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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1화

재생되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전부 오만방자한 강민서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특히 음성파일의 말미에서 강민서는 기름을 언급했다.

사건의 전말이 뚜렷해지는 것 같았다.

강민서는 한현진을 싫어했으니 그녀가 아름드리에서 지내는 것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그러니 진작 한현진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왜 아름드리에서는 성공하지 못하고 하필 양시은 딸의 결혼식에서 손을 쓴 것일까.

어찌 되었든 악독한 인간인 것은 틀림없었다.

신미정이 재생한 녹음 파일을 들은 강민서의 얼굴은 거의 투명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창백해졌다.

신미정을 바라보던 경악으로 가득하던 눈빛은 아무런 감정 없이 공허하게 변해갔다.

강한서의 표정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는 강민서를 바라보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눈빛은 유난히 복잡하게 흔들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강민서는 뚝뚝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빠도 날 못 믿는 거야?”

강한서가 강민서의 눈을 피하며 양시은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모님, 왜 원본 CCTV를 보여주지 않으시는 거죠? 만약 민서가 벌인 짓이라면 현진 씨보다 먼저 위층으로 올라갔어야 해요. 그렇다면 현진 씨는 위층으로 올라가며 바닥에 기름칠이 되어있는 것을 발견했을 거고요. 하지만 현진 씨는 돌아올 때야 미끄러져 넘어졌어요. 그사이에 비상계단 쪽으로 온 사람은 없었나요? 사모님께서 보여주신 CCTV에는 다른 사람의 행적을 찾아볼 수 없어요. 그리고 비상계단의 CCTV 영상도 없고요. 그곳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해야만 명확한 증거가 될 수 있어요.”

강한서의 말에 신미정은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신미정이 세운 계획은 그리 치밀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한현진이 다치기만 하면 당황한 강한서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CCTV를 확인하자마자 강민서에게 화를 내며 따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니 그녀는 강한서가 이런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물론 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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