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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7화

사실 강민서는 민경하가 무슨 일이냐며 물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오늘 밤 있었던 일이든, 조금 전 신미정과의 통화 내용이든 그 어떤 것도.

한참 동안 화장을 닦던 강민서의 배가 꼬르륵 소리 냈다.

침묵을 깨는 소리에 강민서는 괜히 뻘쭘해졌다.

오늘 하루 종일 신미정이 결혼식에서 한현진에게 무슨 짓을 벌일지 몰라 마음을 졸이고 있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했었다. 배가 신호를 보내서야 그녀는 배고프다는 것을 인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배고픔보다는 창피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민경하는 아무 말 없이 옆에 있던 보온 도시락을 열어 강민서에게 건넸다.

향긋한 호빵 향이 물씬 풍겨오자 강민서는 그만 멍해졌다.

민경하가 말했다.

“엄마가 민서 씨 드시라고 만들어주신 고구마 호빵이에요. 조금 식었을 거예요. 드시기 싫으면 다른 거 먹으러 가요.”

“아뇨.”

강민서가 도시락을 품으로 확 당기며 시선을 내렸다. 그녀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충분히 좋은걸요.”

민경하가 차창을 비스듬히 열고는 물을 강민서에게 건넸다.

“드세요. 다 드시면 집에 데려다줄게요.”

강한서가 고개를 숙여 작게 대답하고는 고구마 호빵을 들어 한 입 한 입 먹기 시작했다.

“고구마 호빵도 만들 줄 아시고, 아주머니가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민경하가 말했다.

“맛있어요? 엄마도 얼마 전에 배운 거예요. 지난번 같이 식사할 때 민서 씨가 계속 고구마 호빵을 드셨다면서 배워보신 거라고 하더라고요. 대표님께서 민서 씨를 데리러 가라고 하셔서 엄마가 드셔보라고 조금 담아주셨어요.”

그 말에 강민서가 오물거리던 입을 멈추었다. 코끝이 찡해오더니 후드득후드득 눈물이 떨어졌다.

똑같이 자식을 둔 어머니였다. 강민서는 심지어 민경하의 여자친구도 아니었지만 고윤은 강민서를 위해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없는 호빵 만드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그녀의 친엄마인 신미정은 눈 하나도 깜짝하지 않고 그녀는 끝도 없는 낭떠러지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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