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정은 화가 났다. 신씨 가문의 일엔 무관심하던 강한서가 이혼한 전처의 일에 끼어들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강한서가 이혼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강한서가 유현진에게 푹 빠져 그녀가 끼어들 틈도 없었으리라 생각했다.이른 아침부터 신미정은 본가로 왔다.그녀의 시어머니인 정인월이 생일잔치에 있었던 일로 그녀를 못마땅해하고 있었다. 이번 달의 스케줄은 아주 적었다. 생신 잔치에서 상처를 입은 손님들의 병문안을 가는 것 빼고는 본가로 돌아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해야 했다.정인월은 그녀를 만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녀가 매번 찾아올 때마다 아예 못 들오게 하거나 그녀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신미정이 강씨 가문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혼전임신을 했기 때문이었고 또한 끈질기게 버틴 끝에 강씨 가문의 일원으로 될 수 있었다.당시 임신했던 신미정에게 정인월은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내심이 강했던 신미정은 끈질기게 매일 본가로 찾아와 정인월의 찻잔에 차를 따라주며 안부 인사를 매일 물었다. 그리고 정원의 잔디를 관리해 주며 정인월이 키우는 말과 물고기들의 먹이도 매일 같이 챙겨주었다.마음 약했던 강씨 가문의 어르신은 이미 임신까지 한 여자를 계속 이렇게 내버려 두는 건 강씨 가문의 명성에도 흠이 갈 거라며 여러 차례 설득한 끝에 정인월은 그제야 신미정과 아들의 결혼을 허락했다.30년이 지난 지금도 신미정은 본가로 오게 되면 마당의 잡초도 뽑아주고 비료도 뿌려주었다.당시의 신미정은 강씨 가문에 시집을 오는 데에 급급했을 때라 어떤 더러운 잡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했었다. 하지만 강씨 가문의 일원이 되고 몇십 년이 지나니 그녀는 그 잡일들이 더럽게 느껴졌다.그녀는 심지어 정인월이 왜 굳이 시중에서 파는 채소들을 사 먹지 않고 이렇게나 큰 정원에 각종 채소와 과일을 심어 매주 직접 비료까지 뿌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신미정은 비록 자신이 도와주겠다고는 했지만, 정원에 오자마자 집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3개의 마스크와 장갑을 가져오라고
정인월은 대답 대신 신미정에게 물었다. “단한이 떠난 지 몇 년이 지났지?”신미정이 입술을 짓이기며 말했다. “16년이요.”“16년 7개월 9일.”정인월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믐 하루 전에 갔지.”신미정의 얼굴에도 슬픔이 일렁였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정인월이 말했다. “자넨 16년 동안 재혼하지 않았으면서, 한서는 2개월 만에 새 사람을 만나라고 하는 건, 어미로써 걔 마음을 생각하고 내린 결론인가?”신미정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어머님. 저랑 한서가 어떻게 같아요? 저랑 단한 씨가 지낸 세월이 얼만데요. 한서랑 그 아이는 한서도 합의 하에 이혼한 거잖아요.”정인월이 신미정을 흘겨보았다. “단한에 대한 마음이 그렇게 깊은데, 실험실에 불이 나던 그때, 어디 있었어?”정인월의 말에 신미정은 가슴이 꽉 조여오는 것 같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어머님, 아직도 절 원망하세요?”정인월은 가위를 내려놓고 담담하게 말했다. “단한이 자네한테 잘해주라고 하기에, 그 아이 뜻대로 했지. 재혼을 마다하고 우리 집안에 남겠다고 하니, 그러라고도 했고. 하지만 선은 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자네는 한서를 키우지도, 부모로써 뭘 가르치지도 않았어. 인제와 무슨 자격으로 한서 결혼에 이래라 저래라하는 거지? 누구를 좋아하든, 누구와 결혼하든 그건 한서 일이야. 한서 결혼으로 자네 욕심 채울 생각은 꿈도 꾸지 마.”“어머님—”정인월은 차가운 말투로 신미정의 말을 가로챘다. “난 피곤하니 자네도 돌아가게. 내 야채 망가뜨리지 말고.”신미정의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굳은 얼굴을 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이씨 아주머니가 정인월에게 말했다. “어르신, 그래도 한 식구인데…”진씨가 그녀의 말을 끊으며 정인월에게 말했다. “어르신, 차 준비됐습니다.”정인월이 고개를 끄덕이고 장갑을 벗으며 밭을 벗어났다. 진씨가 이씨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
신미정은 신씨 가문을 매정하게 대하는 강한서를 원망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그녀는 한 번도 강한서를 보러 가지 않았다. 다른 엄마들은 같은 도시에 가까이 살면, 하루가 멀다고 이혼한 아들에게 찾아가 집안일을 도왔을 것이다. 하지만 신미정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강한서의 생활이나 근황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강한서가 이혼한 지 1개월 만에, 그녀는 끊임없이 강한서에게 있는 집안 규수들의 자료를 보내주며 그가 얼른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를 바랐다. 그녀는 이혼한 아들에 대한 걱정보다, 그의 재혼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두어 번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은 강한서는 신미정에게서 전화가 올 때마다 무음 모드로 설정하거나 민경하게 휴대폰을 넘겼다. 강한서는 신미정이 보내온 소개팅 자료도 유용하게 사용했다. 그는 그 자료들을 전부 송병천에게 보내 송민준에게 여자를 소개해 주라고 했다. 그덕에 송민준은 요즘, 선을 보느라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민경하는 어제도 송민준이 인스타그램에 “강한서, 네가 솔로인 데는 다 이유가 있어!”라는 글을 올린 것을 보았다. 강한서는 자신의 골칫거리를 라이벌에게로 자연스럽게 전이시켰다. 그 방법은 꽤 참신하다고 할 수 있었다. 신미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요! 얼른 전화 바꿔요!”민경하가 예의를 잃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정말 바쁘세요.”신미정의 얼굴이 굳어졌다. “7시에 히비스커스 호텔로 오라고 해요. 걔 아버지 오랜 친구분께서 한주시에 오셔서 식자 자리를 마련했다고요.”민경하가 물었다. “어느 친구분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신미정은 화가 난듯한 말투로 냉랭하게 말했다. “오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고 해요!”신미정이 뚝 전화를 끊었다. 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민경하가 낮은 목소리로 그런 강한서에게 물었다. “대표님, 가실 건가요?”강한서가 머뭇거렸다. 강단한의 옛 친구들은 모두 강씨 가문과 사이가 좋았다. 그 친구분들이 도와준 덕에 강
유현진은 주강운을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다고 그와 밤을 새우며 게임을 하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적정한 선을 지키지 않는다면, 순수한 우정이 될 수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유현진이 차미주에게 주의를 줬다. “한성우는 친구로는 괜찮지만, 남자친구로는 잘 고민해 봐야 해.”차미주의 눈가가 움찔거렸다. “순둥아, 너 너무 갔어. 다른 사람 다 좋아해도 한성우는 아니야. 생긴 것도 바람둥이처럼 생겼는데, 그런 애를 내가 어떻게 감당해? 난 오를 수 없는 나무는 바라보지도 않는 사람이야.”유현진이 차미주의 말에 웃어버렸다. “한성우든 조 선생님이든, 더 알아간 다음에.”유현진은 이미 실패를 겪었기에 차미주는 그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알겠어~ 빨리 가.”신을 갈아신은 유현진이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문을 나섰다. 유현진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벨 소리가 울렸다. 양치하고 있던 차미주가 입안의 물을 뱉고 큰 소리로 말했다. “잠깐만. 뭐 두고 갔어?”차미주는 얼른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한성우가 수트 차림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헤어까지 완벽하게 한 한성우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눈부신 자태로 차미주 앞에 섰다. 차미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한성우가 “쯧.” 소리를 냈다. “보고도 모르겠어? 너 데리고 데이트하러 가려고.“차미주가 말했다. “안 가.”한성우가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조준 씨랑.”차미주가 금방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어디?”한성우: …‘얘가 표정 관리 학원이라도 다니는 거야?’자기한테는 불퉁한 표정만 짓고 있고, 조준이라면 바로 표정이 바뀌었다. 한성우는 병아리를 잡듯이 차미주의 뒷덜미를 잡아 올리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너 다음에 또 나한테 그딴 표정 지으면, 다시는 너 데리고 조준 만나러 안 가!”차미주는 속으로 욕을 지껄이면서도 얼굴엔 함박웃음을 띠고 한성우의 어깨를 눌러주며 아양을 떨었다.“내가 너한테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 금방 일어나서 잠이
조준을 만난다는 말에 차미주는 치마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는 심지어 유현진의 고데기로 머리도 만졌다. 메이크업을 잘하지는 못했던 차미주는 파운데이션과 립스틱만 발라 피부톤을 정돈했다. 그러고는 운동용 가방을 들고 방에서 나왔다.한성우는 거실에서 《어린 왕자》를 읽고 있었다. 《어린 왕자》 중의 한 구절이 그의 눈에 띄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일출을 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세요. 노을이 질 때까지 기다리다 후회하지 말고.”차미주가 방에서 나오자 한성우가 물었다. “네 책이야?”차미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도 좋아해?”“안 좋아해.”한성우가 책을 덮어 구석에 놔두었다. “내 화원에 어떻게 한 송이의 장미만 있을 수 있겠어?”그의 말에 차미주는 티가 나지 않게 어이없어했다. “네가 키우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리 많아 봤자 단 한 송이도 네 것이 아니잖아.”“힘들게 길들인 물건을 다른 사람이 가로채면 나만 억울하잖아.”한성우가 씩 웃었다. “그래서 난 길들이기보다는 뺏는 걸 좋아하지.”차미주가 콧방귀를 뀌었다. “너 같은 사람은 저런 어른들을 위한 동화는 보면 안 돼. 넌 가서 형법이나 읽어. 어느 날 잡혀들어갈지 모르니까.”한성우는 차미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넌 어떻게 네가 조준을 길들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차미주가 고개를 저었다. “한 번도 그런 자신감을 가진 적은 없어. 난 단지 내가 후회할 만한 일은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최선을 다했으면, 사귀지는 못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아서.”한성우가 입술을 짓이기더니 한참 후에야 몸을 일으켰다. “가자.”길이 조금 막혀 겨우 히비스커스 호텔에 도착한 한성우는 문을 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신미정이 그를 완전히 속인 것은 아니었다. 그곳에는 아버지의 옛 친구들이 있긴 있었다. 하지만 전부 가족들과 함께였고, 그중에는 손자와 손녀를 데리고 온 사람도 있었다. 보아하니 일 때문에 한주시에 온 게 아니라, 동창회 때문에 모인
서해금은 오히려 태연하게 설명했다.“가람이는 저와 전남편 사이의 아이예요. 병천 씨가 저한테 너무 잘해줘요. 가람이도 친딸처럼 대하고요.”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최이숙이 화제를 돌렸다. “병천이가 워낙 딸바보잖아. 해외로 지사 옮긴 것도 가람이 치료 때문이었고. 정말 친딸처럼 생각하나 봐.”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최이숙의 말에 맞장구쳤다. “가람이 눈매도 병천을 닮은 것 같아. 깊은 인연이야.”그 일은 그렇게 조용히 넘어갔다. 동창들은 모두 지천명이 넘은 나이였다. 결혼을 늦게 한 사람도 이젠 자식들이 결혼할 나이가 되었고 결혼을 일찍 한 사람은 이미 손주를 본 사람도 있었다. 어른들은 한자리에 모이면 자식들 얘기에 여념이 없었다. 누구 딸은 외교관과 결혼했다는 둥, 어느 집 아들은 해외에 살면서 외국 여자와 결혼했다는 둥, 어느 집은 또 손주를 봤다는 둥 그런 얘기들이었다. 어쨌든, 전부 강한서는 관심이 없어 하는 주제였다. 가족들이 함께하는 동창회인 줄 알았더라면 강한서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다. 송가람은 냉랭한 표정으로 한마디 말도 없이 앉아있는 강한서를 보더니 먼저 그에게 국을 떠줬다. “한서 오빠, 이거 국물 맛있어요. 드셔보세요."강한서는 무미건조하게 송가람의 말에 대답하고는 휴대폰을 들어 유현진에게 2천만 원을 송금했다.「배 안 고파?」유현진은 지금 다른 룸에 있었다. 그녀는 안창수가 말한 식사 자리가 그저 제작진들과 함께하는 자리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착하니 제작진은 몇 명 없었고 전부 안창수의 업계 친구들이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던 터라, 유현진은 조금 어색해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친한 사람이 없었던 유현진은 구석에 앉아 음식도 별로 먹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낯을 가리며 누군가 말을 걸면 간단히 대답할 뿐이었다. 안창수와 그의 업계 친구들은 사이가 좋아 보였다. 그들은 술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몇 잔이 오고가자 안창수도 술기운이 살짝 올랐다. 그의 친
한열.어쩐지 귀에 익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유현진은 그 이름을 어디에서 들었던건지 기억해내지 못했다. 이름뿐만 아니라, 얼굴도 눈에 익었다. 오목조목 생긴 얼굴은 남자지만 예쁘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앞으로 같이 일을 하게 될 사람이니, 유현진은 그와 가깝게 지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소개를 마치더니 바로 몸을 돌려 자리에 앉아버렸다. 유현진도 뻘쭘하게 손을 내리고 자리도 돌아갔다. 유현진은 휴대폰을 꺼내 검색창에 “한열” 두 글자를 입력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왜 그에게서 익숙함을 느꼈는지 알아차렸다. ‘비밀의 연인의 남자 주인공이잖아?’“비밀의 연인”에서 송민영의 목소리는 유현진이 더빙해 준 것이었고 한열은 성우를 쓰지 않았다. 작년 더빙을 진행할 때, 유현진은 모니터를 통해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한열의 얼굴을 보고 있었으니, 익숙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한열은 떠오르는 스타였다. 21살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했고 데뷔 첫해에 발매한 첫 앨범은 당시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타이틀 곡은 대상을 받기까지 했다. 데뷔 2년 차에 찍은 사극 “검선”은 시청률 2위를 기록하면서 그는 영화 업계에도 진출했다.그 후 매해 그의 작품은 히트했고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탑급 연예인이 되었다. 그와 함께 작업하기만 하면 여배우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뜨기 시작했다. 그랬기에 그에게는 케미 요정이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송민영도 그와 함께 “비밀의 연인”이라는 작품을 출연한 후 인기가 급속도로 늘었다. 송민영의 더빙을 해주면서 유현진은 한열이 연기하는 모습을 봤었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그도 어느 정도 기본기는 있는 편이었다. 청춘 드라마는 대체로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요구가 낮았다. 때문에 청춘 드라마를 찍은 배우의 연기력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열의 연기는, 시청자들도 그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청춘 드라마 배우 중 몇 안 되는 연기가 되는 배우였다. 하지만 소문에 의하면 그는 성격이 이상
잔고를 확인한 유현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2천 원을 보내며 메시지를 작성했다. 「문자로 해. 송금하지 말고.」강한서가 2억 원을 보냈다.「싫어.」그러고는 또 2억 원을 더 보냈다. 「내 재력과 성의를 보여주는 거야.」유현진이 2천 원을 보냈다. 「...」강한서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유현진이 보낸 줄임표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의 표정을 본 송가람의 심장이 빠르게 뛰어댔다. 그녀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한서 오빠, 요즘 많이 바빠요?”송금하느라 정신이 없던 강한서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괜찮아.”송가람은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강한서를 보더니 참지 못하고 물었다.“뭐 하세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결혼 자금 모이는 중.”그의 말에 멈칫하던 송가람의 얼굴이 이내 빨갛게 물들었다. 이미 이혼을 한 강한서가 결혼 자금을 모은다는 건, 재혼 계획이 있다는 뜻인가?송가람은 조금 설레기 시작했다. 강한서는 당연히 송가람의 그런 마음을 알 리가 없었다. 그는 계속 결혼 자금을 보냈다. 「전엔 200원씩 보내더니 오늘은 왜 2천 원을 보내는 거야?」「오늘 10점 가산점 받았다고 생각해도 돼?」강한서의 메시지를 확인한 유현진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꿈도 꾸지 마! 내가 얼마를 보내고 싶으면 얼마를 보내는 거지, 뭐 문제있어?」강한서: 「조금.」유현진: 「뭐? 조금?」물을 마시던 유현진이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확인하고는 하마터면 입 안의 물을 뿜을 뻔했다. 강한서: 「뭐가 문제냐면, 200원만 보내도 돼. 2천 원은 너무 많아. 다 못 써.」‘이 자식이 전엔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도 없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수다스러워?’유현진이 2원을 송금했다. 「네가 원하는대로 해줄게.」강한서가 2천만 원을 보냈다.「고마워.」‘예의는 바르네.’유현진은 강한서가 송금해 온 돈을 다른 은행카드에 옮겼다. 이번엔 한도를 올려 한꺼번에 많은 돈을 송금할 수 있었다. 강한서가 준 돈을 모두 계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