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이랑 친한 사이가 아니면 나 진 여사랑 약속도 잡지 않았어."송민희가 차에서 내리자 차 안은 많이 조용해졌다.강단해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엄숙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누구도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그렇게 한참 지나서야 강단해가 입을 열었다."너 유 부시장 따님과는 어떻게 됐어?"강단해의 목소리는 워낙에 톤이 높고 울림이 강해서 자연스레 위엄이 느껴지는 데다가 표정도 사뭇 엄숙했다.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하지만 강열한 눈빛에서 젊은 시절의 풍채를 느낄 수 있었다.그런 강단해 앞에서 강현우는 자연스레 허리를 펴고 자세를 바로잡았다."그런 여자는 도전할 멋도 없어요. 그저 몇 마디만 하면 바로 넘어와요. 그런데 더이상 만나지 않으려고요. 유 부시장이 옛 사건에 연류되어 올해 안으로 부시장 자리에서 물러난대요."더이상 진급할 가능성이 없다는 건 더이상의 가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혼사는 당연히 없던 일로 하는 것이 맞다.강단해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그 정보 믿을 만해?""유 부시장 딸이 말한 거예요. 틀림 없어요. 반년 동안 아까운 시간만 낭비했어요."강단해는 여전히 엄숙한 표정으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한성그룹에서 강한서의 입지는 만만치가 않았다. 강단해 스스로가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라 그는 강현우의 혼사에 신경을 썼다.실력이 막강한 사돈이 있다면 그에게 엄청난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만약 유 부시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그 혼사는 치를 필요가 없다.그런데 다시 사돈을 맺을 상대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주에 돈 많은 부자는 많지만, 자금력을 탄탄한 세가는 적다. "아빠, 송병천이 돌아왔다고 들었는데, 지난번 자선 이브닝 파티에서 그 집 작은 딸이 병이 발작하여 요즘 집에서 몸을 추스리고 있다고 해요. 엄마가 송병천과는 먼 친척 관계잖아요. 그럼 우리도 문병을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강단해가 눈을 치켜뜨면서 말했다."송가람은 송병천의 친딸이 아니야."그러자 강현우가 가볍게 웃
증조할아버지는 왠지 강민서가 낯익었다. 좀 생각해보자 며칠 전에 사진첩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왠지 낯익다 했더니 아가씨 그 놈 여동생이지? 다 한식구네. 마침 잘왔어. 오늘 내가 야채를 많이 캤는데, 점심에 야채전을 만들어 줄게."증조할아버지는 워낙 시골 사람이라 소박하고 마음이 너그럽다. 구십이 다 되는 나이에 젊은이 따지고 싶지 않았고, 강한서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자 상대방이 바로 친근하게 느껴졌다.강민서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누가 당신이랑 한식구래? 유현진은 우리 집에서 자선사업이라도 하는 줄 아나? 평소에 쥐새끼 마냥 친정집에 돈을 보내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아예 사람을 집안에 들여? 당신들은 염치라는 게 없어?"이 말에 증조할아버지의 얼굴이 바로 굳었다. 그는 손에 쥐었던 호미를 버리고 강민서를 향해 손가락질하면서 말했다."젊은이가 무슨 말을 그렇게 고약하게 해.""유씨 집안에서 하는 건 괜찮고 말하는 건 안되나? 늙은이가 아직도 도둑놈 심보를 버리지 못하고 말이야. 이렇게 고급 저택에 살아보니까 시골 그 낡아빠진 집과는 비교할 수 없지? 버러지들 같으니라고."증조할아버지는 화가 치밀어서 손이 막 떨리고 목소리도 떨렸다."너 말을 똑바로 해. 시골 사람들이 어때서? 뭐 버러지? 우리의 노력으로 부지런히 경작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데 왜 버러지야. 그리고 너희들 먹는 거, 입는 거 어느 하나 농삿일을 거치지 않은 거 있어? 젊은 친구가 왜 이렇게 야박해!""내가 틀린 말 했어? 당신 스스로 봐봐. 유씨네 가족들 다 버러지만도 못한 인간들이야.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약을 가져다 주라고 한 거야? 유현진이 임신하지 말아야지. 임신해서 뱃속의 아이가 당신들 같이 버러지 같으면 어떡할라고."강민서는 말하면서 박스를 들고 집 안으로 걸어갔다.증조할아버지가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강민서의 손목을 잡더니 소리쳤다."나가! 당장 나가! 그 물건 가지고 당장 여기서 나가!"증조할아버지가 힘써 강민서의 손목을 잡아당
강한서가 멍해지다가 눈길이 어두워지더니 한마디 했다."이 일은 내가 처리할게.""어떻게?"유현진은 사뭇 담담한 어투로 물었다."만약 증조할아버지가 수술실에서 무사히 나오지 못하면 당신 강민서를 감옥에 보낼 수 있어?"강한서는 눈썹을 찌프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유현진이 맥 빠진 표정으로 물었다."못하겠지! 그럼 당신은 뭘 어떻게 처리해서 누구한테 보여줄 건데?"강한서지 지금 막 입을 열려는데 수술실 등이 꺼졌다. 의사가 수술실에서 나오면서 말했다."환자는 이미 위험에서 벗어났어요. 환자가 뇌전증 병력이 있는 데다가 연세도 이렇게 많은데 옆에 사람이 없으면 어떡해요? 제때에 병원으로 이송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엄청 위험했을 거예요."유현진은 비로소 한시름을 놓았다. 의사의 잔소리가 끝나자 유현진이 인사를 했다. "제가 너무 방심을 했어요. 감사합니다. 의사선생님!"의사는 손짓하면서 말했다."아니에요. 조금 있다가 일반 병실로 옮길 테니 그때 가보면 될 거예요." 의사가 떠나고 나서 유현지은 강한서와 더이상 말하지 않고 유상수에게 알리려고 전화를 했다. 유현진의 힘이 빠진 뒷모습을 보자 강한서는 마음이 아팠다. 그는 바로 휴대폰을 들고 강민서의 번호를 눌렀다.예상대로 강민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는 다시 집으로 전화했다. 이번에는 도우미 아줌마가 받았다."도련님, 사모님은 친구 만나러 나갔어요."강한서가 차갑게 한마디 했다."강민서를 바꿔요."강한서는 화가 엄청 났을 때에만 성을 붙여서 강민서를 불렀다.도우미 아줌마는 고개를 돌려 강민서를 쳐다봤다. 강민서는 애써 손짓했다."그, 아가씨는 지금 집에 없어요. 아침 일찍 친구랑 나갔어요."눈을 치켜뜨던 강한서는 다시 한번 말했다."전화 받으라고 하세요."도우미 아줌마가 답했다."아가씨는 지금 진짜 집에 없어요......"강한서가 굳은 표정으로 다시 한번 말했다."마직막으로 말할게요. 당장 전화 받으라고 하세요."상대방쪽에서 소음이 들리더니 전화가 끊겼다
점점 더 굳어지는 강한서의 얼굴에 신미정이 다급히 호통치며 말했다. "너 그 입 닥치지 못해!"그러고는 머리를 돌려 강한서에게 말했다. "한서야. 나도 얘기 들었어. 이번에 민서가 심했어. 아까 돌아오는 길에 사돈한테 연락했더니 병원에서 뇌전증이라고 연락이 왔었대. 이미 좋아졌고 이 일은 사고야. 민서도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민서도 많이 놀랐어."뇌전증이라는 말에 강민서는 또다시 큰소리로 떠들어대며 말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나 별로 힘도 안 썼거든. 그리고 날 잡지 않았다면 내가 밀었겠어? 마침 뇌전증이 발작한 거 가지고, 재수 없게! 죽지 않았으니 말이지 죽기라도 해봐. 누가 내 말 믿어줬겠어!"강한서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강민서, 너 혹시 목격자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강민서는 흠칫하면서도 계속 뻔뻔스럽게 말했다. "내가 뭐 어쨌는데. 난 그냥 약 가져다주려고 한 것뿐이야. 못 들어가게 하니까 내가 살짝 민 거 가지고."사고 당시 강한서와 유현진은 다 집에 없었고 도우미도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나왔으니 강민서는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뗐다.강민서가 여전히 뻔뻔하게 굴자 강한서는 민경하에게 휴대폰으로 사건 당시 영상을 켜라고 했다. 민경하는 음량을 제일 높게 조절했다."한 집안사람이라… 그쪽 집안은 원래 이렇게 뻔뻔스러워요?""큰 집에서 지내는 게 시골의 개집 같은 곳보다는 편하죠?""다행히 임신 안 해서 그렇지. 만약 임신이라도 했어봐, 유씨 집안 사람들처럼 못나고 역겨울걸요."강민서의 한마디 한마디에 강한서는 표정이 점점 더 굳어졌다.강민서는 자기가 한 말이 전부 감시카메라에 그대로 찍혔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강한서는 쌀쌀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선택해. 지금 당장 나와 함께 병원으로 가서 용서해 달라고 싹싹 빌던가, 아니면 영상 경찰에 넘겨서 고의 상해죄로 감방 가던가. 우리 집안에서 아무도 널 상관하지 못한다면 다른 곳에 넘기는 수밖에!"강민서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오
"이 연세에 이렇게 다치시면 얼마나 위험한데요.""그런데 강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도 안 보이네요. 그 집에서 사고가 났는데 왜 코빼기도 안 보인대요?"사람들은 너도나도 한마디 하며 유현진이 어르신을 잘 보살피지 못했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 같았다.유현진은 머리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끄러워 죽겠어!"어르신은 그들이 가증스러운 관심에 눈살을 찌푸리며 호통쳤다. "다들 썩 나가!"모두 순식간에 입을 꾹 다물었다.이내 하나둘 병실을 나가기 시작했다.유현진도 병실을 나가려는 순간, 어르신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현진아, 나 물 한 잔 다오."유현진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친척들은 그 모습에 서로 눈길을 주고받더니 입술을 오므리며 병실 문을 닫았다.유현진은 물에 빨대를 꽂아 어르신의 입가에 가져갔다. 어르신은 힘겹게 물 두 모금을 마시고 침대에 도로 누웠다.그러고는 이불을 툭툭 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로 와서 앉아."유현진은 컵을 내려놓고 어르신 옆에 앉았다."강한서 이놈은?"어르신이 살며시 물었다.유현진은 머리를 푹 숙이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까만 해도 있었는데 급한 일 있는지 자리 비웠어요."어르신은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현진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해요."어르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왜 미안해. 네 잘못도 아닌데."유현진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집에 있었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예요.""아니야. 내가 욱해서 그래. 다 늙어서 어린애랑 싸워 보겠다고. 말하게 내버려 뒀으면 됐을걸."어르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사돈들과 한번 만났으면 싶었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말이야.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만났네." 어르신은 유현진의 손등을 토닥이며 계속 말했다. "내가 미리 생각했어야 했는데."유현진은 의아했다. 이내 어르신은 자주 입는 옷 주머니에서 통장 하나를 꺼내 유현진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몇
어르신의 마음은 사람의 마음을 비치는 거울과 같이 뭐든 다 보아낼 수 있었다.어르신은 곧 아흔 살의 장수 노인이다. 하지만 근 몇 년동안 어르신의 자식들은 다 이 세상을 떠났으며 마지막 남은 자식도 반신불수로 병상에 누워있다.자식들을 먼저 보내고 나니 손주들과의 감정도 점점 멀어지면서 어르신은 고향 집에서 외롭게 지냈다. 하지만 고향 집의 철거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효자"들이 나타나 효자 노릇을 하려고 했다.그러니 어르신은 그들의 생각을 다 꿰뚫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어르신의 철거 보상금을 노리고 있다.어르신은 이미 돈을 중요시하는 나이가 아니다.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돈을 나누어주고 나면 정작 아프다고 해도 보러와 줄 이는 없을 것이다.나이를 먹어가니 자식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망정 짐만 되었다.이 돈이라도 손에 쥐고 있으니 한주시에 오겠다고 했을 때 그나마 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고 어르신의 뜻에 따라 행동했다. 하지만 그들의 신경은 전부 그 돈에 있었다.병실에서 환우들과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 사람들은 전부 프로그램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지만 어르신은 스크린에 비친 유현진을 보며 문득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증손녀가 보고 싶어졌다.유현진은 다른 사람과 달랐다. 그녀는 어르신이 달콤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내버려 두지 않았으며 담배와 술도 공제했다. 게다가 한밤중에 감기라도 걸릴까 봐 에어컨의 따뜻한 바람도 틀어주었다.그녀는 여전히 어렸을 때처럼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사탕을 입에 넣고서도 어르신이 속상해할까 봐 맛있다고 말해주던 아이였다.그녀는 누구보다 착했다.유현진은 눈물을 참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꼭 강씨 가문 사람들이 사과하게 할게요."어르신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교양 없는 어린애랑 뭔 말을 한다고."어르신은 유현진의 손을 잡더니 통장을 쥐여주며 말했다. "어서 숨겨. 아무도 못 보게."병실 밖에서 둘째 작은어머니가 뒤꿈치를 들고 병실을 염탐했다.하지만 칸막이 커튼 때문에 두 사람의 행동을 볼 수 없어 속이
넷째 삼촌이 넷째 작은어머니의 옷소매를 끌어당기며 그만 말하라는 눈치를 주었다.유상수의 공장에서 출근하는 처지에 이런 거로 서로 책임을 밀며 시시콜콜 따지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다.유상수는 이 못난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며 쌀쌀하게 말했다. "병원비 내라는 말은 안 할 테니 걱정하지 마!""아주버님, 그 말이 아니라요. 병원비가 얼마나 한다고요? 할아버지 연세도 많으시고 게다가 이렇게 다치기까지 했으니 건강이 점점 더 안 좋아질게 뻔하잖아요. 이렇게 두는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퇴원한 뒤에 누구랑 같이 살아야 할지 의논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맞는 말이다.어르신이 쌩쌩할 때도 그들은 이 문제로 몇 번이고 의논한 적 있었다.다들 어르신의 철거 보상비를 노리고 있으니 누구나 열정적이었다.하지만 어르신이 고집을 부려 아무 데도 안 가겠다고 하니 당시 이 일은 잠시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병상에 누워있게 되었으니 이 말은 다시 한번 칼도마에 오르게 되었다.유상수는 그 돈은 성에 차지 않았지만 고향 집에 있는 땅이 욕심났다. 하지만 어르신은 여태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유상수는 마침 이번 사건을 기회로 해서 어르신과 감정을 배양한 뒤에 빼앗아 내려고 했다.다들 어르신의 부양권을 얻기 위해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유현진은 병실 문 앞에 서서 이 사람들의 연극을 지켜본 뒤에야 어르신이 왜 통장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유현진은 병실 문 앞에서 한참 동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사람들이 한창 얼굴을 붉혀가며 의논하고 있을 때, 유현진이 문을 열고 나왔다.사람들은 유현진을 보더니 이내 하던 말을 끝냈다.둘째 작은어머니의 시선은 그녀에게서 떠나지 않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어 물었다. "현진아. 할아버지 뭐라 하셔?"유현진은 쌀쌀하게 말했다. "별말 없으셨어요. 물 한 잔 마시고 쉬고 계셔요."둘째 작은어머니가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 "물 한 잔 마시는 게 이렇게나 오래 걸렸어? 다른 말씀은 없었고?"유현진
만약 유현진이 강민서에게 손을 댄다면 일은 더 복잡해질 것이 뻔하니 강한서는 유현진을 이 일에 얽히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유현진은 강한서가 강민서를 두둔하는 줄로 알고 마음이 차가워졌다."강 대표 일 처리가 별로네. 증조할아버지가 어떻게 해결해? 어떻게 하면 화가 풀리실까? 그 나이에 똑같이 돌려주기라도 할까? 이거 놔!"강한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꼭 잡은 채로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당신이 하는 걸 보고만 있으라고? 유현진, 너 진정하고 생각 좀 해봐. 너 여기서 얘 따귀 때리면 뒷수습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봤어?"유현진은 손을 움찔하더니 입술을 깨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한서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계속 말했다. "증조할아버지 아직도 누워계시는데 당신이 이 일로 우리 집안과 등진 거 알게 되면 마음이 편하실까?"유현진은 쌀쌀한 눈빛으로 강한서를 노려보며 말했다. "강민서만 아니면 증조할아버지 저렇게 안 됐어.""그래서 사과시키려고 데려왔어. 직접 사과드리게 할게. 증조할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다 해드릴 거야."유현진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강한서, 모든 일이 돈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야. 난 그냥 못 지나가."말을 끝낸 유현진은 강한서의 손을 뿌리치고 앞으로 한 발 옮겼다.유현진은 충동적으로 손을 휘두르지 않고 그저 쌀쌀하게 서 있었다.유상수는 신미정이 집안사람을 대동해 어르신의 병문안을 온 일에 대해 너무 고마워서 꼬리를 흔들며 어르신이 휴식하든 말든 상관 안 하고 병실로 모셨다.어르신은 잠에 들지 않았다. 어르신은 강한서를 보더니 표정을 가다듬고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강한서, 이놈."강한서는 입꼬리를 내렸다. 어르신의 목소리는 많이 허약해졌다.강한서는 어르신의 허약한 목소리에 마음이 아팠다. 그는 머리를 돌려 강민서에게 말했다. "앞으로 와."두 경호원은 억지로 강민서를 앞으로 끌어왔다. 강민서는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앞으로 다가와 대충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죄송해요. 고의는 아니었어요."강한서는 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