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회사에 있는 거 아니었나? 어떻게 갑자기 나타난 거지?’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송가람이 다가왔다.“강운 오빠, 현진 언니.”유현진은 동작을 멈추고 송가람을 힐끔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잔뜩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강한서를 보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주강운이 대신 입을 열었다.“현진 씨는 괜찮아. 화상을 입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야.”바로 그 순간 강한서도 화상을 입은 한열을 발견하게 되었고 유현진이 다치지 않았다는 말에 그는 안심이 되었다. 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이미 차를 대기 시킨 안창수가 길을 비켜달라면서 한열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려 했다.유현진은 강한서에게 잡힌 팔을 빼내며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따라가려 했다.주강운도 따라가려고 했지만 강한서가 그를 막아섰다.“무슨 일이야?”심각한 얼굴로 묻는 강한서에 송가람도 따라서 물었다.“강운 오빠,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주강운은 두 사람을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강민서가 우리 방으로 들어와서 뜨거운 물을 현진 씨한테 뿌리려고 했어. 대신 막아준 한열 씨는 등과 목에 화상을 입게 되었고.”강한서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져 갔다. 그는 그제야 강민서가 왜 잔뜩 초조한 모습으로 방으로 들어왔는지 이해가 갔다.만약 누군가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지금 온몸에 화상을 입은 사람은 바로 유현진이었을 것이다.강한서는 느껴지는 분노를 꾹꾹 눌러 참으면서 주강운에게 물었다.“민서가 어떻게 너희 방 번호를 안 건데?”한주시엔 프리미엄 호텔이 아주 많았고 히비스커스 호텔도 그중 가장 좋은 호텔이 아니었다. 아무리 우연히 같은 호텔에서 묵게 되었다 하더라도 몇십 개나 되는 방 중에서 옆방일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았다.비록 강한서는 우연을 믿지 않았지만, 확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우연의 일치란 한 두 번이면 믿을 만했지만, 그는 절대 매번 이렇게 우연이 겹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그의 말을 들은 주강운은 멈칫하더니 이내 천천히 자신을 막고 있던 강한
“한서 오빠...”송가람은 그에게로 다가가 그를 불렀다.“우리 병원에 가볼래요?”강한서는 입을 꾹 다문 채 싸늘한 표정으로 방에 돌아갔다.강민서는 이미 이곳에서 도망친 상태였고 싸늘한 그의 표정을 본 신미정은 순간 멈칫하였다.강한서는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강민서는 어디 간 거죠?”“몸이 안 좋다고 먼저 집으로 갔어.”강한서의 표정이 더더욱 굳어졌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강민서에게 연락했다.한편 방금 택시를 탄 강민서는 강한서의 전화에 화들짝 놀랐고 얼른 통화 거부 버튼을 눌렀다.그녀는 황급히 말했다.“얼른 출발해 주세요!”택시 운전사가 그녀에게 물었다.“어디로 모실까요?”“아무 데나 가주세요!”그녀는 택시 운전사에게 몇 장의 수표를 넣어주면서 말했다.“빨리요!”택시 운전사는 바로 시동을 걸었다.전화를 받지 않는 강민서에 강한서는 바로 회사의 경호팀에 연락했다.연락이 닿자마자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장 강민서를 내 앞으로 잡아 오세요! 오지 않겠다면 다리를 분질러서라도 데리고 오세요!”그의 말을 들은 신미정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해갔고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사람들을 풀어 민서를 잡아 와서 뭐 하게?”강한서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본인이 한 행동에 대가를 치러야죠!”그는 문을 쾅 닫으며 나가버렸다.놀라 비틀대는 신미정을 서해금이 부축하면서 나직하게 말했다.“일단 진정하시고.”그녀는 고개를 돌려 송가람에게 물었다.“가람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송가람이 답했다.“민서가 뜨거운 물을 남에게 뿌렸대요. 화상을 입은 사람은 이미 경찰에 신고한 상태고요.”신미정은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고작 그런 일로? 돈이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더냐?”송가람은 뜸을 들이며 말했다.“그 사람에겐 돈이 먹히진 않을 거예요. 아주 유명한 연예인이거든요.”그녀의 말을 들은 신미정은 이내 이를 갈면서 말했다.“그래도 그냥 해프닝이잖니! 한서 얘가 정말 미쳐버렸구나!”신미정은 그렇게 말하
“네가 최근에 받은 광고도 모두 화장품 광고란 말이야. 그런데 이 꼴로 어떻게 화장품 광고 모델을 해? 손실이 얼마나 큰지 알기나 해?”유현진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한열이 끼어들었고 짜증스러운 어투로 매니저에게 말했다.“그만 하세요. 침이 제 상처 부위로 떨어지겠네요. 그러다 제 상처가 잘 안 나으면 어떡하시려고요?”매니저는 그를 째려보았다.“내가 어쩌다 너 같이 걱정 없는 애를 맡게 되어서는!”‘예쁜 여자만 보면 그저 머리가 백지장이 되어서는! 아직 제대로 말도 하지 않았는데 서둘러 감싸주면서!’침대에 엎드리고 있는 한열은 베개 위로 얼굴을 푹 박더니 웅얼거리면서 말했다.“그럼 얼른 가서 걱정 안 시키는 연예인으로 바꿔 달라고 하세요!”잔뜩 심기가 불편해진 매니저가 눈을 번뜩이며 잔소리를 하려 할 때 휴대폰이 울렸고 매니저는 바로 전화 받으러 나갔다.안창수는 한열의 상처 부위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일단 요 며칠은 잘 휴식하고 있어. 촬영 시작할 땐 오지 않아도 돼. 네 촬영 부분을 뒤로 미뤄줄 테니까. 지금은 건강이 더 중요해.”한열은 고통을 참으면서 말했다.“괜찮습니다. 촬영 시작 때 저도 갈 수 있습니다. 상처 부위는 어차피 등에 있으니까 괜찮을 거예요.”“조급해할 필요 없어. 일단 상처부터 치료하고 있어.”말을 마친 안창수는 잔뜩 얼굴에 죄책감을 드러내고 있는 유현진을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바라보면서 물었다.“술에 취한 거 아니었어요?”유현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눈앞에서 사람이 다친 모습을 보니 그녀는 술에 취한 척할 겨를도 없었다.유현진은 입을 벙긋거리며 말을 하려던 순간 한열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뜨거운 물에 맞을 것 같으니까 술이 확 깨셨나 보죠.”안창수는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말했다.“제가 데려다줄게요.”“감사합니다, 안 감독님. 하지만 전 좀 더 있다가 가려고요. 먼저 댁으로 돌아가세요.”안창수도 별다른 말 없이 그곳을 떠나갔다.그는 이
‘내 손을 잡아줬어! 나를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유현진은 한열의 손을 꾹꾹 눌러주다가 입을 열었다.“어때요? 전보다는 많이 괜찮아졌어요?”그는 현재 많이 괜찮아졌을 뿐만 아니라 기분마저 둥둥 뜨는 것 같았다.한열은 작게 중얼거리면서 말했다.“네, 그런 것 같네요.”“그럼, 제가 계속 눌러드릴게요.”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매니저는 넋이 나갔다.한열은 베개에 머리를 푹 박은 채 의사 선생님의 치료를 받고 있었고 손을 주물러주는 유현진에 귀가 마치 터질 듯 빨개져 있었다.유현진이 그의 손가락 오목한 곳을 눌러주면서 대화하자 그는 마치 훈련 잘된 온순한 리트리버처럼 가만히 있었다. 매니저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정녕 자신이 키운 티베탄 마스티프가 맞나 눈을 의심하였다!매니저가 한열의 이름을 부를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병실의 문이 열렸다.정장을 입은 귀티가 흐르는 남자가 들어왔다.매니저는 미간을 찌푸렸다.“누구시죠?”강한서는 그런 매니저를 무시하고 유현진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현진아.”그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고개를 돌린 유현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흘끗 보면서 말했다.“강 대표님, 합의는 치료 마친 후에나 하죠.”“난 합의하러 온 게 아니야. 난 네가 걱정돼서 찾아온 거야.”말을 하던 그는 유현진이 한열의 손을 잡은 모습에 표정을 굳혔다.유현진은 시선을 한열의 손으로 고정한 채 계속 꾹꾹 누르며 입을 열었다.“회사에서 야근하고 있는 게 아니었나? 난 너한테 분신술 같은 능력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분신은 회사에 놔두고 본체로 가람 씨랑 데이트하고 있는 거였어? 정말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줄은 몰랐네.”강한서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나직하게 말했다.“난 송가람이랑 같이 밥 먹으려고 너한테 거짓말한 게 아니야. 난 그냥 네가 신경 쓰고 있을까 봐 야근한다고 한 거야.”유현진은 눈을 치켜뜨면서 말했다.“누가 신경 쓴대!”‘개자식, 이럴 줄 알았으면 배달 음식 시켜주지 않는 건데
“네? 그럴 필요는... 아악!”한열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강한서는 이미 그의 손가락 사이를 눌러버렸다. 그 힘이 어찌나 강했는지 그가 누른 곳은 아직도 저렸고 한열은 그만 소리를 질러버렸다.유현진이 강한서에게 귀띔해 주었다.“천천히 부드럽게 눌러야 해. 그렇게 세게 꽉 누르면 안 돼.”강한서는 다정한 목소리로 답했다.“응, 알았어. 편히 쉬고 있어.”하지만 강한서는 계속 힘을 세게 주면서 한열의 손을 눌러주고 있었다.느껴지는 고통에 한열은 이를 꽉 물었다.“그만 해도 됩니다. 전 정말...”‘안 아프다고!’한열은 매니저에게 얼른 강한서를 쫓아내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지만, 매니저는 강한서에게서 느껴지는 귀티에 차마 건들지 못했고 익숙한 듯이 한열에게 힘내라는 눈빛을 보냈다.“힘내! 상남자라면 이 정도 고통은 참아야지! 조금만 참으면 다 끝나.”‘제기랄! 저 간이 콩알만 한 매니저가!’매니저는 유현진과 강한서를 번갈아 쳐다보았다.그는 유현진과 강한서의 사이가 아주 범상치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귀티가 좔좔 흐르는 강한서는 유현진과 대화할 때만 아주 부드럽고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강한서는 그가 키운 한열이라는 티베탄 마스티프보다 못하지 않았고 오히려 엄근진 모습이 있어 한열보다 더 나은 듯했다.감히 강한서에게 말을 걸 엄두조차 내지 못한 매니저는 옆에 있던 유현진에게 물었다.“유현진 씨, 결혼하셨어요?”매니저의 질문에 한열은 귀를 쫑긋거렸다.강한서의 행동도 점차 느려졌고 그는 유현진의 입에서 “네”라는 대답이 나오길 바랐다.그러나 유현진의 대답은 달랐다.“아니요, 솔로예요.”그녀의 대답을 들은 한열은 눈을 반짝였다.강한서는 그녀의 대답을 예상하고 있었다.매니저가 또 그녀에게 물었다.“그럼 저분은...”“제 사망한 전남편이에요.”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상 밖의 대답이었다.매니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전... 전남편이요?”전남편이라는 단어가 귀에 거슬렸던 강한서는 차가운 눈빛으로
만약 예전이었다면 그는 분명 유현진의 말에 반박하려 했을 것이다.그에게 강민서는 신미정과 달리 그저 남매사이의 감정밖에 없었다.그와 그의 아버지는 그가 어릴 때 강민서를 아주 예뻐했었다. 어린 시절의 강민서는 매일매일 그의 곁에 꼭 붙어 다녔고 맛있는 거, 재밌는 거만 발견하면 다른 사람에겐 절대 안 주면서 그에겐 꼭 남겨주었다.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는 정인월과 함께 살게 되었다. 사실은 그가 물에 빠지게 된 후로부터 대부분 할머니가 그를 돌봐주고 있었던 것이었다.정인월은 신미정에 대해 아주 무신경했고 신미정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신미정의 안중엔 신씨 가문의 안위밖에 없었기에 아이들을 잘 키워 내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에도 나이가 많았지만, 정인월은 직접 그를 키우기로 한 것이었다.그러나 강민서는 나이가 너무 어린 탓에 신미정의 곁을 떠나지 못했고 당시 신미정은 아주 집요하게 강민서를 키우겠다고 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강민서를 신미정에게 맡겨 키웠다.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들 남매는 주말, 혹은 명절 때만 만나게 되었다.그렇게 날이 가고, 해가 지나면서 강민서도 점점 어른이 되어갔고 이미 어린 시절의 순진무구했던 모습이 사라진 상태였다.그가 유현진과 결혼한 몇 년 동안, 강민서는 그의 앞에서는 유현진에게 잘 대해줬지만, 그가 없을 땐 유현진에게 어떤 태도였을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유현진은 비록 그에게 강민서와 신미정에 대해 아무런 불평도 늘어뜨리지 않았지만, 그녀들 사이에 정말 아무 일이 없다고는 확신할 수 없었다.또한 그는 줄곧 강민서가 착한 동생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녀가 아무리 잘못해도 심하게 꾸짖지도 않았기에 강민서가 점점 더 거만해졌을지도 모른다.옛일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예전에 미리 눈치챘어야 할 일들이 더 확실하게 떠올랐다.어느 한번은 그가 특별히 유현진의 생일을 위해 주문한 케이크라는 걸 알면서도 강민서는 일부러 케이크를 들고 파티하러 갔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줬다면서 유현진에게 말했었다.
유현진은 아주 담담하게 신혼 첫날밤에 있었던 일들을 강한서에게 들려줬다.그녀의 말을 들은 강한서의 안색이 창백해졌고 두 눈에 점차 핏발이 섰다.유현진은 여전히 시선을 떨군 채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 조금씩 꺼냈다.“두 사람은 내가 방을 잘 못 찾아온 거라고 했어. 하지만 난 본가에 가본 적이 없었던 터라 걔가 어디로 안내하면 난 그냥 따라갔거든. 비록 내가 그날 술을 마시긴 했지만, 이성을 잃을 정도로 마신 건 아니었지. 난 낯선 곳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아니야.”“난 걔가 장난이었든 아니든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이 나에겐 공포와 두려움으로 다가왔었거든.”“만약 그날 밤, 정말 강현우가 날 침범했다면 난 아마 그 자리에서 강현우와 강민서를 죽여버리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어. 난 내가 정말 괴물로 변할까 봐 무서웠어.”“넌 계속 내가 그날 결혼식 후 떠난 일로 자꾸 물고 늘어진다고 말했었지. 사실은 난 그날, 만약 그날 네가 집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고 있었어...”강한서는 그녀의 말에 목이 메어왔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왜... 왜 여태까지 나한테 이 일을 말하지 않은 건데?”유현진은 강민서에 대한 불쾌감과 매번 강현우를 볼 때마다 적개심을 느꼈고 그들을 볼 때마다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유현진의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처음엔 두려웠어. 난 신혼 첫날에 그런 일을 당하게 된 게 너무 창피했거든. 그리고 우린 서먹한 사이였잖아. 강민서와 강현우는 모두 너의 가족이니 내가 말한다고 한들 네가 정말 믿어줄지 말지 확신이 없었거든.”“만약 네가 정말 그 두 사람의 말을 믿어준다면 너와의 결혼 생활은 끝나게 되겠지. 그럼 남은 나와 우리 엄마는 어떡해? 심지어 그때 그 두 사람이 나한테 협박까지 해오니 난 더더욱 말할 수가 없었어.”“그렇게 나중엔 점차 말하고 싶지 않더라. 그리고 그 일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니, 증거도 남은 게 없거든. 그때 우리의 결혼 생활은 이미 위태로운 상태였기에 내가 아무리 말한다고
하현주의 장례식 그날 밤, 유현진은 평생의 눈물을 다 흘렸었다.그녀는 앞으로의 인생에 드라마를 찍는 것에 빼고는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강한서의 연속된 사과에 그녀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매일 밤 그날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매일 밤, 불을 끄면 자신의 옆에 누운 사람이 강한서가 아닐까 두려웠다. 그랬기에 그녀는 밤마다 불을 켜고 자는 습관이 생겨버렸다.그녀는 강한서가 불빛이 없는 곳에서 혹시라도 침대 위에서 거칠게 굴까 봐 자신의 몸에 손대는 것조차 두려웠다. 그의 사소한 행동에도 그녀는 역겨웠던 신혼 첫날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랬기에 그녀는 신혼 첫날밤 그녀를 두고 떠나버린 강한서가 원망스러웠고, 계속 마음에 걸려 잊을 수가 없었다.강한서는 천천히 품에 안은 유현진의 등을 계속 토닥이고 있었지만, 심장이 누군가의 칼에 찔린 것처럼 아파져 왔다.물질은 그가 유현진에게 준 가장 쓸모없는 물건이었고 정작 그녀가 필요한 관심과 신임, 그리고 보호는 그녀에게 한 번도 준 적이 없었다.그는 그제야 유현진의 마음속이 왜 그가 마이너스였는지 알게 되었다. 그와 그의 가문의 사람들이 그녀에게 너무나도 깊은 상처를 주었는데, 무슨 근거로 쉽게 그녀의 용서를 구할 수 있겠는가?그는 유현진에게 왜 할머니에게조차 그 일을 털어놓지 않았는지 묻고 싶었다. 적어도 할머니만은 옳고 그름을 정확히 따지는 사람이었으니까.하지만 그는 곧 깨닫게 되었다.유현진은 홀로 강씨 가문에 시집을 왔기에 그녀에겐 주위의 모든 사람이 강씨 가문의 사람으로만 보였을 것이고, 그래서 그녀는 할머니가 자신의 편을 들어줄 거라는 확신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늑대들이 득실대는 강씨 가문에서 그녀는 애초에 외톨이 신세였다.그녀와 결혼 한 그 해, 유씨 가문은 휘청거렸고 유상수는 심지어 그녀의 어머니인 하현주의 약을 끊어버렸다. 그런 상황에 그녀는 감히 일을 크게 벌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당연했다. 만약 강씨 가문에서 그녀를 내쫓는다거나 그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