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운은 흠칫했다. "설마 한서랑 이혼하게요?"유현진…...'내가 강한서랑 이혼하면 주 변호사님한테 소송 부탁하겠어요?'"내가 아니고, 우리 엄마가요."유현진은 하현주와 유상수 사이의 7년 전 이혼 합의서를 포함한 정황을 간결하게 설명했다."주 변호사님. 이 상황에 우리 엄마 이혼하게 되면 7년 전 이혼 합의서처럼 재산 분할이 가능할까요?"주강운이 말했다."어려워요."유현진은 가슴이 철렁했다."비록 합의서에 사인은 했지만 공증받지 않았어요. 게다가 현진 씨 말처럼 대부분 주식은 다 아버님 손에 있잖아요. 그리고 어머님이 사고가 나신 뒤 아버님이 치료비용을 지불했기에 법적으로 보았을 땐 남편의 도리를 다한 거죠. 그러니 맨몸으로 나가기는 힘들어요.""외도 증거도 소용없어요?"주강운이 웃었다."외도는 이혼 사유가 되죠. 판사님도 당연히 무책배우자한테 더 많이 기울 거지만 그래도 결국 재산은 분할해야 해요.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어머님의 치료비용을 지불했으니 상대 쪽 변호사가 이 점을 물고 놓지 않는다면 승소 가능성은 적어요."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울컥해서 말했다."혼인법은 부부 쌍방의 이익을 보호해 주는 게 아니에요? 왜 유책배우자의 이익을 보호해 주죠?"주강운은 머리를 숙이고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아무리 법이라도 절대적인 공정이란 없어요."유현진은 눈을 감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해요, 주 변호사님한테 화낸 거 아니에요.""괜찮아요. 이혼 소송 많이 해봤어요. 현진 씨 어머니의 상황보다 더 악질적인 사건도 맡아봤어요."주강운이 계속 말했다."맨몸으로 나가게 할 방법은 하나뿐이에요. 스스로 포기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어요.""그런 사람이 어떻게 재산을 포기해요?""어머님의 방법은 아주 훌륭했어요. 참고하세요."유현진은 고개를 저었다."우리 엄마는 힘들게 찾은 증거들을 내놓고 그 인간에게 사인을 시켰어요. 그런데 사고가 났죠. 유상수가 가만히 있었겠어요? 아마 그 약점들 다 지웠을 거예
"그래요."유현진은 금고를 열며 물었다."어디서 볼까요?""처음 소송 때문에 만났던 그 카페에서 보죠."주강운이 부드럽게 말했다."길에서 조심해요. 퇴근 시간이라 길에 차가 많아요. 조금 늦어도 괜찮아요.""그래요. 이따 봐요."전화를 끊고 유현진은 금고에서 하현주가 정리한 물건을 꺼내 가방에 넣고는 코트를 걸치고 외출했다.주강운의 말대로 차가 많이 막혔다.평소 20분이면 도착했던 거리를 30여 분이나 걸려서 도착했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주강운은 이미 도착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주강운은 역시나 창가 자리에 앉아 오가는 차들을 바라보았다.유현진은 의자를 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주강운이 온화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저도 금방 퇴근했어요. 뭐 마실래요?""우유로 할게요."주강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업원에게 말했다."따뜻한 우유 한잔, 그리고 라테 한잔 당도 적게 우유는 빼고 주세요.""그냥 우유 두 잔 해요. 저녁에 커피 마시면 잠 못 자요."유현진은 말을 내뱉고 나서야 후회했다.그녀와 주강운은 이래라저래라하기에는 아직 그 정도로 친한 사이가 아니다.강한서도 한밤중에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었다. 커피를 마시면 비록 업무 효율은 올라가지만 잠을 설쳤다.그녀는 강한서에게 하던 그대로 저도 모르게 주강운에게 그런 말을 내뱉었다.주강운은 조금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유현진은 빠르게 머리를 굴려 말했다."저번에 커피 많이 마시면 카페인 중독 때문에 불면증이 올 수도 있다고 그랬잖아요? 금연이 힘들면 껌이나 씹어요."말을 끝내고 그녀는 가방에서 껌을 꺼내 넘겨주었다.며칠 전 촬영장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에게 준 껌이다.주강운이 웃었다."기억하고 있네요."주강운은 껌을 넘겨받으며 종업원에게 말했다."그럼 우유 두잔으로 할게요."길가에 세워진 마세라티에서 강한서는 어두운 얼굴로 창가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유현진은 가방에서 자료를 꺼내 주강운에게 넘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던 유현진은 갑자기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그녀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강한서가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강한서는 안색이 아주 좋지 않았다. 시커멓게 내려온 다크서클은 딱 봐도 잠을 자지 못한 모양이다. 옷은 갈아입었지만 그녀가 민경하에게 부탁했던 옷이 아니다. 게다가 턱에는 거뭇거뭇한 수염이 자라났다."강한서…..."그녀는 강한서의 이름을 불렀다. 강한서는 그녀에게 다가와 손목을 잡고 의자에서 당겼다.강한서의 행동은 아주 거칠었다. 유현진은 손목이 부러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고통에 미간을 찌푸렸지만 밖에서 다투기 싫어 나지막하게 말했다."강한서, 이거 놔."강한서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끌고 나가려고 했다.유현진은 강한서의 행동에 화가 나서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발버둥을 쳤다.유현진이 반항하니 강한서는 더 크게 화를 내며 그녀를 의자에서 당겼다.이내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졌다.그녀의 무릎은 의자 모서리에 부딪혔다. 살을 에는 듯한 통증에 그녀는 저도 몰래 앓는 소리를 냈다.주강운은 미간을 찌푸리고 일어나 강한서를 막았다."한서야, 말로 해. 왜 이렇게 격하게 행동하는 거야."강한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와 목소리를 내리깔고 쌀쌀한 표정으로 말했다."비켜!"주강운은 비켜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갔다."할 얘기 있으면 진정하고 얘기해. 그런데 너 지금 난폭하게 나오면 친구로서 그리고 내 직업상 너 여기서 현진 씨 못 데리고 나가."강한서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마지막으로 말하는 거야, 비켜!"강한서의 독기 오른 두 눈을 바라보는 주강운은 조금도 물러설 기미가 없어 보였다.유현진은 강한서에게서 곧 뚜껑이 열릴 조짐을 알아차렸다. 유현진은 아픔을 뒤로하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주 변호사님. 오늘 여기까지 하죠. 먼저 가세요."주강운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한서 지금 제정신 아니에요. 현진 씨를 이렇게 데려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요.""손
키스라기보다는 그냥 화풀이에 더 가까웠다.유현진도 서서히 발버둥을 멈추었다.유현진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강한서를 더 화나게 할 뿐이다.민경하는 뒷좌석에서 발생하는 일에 신경을 끄고 최대한 빠르게 운전했다.얼마 후 차가 멈춰 섰을 때, 강한서도 잠시 화풀이를 멈추었다.강한서는 차에서 내려 유현진을 끌어내려고 했다.유현진은 필사적으로 손잡이를 잡고 놓지 않았다.강한서는 말도 하기 귀찮아 바로 그녀를 차에서 들어내 왔다."강한서, 이거 놔!"강한서는 한쪽 어깨로 유현진을 들고 걸어갔다. 유현진은 속이 울렁거려 발버둥 치며 강한서의 어깨를 두드렸다.하지만 유현진의 힘으로는 강한서를 아프게 할 수 없다. 강한서는 그녀를 둘러메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미리 연락받은 황씨 아주머니는 문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말했다."잠시만요, 대표님 오셨어요. 바로 문 열어드릴게요."황씨 아주머니는 휴대폰을 탁자에 올려놓고 다급히 문을 열었다.문을 여는 순간, 강한서가 유현진을 둘러메고 들어왔다. 두 사람의 안색은 다 좋지 않았다.황씨 아주머니가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강한서가 쌀쌀맞게 말했다."방으로 들어가세요."황씨 아주머니는 더는 묻지 못하고 이내 슬리퍼를 꺼내 놓고 다급히 방으로 들어갔다."강한서, 나쁜 자식. 이거 놔!"유현지는 욕을 퍼부었다.강한서는 그녀를 소파로 던져버렸다.유현진이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강한서는 그녀의 몸을 가로 타고 앉았다.아까 차에서와 똑같은 포즈지만 소파이기 때문에 공간이 널찍했다. 그는 한쪽 다리로 유현진의 무릎을 누르고 한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눌렀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턱을 잡고 머리를 숙여 키스했다.이번에는 차에서보다 더 격렬하게 행동했다.강한서는 그녀에게 키스를 퍼붓다 한 손으로 그녀의 바지를 벗기려 했다.유현진은 강한서를 밀치고 손을 휘둘러 그의 뺨을 때렸다.그녀의 눈가는 빨개졌고 입술은 터져서 피가 흘렀지만 눈빛은 여전히 고집스러웠다.강한서는 그녀의 몸을 누르
강한서는 주먹을 꽉 쥐더니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주강운 때문에 이러는 거야?"유현진은 강한서를 밀치고 빨개진 입술을 닦았다. 그녀의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당신 또다시 힘으로 나에게 이런 걸 강요하면 나 당신 가만 안 둬!"신혼 첫날, 그녀는 강한서에게 트라우마가 생겼다. 강한서에게 제압당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기분은 유현진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어 주었다."어쩔 건데?"강한서는 얼어버린 표정으로 물었다."유현진, 내가 주강훈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경고했지? 내 말이 말 같지 않아?"유현진은 어금니를 깨물었다."일 때문에 만났는데 왜 안돼?""일 때문에?"강한서가 화를 내며 물었다."어제 그 사고를 쳐놓고 당신 어떻게 빠져나갔어? 누가 도와줬는데? 그런데 왜 당신은 나한테 털어놓지 않는 거야? 당신 마음속에 내가 있기나 해?" 유현진은 "누가 도와줬는데?"라는 말의 뜻을 알 수 없었다. 오직 강한서가 마지막에 한 말만 들렸다."털어놔? 털어놓으면 그러라고 했겠어? 날 도왔겠어? 당신은 한 번도 날 도운 적 없어! 나 교통사고로 병원에 들어갔을 때 서명해 줄 가족조차 없었어. 당신 뭐 하고 있었어? 그리고 강민서가 증조할아버지 다치게 했을 때, 그때 당신은 또 어디 있었어? 당신은 내가 필요할 때 단 한 번도 내 옆에 없었어. 그런데 내가 어떻게 당신한테 털어놔? 털어놓으면 당신이 내 앞을 막을 게 뻔한데!""그래서 주강운한테 갔어?"강한서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싸늘하게 변했다."너한테 난 대체 뭐야? 이 일로 회사가 얼마나 큰 타격을 입은 줄은 알고 있어? 당신은 늘 후과를 생각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일을 벌였어. 항상 당신 뒤에서 뒤처리하게 만들지!"유현진은 창백한 얼굴로 두 주먹을 꽉 쥐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내 뒤처리 부탁한 적 없어. 내가 한 일은 내가 책임져! 내일 회사로 가서 내가 한 일이라고 공개할 거야. 마음대로 하라고 해! 하지만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난 똑같이 했을 거야!"이 일이 회
강한서의 표정은 이미 어둡다는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의 표정은 그늘에 가려진 듯 보는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유현진, 당신이 이혼을 원했어. 후회하지 마."강한서는 외투를 들고 말했다."출장 갔다 오면 바로 이혼하는 거야."말을 끝낸 강한서는 유현진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유현진은 긴장한 몸짓으로 등에 힘을 주고 소파에 앉아있다가 문을 닫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간신히 힘을 풀었다.강한서를 화나게 했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강한서가 화를 낼 때면 되돌릴 기회가 아직 남아있지만 강한서가 차분해질 때면 이미 늦었다.'드디어 이혼하는 건가?'유현진은 멍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드디어 이혼하게 생겼지만 그녀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그녀는 무릎을 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멀지 않은 탁자 위에 전화기는 꺼지지 않은 상태로 놓여있었다.신미정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인기척이 없어진 뒤에야 굳은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이날, 유현진은 방에 들어가지 않고 어르신이 묵었던 방에서 밤을 보냈다.도우미는 이미 방을 깔끔하게 정리했고 이불도 깨끗이 말렸다. 이불에서는 은은한 햇빛 냄새가 가득했다.포근하고 편했다.하지만 그녀는 잠에 들지 못했다.그녀는 몸을 뒤척이며 위층으로 올라가던 강한서의 눈빛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가 강한서가 한 말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밤새 뒤척이던 그녀는 결국 몇 시간도 자지 못했다.날이 밝자마자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강한서가 일어난 것 같았다. 황씨 아주머니는 분주하게 강한서의 짐을 챙겨주었다.그녀의 기억으로 강한서는 출장을 서명시로 한 주일 정도 간다.황씨 아주머니는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강한서의 취향이나 습관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 물건을 담을 때마다 강한서의 의견을 물어보았다.강한서는 몇 번 대답하더니 나중에는 귀찮은 듯 아주머니에게 알아서 담으라고 했다.약 한 시간쯤 뒤, 거실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더니 밖
"저 안 했는데요."민경하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두 분의 사정이 딱해서 그래요. 나한테도 그런 일이 생겼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예요. 내가 만약 사모님이라면 아마 상대를 갈기갈기 찢어놨을 거예요."강한서는 할 말을 잃었다."유현진이 뭐라고 했어요? 왜 유현진 편을 들어요?"민경하가 웃으며 말했다."사모님은 저한테 그런 얘기 안 하죠. 보통 대표님한테 어떤 좋은 일이 있는지, 아니면 나쁜 일이 있는지, 그런 것만 물어보세요."강한서는 유현진의 말을 생각하며 콧방귀를 뀌었다."카나리아니까 주인의 상황을 물은 거겠죠. 아니면 어떻게 사랑받아요?""카나리아가 함부로 하게 놔두는 주인은 없겠죠? 거금을 들여 장난감도 사주셨으면서."…...강한서는 인정하지 않았다."깃털 예쁘게 자라라고 돈 좀 쓰는 데 문제 있어요?"민경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그렇다고 치죠."강한서는 민경하의 웃음에 불쾌해져서 다시 한번 강조해 말했다."깃털 빠지면 돈 아깝잖아요!"기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대표님, 새 키워요?"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그들을 태운 차는 이내 병원 지하 주차장에 도달했다.민경하는 차에서 내린 뒤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약 20분쯤이 지나서 민경하는 어린 소녀를 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아이는 아직 정신도 못 차린 채로 민경하의 어깨에 기대 눈도 뜨지 못했다.차에 올라서야 아이는 눈을 비비며 물었다."한서 삼촌, 우리 어디 가요?"강한서는 아이에게 안전벨트를 매주며 말했다."놀러 가."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진작에 말했어야죠. 옷 예쁘게 입게."강한서가 말했다."지금도 너무 예뻐."은서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거짓말쟁이, 저번에 분명 나한테 불에 탄 성냥 같다고 했잖아요."강한서는 은서에게 그 검은 모자를 사주었다. 그런데 은서는 마침 검은 모자를 쓰고 나왔다."불에 탄 성냥이 얼마나 멋진데."강한서가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사람은 갖고 싶
유현진은 얼굴이 새파래졌다."아주머니, 일단 막아요. 우리 엄마 몸에 손 못 대게 해요. 지금 당장 갈 테니까요."전화를 끊은 그녀는 차이현에게 말했다."감독님, 죄송하지만 저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차이현도 마침 그녀의 통화를 들었다.사실 차이현은 그녀와 촬영하는 동안 그녀의 집안일에 대해 어느 정도 들었기에 요해하고 있었다.그녀에게 장기 혼미 상태로 병원에 있는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비록 집안에 일이 많지만 한번도 촬영에 지장을 준 적은 없었다. 그리고 유현진은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 중 가장 겸손하고 총명하며 또 배우려고 하는 자세를 갖춘 배우라 차이현은 그녀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졌다.차이현은 바로 답했다."가보세요. 오늘 촬영 거의 마무리됐어요. 나머지 신은 어차피 장소를 바꿔야 하니 다음에 촬영하면 돼요."유현진은 다급히 인사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는 메이크업 그대로 남산 병원으로 향했다.남산 병원.하현주의 병실 앞에 조폭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제일 앞에 선 남자는 키가 크고 살집이 있으며 왼쪽 눈가에는 긴 흉터가 있었다. 평범한 옷차림에 검은 가죽 가방을 겨드랑이에 끼고 있는 남자는 보기만 해도 악독해 보였다.그 뒤에는 양아치 같은 옷차림을 한 남자, 문신한 남자, 그리고 얼굴 곳곳을 피어싱으로 장식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감히 옆으로 지나가지도 못했다.조씨 아주머니는 남자들이 폭력을 쓸까 봐 병상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혹시라도 아까처럼 하현주의 호흡기를 떼려고 할까 봐서 말이다.문 어귀에 있는 의료진도 두려움에 멀리 서 있었다. 혹시라도 병원 이미지와 다른 환자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까 봐 담당 간호사는 용기를 내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다.앞에 선 흉터남이 섬뜩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봐, 간호사. 우리도 이러고 싶지 않아. 하지만 우리도 돈은 받아야 할 것 아니야? 이게 몇 년짼데 아직도 안 갚았어. 우리도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라 먹고는 살아야지. 법치 국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