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정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유현진, 주제 넘게 굴지 마!”유현진은 가소롭게 웃었다.“첫째, 강민서와 전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제가 강민서와 시누이로 지낸 그 몇 년 동안이 어땠는지 모른 척하진 않겠죠. 둘째, 걔가 저한테 뜨거운 물을 붓는 데 성공했든 아니든 이미 사람을 해쳤습니다. 그런 애를 제가 미쳤다고 도와줍니까? 셋째, 이 집은 우리 회사 대표님께서 마련해준 집입니다. 당신 아들과는 상관이 없어요. 가서 따지고 싶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넷째...”유현진은 뜸을 들이더니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말했다.“절 평생 임신도 못 하게 만들어 놓고 제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 아니죠?”그녀가 조목조목 말할 때마다 신미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신미정은 유현진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유현진이 이혼하고 난 후 유씨 가문과도 연을 끊으며 지내는 꼴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유현진은 그녀의 예상대로 되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더 잘살고 있었다.너무 잘살고 있었던 나머지 그녀의 앞에선 꼼짝을 못 하던 유현진이 지금 바락바락 대들고 있었다!신미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물었다.“내가 어떻게 하면 도와줄 건데?”유현진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몇 년간 그녀의 며느리로 살면서 유현진은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허영심이 가득 찬 이기적인 사람이었고 눈앞의 이익을 중시하며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기만 하면 어떻게든 상대와 친해지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도 되지 못하는, 유현진과 유씨 가문 같은 사람에게는 항상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었고 더욱이 치밀어 오르는 화까지 참으면서 부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평소와 다른 그녀의 행동이 그녀가 강민서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신미정의 이런 자식 지키기는, 유현진은 그녀가 강한서에게조차도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고 생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날 협박하는 거지?'강한서가 정말로 이 일에서도 강민서를 감싸준다고 해도 그녀는 절대 강한서를 고려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했을 것이었다.유현진은 고개를 들고 신미정을 주시하였다.“도와 드릴 순 있어요.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신미정의 눈이 반짝거렸다.“말해봐.”유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가서 자수하세요. 저에게 평생 임신을 못 하는 약을 탔다고. 그러면 저도 한열 씨에게 찾아가 민서를 봐달라고 부탁해 보죠.”신미정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지금 날 놀리는 거니?”“그럴 리가요.”유현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기회를 드리는 거잖아요. 딸을 구할 수 있는 기회 말이에요.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민서를 위해 이런 희생도 못 해주나요?”신미정은 눈앞에 있는 곱디고운 유현진의 얼굴을 보니 더욱 화가 치밀어올랐고 손을 들어 유현진의 뺨을 내리치려고 했다.먼저 예상하고 있었던 유현진은 바로 뒤로 물러났고 신미정은 헛스윙을 날리게 되었다.그러나 반대편에서 손이 날라오더니 유현진의 뺨을 철썩 때렸다.그녀의 귓가엔 이명 소리가 들렸고 신표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렸다.“누나, 내가 말했잖아. 이런 년은 그냥 먼저 때리고 시작하는 게 더 빠르다고!”말을 마친 그는 다시 손을 올려 그녀를 때리려고 했다.신표는 덩치가 아주 큰 사람이었고 성인 남자도 그의 주먹을 받아 내지 못했기에 유현진 같은 연약한 여자가 견뎌낼 리가 없었다.그녀는 그의 주먹에 맞으면 아마 치아도 부러지게 되리라 생각했다.그래서 신표가 팔을 들자마자 유현진은 고민할 겨를도 없이 바로 팔을 뻗어 상대의 급소를 가격했다. 신표는 고통에 소리를 질렀고 바로 허리를 구부리며 급소를 감쌌다.놀란 신미정이 얼른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신표야, 괜찮아?”유현진은 살기 위해 이미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가격한 것이었다. 신표는 자신의 급소가 마치 터진 것 같아 고통에 안색이 창백해졌고 허리를 펴지 못했다.유현진은 이미 휴대폰을 들고 신고하
신표는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의자를 잡던 손에 힘을 풀었고 비틀거리면서 뒤통수를 만졌다. 그러자 그의 손엔 피가 흥건했고 바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신표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은 본 신미정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신표의 이름을 부르면서 얼른 그에게 다가갔다.유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얼른 차미주 손에 들린 꽃병을 빼앗았다.“네가 왜 나왔어?”바닥에 있는 피를 본 차미주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창백해진 얼굴로 물었다.“나... 나 설마 사람 죽인 거야?”유현진이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넌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넌 술 마셨고 꽃병은 내가 들고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일단 신고부터 하자.”“그래, 그래. 일단 신고부터.”차미주는 허둥지둥 집 안을 돌아쳤고 휴대폰을 들고 경찰이 아닌 한성우에게 연락했다.그 시각 902호.강한서는 욕실에서 샤워하고 있었고 한성우는 소파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두 판이나 했지만, 연속 진 상태였다.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가 그에게 물었다.“오늘 상태가 왜 이래? 무슨 일 있어?”한성우는 평소에도 게임 친구들이랑 별로 소통하지 않았지만, 오늘따라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그는 어차피 게임 속 친구이니 현실에선 만날 일도 없겠다 생각하며 오늘 일을 말해주기로 했다.“내가 아는 친구가 있는데, 최근에 여자랑 밥도 같이 먹고 게임도 같이하면서 매일매일 뭐든 같이 했었어. 그리고 그 친구는 여자를 여사친으로만 생각했고. 하지만 여자가 다른 남자를 짝사랑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대. 도대체 왜 그런 걸까?”게임 속 친구가 대답했다.“친구가 그 여자를 좋아하고 있네. 안 그럼 다른 이유가 없잖아?”한성우는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걔는 그 여자랑 자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데?”상대는 한참 지나서야 대답을 했다.“친구, 너 혹시 연애 못 해 봤냐?”한성우가 바로 그럴 리 없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이내 해명했다.“나 말고 내 친구 얘기라니까.”“그럼 네 친구는 연애해 본 적이 없냐?”
“그럼 그렇게 생각해. 그 여자가 연애하고 결혼할 때쯤엔 네 증상도 사라지게 될 거야.”게임 속 친구가 계속 말을 이었다.“계속 놀 거야?”한성우가 대답하려던 순간, 차미주에게서 연락이 왔다.한성우는 방금 자신이 했던 말을 잊어버리고 바로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한성우는 후회했다. 그가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고 했지만 휴대폰 너머로 차미주의 겁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개자식아, 어떡해. 나 사람 죽인 것 같아...”한성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무슨 일인데, 천천히 말해봐.”차미주는 더듬거리며 방금 있었던 일들을 그에게 알려주었다.그녀의 말에 의하면 누군가가 유현진을 때리려고 했고 그녀가 꽃병으로 사람을 내리쳐 유현진이 지금 대신 뒤집어쓰려고 한다는 것이었다.비록 그녀는 뒤죽박죽으로 말했지만, 한성우는 잘 알아듣고 있었다.옆집에서 사고가 난 것이 틀림없었다.그는 일단 차미주를 안심시키며 욕실에 있던 강한서를 끌어내 왔다.옷도 입지 못한 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뭔데?”“형수님 큰일 났어! 누가 형수님 집으로 침입해서 폭행하고 있대!”강한서는 옷 입을 겨를도 없이 얼른 샤워 가운을 입고 한성우와 함께 901호로 왔다.두 사람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신표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옆에는 깨진 유리 조각들이 있었다. 그리고 신미정이 신표 옆에서 통곡하고 있었고 꽃병을 든 유현진은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강한서의 등장에 신미정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한서야, 유현진이 미쳤어! 쟤가 네 삼촌을 이렇게 만든 거야! 얼른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가라고 해!”“...”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신미정이 차미주를 잡아가라고 소리칠까 봐 걱정했지만 이제 보니 그럴 필요도 없었다.강한서를 그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이내 유현진에게 다가갔다.가까이에서 본 유현진의 얼굴이 부어있는 것을 발견한 강한서는 표정이 어두워졌다.“삼촌이 때렸어?”“응.”유현진은 짧게 대답하더니 말을
“걔랑 민서랑 같아?”신미정은 바로 반박에 나섰다. 그리고 그녀는 표정을 한껏 구기며 말했다.“유현진이 네게 말했니? 걔 말을 그렇게 쉽게 믿어? 그때 나도 거기에 있었고 쟤가 방을 잘못 들어간 거라고!”“그래요?”강한서가 싸늘하게 말했다.“그럼 왜 할머니께 알리지 말라고 하셨죠?”신미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다 네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서 그런 거 아니냐! 신혼 첫날밤부터 아내가 바람피웠다는 소문이 돌면 치욕스럽지도 않니?”신미정의 기세등등한 태도에 강한서는 그녀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환상까지 깨져버렸다.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전 현진이 때문에 치욕스러운 게 아니라 어머니 때문에 더 치욕스럽네요.”신미정의 표정이 확 변했다.“강한서! 난 네 엄마야!”강한서가 담담하게 말했다.“신씨 가문을 그렇게나 신경 쓰고 있으셨으니 오늘부터 강씨 가문에서는 나가시죠. 강씨 가문은 낡아빠진 가문도 아니고 더는 아버지를 위해 제사를 올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혼자 홀로 사시든 재혼을 하시든 마음대로 하세요. 노후 자금은 제가 알아서 제때 보낼 겁니다. 만약 재혼을 하신다면 그럼 전 강씨 가문을 대표해서 어머니께 재혼 선물을 보내드리죠.”신미정은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표정을 한껏 일그러뜨렸다.“강한서!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강한서는 더는 그녀와 입씨름을 하지 않았고 고개를 돌려 구경하고 있던 한성우에게 말했다.“구급차 불렀어?”한성우가 휴대폰을 흔들어 보였다.“당연한 거 아니야?”신미정이 계속 소란을 피우려고 하는 모습에 한성우가 말했다.“아주머니, 얼른 지혈부터 하세요. 이따 구급차 오기 전에 삼촌께서 과다출혈로 돌아가시면 안 되잖아요.”사실 신표의 출혈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진 그에게선 피가 흘러나오지 않았고 기껏해야 그가 뒤통수를 만지며 손에 묻은 피가 다였다.그 꽃병은 차미주가 인터넷에서 아주 저렴하게 주고 산 꽃병이었다. 예쁘긴 했지만 저렴한 탓에 꽃병의 두께가 두껍지 않았고 무겁지
‘얘는 어떻게 말을 예쁘게 했다, 얄밉게 했다 하는 거지?’좀 전까지만 해도 그녀를 통통하다며 차버리고 싶게 만들더니 이제는 또 칭얼거리면서 “너도.”라고 얘기를 하는 덕에 강한서를 차버리고 싶다던 유현진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앰뷸런스는 곧 현장에 도착했고, 경찰도 함께였다. 신표는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고 경찰은 현장에 남아 사건 경위를 조사했다. 신미정은 단호하게 유현진이 먼저 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했고 유현진은 상대방이 무단침입을 하여 먼저 때린 것이라며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진술이 상반되니 경찰도 당장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두 사람의 복잡한 관계를 고려하여 경찰은 합의할 것을 제안했다. 유현진은 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꽃병은 차미주가 깬 것이었기에 그녀를 이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곧 영화 촬영이 시작되는지라, 이런 일에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때문에 경찰이 합의하라는 말에 유현진은 토를 달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신미정은 유현진을 놔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유현진이 먼저 사람을 쳤다며 딱 잡아뗐고 유현진을 기어코 감방에 처넣겠다는 기세로 달려들었다. 신미정이 없는 일도 지어내며 경찰에게 헛소리를 하고 있을 때, 강한서가 갑자기 유현진에게 물었다. “집에 카메라 계속 켜뒀어?”유현진이 멈칫했다. ‘집에 카메라가 어딨어?’멈칫했던 유현진이 순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켰었어.”“그럼 카메라 확인하자.”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잖아?”그는 신미정을 돌아보았다. “카메라를 돌려보면 삼촌이 입원하는 거로 끝나지는 않을 거야.”신미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이를 꽉 깨물며 악에 받친 소리를 질렀다. “이 배은망덕한 놈!”그러더니 신미정은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간단한 진술서를 작성한 경찰도 돌아갔다. 한성우는 방에 있는 차미주에게로 향했다. 강한서는 냉장고 문을 열고 얼음물을 꺼냈다. 다시 돌아와 유
유현진이 말했다. “나랑 미주 둘이 사는데 무슨 집사가 필요해?”강한서가 말했다. “AI집사.”유현진이 움찔했다.“설마 루나?”강한서가 그녀의 말을 이었다. “루나 2.”루나는 강한서 회사에서 연구해 낸 고지능 로봇이었다. 첫 샘플을 강한서는 집으로 가져왔었다. 루나는 베이맥스를 닮았고 동글동글한 외모는 귀엽기 그지없었다. 강한서는 유현진에게 사용해 보면서 사용 도중 문제가 있으면 그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유현진은 자신이 첫 사용자인 것을 알고 아주 좋아했었다. 강한서를 도와 로봇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유현진은 로봇이 갖고 있는 기능을 일일이 체험했다. 루나의 청소 기능은 꽤 좋았다. 정원의 잔디나 꽃도 관리할 수 있었다. 유현진은 그 로봇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하루는 유현진이 로봇에게 지시를 내리고 놀러 나갔었는데 돌아오니 루나가 수영장에 뛰어들어 “사망”했었다. 강한서가 루나를 실험실로 가져와 데이터를 복구해 보니 유현진이 집을 나서면서 로봇에게 청소를 지시했다. 하지만 그날 수도관 수리 때문에 단수가 됐었고, 물을 찾을 수 없었던 루나는 정원의 수영장에 물을 가지러 갔다. 물이 기계에 대한 위해를 몰랐던 루나는 기계 전체가 물에 빠져버렸고 그렇게 망가진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bug 때문에 루나는 회수되어 새로 만들어져야 했다. 그러니 판매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루나라는 말에 유현진의 관심은 반으로 감소하고 말았다. “욕조에 빠져서 나한테 구해달라고 하는 거 아냐?”강한서가 말했다. “절대 그럴 일 없어. 루나 2는 위기 보호 설정 기능이 추가됐어. 그리고 경보 장치도 생겼고. 혼자 사는 여자애한테 딱이야.”유현진은 자신감이 넘치는 강한서를 보고 조금 흔들렸다. “얼마야?”강한서가 웃어 보였다. “아직 발매 안 했어. 네가 첫 사용자야.”유현진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왜 이 말이 난 날 낚기 위한 함정 같지?”지난번 그녀에서 사용해 보라고 했을 때 루나는 물에 빠져 사망했었고, 그
루나가 억울해하며 말했다. “전 고아가 아니에요. 당연히 아빠가 있죠~”차미주가 고개를 돌리더니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유현진에게 말했다. “이 장난꾸러기 꽤 재밌는걸.”유현진이 말했다. “지난번에 스스로 수영장에 뛰어들어서 고장 난 걸 알면 재밌다고 생각하지 못할걸.”루나가 바로 반박했다. “루나는 이제 물을 무서워하지 않아요. 아빠가 저한테 방수 재질을 사용하셨거든요. 루나를 학교도 다니게 했어요. 엄청 많은 걸 배웠다고요.”“너 학교도 다녀?”“인간 사회에 적응해야 하니까요. 여러분들이 배우는 건 저도 전부 배워야 해요.”루나가 유현진에게 물었다. “언니는 어느 대학교 졸업했어요~”유현진이 장난꾸러기를 힐끗 쳐다보았다. “공대 다녔어.”“네? 언니 공부 제대로 안 했어요? 공부를 잘했으면 당연히 저처럼 아이비리그에 갈 수 있었을 텐데.”유현진: …‘역시 강한서 그 개자식이 설계한 물건이야. 입이 방정이군.’루나와 강한서의 유일한 다른 점은 루나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어린아이의 목소리를지녔다는 점일 것이다. 유현진을 “비웃은” 루나는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니는 한주공과대학에 다녔어요, 아니면 다인공과대학?”유현진이 말했다. “MIT 다녔어.”루나: …역시 유현진이었다. 루나는 자기보다 학력이 높은 사람을 만나자 슬픈 듯 구석으로 가 충전하기 시작했다. 차미주는 옆에서 배가 아플 정도로 폭소했다. “현진아, 너도 참. 로봇이랑 그런 걸 따지고 있냐.”“쟤 아빠가 쟤를 저렇게 얄밉게 설계했잖아. 쟤도 성숙해져야지.”그러더니 소리쳤다. “충전 끝나면 바닥 좀 닦아.”루나가 억울한 듯 대답했다. “루나는 언니가 행복할 수 있게 노력할게요.”“순진하면서 얄미운 게 난 마음에 들어!”차미주가 말했다. “강한서 회사에서 발매 시작하면 나한테 하나 남겨달라고 해 줘. 엄마 드릴 거야.”유현진이 말했다. “이걸 아주머니한테 가져가.”차미주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강한서가 너한테 주는 사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