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933화

양시은의 대답에 전태평이 멈칫했다.

‘내 말이라면 늘 받아주던 사람이 오늘은 왜 이러는 거지?’

전태평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어려운 일인 거 알아. 하지만 오늘은 우리에겐 중요한 날이야.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고. 장씨 가문에서 오늘 결혼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결혼식을 마치기만 하면 고현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장씨 가문까지 등에 업게 되는 거야. 당신 처세는 늘 잘해왔잖아. 당신이 할 수 있다는 거 알아.”

말을 멈추던 전태평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오늘 여기까지 온 건 전부 당신과 아이들을 위해서야. 장씨 가문이 날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줄 수 있어. 나도 이제 곧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관건적인 시점에 문제를 일으키면 안 돼.”

양시은은 전태평의 말에 마음속으로 냉소 지었다. 몇 년간 지켜지지 않을 맹세를 들어온 양시은은 지금 전태평의 목소리만 들어도 속이 메슥거렸다.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를 기어이 누르며 시선을 내리고 나지막이 대답했다.

“현진 씨에게 얘기해 볼게요.”

하지만 양시은이 한현진에게 향하기도 전에 방에서 나온 고여정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현진 씨는 지금은 아무 이상 없어요. 오늘은 사모님 댁 결혼식이 있는 날이니 뭐든 식이 끝난 후에 다시 얘기하자고 하셨어요. 현진 씨 때문에 식을 망치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요.”

고여정이 전한 말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피를 그렇게 많이 흘렸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신미정 역시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한현진은 늘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장씨 가문에 대한 얘기를 듣고 주눅이 든 것이 분명했다.

차미주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현진이 설마 넘어지면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신미정을 처리할 기회였는데, 이렇게 봐준다고?’

차미주는 얼른 고여정을 따라나섰다.

“현진이가 피를 많이 흘렸었는데, 정말 괜찮은 거예요? 병원 안 가봐도 돼요?”

고여정이 태연하게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