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74화

작가: 조십일
순간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 같았고 머릿속마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이내 그 열기는 하반신으로 집중되어 갑자기 참기 힘들어졌다.

목이 마른 느낌에 그는 아랫입술을 살짝 할짝댔고 입을 벌리던 순간 차미주가 몽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조 선생님께서는 큰 거 좋아하는지, 작은 거 좋아하는지 모르겠네.”

“...”

그녀의 한마디는 순식간에 찬물이 되어 그에게 확 뿌려졌다.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을 뿐만 아니라 농락당했다는 사실에 민망해졌다.

그는 침대 위에 있던 담요를 차미주에게 덮어주고는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나갔다.

강한서와 유현진은 그곳에서 10분 동안 기다리고 있었고 그제야 우산을 가지고 오는 한성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고작 우산을 두 개 가져왔다. 하나는 이미 그가 쓰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강한서와 유현진에게 전해주려고 가지고 온 것이었다.

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나야?”

한성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 바보 같은 자식, 도대체 어떻게 유현진 씨의 마음을 얻겠다고 생각한 거지?'

한성우가 말했다.

“도둑이 취해서 두 개 밖에 못 찾았어. 그러면 네가 혼자 써. 나랑 형수님이 같이 쓸 테니까.”

그의 말을 들은 강한서의 안색이 파래졌고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유현진이 답했다.

“난 그래도 괜찮아.”

“...”

한성우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강한서가 멍해져 있는 모습을 지켜봤다. 방금까지 차미주에게 농락당했던 그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계속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

“형수님, 여긴 물웅덩이가 깊으니까 제가 업어드릴게요.”

강한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난번 캠핑에서 돼지 한 마리도 들지 못한 주제에 가능하겠냐?”

유현진은 눈을 치켜뜨더니 이내 강한서를 쳐다봤다.

강한서는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도 모른 채 계속 한성우를 공격하고 있었다.

한성우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거랑 같아? 형수님이 어떻게 돼지 한 마리보다 무겁겠냐?”

강한서는 여전히 자신이 한성우에게 말려들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진이는 55kg이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775화

    황급히 쫓아가 봤지만 그래도 붙잡지 못했다. 유현진은 이미 아파트로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탔다.강한서는 집까지 쫓아가 문을 두드렸지만, 유현진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옆에서 구경하던 한성우가 입을 열었다.“됐어, 그만해. 여자들은 몸무게에 제일 민감해. 아마 오늘 밤까지는 형수님의 화가 풀릴 것 같진 않네.”강한서는 기가 찬 듯 그를 노려봤다.“너 뻔뻔하게 그런 말이 나오냐!”한성우는 어깨를 으쓱거렸다.“이것도 봐준 거야. 네가 예전에 내 앞에서 얼마나 형수님이 싸준 도시락과 새 옷을 자랑해 댔는데? 겨우겨우 나와 같은 솔로가 되었는데 이렇게 빨리 다시 마음을 얻으면 내가 짜증이 나잖아.”강한서의 안색이 파래졌다.'도대체 그동안 나한테 뭘 알려준 거야?'집으로 돌아온 유현진은 바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샤워실에서 나오자마자 그녀는 차미주의 방을 들여다보았다. 차미주는 곤히 자고 있었고 아직도 빗발이 세게 내리고 있었기에 그녀는 직원에게 내일 아침에 와서 그릇을 수거해 가라고 연락했다.하지만 한참이나 연락을 했지만 받는 사람이 없어 그녀는 하는 수없이 문자를 남겼다.머리를 말리고 잠을 잘 준비를 하려는데 초인종이 울렸다.유현진은 그릇을 수거해 가는 직원이겠거니 생각하면서 문을 열어주었다.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그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다.문밖에 있던 사람은 바로 신미정이었다.그녀는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옆에는 중년 남성이 있었고 그녀와 어느 정도 닮아 있었다. 그가 바로 신미정의 동생이자 강한서의 삼촌인 신표였다.신미정의 안색은 그리 좋지 않아 보였지만 메이크업으로 커버했다.밖에 빗발이 세게 내렸지만, 그녀의 몸은 젖은 곳 하나도 없었고 머리도 엉망이지 않았다.유현진은 신미정을 보자마자 바로 문을 닫으려고 했다.그러나 신미정은 이미 그녀의 행동을 예상했다는 듯이 얼른 손을 뻗어 문을 확 열어젖혔다.유현진은 문과 부딪치더니 이내 비틀비틀 앞으로 나가게 되었다.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여긴 무슨 일이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776화

    신미정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유현진, 주제 넘게 굴지 마!”유현진은 가소롭게 웃었다.“첫째, 강민서와 전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제가 강민서와 시누이로 지낸 그 몇 년 동안이 어땠는지 모른 척하진 않겠죠. 둘째, 걔가 저한테 뜨거운 물을 붓는 데 성공했든 아니든 이미 사람을 해쳤습니다. 그런 애를 제가 미쳤다고 도와줍니까? 셋째, 이 집은 우리 회사 대표님께서 마련해준 집입니다. 당신 아들과는 상관이 없어요. 가서 따지고 싶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넷째...”유현진은 뜸을 들이더니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말했다.“절 평생 임신도 못 하게 만들어 놓고 제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 아니죠?”그녀가 조목조목 말할 때마다 신미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신미정은 유현진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유현진이 이혼하고 난 후 유씨 가문과도 연을 끊으며 지내는 꼴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유현진은 그녀의 예상대로 되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더 잘살고 있었다.너무 잘살고 있었던 나머지 그녀의 앞에선 꼼짝을 못 하던 유현진이 지금 바락바락 대들고 있었다!신미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물었다.“내가 어떻게 하면 도와줄 건데?”유현진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몇 년간 그녀의 며느리로 살면서 유현진은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허영심이 가득 찬 이기적인 사람이었고 눈앞의 이익을 중시하며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기만 하면 어떻게든 상대와 친해지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도 되지 못하는, 유현진과 유씨 가문 같은 사람에게는 항상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었고 더욱이 치밀어 오르는 화까지 참으면서 부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평소와 다른 그녀의 행동이 그녀가 강민서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신미정의 이런 자식 지키기는, 유현진은 그녀가 강한서에게조차도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고 생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777화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날 협박하는 거지?'강한서가 정말로 이 일에서도 강민서를 감싸준다고 해도 그녀는 절대 강한서를 고려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했을 것이었다.유현진은 고개를 들고 신미정을 주시하였다.“도와 드릴 순 있어요.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신미정의 눈이 반짝거렸다.“말해봐.”유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가서 자수하세요. 저에게 평생 임신을 못 하는 약을 탔다고. 그러면 저도 한열 씨에게 찾아가 민서를 봐달라고 부탁해 보죠.”신미정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지금 날 놀리는 거니?”“그럴 리가요.”유현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기회를 드리는 거잖아요. 딸을 구할 수 있는 기회 말이에요.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민서를 위해 이런 희생도 못 해주나요?”신미정은 눈앞에 있는 곱디고운 유현진의 얼굴을 보니 더욱 화가 치밀어올랐고 손을 들어 유현진의 뺨을 내리치려고 했다.먼저 예상하고 있었던 유현진은 바로 뒤로 물러났고 신미정은 헛스윙을 날리게 되었다.그러나 반대편에서 손이 날라오더니 유현진의 뺨을 철썩 때렸다.그녀의 귓가엔 이명 소리가 들렸고 신표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렸다.“누나, 내가 말했잖아. 이런 년은 그냥 먼저 때리고 시작하는 게 더 빠르다고!”말을 마친 그는 다시 손을 올려 그녀를 때리려고 했다.신표는 덩치가 아주 큰 사람이었고 성인 남자도 그의 주먹을 받아 내지 못했기에 유현진 같은 연약한 여자가 견뎌낼 리가 없었다.그녀는 그의 주먹에 맞으면 아마 치아도 부러지게 되리라 생각했다.그래서 신표가 팔을 들자마자 유현진은 고민할 겨를도 없이 바로 팔을 뻗어 상대의 급소를 가격했다. 신표는 고통에 소리를 질렀고 바로 허리를 구부리며 급소를 감쌌다.놀란 신미정이 얼른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신표야, 괜찮아?”유현진은 살기 위해 이미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가격한 것이었다. 신표는 자신의 급소가 마치 터진 것 같아 고통에 안색이 창백해졌고 허리를 펴지 못했다.유현진은 이미 휴대폰을 들고 신고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778화

    신표는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의자를 잡던 손에 힘을 풀었고 비틀거리면서 뒤통수를 만졌다. 그러자 그의 손엔 피가 흥건했고 바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신표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은 본 신미정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신표의 이름을 부르면서 얼른 그에게 다가갔다.유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얼른 차미주 손에 들린 꽃병을 빼앗았다.“네가 왜 나왔어?”바닥에 있는 피를 본 차미주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창백해진 얼굴로 물었다.“나... 나 설마 사람 죽인 거야?”유현진이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넌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넌 술 마셨고 꽃병은 내가 들고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일단 신고부터 하자.”“그래, 그래. 일단 신고부터.”차미주는 허둥지둥 집 안을 돌아쳤고 휴대폰을 들고 경찰이 아닌 한성우에게 연락했다.그 시각 902호.강한서는 욕실에서 샤워하고 있었고 한성우는 소파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두 판이나 했지만, 연속 진 상태였다.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가 그에게 물었다.“오늘 상태가 왜 이래? 무슨 일 있어?”한성우는 평소에도 게임 친구들이랑 별로 소통하지 않았지만, 오늘따라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그는 어차피 게임 속 친구이니 현실에선 만날 일도 없겠다 생각하며 오늘 일을 말해주기로 했다.“내가 아는 친구가 있는데, 최근에 여자랑 밥도 같이 먹고 게임도 같이하면서 매일매일 뭐든 같이 했었어. 그리고 그 친구는 여자를 여사친으로만 생각했고. 하지만 여자가 다른 남자를 짝사랑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대. 도대체 왜 그런 걸까?”게임 속 친구가 대답했다.“친구가 그 여자를 좋아하고 있네. 안 그럼 다른 이유가 없잖아?”한성우는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걔는 그 여자랑 자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데?”상대는 한참 지나서야 대답을 했다.“친구, 너 혹시 연애 못 해 봤냐?”한성우가 바로 그럴 리 없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이내 해명했다.“나 말고 내 친구 얘기라니까.”“그럼 네 친구는 연애해 본 적이 없냐?”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779화

    “그럼 그렇게 생각해. 그 여자가 연애하고 결혼할 때쯤엔 네 증상도 사라지게 될 거야.”게임 속 친구가 계속 말을 이었다.“계속 놀 거야?”한성우가 대답하려던 순간, 차미주에게서 연락이 왔다.한성우는 방금 자신이 했던 말을 잊어버리고 바로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한성우는 후회했다. 그가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고 했지만 휴대폰 너머로 차미주의 겁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개자식아, 어떡해. 나 사람 죽인 것 같아...”한성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무슨 일인데, 천천히 말해봐.”차미주는 더듬거리며 방금 있었던 일들을 그에게 알려주었다.그녀의 말에 의하면 누군가가 유현진을 때리려고 했고 그녀가 꽃병으로 사람을 내리쳐 유현진이 지금 대신 뒤집어쓰려고 한다는 것이었다.비록 그녀는 뒤죽박죽으로 말했지만, 한성우는 잘 알아듣고 있었다.옆집에서 사고가 난 것이 틀림없었다.그는 일단 차미주를 안심시키며 욕실에 있던 강한서를 끌어내 왔다.옷도 입지 못한 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뭔데?”“형수님 큰일 났어! 누가 형수님 집으로 침입해서 폭행하고 있대!”강한서는 옷 입을 겨를도 없이 얼른 샤워 가운을 입고 한성우와 함께 901호로 왔다.두 사람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신표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옆에는 깨진 유리 조각들이 있었다. 그리고 신미정이 신표 옆에서 통곡하고 있었고 꽃병을 든 유현진은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강한서의 등장에 신미정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한서야, 유현진이 미쳤어! 쟤가 네 삼촌을 이렇게 만든 거야! 얼른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가라고 해!”“...”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신미정이 차미주를 잡아가라고 소리칠까 봐 걱정했지만 이제 보니 그럴 필요도 없었다.강한서를 그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이내 유현진에게 다가갔다.가까이에서 본 유현진의 얼굴이 부어있는 것을 발견한 강한서는 표정이 어두워졌다.“삼촌이 때렸어?”“응.”유현진은 짧게 대답하더니 말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780화

    “걔랑 민서랑 같아?”신미정은 바로 반박에 나섰다. 그리고 그녀는 표정을 한껏 구기며 말했다.“유현진이 네게 말했니? 걔 말을 그렇게 쉽게 믿어? 그때 나도 거기에 있었고 쟤가 방을 잘못 들어간 거라고!”“그래요?”강한서가 싸늘하게 말했다.“그럼 왜 할머니께 알리지 말라고 하셨죠?”신미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다 네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서 그런 거 아니냐! 신혼 첫날밤부터 아내가 바람피웠다는 소문이 돌면 치욕스럽지도 않니?”신미정의 기세등등한 태도에 강한서는 그녀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환상까지 깨져버렸다.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전 현진이 때문에 치욕스러운 게 아니라 어머니 때문에 더 치욕스럽네요.”신미정의 표정이 확 변했다.“강한서! 난 네 엄마야!”강한서가 담담하게 말했다.“신씨 가문을 그렇게나 신경 쓰고 있으셨으니 오늘부터 강씨 가문에서는 나가시죠. 강씨 가문은 낡아빠진 가문도 아니고 더는 아버지를 위해 제사를 올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혼자 홀로 사시든 재혼을 하시든 마음대로 하세요. 노후 자금은 제가 알아서 제때 보낼 겁니다. 만약 재혼을 하신다면 그럼 전 강씨 가문을 대표해서 어머니께 재혼 선물을 보내드리죠.”신미정은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표정을 한껏 일그러뜨렸다.“강한서!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강한서는 더는 그녀와 입씨름을 하지 않았고 고개를 돌려 구경하고 있던 한성우에게 말했다.“구급차 불렀어?”한성우가 휴대폰을 흔들어 보였다.“당연한 거 아니야?”신미정이 계속 소란을 피우려고 하는 모습에 한성우가 말했다.“아주머니, 얼른 지혈부터 하세요. 이따 구급차 오기 전에 삼촌께서 과다출혈로 돌아가시면 안 되잖아요.”사실 신표의 출혈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진 그에게선 피가 흘러나오지 않았고 기껏해야 그가 뒤통수를 만지며 손에 묻은 피가 다였다.그 꽃병은 차미주가 인터넷에서 아주 저렴하게 주고 산 꽃병이었다. 예쁘긴 했지만 저렴한 탓에 꽃병의 두께가 두껍지 않았고 무겁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781화

    ‘얘는 어떻게 말을 예쁘게 했다, 얄밉게 했다 하는 거지?’좀 전까지만 해도 그녀를 통통하다며 차버리고 싶게 만들더니 이제는 또 칭얼거리면서 “너도.”라고 얘기를 하는 덕에 강한서를 차버리고 싶다던 유현진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앰뷸런스는 곧 현장에 도착했고, 경찰도 함께였다. 신표는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고 경찰은 현장에 남아 사건 경위를 조사했다. 신미정은 단호하게 유현진이 먼저 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했고 유현진은 상대방이 무단침입을 하여 먼저 때린 것이라며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진술이 상반되니 경찰도 당장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두 사람의 복잡한 관계를 고려하여 경찰은 합의할 것을 제안했다. 유현진은 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꽃병은 차미주가 깬 것이었기에 그녀를 이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곧 영화 촬영이 시작되는지라, 이런 일에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때문에 경찰이 합의하라는 말에 유현진은 토를 달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신미정은 유현진을 놔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유현진이 먼저 사람을 쳤다며 딱 잡아뗐고 유현진을 기어코 감방에 처넣겠다는 기세로 달려들었다. 신미정이 없는 일도 지어내며 경찰에게 헛소리를 하고 있을 때, 강한서가 갑자기 유현진에게 물었다. “집에 카메라 계속 켜뒀어?”유현진이 멈칫했다. ‘집에 카메라가 어딨어?’멈칫했던 유현진이 순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켰었어.”“그럼 카메라 확인하자.”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잖아?”그는 신미정을 돌아보았다. “카메라를 돌려보면 삼촌이 입원하는 거로 끝나지는 않을 거야.”신미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이를 꽉 깨물며 악에 받친 소리를 질렀다. “이 배은망덕한 놈!”그러더니 신미정은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간단한 진술서를 작성한 경찰도 돌아갔다. 한성우는 방에 있는 차미주에게로 향했다. 강한서는 냉장고 문을 열고 얼음물을 꺼냈다. 다시 돌아와 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782화

    유현진이 말했다. “나랑 미주 둘이 사는데 무슨 집사가 필요해?”강한서가 말했다. “AI집사.”유현진이 움찔했다.“설마 루나?”강한서가 그녀의 말을 이었다. “루나 2.”루나는 강한서 회사에서 연구해 낸 고지능 로봇이었다. 첫 샘플을 강한서는 집으로 가져왔었다. 루나는 베이맥스를 닮았고 동글동글한 외모는 귀엽기 그지없었다. 강한서는 유현진에게 사용해 보면서 사용 도중 문제가 있으면 그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유현진은 자신이 첫 사용자인 것을 알고 아주 좋아했었다. 강한서를 도와 로봇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유현진은 로봇이 갖고 있는 기능을 일일이 체험했다. 루나의 청소 기능은 꽤 좋았다. 정원의 잔디나 꽃도 관리할 수 있었다. 유현진은 그 로봇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하루는 유현진이 로봇에게 지시를 내리고 놀러 나갔었는데 돌아오니 루나가 수영장에 뛰어들어 “사망”했었다. 강한서가 루나를 실험실로 가져와 데이터를 복구해 보니 유현진이 집을 나서면서 로봇에게 청소를 지시했다. 하지만 그날 수도관 수리 때문에 단수가 됐었고, 물을 찾을 수 없었던 루나는 정원의 수영장에 물을 가지러 갔다. 물이 기계에 대한 위해를 몰랐던 루나는 기계 전체가 물에 빠져버렸고 그렇게 망가진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bug 때문에 루나는 회수되어 새로 만들어져야 했다. 그러니 판매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루나라는 말에 유현진의 관심은 반으로 감소하고 말았다. “욕조에 빠져서 나한테 구해달라고 하는 거 아냐?”강한서가 말했다. “절대 그럴 일 없어. 루나 2는 위기 보호 설정 기능이 추가됐어. 그리고 경보 장치도 생겼고. 혼자 사는 여자애한테 딱이야.”유현진은 자신감이 넘치는 강한서를 보고 조금 흔들렸다. “얼마야?”강한서가 웃어 보였다. “아직 발매 안 했어. 네가 첫 사용자야.”유현진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왜 이 말이 난 날 낚기 위한 함정 같지?”지난번 그녀에서 사용해 보라고 했을 때 루나는 물에 빠져 사망했었고, 그

최신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9화

    한현진이 이끄는 대로 강한서는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밤공기는 조금 차가웠고 재스민 향으로 가득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왔다. 강한서는 마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꽃잎이 바람을 따라 흩날리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향기가 바람 따라 그의 코를 간지럽혔다. 그가 좋아하는 향이었다. “계단 있어. 다리 높게 들어. 넘어지지 말고.”한현진의 목소리가 가볍게 귓가에 울렸다. 강한서는 한현진의 손을 꼭 잡고 한걸음 천천히 내딛었다. 그의 발밑은 자갈로 포장된 길이었다. 그 위를 걸으면 돌멩이가 살짝 내려앉으며 돌멩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현진이 말했다. “도착했어. 여기야.”그 자리에 멈춰선 강한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현진에게 물었다. “안대 벗어도 돼?”한현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벗겨줄게.”그 말에 한현진이 쉽게 안대를 벗길 수 있도록 강한서는 고개를 숙였다. 안대가 벗겨지는 그 순간, 강한서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찌푸렸다. 불빛이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천천히 눈을 뜬 강한서 앞에는 하얀 재스민으로 가득 차있었다. 정말 그가 상상했던 그 모습 그대로, 한 송이, 한 송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마당을 따라 한 바퀴 빙 비추던 조명은 앞에 놓인 프로젝터 스크린으로 빛을 모았다. 그 순간, 프로젝터가 켜지고 신우의 모습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편안한 차림의 그를 보니 집에서 촬영한 것 같았다. “강한서, 생일 축하해. 얼른 나아서 최대한 빨리 기억 찾아. 시간 나면 술 한 잔 해.”어두워진 화면이 몇 초 후 다시 환해지며 이번엔 송민준의 모습이 보였다. “생일 축하해. 오늘은 생일이니까 욕은 안 할게. 그리고, 한라봉은 큰 게 맛있어. 현진이가 너한테 거짓말 한 거야.”말을 마친 송민준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강한서도 그런 송민준을 따라 웃으며 생각했다. ‘유치하긴.’그 다음인 정인월이었다. 동영상 촬영은 처음이라 촬영이 시작되었음에도 한참 동안 진씨에게 촬영이 되고 있냐며 물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8화

    C: [젠장. 어쩐지 그 얼굴에 여자친구가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양다리 걸치는 쓰레기였네.]D: [내 마음을 가지고 놀다니. 그런 인간은 다 죽어버려야 돼요.]F: [역시 잘생긴 것들은 어떻게든 얼굴값을 한다니까요. 너무 잘생긴 남자는 감당할 수 없나 봐요. 대표님, 전 얼굴 안 밝혀요. 책임감 있고 진취적인데다 술, 담배 안 하는 사람이면 돼요. 지인 분 중에 이런 남자 있어요?]A: [흑흑, 전 그래도 잘생긴 남자가 좋아요. 너무 못생기면 키스할 마음이 안 생긴다고요~]B: [여러분, 제 친구 중에 연현 테크에 출근하는 애가 있는데 회사에 고발 메일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쓰레기 같은 인간이 여자친구 몰래 소개팅한 사실을 회사에 알려 이름 좀 나게 해달라고 해볼까요?]B: [찬성이요.]C: [찬성이요.]F: [찬성이요.]...강한서는 처음으로 도끼를 들어 발등을 찍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체험할 수 있었다. 한현진은 강한서가 자신의 휴대폰을 보는 것에 대해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그녀는 심지어 재밌다는 표정으로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저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소개팅을 본 남자는 세상에 알려야 해요.]강한서: ...아무 것도 모르는 민경하는 두 사람의 대화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대화가 끊기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민경하는 한현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런 인간은 패가망신시켜야 해요.”말을 마친 민경하는 뒤에서 오는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움찔 몸을 떨었다. ‘실수한 건가?’민경하 앞에서는 차마 애교 섞인 말투로 고개를 숙이기 부끄러웠던 강한서는 휴대폰을 꺼내 한현진에게 달려와 무릎을 꿇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휴대폰 알람에 카톡을 확인한 한현진은 곧 입꼬리를 씩 올리며 강한서에게 [네 죄를 사하노라.]라는 의미의 이모티콘을 전송했다. 한현진이 그룹 채팅방에 공지를 올렸다. [여러분, 그 사람의 개인 정보도 가짜였어요. 연현 테크에 출근하는 지인에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7화

    강한서는 어쩐지 주혁이 한현진에게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돈이 부족한 상황에 전근까지 당한다면 어느 정도 불평을 늘어놓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주혁은 불평은커녕 오히려 한현진에게 아들이 그린 그림을 선물하기까지 한 것은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케이스였다. 하지만 주혁의 이력은 강한서가 봐도 전혀 이상한 점을 찾아낼 수 없었다. 오히려 굉장히 불운한 일생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주혁의 아들은 선척적으로 청각장애를 가진 것이 아니라 납치사건 때문에 생긴 후유증이었다. 부잣집 아들을 납치하려던 납치범은 실수로 주혁의 아들을 납치했고 납치범은 돈을 요구했지만 부잣집에서는 인질을 구출하려는 경찰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 납치범이 납치된 아이를 살해할 것을 고려해 경찰은 그들에게 아이를 잘못 납치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돈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납치범은 아이를 버리고 도망쳤다. 주혁의 아들은 비록 구조되었지만 의사로부터 청력을 잃었다는 선고를 받아야했다. 정신질환 가족력이 있던 주혁의 아내는 아들이 납치되기 전까진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납치사건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그녀마저도 정신질환을 앓게 되었다. 강한서가 주혁을 한현진 곁에 두고 싶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주혁의 과거 때문이었다. 아들이 납치당하기 전의 주혁은 지금처럼 성실하고 자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도박 전과가 있었다. 매번 월급이 지급되면 주혁은 며칠 동안 사라졌다. 도박장이나 PC방에 파묻혀 가진 돈을 전부 잃고 나서야 다시 출근했다. 집에 있는 아이와 아내는 거의 신경도 쓰지 않았고 아내가 발품 팔아 번 돈으로 겨우 가족의 생활을 유지했다. 주혁의 모든 변화는 그의 집에 사건이 생기면서 시작되었다. 도박이나 하며 빈둥거리던 남자가 하루아침에 모든 과거를 뉘우치고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 가족을 보살폈다. 주혁을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런 주혁을 보며 감개무량한 듯 말했다. “스스로 잘못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6화

    한현진은 순간 주혁에게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위화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던 주혁은 글을 잘 썼다. 정신질환이 있는 아내와 청력장애가 있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그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유일한 사람이었지만 아들을 국화와 서예 학원을 보낼 수 있었다. 아들의 인공 달팽이관을 마련하기 위해 급히 돈이 필요하다던 그는 한현진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다 걸려 직장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에게 들어가는 지출을 줄이지는 않았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본인은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자식에게는 제일 좋은 것만 주길 원하는 부모를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혁의 가정형편으론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이상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대체 어떤 면에서 이상하다고 해야 할지, 콕 짚어 얘기하기는 어려웠다. 강한서를 만나고 나서도 한현진의 찌푸린 미간은 펴지지 않았다. 원율이 퇴근하고 민경하가 운전을 인계받았다. 조수석에 외투를 벗어던진 강한서는 뒤로 돌아가 한현진과 함께 뒷좌석에 앉았다. “왜 그래? 고민 있어?”강한서가 안전벨트를 하며 물었다. 한현진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별 일 아냐.”“손에 그건 뭐야?”강한서가 물었다. 한현진이 그림을 강한서에게 펼쳐보였다. “기사님 아드님이 나에게 선물로 준 거야. 초콜릿을 준 적이 있는데 고맙다고 그려줬어.”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또 어린애에게 작업 걸었어?”한현진이 입가를 파르르 떨며 말했다. “기사님 아들은 이제 고작1 4살인데 무슨 작업을 걸어. 게다가 심지어 만난 적도 없다고. 전에 생일이라고 해서 기사님께 초콜릿을 가져가라고 했었어. 인사성이 좋은 아이라 답례를 준 거고.”강한서가 큼,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래?”한현진이 어이없다는 듯 흥, 콧소리를 냈다. 그림을 들고 한참을 자세히 살피던 강한서가 평가했다. “꽤 잘 그렸는데? 14살에 이 정도 수준이면 엄청난 거지.”한현진은 눈앞의 질투쟁이의 말을 무시했다. 강한서가 말을 이었다. “너도 국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5화

    은서하는 말없이 서류철을 품에 안고 돌아서 자리를 벗어났다. 회사에서 나온 한현진은 주혁과 마주쳤다. 그는 지금 회사의 경비로 일하고 있었다. 평소엔 회사의 보안을 책임졌고 가끔은 고객이나 임원의 주차를 돕기도 했다. 한현진이 주혁을 발견했을 때,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누군가 가까워오자 그는 경계하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한현진의 삭막한 눈빛과 눈이 마주쳤다. 멈칫하던 주혁이 어색하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안녕하세요.”한현진이 인사를 받으며 말을 이었다. “인사팀에서 보안팀으로 전근시켜줬어요?”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현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은 했는지, 일은 할 만한지도 묻지 않았다. 강한서가 말한 것처럼, 쓸데없는 동정심은 내려놓았다. 모두에겐 각자의 인생이 있었고 그녀는 충분히 최선을 다했다. 한현진은 가방을 메고 두 손은 트렌치코트 주머니에 꽂은 채 원율이 주차장에서 차를 가져와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 가만히 옆에 서서 손가락을 꽉 움켜쥐던 주혁이 한참이 지나서야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대표님, 이거 제 아들이 그린 그림이에요. 대표님께 전해드리라고 해서요.”멈칫한 한현진은 고개를 돌리자 주혁이 품에서 깨끗한 편지 봉투를 꺼내 두 손 가지런히 한현진 앞에 내밀었다.입술을 짓이긴 한현진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현진은 입을 꾹 닫고 침묵을 지켰다. 그 사이 원율은 정문에 도착해 한현진 앞에 차를 세웠다. 혹여나 한현진이 그림을 받지 않을까, 주혁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제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도 달게 받을 거예요. 하지만 이건 아이가 대표님께 전하는 조그만 마음이에요. 대표님께서 생일 선물로 주신 초콜릿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처음으로 받는 생일 선물이었거든요. 생일이 지나도 몇 번이고 그 초콜릿을 곱씹었어요. 그래서 대표님께 그림 선물로 고마움을 표현한 거라면서 저에게 꼭 전해달라고 했어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4화

    주현의 손을 잡은 것은 이시연이었다. 일을 마치고 나온 이시연이 마침 그 장면을 목격했다. “회사에서 이게 지금 뭐하는 거예요?”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주현이 이시연을 밀쳤다. “이 팀장님은 상관하지 마세요. 한 대표님을 대신해 이 배은망덕한 X를 혼내고 있는 중이니까.”은서하가 그에 질세라 입을 열었다. “한 대표님 핑계 대지 마세요. 대표님 라인에 붙으려다 대표님께서 선을 그으시니까 저에게 화풀이 하시는 거잖아요.”혹여 그 말이 송가람 귀에 들어가기라도 할까 겁이 난 주현이 당황한 얼굴로 날뛰며 말했다. “누가 대표님 라인에 붙으려 했다는 거예요! 은혜를 갚을 줄도 모르면서 모함 좀 그만해요. 한 대표님께 돈을 받고도 서 대표님에게 붙은 건 은서하 씨 아니었어요?”은서하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전 한 대표님 돈 받은 적 없어요. 계속 루머를 퍼뜨리시면 경찰에 신고하겠어요.”이시연이 얼른 상황을 수습했다. “됐어요, 그만해요. 두 사람 다 적당히 해요. 매일 얼굴 마주칠 동료끼리,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주현은 고모인 성월이 서해금의 오른팔이라는 것을 등에 업고 평소 회사에서 동료들을 괴롭혔었다. 은서하처럼 나약한 성격의 직원은 전부 주현의 직장 내 괴롭힘이 대상이 되었다. 그러니 그런 은서하가 주현에게 맞서는 것은 주현에겐 모욕을 당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었다. 주현이 비꼬며 말했다. “이 팀장님, 말리지 마세요. 신고하라고 해요. 제가 무서워할 것 같아요? 배신이나 때리는 배은망덕한 인간과 대체 누가 친하게 지내려고 하겠어요? 언제 배신당할 지도 모르는데.”분노로 은서하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더는 입씨름을 하지 않고 바로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 이시연이 곧바로 은서하의 행동을 제지하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만해요! 회사가 두 사람 소란 피우는 곳인 줄 알아요? 굳이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다면 대표님께 찾아가요. 사무실에 계시니까!”그 말에 두 사람은 드디어 흥분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3화

    한현진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전 송 팀장님이 아녜요. 아부 같은 건 저한텐 안 통해요. 그러니 괜히 제 심기를 건드려서 혼났다고 불평하지나 마세요.”주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입술로 한 마디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는 7층에 도착했다. 은서하와 주현을 비롯한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나서자 한현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닫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닫히고 나서야 주현은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 드리운 증오를 숨기지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부모를 잘 만난 것이 전부인 주제에, 다들 대표님이라고 불러주니까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그 말을 듣고 있던 동료가 조용히 눈치를 줬다. “듣겠어요. 그만해요.”주현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말했다. “들으라고 해요. 깔린느 전체가 서 대표님 거라는 걸 회사에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다들 대표님이라고 부르며 비위나 맞춰주니까 정말 대표라도 된 줄 아나 보죠. 은서하 씨 같은 사람도 상황 파악 할 정도인데, 눈치가 없대요?”서로 눈을 마주친 직원들은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급여명세서가 공개되었다. 한현진이 관리하는 부서 직원들의 급여는 평소보다 더 높았다. 심지어 한현진의 부서는 다른 부서보다 늘 더 빨리 퇴근했음에도 말이다. 이건 전부 한현진이 보너스 지급 방식에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엔 부서에 지급된 보너스 중 담당 대표의 인센티브를 따로 계산한 후 나머지를 부서 직원들이 균등하게 나누는 방식으로 지급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현진이 본인의 인센티브를 따로 계산하지 않고 보너스 전부를 부서 전 직원에게 균등하게 지급했다. 비록 한현진이 받을 보너스는 줄어들었지만 그 덕에 부서의 전 직원은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어떤 큰 포부가 있든, 출근은 결국 돈을 벌어먹고 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니 한현진이 조향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는 그들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한현진이 실제로 그들의 월급을 올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2화

    사실 그건 조금은 선을 넘는 질문이었다. 특히 한현진의 등에 칼을 꽂은 이 타이밍엔 더 그랬다. 한현진은 자신이 은서하의 편을 들어주었음에도 그녀가 더 이상 송가람의 죄를 추궁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무런 배경도 없이 집엔 아픈 노모까지 있는 여자 아이에게 직장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서해금이 주는 기회를 잡지 않는다면 그건 은서하가 처사를 제대로 못하는 일이 되었고 어쩌면 회사에서도 점점 더 어려운 처지에 내몰릴 수 있었다. 한현진은 은서하의 고충을 이해했지만 그럼에도 서운한 마음을 어쩔 수는 없었다. “은서하 씨와는 상관없는 일이예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고개를 들어 눈치를 보는 눈빛을 마주한 한현진은 저도 모르게 외할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화장실에 몰래 숨죽여 울던 은서하의 모습을 떠올렸다. 한현진 역시 그런 무력한 순간은 경험했었기에 같은 처지에 놓인 은서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쉽게 은서하를 용서할 수도 없었던 그녀는 결국 냉담한 말투로 “네.”라는 짧은 대답을 내놓았다. 은서하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한현진에게 말을 더 붙이고 싶었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주연과 다른 동료들이 들어오자 은서하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주현이 한현진에게 인사를 건네곤 고개를 돌려 은서하를 보며 장난 섞인 말투로 말했다. “서하 씨, 월급을 추가 지급 받으셨다면서요. 대표님께서도 따로 위로금까지 챙겨주셨다고 하던데, 이 정도면 전화위복 아닌가?”멈칫, 몸을 떤 한현진이 고개를 들어 은서하를 쳐다보았다. 은서하는 창백해진 얼굴로 입술을 꼭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현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이어갔다. “송 팀장님은 그저 서하 씨에게 농담을 좀 한 것뿐인데 하필이면 한 대표님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을 만나서 상황이 이상하게 됐네요. 그대로 한 대표님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신 덕에 서하 씨는 위로금까지 받았잖아요. 서하 씨는 한 대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1화

    “난 없어도 민 실장은 아는 사람이 많잖아. 형님 소개팅도 민 실장이 주선해준 거였어. 교사, 의사, 공무원 할 것 없이 인기가 많은 직종은 민 실장이 다 꾀고 있다고.”한현진이 눈을 반짝였다. “그럼 민 실장님께 부탁 좀 해 봐. 나이는 25살에서 35살 사이, 초혼에 직업은 안정적이고 반듯한 외모를 가진 사람으로. 몇 명이든 상관없이 전부 소개해 달라고 해. 미남계로 혼을 쏙 빼서 전부 내 사람으로 만들고 나면 민 실장님 보너스 두둑이 챙겨줘야지.”강한서가 웃음기 가득한 눈빛으로 한현진을 보며 말했다. “그럼 내가 이따 민 실장한테 얘기할게.”강민서의 보고서를 수정해주며 멘탈이 붕괴된 민경하는 연이어 몇 번이나 재채기를 했다. 이유 모를 불안감에 등골이 오싹해진 민경하는 순간 휴가를 가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시간을 확인한 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오늘 퇴근하고 나 좀 기다려. 갈 데가 있어.”강한서가 물었다. “나 생일 파티 해주러 가는 거야?”에이, 감탄사를 내뱉은 한현진이 화난 척 말했다. “사람이 무드 없긴. 알아도 모른 척 해야지. 눈치가 없어. 기대감이 완전 사라졌잖아.”강한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내가 잘못했어. 처음부터 다시 해. 이번엔 내가 제대로 대답할게.”한현진이 말했다. “오늘 퇴근하고 나 좀 기다려. 갈 데가 있어.”강한서가 말했다. “어딜? 완전 좋아. 너무 기대된다.”한현진: ...“그냥 닥쳐.”강한서가 푸스스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뭘 할지 알아도 기대가 되는 건 똑같아.”말하며 잠시 멈칫하던 강한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번 생일은 우리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마지막 생일이야. 다음은 둘이 아니라 넷일 테니까. 마지막이니까 소중하게 여겨야지.”한현진이 눈웃음 지었다. “괜찮아. 내년에도 아이들은 집에 두고 우리 둘이 보내면 돼.”한현진의 말에 웃음을 터뜨린 강한서가 한참만에야 아쉬운 말투로 말했다. “이젠 가서 일 봐. 좀 이따 만나, 여보.”전화를 끊은 한현진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