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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2화

강민서는 입술을 앙다물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신미정이 증거를 내놓으며 자기에게 죄를 덮어씌울 때 이미 반박할 능력을 상실했다.

잠시 신미정을 빤히 쳐다보던 강한서가 덤덤하게 말했다.

“신고하죠.”

순간 안색이 변한 신미정이 강한서의 옷깃을 잡았다.

“오늘은 시은 씨 따님 결혼식이야. 한현진이 잘못된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 결혼식을 망쳐야겠니?”

강한서는 신미정이 잡고 있던 옷을 조금씩 빼내며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두려우세요?”

신미정의 입술이 파를 떨렸다. 그녀는 여전히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왜? 난 잘못한 게 없는데 뭐가 두렵겠니? 난 네가 전고현 씨 결혼식에 폐를 끼칠까 봐 걱정이란다. 장씨 가문이 어떤 집안이니? 만약 네가 이 결혼식을 망친다면 그쪽 집안에서 우리 가문을 탓하지 않겠니?”

이것이 바로 신미정이 감히 이 결혼식에서 한현진에게 손을 뻗고도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정치에 몸담은 사람은 독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장씨 가문처럼 깨끗하지만은 않은 집안은 더더욱 그랬다. 지금의 한성은 새로운 제품의 출시를 앞둔 관건적인 시기였다. 강한서는 이런 타이밍에 한현진을 위해 장씨 가문과 척질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강한서의 눈에 핏발이 가득 섰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두 볼의 근육은 분노로 파르르 떨렸다. 그의 입이 살짝 열리고, 음산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가 그딴 걸 무서워할 것 같아요?”

신미정이 움찔 몸을 굳혔다.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강한서의 모습에 신미정은 불안한 기분이 엄습했다. 신미정을 보고 있는 강한서의 눈빛은 증오로 가득했다. 마치... 마치 기억을 잃기 전, 신미정이 한현진에게 약을 먹여 한현진이 불임이 되어버린 사실을 알았을 때의 모습 같았다.

신미정은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조금 전까지 장담했던 모든 것이 점차 불안한 마음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려웠다.

강한서가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신미정이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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