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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2화

“살 안 빠졌어요. 오히려 몸무게는 전보다 더 나가요.”

이훈이 자연스레 한현진의 가방을 들어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오히려 누나는 왜 이렇게 살이 쪘어요? 매형이 잘 먹이나 봐요?”

한현진은 순간 이훈 이 자식을 때려버릴까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녀는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

“말을 예쁘게 못할바엔 차라리 입을 닫아. 지금 내 모습을 바로 글래머라고 하는 거야. 모든 사람이 너처럼 뼈만 앙상하게 삐쩍 마른 줄 알아? 그렇게 젓가락 같은 팔, 다리로는 전혀 안전감을 줄 수가 없다고. 그래서 여자친구는 만날 수 있겠어?”

이훈이 흥 콧방귀를 뀌었다.

“몸 더 키울 거라고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물건이나 사러 가.”

매해 설이 되면 한현진은 보육원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바리바리 샀었다. 그러니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새해마다 한현진이 사다 주는 선물이었다. 누군가 그 아이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들은 더 이상 사랑해 주는 사람 하나 없이 버림받은 아이들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선물을 고르고 있는 한현진에게 이훈이 말했다.

“현진 누나, 내년 등록비를 안 보내주셔도 돼요.”

한현진은 이훈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카트에 선물을 넣으며 말했다.

“로또라도 당첨된 거야?”

“아뇨.”

이훈이 가볍게 기침하며 목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내년엔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멈칫하던 한현진이 이훈을 놀리며 말했다.

“이제 1학기잖아. 아직 2학기 남았어. 어떻게 그렇게 네가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

이훈이 말했다.

“저 1학기 학점 4점이에요. 2등이 3.8점이고요. 만약 2학기에 절 이기려면 4학점은 받아야 해요. 하지만 2학기엔 깐깐한 교수님이 계신 수업이 있어서 4학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자랑스럽다는 듯 까불거리는 말투로 이훈이 말을 이었다.

“제가 무조건 1등일 거예요.”

한현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장학금은 네가 모아둬. 등록금이랑 생활비는 네가 신경 쓸 거 없어. 그건 지금 네가 고민할 문제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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