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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9화

“그 사실을 알고 너무 화가 나서 막 웃음이 터져 나오더라고요. 현진이가 나한테 관심이 왜 없는가에 대해 많은 이유를 생각해봤지만 그게 내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일 줄이야 꿈에도 몰랐으니까요.”

“학교에서 교복을 입으라고 하면 저는 딱 하얀 셔츠만 고집하고 다른 사람이랑 대화를 나눌 때나 현진이랑 대화를 나눌 때나 다 제일 잘생겨 보이는 각도로 얼굴을 돌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심지어는 현진이랑 말할 때 목소리도 조절해가며 잘생겨 보이려고 애를 썼죠. 그러다가 어느 날, 현진이가 저한테 공부를 가르칠 때 가끔 갑자기 멍을 때리더라고요? 그래서 전 얘가 드디어 나한테 반응을 하는가 생각했어요.”

“학창시절 현진이는 자신의 감정을 전혀 하나도 숨기지 않는 아이였어요. 다른 여자애들은 몰래몰래 숨어서 저를 보곤 했는데 현진이는 당당하게 제 앞에서 제 눈을 보더라고요. 만약 다른 사람이었으면 경찰에 신고도 했을 거예요. 얘가 참 외유내강이었죠.”

정명석은 말을 하며 껄껄 웃더니 지치지도 않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수능 시험이 얼마 안 남았을 때 일인데 제가 딱 말을 걸려고 하는 순간에 저한테 연애를 해본 적이 있냐고 묻더라고요.”

“그때 전 참 못난 놈이었죠. 그 말 한마디에 얼굴이랑 귀까지 다 빨개지고... 전 진짜 연애경험이 없었으니 당연히 없다고 했고 아직까지 제 마음을 흔든 사람이 없었다고 솔직하게 말해줬어요.”

“그러더니 현진이가 그럼 우리 둘이 한번 만나보겠냐고, 연애라는게 뭔지 한번 경험해보겠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전 당연히 좋다고 했죠.”

“진짜 하늘을 날 듯이 기뻤어요. 그날 뒤돌아서 갈 때 현진이는 아마 몰랐을 거예요. 제가 속으로 얼마나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는지.”

“저녁이 돼도 잠도 안 와서 한달음에 우리 집에서 현진이 집까지 달려갔었어요. 현진이 방 불이 켜져 있었지만 얘를 부를 용기가 안 나서 혼자 바보처럼 두 시간 가까이 밖에 서 있다가 불이 꺼지는거 확인하고 돌아갔어요.”

“전 진짜 한 번도 그 정도로 누군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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