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연이 본 배우 중, 이렇게 팬들의 마음을 신경 쓰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녀가 전에 제작진과 함께 일할 때, 배우의 팬들을 많이 봤었다. 그들은 멀리서 자기 배우를 보기 위해 왔고 엄동설한에 패딩을 입고 밖에서 길게 줄을 섰다. 추위에 얼굴이 파랗게 질렸어도 그들은 자기 배우가 춥지는 않은지, 촬영장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닌지, 촬영이 언제 끝나서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걱정했다. 사실, 그들의 배우는 따뜻한 대기실에서 에어컨을 켜고 편히 쉬고 있었다. 심지어 춥다는 이유로 사진을 찍어 달라는 간단한 요구도 들어주기 싫어했다. 많은 연예인들에게 팬이라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였다. 그들은 한낱 데이터의 감정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진희연이 말했다. “그거 알아요? 팬들이 오래 기다릴수록 인기가 많고 골수팬의 능력이 좋다는 뜻이에요.”유현진이 깜짝 놀랐다. “이렇게 더운 날에, 저도 서 있기 힘든데, 그건 너무 사람을 괴롭히는 것 아니에요? 일찍 돌아가라고 해요. 우리는 그런 거 안 해요.”진희연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요.”11시가 되자 배우와 스태프들이 하나둘 모였고 11시 20분에 크랭크인이 시작되었다. 제를 지내고, 폭죽을 터뜨렸다. 피어오르는 연기의 냄새와 함께 유현진의 첫 블록버스터가 정식 촬영 시작을 알렸다. 크랭크인 행사가 끝난 후,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송민영과 한열의 팬들은 익숙하게 꽃바구니와 꽃다발을 하나씩 무대 위로 올렸다. 송민영의 팬들은 특별히 파란 장미로 곰돌이 푸를 만들었다. 굉장히 예뻤다. 그녀의 공식 색은 하늘색이었고 곰돌이 푸는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였다. 유현진은 별로 부럽지는 않았다. 다만 자기 아이돌의 웃는 모습을 위해 돈과 정력을 쏟아 덕질하는 팬들에게 감탄했다. 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그러데이션이 들어간 파스텔 장미로 만든 2M가 넘는 거대한 망고가 휘청이며 무대 위로 올려졌다. 장미로 만들어진 망고는 마치 진짜 같았다. 위에는 잎과 과일
파란 장미로 만든 곰돌이 푸는 한열의 팬들이 보낸 커다란 꽃바구니보다 훨씬 더 호화로웠다. 크랭크인 행사는 그녀의 체면을 한껏 살려주었다. 하지만 “거대한 망고”가 오면서, 그녀는 스포트라이트를 전부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망고”는 하필이면 곰돌이 푸 옆에 놓여 있었다. 곰돌이 푸는 1M 30cm는 넘었고, “망고”는 적어도 2M 30cm은 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비기니 마치 난쟁이가 NBA 선수 옆에 서 있는 것처럼 초라해, 그녀의 체면을 구겨버렸다. 언론사들은 “망고” 사진을 찍으면서 유현진을 인터뷰했다. “유현진 선생님, 처음으로 블록버스터 크랭크인 행사에 참석하셨는데, 기분이 어떠세요?”유현진 선생님...유현진은 어쩐지 자신을 “유현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강한서의 모습을 떠올렸다. 물론 그의 질문은 일반적인 사람이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유현진은 목청을 가다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편하게 이름 불러주세요. 선생님이라고 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전 갓 영화계에 발을 딛은 신인이에요. 아직 선생님이라고 불릴 만한 수준이 아니에요. 그리고, 안 감독님 같은 유능하신 감독님과 훌륭한 배우분들, 제작진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감격스러워요. 너무 큰 영광이죠. 촬영 중 그 분들과의 ‘케미’가 굉장히 기대돼요.”언제부터인지 연예계에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관습이 생겼다. 유현진에게 선생님이란 교육에 종사해 가르치는 일을 하거나, 국악 대가에게만 어울리는 호칭이었다. 그녀는 그 호칭과는 너무 거리가 먼 사람이라,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것이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언론사도 얼른 호칭을 바꿨다. “현진 님,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라왔던 사진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유현진은 진작 이 질문을 던질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다. 그녀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앉아서 생각했어요.”갑자기 훅 들어온 아재 개그에 현장은 침묵이 흘렀다가 이내 곧 웃음소리가 터졌다. 유현진은 그제야 웃
기자들은 한열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열이 다른 사람을 지적하는 것은 별로 본 적이 없는 것도 같았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린 그 사람이 단연 한열이 저격한 첫 사람이었다. 머리 회전이 빠른 기자는 얼른 마이크를 송민영 앞으로 가져갔다. “민영 님, 네티즌들은 한열이 말한 대사를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을 민영 님이라고 추측하고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유현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기자의 마이크에 붙은 로고를 확인했다. 피싱 미디어. 이 질문은 확실히 송민영을 낚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용기가 대단한 기자였다. 송민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녀는 하마터면 표정 관리에 실패할 뻔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주고 감정을 조절하고는 살짝 미소를 띠었다. “너무 뻔한 질문이네요. 이런 재미없는 질문에는 대답하고 싶지 않은데요.”연예부 기자들은 이쪽 일을 하면서 일찍 강철 멘탈을 단련했다. 그는 송민영이 대답을 회피하자 화도 내지 않고 연이어 다음 질문을 했다. “전에 떠돌던 소문에 의하면 민영 님께서 극 중 커플 케미로 작품 홍보를 하시려다 한열의 스태프들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두 분 투톱 주연이신데, 화해하신 건가요?”송민영은 이를 악물고 표정 관리를 했지만 그녀의 입꼬리는 끝내 참지 못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첫째, 기자님도 소문이라고 하셨잖아요. 이런 소문은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가지가 만들어져요. 제가 일일이 설명해야 하나요? 둘째, 여긴 ‘살의’의 크랭크인 행사에요, 기자님들께서 작품에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전혀 관련 없는 질문들 말고요.”기자가 계속 질문했다. “민영 님 전 작품들은 전부 후시 녹음을 하셨잖아요. 이번 ‘살의’ 작품은 동시 녹음으로 진행하신다면서요? 혹시 민영 님 전속 성우가 배우로 전향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신 선택인가요? 전에 공개된 현장 녹음본은 더빙과 차이가 컸는데, 본인 전속 성우와 합을 맞춰
강한서는 한성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너랑 현진이랑 같아?”한성우: ...‘이 개자식 좀 보게. 현진 씨가 여지를 좀 주니까 바로 날 쌩까네.’그는 차미주에게 고자질하고 나서도 마음 편히 한성우를 부려 먹었다. “네 와이프 심보가 얼마나 나쁜지, 네가 몰라?”강한서가 말했다. “여기서 루머 퍼뜨리지 마. 현진이가 얼마나 착한데.”한성우의 눈가가 경련을 일으켰다. “콩깍지가 씐 거야? 네 와이프가 착하다는 단어랑 어울려? 너한테 속을 잔뜩 넣은 막창해줬던 거, 다 잊었어?”강한서: ...이미 다 잊은 일이었지만, 한성우의 말에 다시 기억이 떠오르자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다만... 한성우가 어떻게 알았지?강한서는 순간적으로 옆으로 자리를 옮기는 민경하를 쳐다보았다. 민경하는 그의 시선에 멈칫하더니 마른기침을 했다. “그날 하루 종일 속이 울렁거린다고 하셨잖아요. 한 대표님이 여쭤보시길래, 조금 얘기했어요.”강한서는 민경하에게 “팔이 밖으로 굽냐?”는 눈빛을 보내더니 고개를 돌려 한성우에게 말했다. “나 화 돋우려고 말만 그렇게 한 거야. 현진이가 날 어떻게 그렇게 대하겠어?”한성우가 “허허”하며 실소를 터뜨렸다. “넌 네 상상만으로 현진 씨를 꼬시는 거야? 현진 씨가 정말 널 신경 쓴다면, 왜 너랑 화해 하지 않는 건데?”말을 하던 한성우의 눈에 송민준이 들어오자 그는 바로 새로운 ‘공격’ 방법을 찾았다. “너랑 스캔들이 날까 봐 두려워서 다가오지 말라고 했다면서 왜 송민준은 가까이하고 송민준이 데려다주게 하는 거야? 송민준이랑 스캔들이 나는 건 두렵지 않대? 네가 로봇을 주자마자 바로 송민준에게 줘버렸잖아.”“그리고 한열. 네 전 부인이 아직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나서서 페이스북에 현진 씨 실드를 쳐줬잖아. 두 사람, 극 중에서는 심지어 연인이고. 매일 붙어있다 보면 정도 들고 그럴 텐데. 네 전 부인이 뭐 자제력이 그렇게 강한 사람도 아니고. 안 그래도 잘생긴 남자 좋아하잖아.”“지금 널 거절하지 않
“망고하다”는 그가 유현진에게 알려준 말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망고”의 의미도 정확하게 맞추었다. ‘이 정도면 텔레파시가 통했다고 할 수 있지 않아?’무대 위의 사람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그림자가 그의 시야를 가렸다. 송민준이 그의 앞에 똑바로 서 마침 유현진을 보는 그의 시야를 가렸다. 강한서의 입꼬리가 내려왔다. 송민준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 대표, 한 대표. 한가한가 봐. 크랭크인 행사 보러 다 오고?”강한서가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송 대표도 한가한 것 같은데? 회사 실적이 별로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야?”멈칫한 송민준은 더 크게 웃었다. “실적은 꽤 괜찮은데. 우리 회사 배우가 처음으로 블록버스터급 영화에 출연하는 거라, 마음이 안 놓여서 보러 왔어. 강 대표는 뭘 보고 있는 거야?”강한서가 말했다. “여자친구.”“풉—”한성우는 하마터면 소리 내어 웃을 뻔했다. 송민준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며칠 못 본 사이, 이 개자식의 낯가죽은 더 두꺼워졌다. “오.”송민준이 말했다. “강 대표, 송민영 씨랑 공개 연애하시려고?”그의 말에 강한서는 관자놀이가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송민준 이 자식, 뺏지 못하니까 루머라도 퍼뜨리려는 거야?’“내가 누굴 말하는지, 송 대표가 제일 잘 알 텐데. 송 대표, 내가 무상으로 투자해 준거 아니잖아. 큰돈 들여가며 밀어주길 기대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현진이를 힘들게 만든다면, 용서하지 않아.”유현진이 송민준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만 생각하면 강한서는 그를 매너 있게 대할 수가 없었다. 송민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개자식, 감히 날 협박해?! 현진이와 다시 잘 되고 싶으면 먼저 내 허락부터 거쳐야 할 거야!’“그럼 나도 하나만 알려줄게. 유현진 씨는 우리 회사 연예인이야. 현진 씨가 5년 이내에 연애하지 않겠다는 계약을 체결했으니 네가 정말 남자친구라면 현진 씨에게 위약금 청구를 해야 할 것 같네.”강한
한성우가 차에 타자 강한서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무슨 얘길 한 거야?”“별 얘기 안 했어.”한성우가 생각하더니 말했다. “송민준이 네 와이프한테 너무 과하게 잘해준다고 생각하지 않아?”한성우의 말이 강한서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 그는 차갑게 식은 표정으로 말했다. “애초부터 나한테서 현진이를 뺏을 생각이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야!”유현진이 송가람을 구했을 때, 선물로 벤틀리를 가지고 왔던 송민준의 시선은 줄곧 유현진을 향해 있었다. 강한서는 당시 그런 쪽으로 의심한 적이 없었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첫 만남부터 유현진을 보는 송민준의 눈빛이 예사롭지는 않았었다. 그가 이혼하자 송민준은 기다렸다는 듯 유현진과 계약했다. 노골적으로 마음을 드러낸 셈이었다!‘그러면서 친구는 무슨. 어떤 친구가 양심도 없이 친구 여자친구를 뺏으려고 해?’한성우가 입술을 오므렸다. “내가 보기엔 송 대표, 현진 씨를 이성으로 보는 것 같지는 않은데.”강한서가 짜증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송민준은 아니겠지. 하지만 현진이가 마음이 있잖아.”“뭐?”강한서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현진이가 송민준 짝사랑 중이야.”한성우: ...‘강한서 이게 연애를 하더니 콩깍지가 씌어서 눈만 먼 게 아니라 멍청해지기도 한 거야?’아까 지하 주차장에서 유현진은 송민준과 계속 거리를 두고 있었다. 송민준이 그녀의 가방을 들어주려고 하자 그녀는 예의 있게 그의 호의를 거절했다. 강한서는 정말 눈이 먼 것일까? 한참을 빤히 쳐다보더니, 대체 뭘 본거지?유현진은 누가 봐도 송민준에게 그런 마음이 없었다. 오히려 송민준이 유현진에게 지나친 관심과 애정을 품고 있었다. ‘이 멍청이가 현진 씨가 송민준을 짝사랑한다고 생각하다니.’어쩐지 요즘 날뛰던 기가 한풀 꺾였더라니, 자신을 어장 속의 물고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한성우는 씰룩대며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내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충격”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형수님이 그래?”강한서가 어두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본 강한서의 눈에 불이 활활 타올랐다. 그는 얼른 휴대폰을 들어 유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현진인 강한서에게서 전화가 오자 고개를 들어 한열을 보며 말했다. “전화가 와서요, 실례 좀 할게요.”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옮겼다. 한성우는 눈에서 불이라도 뿜을 기세인 강한서를 보더니, 강한서가 또 잔뜩 비꼬며 빈정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전화가 연결되자 강한서의 입에서는 자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끝났어? 안 힘들어?”한성우: ...‘얼굴에 담긴 그 감정도 좀 전하지 그래?’유현진이 말했다. “힘들지는 않아. 그냥 좀 더워. 넌 갔어?”“아직. 내가 한세 한식당에 예약해 뒀어. 너 축하해 주려고.”“대충 먹으면 돼. 날이 더워서 별로 입맛 없어.”강한서가 말했다. “담백한 음식으로 준비해 달라고 할게. 밥을 먹어야 힘이 나서 일도 하지.”유현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래, 그럼.”강한서가 입꼬리를 올려 씩 웃었다. “차에서 기다릴게.”전화를 끊은 강한서가 고개를 돌리자 한성우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눈을 깜박였다. “너 설마 무슨 귀신이라도 씐 거야?”강한서가 그를 흘겨보았다. “조수석으로 꺼져.”한성우: ...“내가 했던 말 취소할게. 너 이 이성에게 미쳐 인성도 없는 자식아!”어쩐지 유현진이 강한서에게 잘 해준다 했더니, 강한서가 전략을 바꾼 것이었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말투라니, 이건 그냥 주강운 2호잖아?’한성우는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말했다. “며칠 만에 들키지 마. 그랬다간 널 다시 차버릴지도 모르니까.”강한서가 짜증을 냈다. “닥쳐!”민경하는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고 강한서는 유현진에게 위치를 보냈다. 얼마 후, 유현진이 얼굴을 꽁꽁 감추고 차에 올라탔다. 강한서가 얼른 물병을 건넸다. 민경하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대표님... 진보가 빠르시네요.’유현진은
그 말을 들은 유현진은 바로 그가 자신이 루나를 송민주에게 빌려준 사실을 개의치 않아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강한서는 팀의 성과를 걸고 그녀를 달래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절대 그런 거로 장난을 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위로를 바라는 그의 모습에 유현진은 웃음이 났다. 그녀를 힐끔 앞을 바라보았다. 민경하는 앞만 보고 있었고 한성우는 이미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켜고 당당하고 구경하고 있었다. 유현진은 휴대폰 화면을 통해 한성우의 입 모양을 읽어냈다. “버릇 들이지 마요.”유현진을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물었다. “어떻게 위로해 주길 원해?”강한서는 그녀의 귓가에 다가가 속삭였다. “200점 플러스해 줘.”유현진: ...강한서는 역시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이었다. 두뇌 회전이 조금이라도 더 빨랐더라면, 지금쯤이면 아마 그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을 것이다. 유현진은 가방을 들어 두 사람 앞에 두고는 한성우의 카메라를 막았다. “너 성우 씨랑 내기했어? 우리 일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아?”‘관심’이라는 단어도 유현진이 좋게 말하는 것이었다. 한성우의 모습은 분명 “이간질”을 하는 것이다. 강한서도 목소리를 잔뜩 낮추었다. “내기는 아니고, 전에 너 꼬실 때, 상담을 좀 했었거든. 내가 널 놓쳐서 상담비를 돌려달라고 할까 봐 그러는 걸 거야.”유현진: ...한성우는 전혀 강한서가 유현진을 놓칠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분명 강한서가 이렇게 빨리 유현진을 꼬시게 하려는 생각이 없었다. ‘이런 바보!’유현진은 강한서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다른 보상은 줄 수 있어.”강한서가 고개를 들었다. “응?”유현진은 그의 턱을 잡고 그의 볼에 꾹 입맞춤해 입술 자국을 남겼다. 깜짝 놀란 강한서의 눈빛이 순간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그는 다가와 그녀에게 입 맞추려고 하자 유현진이 손을 뻗어 강한서의 입을 꼬집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욕심부리지 마.”강한서의 눈빛에 순간 우울함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