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서가 이체해 준 돈이 얼만데 내가 돈이 부족하다고?'유상수는 그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유현진에게 책임을 넘겼다.먼저 유현진이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폭로한 뒤에 자신을 아내의 외도까지 감싸준 불쌍한 사람으로 포장했다.유현진을 어떻게 키웠는데 인제 와서 돈 때문에 키워준 아버지도 나 몰라라 한다며, 소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친자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공개하게 되었다며 하소연했다.순식간에 화살은 유현진에게로 향했다.유현진은 창백한 얼굴로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유상수 씨, 이 개돼지보다도 못한 인간! 하씨 가문에서 당신에게 쏟아부은 돈이 얼만데? 지금 좀 살만하다고 우리 엄마한테 누명을 씌워요? 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이야?""원고는 단어 사용에 주의하세요!"주강운은 다급히 입을 열었다."판사님, 원고가 몸이 불편하니 재판 연기를 신청합니다.""주 변호사님 초보에요?"상대 변호사는 봐줄 생각이 없었다."한주시에 재판 연기는 없어요. 오늘 끝을 보던지, 고소 취하하든지 하세요."주강운은 눈빛이 어두워졌다.지금 상황은 유현진에게 아주 불리하다. 유현진이 평정심을 잃은 상황에서 재판이 계속되다 보면 결과도 낙관적이지 못할 게 분명하다.더군다나 방청석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유현진이 사생아라는 것에 집중되었으니 시간이 길어질수록 루머가 퍼지면서 유현진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든다.주강운은 입술을 오므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고소 취하해요."유현진은 멈칫했다."주 변호사님. 주 변호사님도 내가 사생아라고 생각하세요?"그녀는 인정받기를 바라듯 친자 확인서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주강운은 그녀가 유상수의 딸이라는 신분에 미련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현주가 외도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주강운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현진 씨가 누구든 간에, 나한테 당신은 영원히 유현진일 뿐이에요. 고소 취하는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이기기 위해 새로운 증거를 찾기 위한 수단이에요."유현진은 두 손에 힘을 꽉 주더
상대는 멈칫하더니 순식간에 안색이 변했다.'이 사람은 누구지? 누군데 이렇게 건방져?'옆에 동료는 송민준을 알아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운해 그룹의 송 대표님 같아."운해 그룹, 한주 송씨 가문운해 그룹이란 말에 그들은 깜짝 놀라 자리에 얼어붙었다.오렌지 미디어에서 인터뷰를 위해 운해 그룹에 수도 없이 연락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기자는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줄 알았다. 하지만 이 호박은 그를 단두대에 올려놓았다.기자는 창백한 얼굴로 감히 말도 못 하고 쭈뼛거렸다.송민준은 쌀쌀한 표정으로 말했다."비켜요!"기자들은 다급히 길을 내주었다.머리를 돌려 유현진을 바라보는 송민준의 얼굴에는 어느새 쌀쌀함이 사라졌다. 송민준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일단 여기서 떠나요."유현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송민준에게 인사를 건넨 뒤 차미주와 함께 송민준의 뒤를 따랐다.주강운의 차는 이미 법원 앞에 대기했다. 송민준은 차 문을 두드리고 말했다."강운아, 너 먼저 가. 나 현진 씨랑 일 때문에 할 얘기가 있어. 내가 일 끝나면 현진 씨 데려다줄게."주강운은 유현진을 바라보며 물었다."현진 씨, 괜찮아요?"유현진은 비록 안색이 창백했지만 컨디션은 괜찮아 보였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주 변호사님. 오늘 수고 많으셨어요. 다음 날 내가 밥 살게요. 요즘 나 때문에 많이 힘드셨을 테니 빨리 가서 쉬어요."주강운은 유현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송민준에게 말했다."그러면 부탁할게."송민준은 멈칫하더니 의아한 눈빛으로 주강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유현진과 차미주는 송민준의 차에 탔다.송민준은 비서 없이 혼자 왔다.차 안의 냄새는 언제나처럼 좋았고 그 냄새는 유현진의 초조함을 달래주었다.차에 시동을 건 후, 송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미주도 송민준과는 어색한 사이라 예의상 몇 마디하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유현진이 걱정되어 물었다."현진아, 너 괜찮
"절대요."유현진은 바로 부인했다."만약 내가 입양아였다면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없었을 거예요. 유상수도 오늘에야 친자 확인서를 내놓을 일도 없었겠죠."몇 초의 침묵 후, 송민준이 또 물었다."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면요?""그건 더 불가능해요. 엄마가 건강할 때는 매년 함께 건강검진을 받았어요. 만약 바뀌었다면 엄마가 모를 리가 없었겠죠. 게다가 우리 집에는 엄마가 나 가졌을 때의 초음파 사진도 있었어요. 나 엄마 딸 맞아요."송민준은 침묵했다.이것 또한 송민준이 미심쩍은 부분이다.유현진의 혈액형으로 판단했을 때, 절대 하현주와 유상수의 친자가 아닌데 하현주가 몰랐을까?유현진이 하현주에 대한 애정이 이렇게 깊은데 만약 지금 그녀의 신분을 밝히려 한다면 오히려 일을 망칠 수도 있다."송 대표님."유현진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지금 이 상황이 흑역사가 될 수도 있어요. 혹시 리스크가 될 것 같다면 계약 해지하셔도 되지만 위약금 다는 못드려요."송민준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잘못한 게 있어야 흑역사죠. 이게 뭐 큰일이에요? 더군다나 화제성으로 인기를 끌 것도 아닌데. 계약했으니 촬영에만 집중해요.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송민준은 또 한 번 멈칫했다."아, 맞다. 부동산은 계약했어요?"집 얘기에 유현진은 머리가 뻐근해 났다."아니요, 구매 조건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어요."송민준이 물었다."어떤 조건요?"유현진이 대충 둘러대려고 하려는 순간, 차미주가 불쑥 끼어들었다."이혼 전에 현진이 전남편이 부동산 두 채를 얘 명의로 돌렸어요."유현진은 할 말을 잃었다.운전대를 잡고 있던 송민준은 손을 멈칫하더니 무거워진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재결합했어요?""아니요."회사 대표와 이런 개인적인 얘기를 주고받는 건 어색하니 유현진은 대충 둘러댔다."머리가 어떻게 됐나 봐요."송민준은 그제야 표정이 풀렸다."그럼 새 집은 됐고 숙소 제공해 드릴게요.""아니에요. 알아서 월세 찾을게요.""괜찮아요. 계약 기간
"엄마, 이렇게 중요한 걸 왜 이제야 내놨어요!"법원에서 나오자마자 유현아는 투덜거렸다.오랜 시간 그녀는 늘 자기의 신분 때문에 기가 죽어있었으며 사생아라는 이유로 직장도 잃게 되었다.그런데 알고 보니 유현진이야말로 유상수의 친딸이 아니다.'일찌감치 얘기하면 내가 직장을 잃을 일도 없었잖아?'유현진이 자기의 자리를 꿰차고 손가락질하던 생각을 하니 유현아는 화가 올라왔다."일찍 내놨더라면 지금처럼 유용하게 쓸 수 있었겠어?"백혜주는 유현아를 노려보며 말했다.유현진이 사생아가 아니라도 유현아의 신분은 빛을 볼 수 없다. 유현진의 신분은 유현아 사건 뒤에 터지는 게 그들에게는 오히려 더 유리하다.모두의 주목은 강씨 가문 이혼한 며느리인 유현진에게 몰렸으니 이젠 다들 유현아에게서 시선을 돌릴 것이다.유현진도 갑작스레 터진 폭탄 때문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라 그때의 사고를 조사할 여념도 사라질 테니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이다.유현아는 그래도 화가 내려가지 않았다. 사생아라는 신분이 터졌을 때 전 국민에게 욕이라는 욕은 다 먹었는데 왜 유현진은 쉽게 넘길 수 있는 것일까?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 휴대폰을 꺼내 페이스북을 열었다."나 이거 못 열겠어요."유현우는 백혜주에게 간식 봉지를 넘기며 말했다.백혜주는 유현우의 손을 밀치며 말했다."착하지, 누나한테 해달라고 해."백혜주는 유상수에게 말했다."오빠, 아마 기자가 올 거예요.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똑같이 말해야 해요. 유현진의 잘못이지 오빠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요."유상수는 미간을 찌푸렸다."인터뷰 거절하면 될 거 아니야?"유상수의 말투에서 백혜주는 유상수가 또 마음이 약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어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오빠, 이번에는 유현진을 확실하게 보내야 해요. 아니면 나중에 또 뭔 짓을 할지 몰라요. 친딸도 아닌데 억울하지도 않아요?"유상수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한서와도 이혼했으니 아무것도 못해. 그러니까 너무 밀어붙이지 마. 소문나면 우리한테도 불리해."
"아니야. 당신은 현우나 잘 보살펴. 선생님이 현우가 20 이내의 덧셈도 다 틀린다고 하더라고. 집에서 공부나 시켜. 곧 초등학교 2학년인데 그래서 되겠어?"백혜주는 미간을 찌푸렸다."튜터 찾으면 될 거 아니에요?""튜터는 당신이 정 안 될 때 고용해. 고작 초등학생인데 뭣 하러 돈 낭비하며 튜터를 써? 당신이 직접 가르치면서 감정이라도 키워. 현우 두 살 때 조기 교육반에 보내서 애가 당신을 엄마라고 부르기도 싫어하는 건 알지? 현진이 어렸을 땐 걔 엄마가 하나하나 가르쳤었어."백혜주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말을 다 내뱉고서야 말실수를 알아차린 유상수는 헛기침을 두어 번하고 말했다."아무튼 애한테 신경 좀 써. 회사 일은 내가 알아서 해. 당신과 애들 굶는 일은 없을 거야."백혜주는 화가 가득 찼다.'날 하현주 같은 미련 곰탱이로 생각해?몇 마디 말로 날 전업주부로 만들려고?'유상수가 백혜주에게 수작을 부릴 때가 바로 하현주가 수유로 회사 일에 잠시 손을 뗐을 때다.'난 똑같이 당하지 않아!'백혜주는 눈을 깔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혼자 힘들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유상수는 표정이 풀렸다."회사에 일이 생기면 바로 알려줄 테니까 먼저 현우부터 신경 써.""그래요."유상수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백혜주는 얼굴이 굳어졌다."양 기사님. 어제 퇴근하고 유 대표님 바로 집으로 모셨어요?"양 기사는 멈칫하더니 즉시 답했다."네."백혜주는 담담하게 웃었다."네비게이션에는 신수로가 찍혀져 있던데요? 한참 그쪽에 머물렀던데."양 기사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해서 운전대를 꽉 잡으며 나지막한 소리로 답했다."퇴근길에 최 비서님을 만났는데 택시를 잡지 못해 대표님께서 태워드렸어요."백혜주는 안색이 확 굳었다.'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야!'양 기사는 백혜주의 표정에 속이 덜컹했다.회사 사람은 유상수보다 백혜주가 더 독한 인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양 기사는 잘리기라도 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말했다."사모님,
'사생아라고 소문났는데 꽃다발을 주며 축하해 주게?'한성우는 다급히 강한서에게 전화를 걸었다."너 일단 꽃 사지마. 너 안 봤어? 네 와이프한테 사건 터졌다고!"강한서는 멈칫하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한성우는 일의 자초지종을 강한서에게 말해주었다."유상수 이 쓰레기 같은 인간, 어떻게 그렇게 매정할 수 있어? 너와 이혼하자마자 현진 씨 내쳤네, 내쳤어!현진 씨 덕분에 너한테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었는데, 쓸모없어지니까 바로 매몰차게 내쳤어. 강아지를 키워도 정이 생길 텐데 어쩜 저래? 현진 씨를 한주시에서 매장시키려는 게 틀림없어.현진 씨가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찍힌 사진 보니까, 눈도 다 빨개졌더라고. 재판이 끝나고 아마 펑펑 울었을 거야."강한서는 표정이 굳어졌다."재판은 어디서 열렸어?""한주 대법원이지, 뭐. 오늘 이 소송도 강운이한테 의뢰했더라고."여기까지 말한 한성우는 멈칫하다가 계속 말했다."강운이가 말 안 했어?"강한서는 한성우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바로 옷을 집어 들었다."끊는다. 나중에 연락할게.""잠깐!"한성우가 강한서를 불렀다."현진 씨 찾으러 가려고? 나도 같이 가. 너 혼자 가면 집에 들어도 못 가."'그 강도 같은 여자 힘이 얼마나 센데. 강한서 혼자 가면 현진 씨 얼굴도 보기 힘들 걸."20분 뒤, 민경하는 강한서와 한성우를 태우고 차미주의 아파트 단지로 왔다.이곳은 주차가 불편해 민경하는 어쩔 수 없이 수시로 차를 빼기 위해 차에서 기다렸다.강한서와 한성우는 바로 엘리베이터에 탔다.강한서가 자연스럽게 9층을 누르자 한성우는 의아했다."네 와이프 어디 사는지 알아?"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현진에게는 친한 친구가 차미주밖에 없다. 두 사람이 싸우고 난 뒤에 유현진은 매번 이곳으로 왔다.한 번은 차미주 집에서 술을 마시다, 술에 떡이 된 상태로 강한서에게 데리러 오라고 술주정을 부렸었다.물론 주소도 본인 입으로 말했다.강한서가 왔을 때는 차미주도 술에
유현진은 키를 꺼내며 말했다."대우가 좋은 만큼 실적에 대한 요구도 높아.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차미주는 곰곰이 생각했다."하긴, 근데 송 대표님 진짜 잘생겼더라고.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다니까. 얼굴 잘생겼지, 착하지. 꼭 어디서 본 것처럼 호감이 간단 말이야."유현진은 문을 열고 슬리퍼를 찾으며 말했다."너 벌써 마음이 변했어? 조 선생님은 패스야?""에잇, 송 대표님은 그저 멋지다는 거지. 다른 건 없어. 게다가 내가 가당키나 해? 그래도 조준 씨가 최고지. 직업도 의사라 얼마나 멋진데. 나랑 어울리기도 하고."차미주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문을 닫고 들어갔다.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고 자기를 잡고있는 한성우를 향해 물었다."왜 막아?"한성우가 말했다."현진 씨가 너 만나기 싫다고 그러면 차미주 씨는 분명 널 들어도 못 가게 할 거야. 아파트에 사람도 많은데 혹시라도 사람들이 이 상황을 목격하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생기면 현진 씨는 널 더 안 만나려고 할 수도 있어."한성우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초조해했다."그러면 어떡해?""나만 믿어."한성우는 휴대폰을 꺼내 민경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성우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몇 마디 한 뒤에 전화를 끊고 다시 강한서를 향해 말했다."기다려 봐."차미주가 잠옷으로 갈아입고 씻으려고 할 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경비실에서 걸려 온 전화다. 그녀는 이내 통화버튼을 눌렀다."907번 맞으시죠? 혹시 375568의 스쿠터 본인 거 맞으세요?""네, 맞아요. 근데 무슨 일로?""왜 다른 차주의 주차 자리에 주차하신 거죠? 차 좀 빼주세요.""그런 적 없는데요?"차미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차미주는 며칠간 스쿠터를 탄 적이 없으며 스쿠터는 전용 주차장에 세워져 있다."번호도 맞는 데 아니라고요? 빨리 빼주세요. 이러다 주차 자리 주인이 내려오면 곤란해요.""잠시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내려갈게요."전화를 끊은 차미주는 욕실을 향해 큰
그녀는 욕을 내뱉으면서 발버둥을 쳤다. 한성우는 도무지 그녀를 이길 수가 없었다."이 썩은 오이. 넌 내가 남자 때문에 친구를 배신하는 사람으로 보여? 내가 확실하게 얘기하는데! 조 선생님을 홀라당 벗겨준대도 나 안가. 강한서 당장 나오라고 해. 현진이 털끝이라고 다치기만 해봐. 두 사람 아주- 우웁-"말도 끝나기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한성우는 아예 자기의 입술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차미주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설들을 그대로 삼켜버렸다.마침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했던 주민들은 이 광경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했다.그들은 분분히 길을 비키며 두 사람의 키스하는 장면을 바라보았다.시야에 사람이 전부 사라지자 그제야 한성우는 입술을 떼고 깊은숨을 내쉬더니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 너 허락받으려는 거 아니야. 너 오늘 무조건 가야 해! 가기 싫어도 가야 해."강제 키스를 당한 차미주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지만 한성우가 그녀의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바람에 반격도 하지 못했다.강도 같은 여자가 잠잠해지자 한성우는 그녀의 통통한 볼살을 꼬집으며 말했다."내 말 잘 들으면, 조준 씨와 팍팍 밀어줄게."'볼살이 아주 말랑말랑하네. 재밌어.'"쳇! 강한서 그 개자식이 현진이 건드리기만 해봐. 나 너부터 죽이고 강한서 죽인다!"한성우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말은 독하게 하지만 의리가 넘치는 여자네.'"걱정하지 마. 한서가 현진 씨 얼마나 아끼는데."한성우는 차미주의 손을 놓고 그녀의 팔을 꼬집으며 말했다."가자, 데이트하러."차미주는 뾰로통한 얼굴로 말했다."잠옷 차림으로 뭔 데이트이야?"한성우는 기분이 좋아서 말했다."이 오빠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벌 사줄게."한성우는 차미주를 택시에 태우며 말했다.차미주가 나가고 얼마 안 돼 초인종이 울렸다.유현진은 얼굴의 거품을 씻어내며 소리쳤다."키 안 가지고 나갔어?"번호 키가 고장 난 지 꽤 되었지만 집주인이 고쳐주지 않아 유현진과 차미주는 늘 키를 가지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