서 익명의 러브레터를 발견하곤 했다. 아주 달콤한 말과 함께 자신의 외설적인 사진을 보내면서 말이다.그건 어느 날 그녀가 강한서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성우 파일을 수정할 때 발견한 것인데 그때 두 사람은 결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기로서 아직 잠자리를 하지 않은 때였다.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는 머릿속이 하얘지며 혹시 강한서가 외도를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그땐 나이도 어렸고 순진했던 그녀는 혹시 자신과 잠자리를 하지 않는 이유가 강한서가 사진과 같은 섹시한 타입이 취향이라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나기도, 속상하기도 했다. 해서 그녀는 지금 생각해도 어리석은 행동을 했는데 성인용품점에서 사진 속의 여자가 입은 것과 같은 속옷을 사서 그날 밤 보드카를 마시고 대담하게 강한서의 품에 안겼다.그 뒤에 발생한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이튿날 깨어보니 강한서는 일찍 떠났고 홀로 남은 그녀는 몸이 구석구석 아팠지만 속으로는 흐뭇했다.그날 오후 강한서는 그녀에게 전화로 어제 입은 옷은 어디에서 산 것인지 물었다.유현진은 어젯밤이 마음에 들었던 강한서가 대낮부터 그녀를 유혹한다고 생각하고 쭈뼛댔지만 강한서가 이어서 말했다.“디자인 부서에서 며칠 전 나한테 디자인 시안을 보냈는데 우리 상품이 아직 출시되기도 전에 모조품이 시장에 나왔어. 지금 유포자를 찾는 중이야.” 유현진은 말문이 막혔다.“네가 말한 시안이 메일에 있던 그 사진이야?” 강한서가 멈칫하며 되물었다.“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유현진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그 뒤에 유현진은 강한서에게 사적인 사진을 보내는 여자가 꽤 많았지만 그날 그녀가 봤던 사진은 회사에서 새 제품의
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화장실 문에 노크했다.“강민서?” 안에서는 대답 대신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렸다.유현진이 다시 소리를 높여 말했다.“강민서, 장난치지 마. 들었으면 대답해.” 하지만 여전히 안쪽에서는 대답이 없었다.그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화장실에는 칸막이가 3개뿐이었는데 3개의 문이 모두 굳게 닫혀있었다. 그중 하나의 칸막이 너머로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는데 다른 소리도 섞였다. 유현진은 이거구나 생각했다.“민서...”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안쪽으로 밀었다.무방비 상태였던 유현진은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고 손에 있던 폰도 놓쳤다.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에는 이미 문이 닫힌 뒤였다.유현진은 불안한 예감이 들어 얼른 문을 열려고 했지만 역시나 밖에서 문이 잠겼다.‘강민서 유치한 자식!’ 유현진은 이를 악물고 힘껏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강민서! 너 미쳤어? 하나도 재미없으니까 얼른 문 열어!”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설마 이미 나갔어?’ 강민서가 그녀에게 했던 못된 행위들을 생각하니 이런 일을 벌이고도 남겠다는 확신이 들었다.호텔은 방음 시설이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한참이나 문을 두드렸지만 그녀를 발견하는 사람은 없었다.호텔 로비에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지며 액정이 깨지는 바람에 그마저도 할 수가 없었다.그저 누군가 화장실에 와서 그녀를 구해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유현진은 몰랐다. 강민서가 화장실을 떠날 때 문 앞에 수리 중이라는 팻말을 놓았기 때문에 호텔 직원이 아닌 이상 화장실을 지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호텔의 화장실은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었고 악취 대신 디퓨저 향이 났지만 갇혀 있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액정이 깨진 핸드폰을 만지며 기억을 더듬어 주소록에서 아무나 찾아서 전화를 하여 호텔 데스크에 연락을 해달라고 할 참이었다.하지만 전화를 걸기도 전에 화장실 옆 칸에서 “헉헉” 거리는 소리가
유현진은 심호흡을 하고 겉옷을 벗고는 손으로 약을 건져내 흐르는 물에 씻고 버튼을 눌렀다.밀봉이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안에 물이 들어간 것 같지 않았다. 유현진은 얼른 여자의 입에 대고 약을 분사했다.약을 복용한 여자의 호흡이 많이 나아졌다.유현진은 허리를 숙여 여자를 부축하면서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증상은 나아졌지만 여자의 의식은 여전히 흐릿했다.안색 또한 다시 나빠지자 유현진은 힘껏 여자의 인중을 누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당신을 살리기 위해 맨손으로 변기에 손을 넣었어요. 내 정성을 봐서라도 제발 정신 차려요.” 유현진은 아마 디퓨저가 여자의 알레르기를 유발했다고 생각하고 얼른 화장실의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켰다.몇 분 뒤, 여자의 증상은 점점 완화되었고 안색도 좋아졌으며 의식 역시 돌아왔지만 아직도 말은 하지 못하였다.“휴대폰 있어요?” 유현진이 물었고 여자는 힘들게 고개를 저었다.유현진은 창문을 통해 주위 환경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여자를 향해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얼른 창문을 통해 나가서 사람 불러올게요.” 여자는 눈을 깜박였다.유현진은 하이힐을 벗고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창문 밖에는 30cm 정도의 폭을 밟을 수 있는 받침대가 있었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해서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었다.유현진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미대생이 체대생으로 될 수도 있구나 속으로 생각했다.그녀는 10분이 넘게 좁은 창틀을 따라 드디어 다른 창문에 도착했다.다행인 사실은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이었고 불행인 사실은 그곳이 남자 화장실이라는 점이었다.변태처럼 창문에 매달린 그녀를 본 한 남자는 볼일을 보다가 깜짝 놀라서 얼른 바지 지퍼를 채우고 황급히 달아났는데 마침 화장실에 들어오던 남자와 부딪쳤다.더욱 믿을 수 없는 사실은 그가 부딪친 사람이 바로 그녀가 아침에 방금 보았던 주 변호사라는 점이었다.남자 화장실에서 아침에 이야기를 나누던 고객을 발견한 주강운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지금 자신
유현진 역시 망설이지 않고 한쪽 다리를 창틀에 올리고 상대의 어깨에 힘을 실어 안으로 넘어왔다.두 발이 바닥에 닿자마자 다리가 풀린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주강운이 얼른 그녀를 부축했고 유현진은 초췌한 모습으로 상대의 품에 안겼다.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를 살려보고자 했지만 상대는 이미 그녀가 남자 화장실의 창문을 통해 넘어온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이제 와서 이미지를 세탁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될 대로 되라지.’ 또 다른 누군가가 화장실로 들어왔고 그들의 모습에 헛기침을 하더니 “실례합니다.” 한 마디만 남기고 떠나버렸다.유현진은 말문이 막혔다.해명할 수 없는 오해였다.두 사람은 화장실에서 나와서 119에 신고하며 사람을 찾아 여자 화장실 문을 열었다.호텔 직원의 빠른 행동력으로 얼른 여자를 화장실에서 구출했다.유현진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 탓인지 여자의 안색은 많이 좋아졌고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의사 역시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하여 간단한 검사를 마치더니 감탄했다.“조치가 빨라서 상태가 심각하진 않네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시름을 놓았다. 특히 호텔 매니저는 안도감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신분이 고귀한 분들이라 만약 호텔에서 인명피해가 생겼다면 그가 책임질 수 있는 사태가 아니었다.매니저는 얼른 여자를 객실로 안내하여 의사의 치료를 받게 조치했다.그러면서 유현진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분은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 혹시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 유현진이 손사래를 쳤지만 곁에 있던 주강운이 그녀를 대신하여 답했다.“차현진 씨라고 합니다.” 유현진은 가명을 듣더니 속으로 움찔했다.“현진 씨였군요. 혹시 어느 방에 머무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희 호텔의 구세주와 다름이 없으니 감사의 인사로 한별 씨의 모든 소비 금액을 저희 호텔이 부담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유현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 멋지긴 하지만 파티에서는 더 아름답게 입을 수 있죠.” ‘센스 있네.’ 체면을 지켜주는 동시에 칭찬까지 동반한 말을 마다할 이는 없었다.유현진은 만약 강한서라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했다.강한서는 분명 치가 떨린다는 얼굴로 “거지냐?” 라고 대꾸하고는 수건을 그녀의 얼굴에 덮으면서 쪽팔린 짓 하지 말라고 경고하겠지.생각하자 울컥 화가 치밀었다.‘사람이 어떻게 이리도 다를 수 있지?” 매니저는 흔쾌히 방 하나를 내주었다.“우선 준비하고 있어요. 이따가 다시 올게요.” 주강운은 그녀를 방에 들여보내고 자리를 떠났다.유현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주강운 역시 그녀를 따라서 방에 들어가면 얼마나 어색할지 걱정했던 것이다. 주강운은 아주 신사적이었다. 그는 유현진이 다른 사람에게 이상한 오해를 살까 같은 방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다.주강운이 엘리베이터에 타자 한성우가 단톡방에서 그에게 물었다.“강운아, 똥통에 빠졌어?” 주강운은 답장을 하지 않았다.한성우가 다시 문자를 보냈다.“방혁 그 자식이 네가 화장실에서 여자랑 이상한 짓 한다던데, 사실이야?”“여자한테는 관심도 없던 네가 웬일이야? 어떤 여자야? 예뻐? 어느 집 자제분이셔?”주강운이 이를 으득 갈더니 답장을 보냈다.“머릿속에 음란마귀만 가득 찬 너랑 내가 같아?” “허. 여자를 좋아하는 게 어때서? 그치, 한서야?” 강한서가 답장했다.“네가 말하면 음탕해 보여.” 한성우는 한참을 말이 없다가 답장을 보냈다.“너희 대체 언제 와? 늙은이들이 자꾸 나한테 여자 소개해 주겠대. 심심해 죽겠다고. 빨리 와서 나 대타 좀 서줘.” 강한서가 무뚝뚝하게 답장을 보냈다.“이미 결혼한 몸이라 그건 힘들어.” 한성우는 어이가 없었다.그는 속으로 와이프가 창문을 넘고 다니는데 결혼이라는 말을 잘도 한다고 생각했다.주강운이 회신했다.“이따가 누구 좀 데려갈게.”‘데리고 오면 오는 거지. 왜 예고는 한담?’ 한성우가 멈칫하더니 뭔가를 떠올리고 물었다.“여자야
"너희가 말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 순진하고 털털한 분이셔. 얼굴에 다 드러나.” 한성우는 점점 더 궁금해졌다.“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몇 번을 봤다고 벌써 이렇게 홀딱 빠졌어. 이따가 오면 내가 반드시 잘 봐야겠어. 네가 말한 대로 그렇게 훌륭한 분이 맞는지 말이야.” 주강운이 회신했다.“보기만 해. 놀라게는 하지 말고.” 한성우가 혀를 차더니 회신했다.“정말 예전이랑 똑같이 쪼잔하네. 그때는 보지도 못하게 하더니.” 주강운이 물었다.“뭘 못 보게 했는데?” 한성우가 답하기도 전에 강한서가 그의 답장을 가로챘다.“알몸 사진이겠지.” 한성운과 주강운은 말문이 막혔다.강한서가 느긋하게 계속하여 말했다.“어릴 때 같이 화장실에 갔다가 누가 더 멀리 싸는지 비교했는데 너만 아래를 가리고 계집애처럼 있었잖아. 쟤는 그게 궁금했던 거야.” 한참을 말이 없던 주강운이 물었다.“성우야, 너 혹시 남자도 좋아해?” “이상한 루머 만들지 마! 나는 여자만 좋아한다고!” 본인이 먼저 화제를 꺼냈기 때문에 그는 이상한 루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민서가 널 위해 아주 예쁘게 하고 왔어. 이따가 네가 여자 파트너랑 함께 등장하는 걸 보면 분명 엄청 속상해할 거야.” 강민서의 이름에 주강운은 골치가 아팠다.“나랑 민서 나이 차이가 얼만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랑 결혼할 거야. 민서도 알게 되는 날이 올 거야.” ...“안 오는 줄 알았잖아.” 강한서의 등장에 한성우는 한달음에 달아가서 반겼다.“늙은이들 잔소리에 귀에 피딱지가 앉을 지경이야.” 강한서는 그가 건네는 술잔을 받으며 파티 현장을 훑었다.무대에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어두운 조명의 무대 아래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익숙한 얼굴을 찾을 수 없었다.한성우가 궁금한 듯 물었다.“뭘 찾아?” 강한서가 술을 마시고 답했다.“유현진은 어디 갔어?” 한성우가 멈칫하더니 되물었다.“못 봤어. 여기 왔대?” 강한서가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유현진이 강한서에게 고자질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강민서가 멈칫하더니 눈동자를 데굴 굴리다가 준비한 대사를 내뱉었다.“호텔에 와서는 화장실에 간다고 했어. 그래서 경비한테 말하고 나는 먼저 입장했지. 어디 갔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강한서가 어두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강민서, 사실대로 얘기해. 현진이 대체 어디 있어?!” 강민서는 그의 눈빛에 깜짝 놀라서 한껏 높아진 목소리로 대꾸했다.“뭘 더 어떻게 솔직하게 말해? 화장실에 갔다고 했잖아. 믿지 못하겠으면 CCTV라도 확인해 봐. 내가 왜 거짓말을 해?” “오기 전에 내가 너한테 뭐랬어?” 강한서가 성질을 억누르며 말했다.강민서는 울컥해서 말했다.“오빠 말대로 데리고 입장하려고 했어. 하지만 다 큰 성인이 화장실에 가겠다는데 내가 어떻게 말려? 어쩌면 드레스 때문에 일부러 가버린 건지도 모르지.” 강한서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걔가 너처럼 쫌생인 줄 알아?” 강민서가 화를 내며 버럭 했다.“오빠, 그 여자 땜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동생 대신 그 여자를 믿는 거야?” 강한서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고 강민서는 그 눈빛에 소름이 끼쳤다. 뭐라고 더 해명하려고 했지만 강한서는 그녀를 내버려 두고 자리를 떠났다.그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했다.방금 친구한테 밖에 나가보라고 했을 때 그 화장실의 문은 진작 열려 있었다. 유현진은 안에서 나왔을 텐데 아직도 파티에 입장하지 않고 강한서에게 고자질을 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했다.“내가 방금 무슨 얘기 들었는지 알아?” 그녀가 자리에 앉마자마 재벌 집 자제분 중 한 명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사람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물었다.“무슨 얘기?” “듣기로 송씨 가문의 아가씨가 방금 화장실에서 천식이 발작해서 거의 죽을 뻔했대.” 강민서가 멈칫했다.누군가 물었다.“무슨 송씨 가문?” “한주시에 송씨 가문이 얼마나 된다고 그래? 익천 그룹의 송씨 가문 말이야. 민서는 아마 잘 알
'다 유현진 그 재수 없는 계집애 때문이야. 걔만 없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 “오늘 밤에 송가람 씨랑 친분을 쌓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허탕이네. 방금 병원에 실려갔대.” 가슴이 철렁한 강민서가 말했다.“호텔에서 소문이 퍼지는 걸 막는 건 송씨 가문의 뜻일 거야. 함부로 소문내고 다니지 마.” 만약 강한서가 알게 된다고 해도 절대 인정하지 않겠노라 재차 다짐했다.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더 이상 이 일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원고를 수정한 차미주는 침대에 눕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모르는 번호에 배달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전화를 받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유현진 어디 있어?” “너, 너, 너 또 무슨 짓이야?” 지긋지긋한 강한서의 목소리에 차미주는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강한서가 다시 물었다.“유현진 어디 있냐고.” 차미주는 움찔하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너랑 파티에 간다고 했잖아?” “없어. 전화도 안 받아.” ‘나랑 무슨 상관이야. 네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나 보지!’ 강한서의 기세에 생각을 입 밖에 내뱉을 수 없었던 차미주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그럼 내가 전화해 볼까?” “부탁할게.” 강한서의 입에서 의외의 대답이 들렸다.차미주는 유현진에게 연락을 했지만 강한서의 말대로 신호는 연결이 되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강한서는 더욱 세게 미간을 찌푸리고는 전화를 끊었다.이때 한성우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지막이 말했다.“강운이 왔대. 가서 여자친구 구경 좀 하자.” 강한서가 그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너나 가.” 한성우는 그의 폰을 빼앗고 말했다.“유현진 씨는 성인이야. 안 잃어버려. 일단은 강운이 좀 놀리고 함께 찾아줄게.” 말을 마친 한성우는 강한서의 어깨를 잡고 그를 끌고 갔다....유현진은 씻고 호텔 직원이 건넨 드레스를 입었다.흰색의 어깨 라인이 드러나는 드레스였는데 피시테일 스타일의 드레스는 심플하면서 격식을 갖추었다.복도에서 그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